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2화 〉 301화.
* * *
[아이돌의 덕목은 귀여움이다.
적어도 일본 문화권에서는 그렇다.
귀엽기만 하면 어설픈 춤솜씨와 숙련되지 못한 노래라도 팬들과 함께 성장하는 아이돌! 이라는 느낌으로 얼버무릴 수 있다.
마치 일본에 유행했던 아이돌 마스터 시리즈처럼, 팬들과 함께 성장하는 아이돌이라는 느낌의 표어는 실제로 잘 나가기도 했다.
특히 지하 아이돌, 즉 언더그라운드로부터 시작하는 일종의 낭만적인 서사시를 꿈꾸는 아이돌 팬들에게 있어서 아이돌이란 말 그대로 펜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에 이르어서는 조금 다르다.
아이돌이란 현대의 모든 기술이 들어간, 젊음을 자기관리로 불사르고 나서야 완성되는 존재였다.
앨범을 낼 때만 빛나고 잠깐 반짝이다 사라지는 어설픈 아이돌들이 아닌 진짜 일류 아이돌들은 데뷔한 지 5년이 지나도 철저한 자기관리로 언제나 어디에서나 완벽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다.
카메라가 닿는 곳에 있는 한 아이돌이란 가장 완벽하고 빛나는, 문자 그대로 우상(Idol)같은 존재였으니 말이다.
우리가 아리아의 퍼포먼스에서 느꼈던 이질감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선라이즈의 시청자들이라면 노래 실력파를 꼽을 때 코모레비와 아리아를 맨 앞에 두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실제 두 사람의 작품은 버튜버만 보는 오타쿠들 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에서도 먹히는 대단한 솜씨이니 말이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완벽한 아이돌을 꿈꿨던 코모레비에 비해서 아리아의 아이돌 이미지는 상당히 약하게 다가왔다.
딱히 그녀의 청초함(물론 나는 이것에 동의하지 않지만, 적어도 나모 사장의 기준으로는)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다.
아리아의 완벽주의 때문이다.
그녀는 게임을 하면 강한 승부욕을 보이고, 무언가에 도전하면 항상 끝을 보는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다.
방송에 항상 베스트 퍼포먼스를 보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그녀의 방송은 다소 인공적인 느낌을 받을지언정 항상 숨가쁘게 재미를 눌러담은 매력이 넘치니 말이다.
뛰어난 피지컬과 냉정한 승부욕
1초 차이로 많은 결과를 바꾸는 결정적인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그녀의 담대한 심장은 실력파 게임 스트리머로서 훌륭한 덕목이니 말이다.
여기서 앞서 말한 이질감이 나온다.
아리아의 완벽에 가까운 모습은 일본에서 보는 아이돌 보다는 한국에서 보는 아이돌에 가까웠다.
카메라가 닿는 곳에서는 항상 최고의 모습을 보이고, 귀여움을 받는 대상보다는 존경을 받는 대상에 가까운 그런 모습 말이다.
그러기에 나는 어제 보았던 아리아의 3D 데뷔 무대는 내가 본 무대 가운데 가장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아마 올해의 버튜버 업계의 화두는 아리아의 300만엔이 넘어가는 아바타가 선보이는 화려한 퍼포먼스로 불타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 확실히 Kpop 아이돌을 생각하니 아리아가 떠오르네
이전 유리아와 코모레비, 그리고 클레스타인의 라이브에서 느꼈던 느낌이 아리아의 무대에서는 확 와닿았어.
완벽한 카메라 워크, 마라토너에 비견가는 폐활량, 그리고 요망스러운 꼬리까지
아리아는 우리를 지배하려고 온 구미호가 맞아.
평소의 그녀는 ‘나는 쿨해 멋져’라는 느낌에 가까웠는데 어제의 그녀는 귀여움 그 자체였어
나는 아리아의 바보 같은 웃음소리를 듣고 모니터에 머리를 박았어.
[아리아의 아바타 논란은 이것으로 종결
팩트1. 일단 선라이즈는 계약을 맺는 순간 버튜버에게 아바타를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음. 자세한 계약은 회사 비밀이라서 알 수 없지만 수익의 일정 %를 아바타 제작 비용으로 지출하는 구조임
팩트 2. 그런데 아리아의 계약은 이러지 않았음. 회사가 영세했던 1기생 라인은 모를까, 2기생부터는 하나의 테마를 잡고 모델러 한 팀에게 의뢰하는 방식으로 쳬택해왔는데 아리아는 단독으로 데뷔한 케이스라 아바타 조항이 없었음
팩트 3. 그래서 아리아는 따로 아바타 제작을 의뢰함. 근데 그녀가 찾은 팀은 어마어마한 금액을 요구했고, 아리아는 그 금액을 달성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했음.
그리고 그들은 추정 2만5천 달러를 요구했고, 그에 걸맞는 작업 속도와 완성도로 보답했음.
팩트 4. 그 덕분에 그녀의 선배인 GB 1기생들에 비해 빠른 속도로 3D 아바타가 나온 것임.
회사의 계약에 따라 활동했을 뿐이고, 그녀도 어제 데뷔 방송에서 선배들보다 먼저 3D로 데뷔해서 아쉽다고 말했음. 그러니까, 회사가 GB 1기생들을 차별하는 게 아님
팩트 5. 아리아의 꼬리 무빙은 총 11개의 패턴을 가지고 있는데, 꼬리가 세 개인 삼미호 모드와 하나인 일미호 모드에는 패턴이 9개와 5개로 줄어들음. 그리고 꼬리의 복슬복슬함 정도도 조절 가능하다고 했으니 아리아의 꼬리가 움직이는 걸 잘 지켜보자.
(수정 1)
아리아의 데뷔 방송 후 GB 선배들의 반응이 여기에 있음.
마나
엘리야
클라티에
에오스&셀레네
(수정 2)
아리아가 덮고 있는 상의는 탈의가 가능함.
데뷔 방송에서는 부끄러워서 못 열었다는데, 상의를 탈의하면 가슴골이 보인다는 듯]
제발 아리아님 상의 탈의좀 제발.
아리아 가슴 J컵 아님? 진짜 웅장해진다.
그래서 결국 회사의 차별 대우가 아니라 계약의 특이함이었네
ㄴ그게 결국 차별이지. 왜 아리아만 특별하게 취급함?
ㄴㄴ동기 없이 홀로 데뷔할만한 실력이었지.
아리아 특혜 너무 심한 거 아님? 솔직히 대단한 건 알겠는데, 그래도 단체로 움직이는 선라이즈의 기수 문화를 혼자 흐리는 것 같음
ㄴ아리아와 함께 데뷔하려는 사람이 불쌍하지 ㅋㅋ 게임, 노래, 토크, 외국어 능력, 이슈 다루는 능력, 클립 각 만드는 거 괴물인 사람하고 평생 비교 당할 건데.
ㄴㄴ일단 아리아하고 같이 데뷔하는 순간 아리아 채널 성장속도 보다가 위염와서 퇴사할 듯
아리아 단독 데뷔는 아리아를 위한 게 아니라 다른 후배들을 위한다는 게 학계의 정설
[속보 – 아리아 구독자 235만명 돌파]
[아리아의 의상 패턴에 대해 Araboza.]
[아리아 3D 의상 팬아트 모음(19)]
[아리아 번역 영상 링크 모음]
[아리아...]
아는 사람끼리 선라이즈 최종 병기라고 부르는 유나의 3D 데뷔 방송의 후기들을 읽은 코이즈미 이사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최근 들어 워낙 바빠져서 그녀를 챙기진 못했지만, 아리아의 뉴스 정도는 꼬박꼬박 챙겨보는 코이즈미는 [초회 한정 예약 생산 특판 여름의 비키니 아리아 ver]의 피규어를 품에 껴안고는 소파에서 뒹굴거리기 시작했다.
버튜버 산업을 이끌어가는 기업의 이사치고는 주책맞은 행동이었으나, 보고할 때 마다 이런 추태를 부려서 그런지 코이즈미 이사의 기행에 익숙해진 유키하라는 그녀를 무시하고 책상 위에 기획서를 제출했다.
“유나가 아무리 이사님 최애라고 해도 그렇지, 당시라면 모를까 이제는 선라이즈의 브랜드 가치를 올려줄 버튜버가 많이 성장했는데, 아직도 그러세요?”
“흐흐흐, 헤헤헤헤.”
체통 잃은 코이즈미의 모습에 유나의 바보같은 면을 읽은 유키하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면접에서는 그토록 존경하는 젊은 천재 커리어우먼같은 모습을 보였던 코이즈미 이사가 답도 없는 오타쿠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왠지 그녀와 이야기 할때마다 지능 스탯이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유나라는 카드가 있는 이상, 우리는 이제 끝이야 끝.”
“끝이 난 건 이사님의 체통 아닐까요?”
“다른 건 다 몰라도 버튜버 보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아리아 = 아이돌의 끝판왕이라는 이미지가 생긴 이상 이제 게임은 끝이야. 최고의 버튜버 아이돌을 보유한 곳이 어디냐고 물을 때, 우리 회사는 당당하게 아리아를 가진 선라이즈죠!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되었지.”
“...아이돌, 그게 중요해요?”
“유키하라, 요즘 비소속 버튜버들이 돈을 벌면 뭐부터 하는 줄 알어? 3D 아바타를 위한 저금을 하고 있다고.
우리 회사의 버튜버처럼, 근사한 3D 라이브를 열어서 춤과 노래를 선보이면 구독자가 3만 명 5만 명씩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버튜버가 곧 아이돌인 건 아니지만, 가장 성공한 버튜버들은 모두 아이돌의 길을 겸업하고 있다는 흐름이 만들어진 지금 상황에, 아리아의 성공적인 3D 데뷔와 환상적인 구독자 증가는 화룡점정을 찍은 거지.”
“요컨대, 퍼스트 무버의 움직임을 만든 게 중요하다. 이건가요?”
“이제 버튜버의 성공 모델이 우리 회사가 된 거라고!”
소속 버튜버 숫자로 따지자면 선라이즈는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활동 버튜버 대비 구독자 숫자로 따지자면, 선라이즈는 업계 최고를 달리고 있었다.
즉 버튜버의 본질을 놓고 봤을 때, 인터넷 방송인이긴 하지만 ‘아이돌’을 지향하고 아이돌로서 활동한다는 모델이 성공했다고 보면 되었다.
마치 맥주의 레시피는 다양하지만, 독일의 맥주에는 반드시 물, 효모, 맥아, 홉만이 들어가야한다는 맥주 순수령처럼 ‘버튜버의 성공 모델은 다양하지만, 가장 성공한 버튜버들은 아이돌을 겸해야 한다’라는 사실이었다.
“...어라?”
“올해가 가기 전, 아리아가 일본 1위 구독자인 마녀의 260만 숫자를 돌파하겠네.
축하해, 일본에서 활동하는 버튜버 중 최고 구독자를 보유한 버튜버를 담당하게 된 매니저가 된 사실을 미리 축하할게.”
“... 아리아가 일본 최고군요?”
“소속은 GB지만, 그녀가 일본에서 활동하는 사실을 누가 몰라?”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버튜버가 일본 최고라는 말에 유키하라는 살짝 생각이 멈췄다.
뭐 그래, 아리아가 대단하긴 하지.
그런데... 이렇게나 대단하다고?
유일무이한 유니크한 존재라는 건 알고 있지만, 이건 좀... 예상 밖이었다.
“확실히 대단하긴 하네요. 그런데 애초에 3D로 데뷔한 다른 버튜버들도 많았는데, 왜 유나의 성공에 이사님이 평소보다 체통을 잃을 만큼 좋아하시는지 모르겠네요.”
“기술 제휴.”
“아!”
“유나의 어제 3D 모델링과 그것을 받쳐주는 선라이즈의 기술력은 다른 회사들보다 한 발 더 앞서 나갔다고 자부할 수 있게 되었지.
이제 본격적으로 버튜버에 투자하려는 회사들이 우리에게 메일을 보낼거야.
제발 어제 아리아의 환상적인 라이브를 선보일 수 있는 귀사의 기술에 대해 알려주옵소서, 하고 보낼 거라고.”
띠링
“바로 이렇게 말이야.”
생각해보니 버튜버는 단순히 예능인을 키우고 육성하는 일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것을 활용할 기술 투자가 뒷받침이 되어야 했다.
개인으로 선보일 수 없는 새로운 기술 말이다.
최고의 아이돌, 최고의 기술력, 최고의 버튜버 회사
세 단어가 머릿속에 이어지자, 유키하라는 왠지 메일에서 돈 냄새가 나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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