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화 〉 29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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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버튜버 커뮤니티는 드디어 선라이즈가 특유의 쇄국 정책을 풀고 다른 회사의 버튜버와 무소속 버튜버와 콜라보 하는 것을 받아들였다! 하며 축제를 펼칠 무렵
한국의 버튜버 커뮤니티는 다른 규모의 축제가 일어났다.
최근 들어 선라이즈의 버튜버들은 물론이고 큰 회사의 몇 명 버튜버가 혐한 움직임을 하면서 ‘니들은 일본인 방송인 방에 들어가서 죠센징 소리 듣고 싶냐’는 비아냥을 받을 정도로 암울한 바닥에 갑자기 선라이즈 소속 버튜버 아리아가 나타나 ‘방송 힘내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부드럽고 유창한 한국어
한국인이라면 100% 한국인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그런 말로 말이다.
거기에 총 여덟 번의 채팅을 보내는 동안 100만원의 후원금을 쏘았는데, 금액 단위가 ‘원’이었다는 게 포인트였다.
아리아 사실 한국인 아니야?
선라이즈 KR 나오나?
이런 의견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최근 방송 보는 것에 시들해진 이들도 다시 흥미를 느낄 만큼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자기네들끼리 떠들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게임 회사가 게임 광고를 위해 버튜버를 고용해서 진행하는 만큼 방송을 보지 않은 오타쿠들도 이번 사태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유입이 들어오니 노를 젓기 위해 키리누커들은 물론이고 일러스트레이터나 간단한 만화를 그리는 동인들이 버튜버 영입을 위해 가이드를 만들게 되었다.
그렇게 축제는 일어났다.
일본 쪽에 일어난 축제가 유원지에서 진행하는 퍼레이드 급 축제라면, 한국 쪽에 일어난 축제는 브라질 쌈바 축제 부럽지 않을 정도로 오타쿠 판은 물론이고 인터넷 방송인들을 보는 커뮤니티 판에도 크게 번졌다.
‘그게 뭔데 씹덕아’
‘오타쿠는 지들 보는 대로 꺼져’
‘버튜버 눈알 징그럽다 그만 좀 가져와!’
물론 선동과 날조, 어그로로 인해서 이미지도 나빠지는 일이 있었지만 결국 이런 불쾌한 관심도 일종의 흥행세가 되어 커뮤니티에 크게 번지게 되었다.
이런 축제판 속에서 가장 날아오른 방송인이 있었으니, 그녀는 당연히 버튜버 유나땅이었다.
‘아리아님의 인증을 받은 버튜버’
‘아리아님이 강림하신 영험한 곳’
‘아리아님에게 응원 받은 스트리머’
업계 거물의 강림으로 분위기가 타오르다 못해 녹아버릴 것 같은 텐션을 가지게 된 유나땅은 정말 예능신이라도 강림했는 지 매 방송마다 신입들을 휘어잡는 미친 포텐셜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미친 입담으로 재미를 끌었던 점프킹 스트리밍 방송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갈고닦은 노래 실력 자랑
왠일인지 평소보다 피지컬이 올라간 것 같은 협곡 방송
그리고 아리아의 공포 게임 가이드를 보고 도전하는 또 다른 공포 게임 방송
한 번 진행하는 방송마다 수십 개의 재미있는 클립 각이 나왔으며, 기존 시청자들 또한 유나땅의 성공을 축하해주면서 충신과 간신 사이를 오가면서 유나땅을 도왔다.
버튜버에 제대로 모르던 오타쿠와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버튜버라는 특이한 방송이 자리잡히게 되며 버튜버 시청자들은 많지만 정작 버튜버가 적었던 한국에서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아리아의 방문 때문인 건 아니지만, 트위치에 나타난 일본 초대형 기획사 소속 버튜버의 등장으로 인해서 한국 버튜버 판이 크게 달아오른 것은 맞았다.
다른 판이면 모를까, 버튜버 판에서 아리아의 인지도는 그만큼 있으니 말이다.
“그레도 트위치는 안 갈거에요.”
“당연하지.”
“거긴 너무... 매워요.”
아리아의 방송은 매혹적인 구미호 컨셉을 잡는 주제에 은근히 순한 맛이었다.
섹드립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유나 본인이 야한 토크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물론 오늘 밤 누나랑 놀아볼래? 이런 식으로 섹시한 대사는 잘하지만, 야한 토크가 섞인 드립을 제대로 거르지 못해서 언제나 시청자들의 슈퍼챗을 읽을 때는 신경을 쓰면서 읽는 편이었다.
그래서 생긴 이미지가, 뭐든지 다 잘하고 남자도 잘 꼬실 것 같지만, 정작 알고 보면 남성과 사귄 경험이 적은 푼수 구미호 내지는 순진한 구미호라는 이미지가 박혔다.
물론 이러한 이미지가 생기는 게 싫어서 ‘나 남자 잘 알아’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뻔하게 보이는 거짓말의 결과는 언제나 똑같듯 본전도 못 찾고 시청자들에게 모쏠 구미호라고 놀림 받으며 ‘아리아가 사실 알고 보면 굉장히 조신한 여우더라’하는 이야기가 퍼졌다.
이는 러스트 방송은 물론이고, 마인 크래프트 방송을 통해서 짓궂은 선배들의 섹드립 트랩을 피하지 못하고 파는 그대로 밟는 모습을 보여주며 ‘부끄러움에 울먹이는 구미호’ 같은 키리누키 영상이 50개가 넘게 만들어지고 나서 ‘나 모쏠이다!’라고 밝힌 웃픈 에피소드가 있는 아리아다.
그렇기에 유튜브와 비교할 수 없는 매운맛 드립이 난무하는 트위치에 자신이 잘 적응할 리 없었다.
매니저로서, 또한 버튜버로서 그 정도 감각은 있는 유나는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생긴 건 가지지 못한 게 없는 여자같은데, 정작 연애 한 번 못해본 푼수라니.”
“아, 아니거든요?”
“설마 매니저인 언니 앞에서 거짓말할 생각이야?”
“...”
유나가 이상한 데 자존심 세우길 좋아한다는 것을 다시 깨달으며 유키하라는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괜히 언니에게 덤볐다가 본전도 못 찾은 유나는 회사 회의 기록을 살펴보며 최근 동향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역시 지표가 오르네요.”
“아무리 선라이즈 세계관이 좋다 하더라도, 늘 똑같은 조합만 보면 사람들이 물리잖아.
옛날이라면 모를까, 요즘에는 성공한 일러스트레이터나 동인 작가들이 버튜버 판에 직접 탈을 쓰고 그림 방송을 하는 시대에 엄격하게 콜라보를 제한하는 건 멍청하지.”
“아, 하긴 최근 코모레비가 성우분하고 같이 라디오 합동 방송 하는 거 보고 참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응, 버튜버라고 꼭 영상 출연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우리 버튜버들도 슬슬 연기 경험과 연예 경험이 쌓이면 그쪽으로 진출해도 괜찮지.
이나리를 보렴.
버튜버 이나리도 재미있지만, NHK 고정 프로그램에 나오는 고정 게스트 이나리도 인기가 좋다는걸?”
버튜버가 하나의 플랫폼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플랫폼에 나간다.
최근 들어 뉴스에 나타나기 시작한 메타버스 시대의 선두 주자라고 할 수 있는 버튜버 산업에는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그러기에 이전처럼 방송에만 집중하지 않아도, 이런 다양한 일거리와 경험을 하게 된 버튜버들은 자신의 방송에 풀 여러 재미있는 경험담을 만들어낸 후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방 안에서 겪을 수 있는 경험만으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도 인터넷 방송인의 재능이지만, 역시 폭넓은 경험과 그곳에서 오는 다양한 영감으로 인해서 그런지 이전에 비해서 토크력이 확연하게 올라간 몇 멤버들은 구독자가 많이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방송당 슈퍼챗 비율이 높아진다는 식으로 착실하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요즘 회사가 안정되어서 그런지 새로운 도전에 많이 응원하고 있더라고.
이번에 수록 스테이지 바꾼 거 알지?”
“네, 오늘 온 것도 그거 점검하려고 온거잖아요.”
드디어 아리아의 3D 아바타가 완성되었다.
원본의 방송 모델과 살짝 다른 디자인이지만, 자그마치 300만엔이 들어간 아바타다.
그리고 이에 맞춘건지는 몰라도, 회사에서도 설비에 큰 투자를 하게 되니…
그것은 다름 아닌 스테이지용 트래킹 바디 슈트와 새로운 엔진의 도입이었다.
“모션 캡쳐가 없는 건 아쉽지만.”
“우리 회사 버튜버가 몇 인데, 그건 무리지.”
“그러면 들어가 볼게요.”
스튜디오 앞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유나는 준비가 되었다는 말에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갔다.
평소 녹음을 위해 찾아오는 스튜디오가 아닌, 버튜버들이 무대를 위해, 혹은 3D 아바타를 다중으로 사용하는 방송을 위해 사용하는 특별 스튜디오였다.
유나는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3D 아바타는 유나도 처음이었다.
이전에 언니가 몇 번 하는 걸 본 적이 있었지만, 이런 기계를 자신이 몸에 붙이고 움직일 날이 올 것이라 전혀 생각하지 못한 그녀는 스튜디오 안에 들어가서 장비를 착용했다.
그리고 장비를 통해서 나타난 가상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미국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에 다니던 3D 제작팀이 만들었다고 하는 아바타는 다른 모델과 차원을 다른 안정감을 보였다.
현실의 움직임이 가상에 반영된다.
이전에는 얼굴이라는 조그만 면적에 한해서 드러났지만, 지금은 몸 전체가 그녀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
화면 속 구미호가 꼬리를 살랑거리면서 움직인다.
손으로 만든 여우 모양도 흉내 내고, 그녀의 급격한 움직임에도 머리카락이 자연스럽게 출렁거린다.
모델 제작자가 이 여우 머리카락과 꼬리의 출렁거림에 사활을 걸었는지, 머리카락은 거의 현실처럼 움직였고 꼬리는 그녀가 취하는 골반의 동작에 따라 움직였다.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꼬리의 개수가 조절되고, 발레를 하듯 큰 동작으로 뛰어다녀도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어마어마한 기술과 돈이 들어간 최신 아바타를 손에 넣은 아리아는 뒹굴어보기도 하고, 탭댄스를 추기도 하고, 영화 속 캐릭터처럼 춤추기도 해보았다.
그러다가 한참 연습 중이던 춤을 추기 시작했는데, 꼬리 덕분인지 큰 스테이지에 혼자 있어도 전혀 부족하지 않아 보일 정도로 볼륨감이 풍성했다.
“와...”
같이 있던 기술 스태프가 감탄을 터트릴 정도로 유나의 아바타는 완벽했다.
아무리 회사의 시설이 현재 업계 최고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연간 유지비가 천만 엔 단위로 나올 정도로 어마어마한 것도 있지만
결국 방송에 쓰이는 개인 아바타는 버튜버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었다.
그러기에 변태적일 정도로 디테일을 따라한 해외산 아바타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이게... ‘그 회사’의 힘?”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여우 꼬리는 가늘어보이지만 요망했다.
예전 협곡에서 가상 아이돌 그룹을 선보였을 때도 이만큼 기술력은 가지지 못했다.
그때의 영상을 입을 벌리고 보았던 유나는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모니터 속의 또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며 당당하게 미소 지었다.
“언니, 저 라이브 마려워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아니 우리도 마찬가지야.”
유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유키하라 매니저와 다른 스태프들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단한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정도로 대단할 줄은 몰랐다.
그런 생각을 공유하며, 시범 삼아 유나가 준비했던 첫 댄스곡을 재생하였다.
이윽고 화면 속의 구미호가 힘찬 스텝을 밟으며 춤추기 시작한 모습을 본 이들은 유나의 퍼포먼스, 그리고 그 퍼포먼스를 100% 재현해주는 기술의 위대함을 보고 몸을 떨었다.
‘이거 가지고 실패하면 병신 천치 머저리다’
화면 속에서 윙크하는 구미호를 본 유키하라는 자신의 버튜버, 아니 아이돌을 바라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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