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298화 (298/307)

〈 298화 〉 297화.

* * *

한국에도 버튜버가 있었어?

자신의 방송에 들어오는 오타쿠들이 가끔 듣는 말이었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방송을 진행하는 스트리머와 다르게 3D 아바타의 얼굴을 쓰고 활동하는 버튜버는 다른 영역이었으니 말이다.

버튜버 유나땅은 그 말이 익숙했다.

사실 자신도 일본의 버튜버를 보고 버튜버의 꿈을 꾸었으니 말이다.

방송 실력이라면 나름대로 자신 있었다.

말하는 것도 자신 있었고

중학교 시절 강철의 연금술사에 치여서 오타쿠가 된 이후 숨덕질 경력 15년 지내면서 정상적인 대학 활동과 사회인 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대충 눈치도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스트리머의 장기로 삼을만한 귀여운 목소리

‘내가 해도 저것보단 잘하겠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게임 실력

그리고 15년 숨덕질로 단련된 폭넓은 오타쿠 문화와 지식으로 한국의 버튜버 시청자 공략층… 그러니까 버튜버를 챙겨보는 오타쿠들과 공감대를 쌓고 재미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 생각한 그녀는 직장을 때려치…지는 못하고, 적금을 통해 괜찮은 버츄얼 아바타를 의뢰하여 인터넷 방송인들이 넘쳐나는 트위치로 진입했다.

그러고 버튜버가 ‘기분 나쁜 오타쿠 문화’의 것으로 알려진 한국에서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정착한 버튜버가 되었다.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기 전 방송 노출이 적기 때문에 트위치에서 시작한 지금, 그녀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후 팔로워5 천명에 최고 동시 시청자 600명을 찍을 정도의 인터넷 방송인이 되었다.

최근 들어 인플루언서 팬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게이머 김세호 덕분에 인기가 오른편인 그녀는 팔로워5 천명 달성 기념으로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공포 게임을 켰고, 그 악명높은 공포 게임 환원을 실행했다.

그리고 2일 차, 그녀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방송을 진행했다.

공포 게임에 약한 그녀가 믿었던 것은 아리아의 공포 게임 분해 가이드

하지만 스토리의 깊이를 느낀 아리아는 제작자의 의도를 분해하거나,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요령을 잘 알려주지 않았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셈이 된 그녀는 내심 아리아를 원망하며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미흡한 콘텐츠 제작으로 사죄드립니다.

아리아가 자신의 방에 나타나기 전 까지 말이다.

그렇게 몇 차례의 도네이션 이후

유창한 한국어 채팅으로 존재감을 알린 아리아는 지금…

자신의 디스코드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선라이즈 GB 소속의 프로젝트 드림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리아입니다.”

일본어 영어가 아닌 한국어

이따끔 아리아가 실수로 내뱉는 한국어

리액션을 할 때 말고는 잘 들을 수 없는 아리아의 한국어가 들려왔다.

“아…아!?”

“유나땅…?님?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해요.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제 콘텐츠에 불만을 느끼시는 것 같아서…”

“아아아!! 아닙니다!!!!!”

감히 아리아의 방송에 불만이라니?

아니 근데 이분이 왜 내방송에 있지?

귀하신 분을 감당하기에 지나치게 누추한 곳인데?

좌측 하단의 동시 시청자 수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와중에 유나땅은 고장이 난 듯 말을 얼버무렸다.

­이게 머선일이고?

­아니 도대체 뭐임?

­아리아다 아리아

­아니 그런데 아리아가 왜?

­오늘 콜라보 방송임?

­그런데 여기는 유튜브가 아니라 트위치인데??

고장이 난 건 유나땅 뿐만 아니었다.

유나땅의 시청자들은 ‘왜 이분이 여기에 계세요?’같은 반응을 보였다.

보통 사람이 아니다

트위치를 하지 않아도 트위치에 방송하는 오타쿠를 자청하는 이들은 모두 아리아의 존재를 알고 있을 정도로, 선라이즈 소속 버튜버 가운데 한국을 향한 무빙, 이른바 친한 무빙을 보이는 버튜버는 드물기 때문이었다.

버튜버의 불모지 한국에 나타난 한국인으로 의심받는 버튜버

그게 바로 아리아였다.

그런 아리아가 한국인 버튜버 방송에 나타나 한국어로 말을 한다고?

자세한 것을 알기 위해서 사람들이 들어왔다.

애초에 타 스트리머와 합동 방송이 엄격하게 제한되어있는 것이 선라이즈다.

캐릭터 관리를 위해서 혹은 논란에 오르지 않게 하려고 선라이즈는 자사의 버튜버들이 함부로 타 소속사 혹은 무소속의 버튜버와 합동 방송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기존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그것도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해준 소위 ‘엄마’ 같은 스트리머가 아니고서야 함부로 방송을 함께 진행하는 것을 막을 정도였다.

그랬던 선라이즈에서… 아리아가 자유로 활동한다고?

이런 의문을 가지는 게 당연했다.

“방송을 둘러보는데, 유나땅이 공포 게임에 힘들어하는 게 보여서 찾아오게 되었어요.”

유창하고 부드러운 한국어

여우를 연상하게 하는 매혹적인 목소리로 그렇게 속삭인 아리아는 얼어붙은 유나땅을 보고 후훗 하고 웃었다.

매니저 출신인 아리아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콘텐츠 A/S 서비스를 위해 찾아왔다’는 명목으로 자연스럽게 접근했다.

반쯤 억지이긴 했으나, 워낙 독특한 행보를 보여온 아리아가 아닌가?

그래도 오해의 빌미를 주기 싫었던 아리아는 자신의 방문 목적을 밝힌 후 유나땅의 방송 집중을 도왔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버튜버 유나땅은 두려움을 잊었다.

아리아가 찾아왔다.

유튜브 구독자 200만명을 코앞에 두고 있는 거물 버튜버가 자신의 방에 찾아온 셈이다!

비록 한국 팬들의 숫자는 얼마 잡히지 않겠지만, 그녀가 찾아왔다는 말에 한국의 버튜버 시청자들 가운데 절대다수가 그녀의 방으로 몰려들었다.

아리아가 디스코드에 접속한 후 동시 시청자가 9천명이되었다.

음산한 배경 음악?

공포감을 자아내는 기괴한 스토리?

가끔 들리는 누군가의 비명 소리?

그딴게 무슨 공포인가?

이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공포였다!

생각이 똑바로 박힌 방송인이라면 자신에게 닥친 일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모를 리 없다.

그리고 유나땅은 영세하게나마 한국 버튜버 방송을 견인하고 있다 자부하는 방송인

방금까지 오들오들 떨던 겁쟁이 스트리머는 사라지고, 기회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게임을 공략하는 게이머가 된 유나땅은 아리아의 차분한 보이스를 배경 음악 삼아(실제로 디스코드 마이크 음성을 200% 설정해두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차분하게 게임을 진행했다.

“네, 이 시점에서 알게 되겠지만 결국 딸은 아버지를 사랑했어요.”

“그게 비극인 거죠. 21번 문서를 다시 읽어보실래요? 그런 결말을 암시하는 단어들이 있었기에 이렇게 연결이 되는거죠.”

“소녀는 꽃을 접고 또 접었죠.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그리고 아리아는 그런 유나땅의 진행을 도왔다.

공포로 마비된 뇌가 스토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시청자들도 이에 따라오지 못하는 흐름이 된 것을 느낀 그녀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주었다.

숙련된 이야기꾼처럼

공포 게임 치고 읽어야 할 텍스트 분량이 많은 게임의 연결고리를 맞춰주면서 이해를 도왔다.

무섭게 생긴 귀신은 죄책감이 빚어낸 공포였고, 주인공의 일가에 닥친 비극을 차분한 목소리로 읽어주는 아리아 덕분에 유나땅은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공포 게임 초보 유나땅은 아리아와 함께 엔딩 크레딧을 보게 되었다.

“이래서 이 게임의 공포 게임 분석 영상을 만들 때는 조심스럽게 진행했답니다.

스토리 짜임새가 좋은데, 분해해서 맛을 버려버리면 안 되잖아요?”

“아, 아리아님...”

유나땅은 동시 시청자 1만5천을 찍은 자신의 숫자를 보고 놀라지 않았다.

아리아가 함께 하는데, 이 정도야 당연한 일이었다.

국적조차 명확하지 않은 아리아의 깜짝 등장에 그저 놀라고 고마워할 뿐이었다.

“정말 우연히 제 콘텐츠로 공포 게임을 도전하는 분을 보게 되었고, 확실히 이 게임을 할 때 만든 영상은 공포 분쇄라는 제 가이드 기본을 지키지 못한 것 같아서 이렇게 서비스를 하게 되었네요.”

“어,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그럼 방송 열심히 해주세요. 이만 가볼게요~”

폭풍처럼 나타나고 폭풍처럼 사라졌다.

홀로 덩그러니 남게 된 유나땅은 1만 6천이라는 믿을 수 없는 숫자의 시청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가까스로 인지했다.

­방장 정신 차려!

고정 팬들이 보낸 1만원 도네이션에 가까스로 정신 차린 그녀는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아리아님이 만들어 주신 기회다.

놓칠 수 없다!

“안녕하세요! 저는 황송하게도 아리아님의 방문을 받은 버튜버 유나땅이라고 합니다!”

뭐부터 하지?

아리아님 찬양 방송?

그래 그거부터 하자

그림이라면 먹고 살 만큼 벌 수는 없지만, 그래도 15년 동안 동인 활동을 한 이력이 있는 만큼 자신이 있었다.

“지금부터 지고하고 아름다우신 아리아님의 헌정 그림을 그린 후! 아리아님의 곡들을 커버하는 쇼 타임을 가질게요!”

한국에도 버튜버는 있다고!

그게 바로 유나땅이라고!

그렇게 당당하게 외친 유나땅을 돕듯 평소에 놀리기 바쁜 악질 시청자들도 트위치 구독권을 통 크게 선물하면서 방장의 성장을 도왔다.

그 스트리머에 그 시청자라고

이게 보통 기회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시청자들 또한 있는 돈 없는 돈 능력껏 털어가며 아리아의 온기가 남아있을 때 유입들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리아의 방문 직전 트위치의 개인 소속 버츄얼 스트리머 유나땅의 팔로워 숫자는 5 천명이었다.

그러다가 공포 게임 콘텐츠를 진행하다가 아리아의 방문을 받은 후 그녀의 팔로워 숫자는 3만 4천명

자그마치 7배에 가까운 성장을 이루어 내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해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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