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촉촉한 입안에서 민트 향기가 진하게 배어났다. 남자의 젖은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두툼한 혀가 치열을 훑고 입안을 유린했다. 입술이 부르트다 못해 헤질 것 같았다. 글록의 방아쇠를 잡아당기던 손가락이 음부의 마른 속살을 파고들 때 연조는 그의 가슴팍을 밀어낸 뒤 뺨을 후렸다.
냉랭한 눈길이 몹시도 신경질적이었다. 앙칼진 표정을 지은 탓에 폭력적으로 굴까 봐 두려움이 들었다. 연조는 고민 끝에 그를 치우기 위해 입술을 뗐다.
“씻고 와.”
따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남자는 군말 없이 일어나 샤워실로 향했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한창 나다 말고 문이 열렸다. 침대에 누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던 연조가 화들짝 놀라 그를 보았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몰골로 그녀를 보던 남자가 배스 가운만 하나 덜렁 걸치고 나왔다.
등이 언뜻 비칠 때마다 뱀 문신에 시선이 갔다. 경추의 한 뼘 아래에서부터 요추까지. 잘록한 허리에 꼬리를 말고 있는 뱀은 뿔 없는 용이라고 했다. 그의 조직에 몸담는 자들이라면 표식으로 달고 있는 것이라고 했으나 연조의 입장에선 흉물스럽기 그지없었다. 시선이 등에 닿은 것을 모르는 기조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왜?”
아연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그가 쇠줄을 풀고 그녀를 달랑 안아 들어 올렸다. 주인 손에 목덜미가 붙잡힌 개의 기분이었다. 발목을 내려다보았다. 벌겋게 성을 내는 살갗이 미세하게 경련했다. 정수리 위로 물이 쏟아져 내렸다.
입고 있던 배스 가운을 벗어 내동댕이친 남자가 그녀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연조가 그 손을 걷어내려 하자 남자는 눈썹을 좁혔다. ‘나중에’ 이 말을 몇 번 했는지 모르겠다. 서너 번의 경고와 서늘한 눈길이 닿자 그제야 손을 거두고 샴푸를 짰다. 젖은 머리카락에 샴푸가 닿았다. 하얀 거품이 보글보글 일었다. 연조는 몽롱한 정신으로 남자가 목욕 시중을 드는 것을 받았다. 기분이 묘했다.
부드러운 손길이 긴 머리카락과 두피를 차례로 훑었다. 물줄기가 귓등을 흐르고 지나갔다. 남자는 귓바퀴에 맺힌 물방울을 혀로 핥으며 꼼꼼히 그녀를 씻겼다. 그러고 나서는 욕조에 몸을 담갔다. 타원형의 욕조는 온수로 가득 차 넘치고 있었다. 연조를 안은 남자가 욕조 안에서 그녀를 부둥켜안고 느리게 입을 맞췄다. 입술 끄트머리부터 축축하고 봉긋한 윗입술과 아랫입술까지.
등에 닿는 가슴팍의 굴곡이 선명했다. 벌어진 어깨처럼 탄탄한 양 가슴이 어깨 전체를 감싸 안았다. 연조는 그녀의 팔을 안은 두툼한 팔을 내려다보았다. 엉덩이를 깔고 앉은 허벅지에 이물감이 느껴졌다.
염증이 나는 얼굴로 미끄덩거리는 그것을 꾹 눌렀다. 그러자 귓가에 더운 호흡과 함께 신음이 들려왔다. 묵직한 음이었다. 연조는 눈꺼풀을 깜빡였다. 색깔은 생각보다 발그스름했고 크기는 양손으로 잡기에 버거울 만큼 두꺼웠다. 입안이 탔다.
검은 음모 아래 남성적인 그것이 탐욕스레 대가리를 치켜들었다. 젖꼭지를 만지작거리는 손을 흘긋거렸다. 입술이 순례하듯 목덜미와 어깨에 닿았다.
“넣을게.”
언제는 말하고 넣었나. 연조는 대답하지 않았다. 젖은 입구에 좆이 비집고 들어왔다. 한 뼘씩 파고들 때마다 호흡이 떨렸다. 가슴을 잡았던 손이 음부 안으로 들어왔다. 손가락이 음핵을 꼬집고 비틀었다.
“앙, 읏, 하윽…….”
손가락으로 음핵을 튕길 때마다 비음이 샜다. 허리를 뒤틀었다. 찌릿한 쾌감이 외음부에서 발끝까지 퍼졌다. 발가락이 곱아 들었다. 음부에서 엉덩이로 이동한 손이 양 볼기를 가득 잡아 벌렸다.
“아, 흐윽, 하지, 하지 마…….”
꿈지럭대던 손으로 그의 팔을 잡았다. 남자는 양껏 볼기를 주물럭거리다가 제 물건을 더욱 세게 쑤셔 넣었다. 마침내 가득 찼을 때 연조는 울고 말았다. 눈물이 줄줄 새어 나왔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 하응!”
입매가 일그러지고 덩달아 낯이 구겨졌다. 쾌감에 음부의 속살이 벌벌 떨렸다. 구멍이 오물거리며 게걸스레 좆을 집어삼켰다. 질구 안으로 들어선 기둥이 느리게 피스톤질을 하기 시작했다. 기둥이 한 뼘씩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할 때마다 그것을 문 질구가 움찔거렸다.
“흑, 흐윽……흐윽. 아무, 아무것도 안 했잖아.”
타액으로 벌건 입술이 종알거렸다. 허리를 들썩이며 질구를 쑤시고 있던 기조가 형형한 눈을 빛내며 귓바퀴를 물었다. 춥춥, 빨아당기는 소리가 야했다. 그는 안고 있던 여자를 일으켜 세운 뒤 상체를 숙이게 했다. 연조가 싫다고 도리질을 하자 그가 강제로 등을 굽히게 만들었다.
자연스레 엉덩이가 쭉 내밀어졌다. 수치스러워 낯이 달아올랐다. 이를 갈며 울어댔으나 그는 개의치 않았다. 발기한 물건이 우람했다. 곧은 선단이 선홍빛이었다. 굵은 기둥의 대가리가 뱀처럼 움직였다. 허벅지 안쪽이 파들파들 떨렸다. 남자가 입구를 만지작거리더니 구멍과 소음순에 제 것을 문지르며 감각을 즐겼다.
“그거 알아?”
또 무슨 개소리를 할 심산인가 싶어 힘이 빠졌다. 연조는 욕조를 흘리는 제 울음이 청승스럽다 여기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여기 진짜 예뻐.”
“뭐?”
“예쁘다고. 오물거리는 거 안 보이지?”
“제발 닥치면 안 돼?”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허리를 움직이던 그가 소리 내 웃었다. 낮은 웃음소리가 욕실 안을 울려 퍼졌다. 연조는 훌쩍이다 말고 악에 받쳐 그의 팔뚝을 잡고 긁었다. 철퍽이며 회음부와 부딪히는 소리가 야했다. 구멍 안에서 애액이 흘러 미끌거릴 때마다 화가 났다.
“임신하면 죽여 버릴 거야.”
“애 보고 나서 죽이면 안 되나? 보고 싶은데.”
“싫다고 했어. 너도 싫고! 나 닮은 애도 싫다고!”
“그럼 나 닮은 애는?”
“그것도 싫어!”
꽥 소리를 질렀다. 좆이 구멍을 후빌 때마다 얼얼한 감각이 퍼졌다. 허리를 뒤틀 때마다 엉덩이가 굼실거리며 움찔거렸다. 성마른 표정을 한 그가 연조를 돌려세웠다. 그리고는 씩씩대는 여자를 안고 침실로 돌아왔다. 침대에 쿵 하고 쓰러진 그가 연조를 안고 낄낄댔다. 쇄골에 닿는 호흡이 간지러웠다.
“사랑해.”
“징그러운 소리 하지 마.”
“왜? 왜 사랑한다고 하면 안 되는데. 너도 나 사랑하잖아.”
“내가 언제 사랑한다고 했어?”
연조가 발작처럼 그를 밀어냈다. 남자는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그러고는 음부에 개처럼 코를 박고 킁킁대기 시작했다. 음핵을 문 입술이 젖꼭지를 빠는 어린애처럼 힘찼다. 이로 살짝 깨물며 자극을 주다가 성이 난 돌기를 살살 돌리며 손가락으로 질구를 헤집었다.
“흐, 흐으으. 뭐, 뭐 하는 거야. 더럽게, 더럽게…….”
더럽단 말만 나왔다. 누가 봐도 더러운 일이기도 했다. 더럽단 말을 할 때마다 손가락이 억세졌다. 좁은 안을 들락거릴 때마다 애액이 질금질금 흘러나왔다. 손가락의 개수가 점차 늘었다. 턱이 벌벌 떨렸다. 침이 입술 밖으로 샜다. 그가 손가락을 돌리며 비좁은 안을 쑤셨다.
“아!”
스팟이 눌러졌다. 간신히 참고 있던 것이 터질 것 같았다. 새어 나오는 교성에 남자가 웃었다. 그가 웃을 때마다 음부가 더운 숨을 데워졌다. 연조는 제 밑을 빨아 먹는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눈물이 줄줄 샜다. 손가락으로 느리게 피스톤질 하던 그가 점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일어나 그녀를 어린애처럼 달랑 안아 들고 가랑이를 벌리게 했다. 반쯤 얼이 나간 연조가 고개를 젖히고 그의 팔뚝에 매달렸다. 다정한 입술이 이마와 눈가에 차례대로 입술을 맞춘 뒤 음부를 찰싹 때렸다.
가랑이 사이가 발발 떨렸다. 남자의 손가락이 미친 듯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아, 아! 아! 흐으앙! 기조야, 기조야! 잠깐! 아, 잠깐!”
사출된 정액이 뻐끔뻐끔 새 나오던 입구가 애액으로 포말이 일었다. 숨을 헐떡이던 연조가 자지러지며 도리질을 했다. 손이 어느새 젖꼭지로 향했다. 그것을 본 기조가 그녀의 손을 걷어내며 젖꼭지를 빨아주었다. 커다란 남자가 제 젖가슴에 달라붙어 젖무덤을 빨아 당기니 기분이 이상했다.
쾌감에 사지를 뒤틀던 연조가 그를 끌어안고 사정했다. 허리가 휘며 벌어진 음부에서 물줄기가 튀어 올랐다.
“아, 흐윽! 하아앙!”
물에 빠진 사람처럼 그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눈가는 젖어 범벅이 되었고 전신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연조는 헐떡이며 울음을 웅얼거렸다. 난삽함에 음부가 경련했다. 가랑이가 제대로 모아지지 않았다. 그는 한참 만에야 그녀를 침대에 누이고는 제 기둥을 질구 안으로 꽂아 넣었다. 묵직한 고환이 음부에 비벼졌다. 그가 골반을 흔들 때마다 요부가 생각났다. 사내인 주제에 가뭇한 얼굴에 피어난 미소는 허리가 찌릿할 정도로 관능적이었다.
젖은 머리칼을 헤집으며 민트 향이 나는 입술을 머금었다. 몇 달이 흐른 것도 아닌데 어느새 이런 행위에 익숙한 자신이 이상했다. 연조는 질구 안을 제 기둥의 집처럼 여기는 남자를 떼어내며 애를 썼다. 그러나 그는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거짓말을 했다.
“힘들어. 네가 너무 커서 아프단 말이야.”
퉁을 주듯 말했다. 그러자 그가 군말 없이 떨어져 나갔다. 그래도 그녀를 안은 팔을 풀지는 않았다. 연조는 숨을 고르며 그가 잠들기를 기다렸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곁을 메우는 호흡이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발목을 움직였다. 쇠줄이 채워지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떨어진 옷을 주워 입었다.
침실을 나가기 전 거실에서 들려오던 소리를 기억했다. 덜그럭거리는 소리였다. 아마도 예라, 아니 숙자가 마저 치우지 못한 주방을 치우는 소리인 것 같았다. 그녀를 생각하자 긴장이 되었다. 연조는 삐거덕거리는 몸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
몇 년 만의 해후일까. 연조는 여자를 마지막으로 본 해를 반추했다. 싱크대 앞에서 그릇을 정리하던 여자가 뒤를 돌았다.
“저기.”
“…….”
“저, 저…….”
“하실 말씀 있으세요?”
“네. 그게, 그게.”
말더듬이가 된 기분이었다. 하긴 연조는 언제나 기조의 애인들 앞에서 말더듬이가 되었다. 예전에는 또래 여자들 사이 있는 게 편했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로는 그 반대가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남자들이 편한 건 또 아니었다. 물론 눈앞의 여자보다, 이런 여자들보다 이인혁이 편하긴 했다.
“밖에, 그러니까, 지금 제가 제정신이 아니라서요. 제가 여기 온 지 얼마나…….”
“사흘이요.”
입안이 까슬까슬했다. 연조는 헐어버린 여자의 낯을 보며 손가락을 꿈지럭거렸다. 식은땀이 나는 피부의 표면을 훑을 때마다 무지근한 감각이 물씬 피어올랐다. 나신으로 빨간 하이힐만 신은 채 그에게 안겨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이 여자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았다.
“네……. 그렇군요.”
“얼굴. 우스워졌죠?”
불현듯 여자가 물어왔다. 흘깃거리던 시선을 느낀 탓일까. 연조는 겁먹은 표정으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두 눈에 차곡차곡 쌓인 악의를 가늠할 수 없었다. 처음으로 거울을 뒤집던 날을 생각했다. 이 여자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무리 이 여자를 미워해도 근원에 닿을 수는 없는 일이다. 연조는 보기보다 비관적이고 염세적인 여자였다. 그러나 한기조를 사랑하여 제 못난 얼굴이 미운 것을 다른 사람 탓하고 싶지 않았다.
“아뇨, 아뇨. 안 그래요. 저는, 저는 그냥…….”
주섬주섬 변명을 늘어놓으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노려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당황하지 않았다. 연조를 싫어하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이유였다. 한기조가 유난스럽게 구는 상대라서.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 특별히 두드러질 것도 없는 주제에 그가 안달을 냈기 때문에. 단순히 애인인 그녀들이 아닌 상대와 각별한 사이여서 그런 것이 아니다.
차라리 인정할 만큼의 특별한 무언가를 가진 여자라면 그토록 모욕적이지 않았을 텐데. 상대가 송연조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문제였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서…….
그러나 한기조는 이따금 겁을 먹었다. 조바심을 내기도 했다. 말쑥하게 잘생긴 낯을 일그러트리고 귀가 웅웅거릴 정도로 분을 내기도 했다. 대체로는 이해할 수 없었고 납득할 수 없었다. 이해하길 포기하니 모든 게 쉬웠다. 수시로 여자들을 바꿔 데리고 다니며 아끼는 척 과시하고 특별하다는 뉘앙스를 풍기다 연조가 어떤 관심도 보이지 않으면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취급했다.
숙자는 그가 수시로 바꾸는 여자 중 하나였다. 이 여자를 유독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은 어느 날의 해프닝 때문이었다. 연조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자에게 조심스레 말을 붙였다.
“저기.”
“…….”
“그때, 그때가 마지막이었던 거 같은데.”
숙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카락 사이로 헐어버린 피부가 드러났다. 연조는 그것을 보는 게 힘들어 시선을 내리깔았다. 야윈 윤곽에서 오래되지 않은 과거를 끄집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때가 마지막이었죠.”
“…….”
“내가 이렇게 되지 않았던 때요.”
여자가 웃었다. 서늘한 미소였다. 두 눈에는 악의가 보이지 않았다. 연조는 시린 눈을 깜빡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