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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악당들-36화 (36/547)

나의 악당들 036화

10. 지하 4층⑴

할로겐 전구의 흐릿한 빛과 음울한 냉기가 흐르는 좁은 방.

꼬리뼈가 욱신거린다.

아, 의자 겁나 불편하네.

“마지막으로 조카를 본 게 언젭니

까?”

“헤어지기 전에 한지원 양과 어떤 대화를 나누셨죠?”

“주변에 기억에 남는 특이사항은 없었습니까?”

몰라.

모른다고, 이 새끼들아. 아무것도 기억 안 난다고.

다들 눈깔 치워, 제발.

집에 가고 싶어. 이불 뒤집어쓰고 숨고 싶다고.

짧은 벨소리.

화면에 뜬 텍스트는- 복학하라고? 흐, 개 같은 소리 하네.

끼이익.

아, 또 저 소리. 듣기 싫은 소리.

피를 말리는 소리.

경첩에 기름칠 좀 하지.

어?

“야, 김승수.”

“누나?”

“김승수.”

“••••••누나.”

“이, 이-”

별이 번쩍거린다.

와.

우리 누나, 아직 젊구나. 손맛이 살아 있어.

“여보, 그만해.”

“놔! 저거, 언젠가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죽여 버릴 거야!”

“처남 잘못 아니야, 제발.”

“한두 번이 아닌데, 저거랑 엮이면 매번 이러는데! 어떻게 저거 탓이 아니야!”

“그만해! 일단 나가자. 처남, 나중 에 연락할게.”

아녜요, 형님. 제 잘못이 맞아요.

“미안해요, 미안해.”

하늘과 땅이 뒤집힌다.

이불이 질질 흘러내리는 매트리스 와 사진이 띄워진 컴퓨터 책상.

익숙한 내 방.

아니, 익숙하다고?

전역하자마자 들어온 자취방이 익 숙할 리가 없잖아.

메모장 파일 하나를 끌어다 빈 바 탕화면 중앙에 올려두었다.

알트 탭.

화려한 금발과 눈부신 벽안을 가 진, 천사 같은 얼굴.

채 꽃을 피워내지 못한 소녀가 물 기에 흐려진다.

지원아, 미안해.

떨리는 손이 완강기 지지대를 더듬 는다. 흐려진 시야 너머로 매듭이 완성된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바보처럼 중얼거리며.

나는 의자를 걷어찼다.

“허윽.” 벼락이라도 맞은 듯 벌떡 일어난 나는 얼른 주변을 살펴보았다.

좁은 방이었다.

짹짹거리는 새소리가 들려오는 천 장, 눅눅한 지푸라기가 삐져나온 침 대, 구석에 잘 정돈된 짐들, 희미한 탄내, 창백한 새벽 햇살이 흘러들어 오는 창문.

그리고, 건너편 침대에서 색색거리 며 잠들어 있는 소녀, 엘렌.

녀석의 평화로운 표정을 보니 절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온다.

“후우.”

근데, 으- 머리는 왜 이렇게 아프 지? 꿈을 꾼 것 같긴 한데 통 기억 이 안 난다.

마음 한구석이 무거운 걸 보면… 그저께 있었던 일 때문에 악몽을 꿨 나 본데.

내가 죽인 사람들, 그리고 나 때문 에 죽은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이 뒤 늦게 기지개를 켠 걸까.

문득 든 생각인데- 혹시, 꿈이 기 억나지 않는 건 캐릭터 시트 때문이 아닐까?

이 세상에 떨어진 이후, 잠이 들 때마다 캐릭터 시트가 눈앞에 나타 나곤 했다. 그건 꿈이랑은 조금 달 라서, 의식도 뚜렷하고 기억도 선명 했다.

그래서 캐릭터 시트 때문에 다른 꿈들은 기억에서 지워지는 건 아닌 지 의심이 든다.

아, 캐릭터 시트 얘기하니까 생각 나네.

이틀 전에 있었던 전투 덕에 난 12레벨이 되었다.

이건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얼추 계산해 보기로, 하수도를 나온 뒤의 내 경험치는 고작해야 2천도 안 되 었기 때문이다.

포이즌의 경험치를 700, 아니, 엘 렌과 나누었을 테니 420 정도로 계 산하고, 나머지 깡패들의 경험치를 합산해도 3천에는 훨씬 못 미쳤다.

12레벨이 되기에 필요한 경험치가 3,600인 걸 고려하면 1000에 가까 운 경험치가 부족했는데 뜬금없이 레벨이 올랐다.

이상한 일은 또 있었다.

패시브 스킬, ‘흐르는 피’에 공짜로 1점이 더해진 것이다.

거기에 더해 레벨이 오르며 얻은 스킬 포인트까지 추가로 찍어서 ‘흐 르는 피’의 숙련도 점수는 벌써 5점 이 되었다.

1천에 달하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경험치와 자동으로 강화된 ‘흐르는 피’ 스킬.

게임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들이었다.

대체 왜 이런 일들이 생겼을까?

이 문제에 대해서 홀로 고민한 끝 에, 내가 임시로 내린 결론은 ‘수련 에 의한 성장’이었다.

일단 경험치.

내 현재 경험치가 3천에 못 미치 리라 예상한 이유는 살상하며 얻은 경험치만 계산했기 때문이었다.

즉, 그라니아와의 대련이나 깡패를 두들겨 팼던 것 등은 경험치를 계산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내가 레벨 업한 것을 보면, 어쩌면 그러한 것들을 통해 1000에 이르는 경험치를 얻은 것인지도 모 른다.

그리고 ‘흐르는 피’ 스킬.

‘흐르는 피’는 패시브 스킬이니만 큼 가장 많이 활용된 기술이었다.

특히, 포이즌과의 전투에서 독기를 몰아내기 위해 체내의 혈액을 적극 적으로 통제하기도 했다.

‘흐르는 피’가 생명력 회복을 촉진 시키고 스스로의 혈액을 통제하는 기술임을 고려하면, 포이즌과의 전 투를 통해 숙련도가 쌓인 건지도 몰 랐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이고, 왜 이런 이상한 일이 벌어졌 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이상한 일이 생긴 건 나 뿐만이 아니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엘렌을 바 라보았다.

새근새근.

역시 입만 안 열면 천사가 따로 없다니까.

평소에도 조금만 얌전하게 굴면 참 좋을 텐데. 뭐, 사나운 성격이 나름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 감수해 야 하나. 그래도 말은 좀 곱게 해주 면 참 좋겠다.

•••내가 얘 아빠도 아니고,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냐.

어쨌든, 엘렌은 이틀 전의 혈투 중 에 마법을 각성했다. 어떤 계기로 마법을 각성한 건지 의아했는데, 그 날 밤 곧장 의문은 풀렸다.

레벨이 13으로 올랐더라고.

정확한 메커니즘은 모르겠지만, 레 벨이 오르며 찍어둔 스킬 포인트와 스탯 포인트가 일부 반영된 것이다.

근데, 문제는 ‘일부만’ 반영되었다 는 점이다.

내가 찍어둔 건 스탯 포인트가 35 점, 스킬 포인트가 11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엘렌이 레벨 업을 하며 적용된 포인트는 스탯 포인트 16점, 스킬 포인트 6점이 전부였다.

나머지 포인트들은 적용되지 않고 도로 여분 포인트로 돌아온 상태였다.

곧장 다시 찍어주긴 했는데, 처음 만났을 때 그랬던 것처럼 아무런 변 화가 없더라고.

이런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어디 까지나 내 추측이지만-현실적으로 스탯이나 스킬이 하루아침에 폭발적 으로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 았다.

설명을 위해 극단적인 예를 들자 면, 만약 내가 엘렌을 처음 만났을 때 35포인트를 모조리 근력에 때려 넣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러면 근력 스탯이 20점을 넘었을 테니, 단숨에 초인적인 힘을 얻어야 했다.

근데 키가 150 남짓한 십 대 소녀 가 하루아침에 그런 무시무시한 근 력을 뿜어낼 수 있을 리가 없지 않 은가?

즉, 현실적인 변화를 위해 레벨 업 포인트들이 시간을 가지고 분배되는 것이라는 게 내 결론이었다.

지금의 엘렌은 전반적으로 스탯이 고르게 오른 상태였다. 근력이 3, 민첩이 1, 건강이 3, 마력이 1 올랐 고, 덕분에 겉보기로는 전혀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시간을 두고 시나브로 성장한 덕분 일 테지.

이유가 어찌 되었든, 별로 걱정할 바는 아닌 것 같다. 앞으로 레벨 업 을 몇 번 더 하다 보면 모든 포인 트가 적용되겠지.

그리고, 이제 엘렌은 ‘불꽃화살’, ‘불타는 무기’, ‘바람주먹’, ‘냉기분 사’까지 총 네 가지 주문을 다루는 어엿한 마법사가 되었다.

22점에 이르는 마력 점수와 타고 난 재능, 라-팔라이스 궁전에서 쌓 은 수련과 지식 덕분에 녀석은 금세 주문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흠, 녀석. 드디어 완드 받침대라는 오명을 벗어던졌구나. 물론 기쁘긴 한데, 내심 아쉽다. 놀리는 맛이 아 주 일품이었는데 말이야.

엘렌이 찔찔거리던 모습을 떠올리 며 실실 웃고 있는데.

“우음.”

작은 목소리와 함께 기다란 속눈썹 이 천천히 교차했다.

사파이어 같은 눈동자는 아침 햇살 에 물들어 옅은 회색빛을 띠고 있었 다.

“잘 잤냐?”

“어어—”

멍하니 눈을 깜빡거리던 엘렌은 이 내 화들짝 놀라더니 다급히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곤 눈가에 대롱거리던 졸음을 단숨에 털어낸 뒤 빼액 소리를 지르 는 것이었다.

“뭐, 뭐하는 거야!”

“아침부터 소리 지르면 목 다친 다.”

녀석은 내 말을 듣곤 몇 차례 헛 기침하며 잠긴 목을 풀었다.

“크흠, 큼.”

“어이구, 착하다.”

“아침부터 왜 남의 얼굴을 빤히 보 고 있어? 놀랐잖아!”

엘렌의 역정에 나는 하품을 하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악몽 때문에 *하암* 기분이 별로 였는데- 네 얼굴을 보니까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 그래서 잠시 멍때 리고 있었는데.”

“•••뭐, 뭐라는 거야. 잠 덜 깼냐?”

녀석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만 남 긴 채 모포를 끌어 올리더니 얼굴까 지 뒤집어 써버렸다.

“더 자려고? 슬슬 일어나야지.”

“내가 애야? 알아서 일어날 테니 내버려 둬.”

뭐라는 거야. 모포 때문에 웅얼거 리는 소리밖에 안 들리네.

나는 엘렌을 내버려 두곤 흉갑과 배갑을 어깨에 걸친 뒤 옆구리의 고 리를 걸었다.

이어서 견갑을 착용하고 가죽장화 위에 정강이받이를 덧대어 끈을 조 일 즈음. 그제야 녀석은 자리에서 비척거리며 일어났다.

부스스한 머리칼을 쓸어내리던 엘 렌은 내 쪽을 흘긋 돌아보았다.

“•••악몽 꿨어?”

“어.”

“무슨 악몽 꿨는데?”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고개를 내 저었다.

“몰라. 기억 안 나.”

“뭐? 기억도 안 나는데 악몽인지 어떻게 알아?”

“음. 그런 거 있잖아.”

나는 반대편 정강이받이를 조이며 말을 이었다.

“내용은 기억 안 나는데 감정은 남 는 꿈.”

“뭐야, 그게.”

“나도 잘 몰라. 잠자리가 바뀌어서 개꿈을 꿨나 봐. 넌 그런 적 없냐?”

녀석은 모포 안에서 꼬물거리더니 잠옷으로 입던 튜닉 대신 셔츠로 갈 아입었다.

그러곤 머리칼을 쓸어 옷 바깥으로 빼내곤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감정만 남는 꿈은 잘 모르겠는데. 명상 때문에 꿈을 거의 안 꾸거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명상을 하 면 꿈을 안 꿔?”

“명상은 스스로를 관조(觀照)하는 행위야. 꿈은 무의식이 의식에 스며 들며 생기는 현상이고. 명상을 하면 무의식과 의식의 괴리가 줄어드니 꿈이 적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지.” •••또 명상이니, 관조니 이상한 소 리를 하네. 단월드야, 뭐야?

“그거, 명상하느라 피곤해져서 푹 잠드는 거 아니냐?”

“•••그냥 말을 말자.”

녀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접 어두었던 바지를 펼쳐 들었다.

흐음. 이제 저 무시하는 시선도 썩 익숙해졌나. 기분이 별로 안 나쁜걸.

“슬슬 나가. 나 옷 갈아입게.”

“잠깐만 기다려. 나 벨트 좀 차고.”

내 대답에 엘렌은 괜히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짜증 나. 매번 이게 뭐야? 언제까 지 들러붙어 있을 건데?”

•••깔보는 눈은 익숙해졌는데, 저 어여쁜 말본새는 여전히 적응을 못 하겠다.

“갑자기 웬 딴소리야? 내가 언제 들러붙었냐?”

“딴소리가 아니라- 너랑 방 쓰는 거 불편하단 말이야!”

하, 누가 들으면 내가 억지로 제 방에 기어들어 온 줄 알겠네.

“2층이 홀랑 불타서 방도 부족하 고, 떨어져 있을 때마다 사고가 생 기니 같이 있기로 했잖아.” “그래도 이렇게까지 할 필욘 없잖 아.”

“내가 괜히 이러냐? 네가 걱정되니 까 이러는 거 아냐?”

엘렌이 대답 대신 입술만 삐죽거리 자, 나는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하아. 정 싫으면 그라니아네 방에 서 자라니까?”

“•••그 용병들이랑 어떻게 같이 자? 무슨 원한을 품었을 줄 알고?”

“걔들이 너한테 원한을 왜 품어? 뭐, 그럼 차라리 다리아,”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엘렌이 빽 고함을 질렀다.

“작부 년 얘긴 꺼내지도 마! 왜 매 번 그년 이름을 들먹여?”

“알았어, 알았어. 그럼 어떻게 해줄 까? 둘이라서 불편한 거면 루크 씨 한테 같이 묵자고 여쭤,”

“싫어! 시체 썩은 내 난단 말이 야!”

“야이씨, 말조심 안 해?”

하아.

입만 다물고 있으면 천사가 따로 없는데. 입만 열면 아주- 매콤하다, 매콤해.

“왜 그렇게 루크 씨한테 싸가지 없 이 구는 거야?”

“상의도 없이 사람을 끌어들인 게 누군데? 어디서 이상한 노인네를 끌 고 와선,”

“그만! 너, 루크 씨한테 또 시체니 노인네니 하면 진짜 화낸다?”

“뭐?”

순간, 엘렌의 얼굴이 다이나믹하게 일그러졌다.

“너 지금, 그 노인네 편드는 거 야?”

“편드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예의 는 지키라는 거지. 그리고, 노인네라 고 부르지 말랬다?”

“영금문 같은 교리를 따르는 놈한 테 예의는 무슨 예의?”

놈? 진짜 얘가 미쳤나.

화를 내려다 잠시 멈칫했다. 혹시 영금문이 이 세상에선 인식이 많이 안 좋나?

“영금문이 뭐가 어때서?”

“몰라서 물어? 영금문을 따르는 놈 들은 하나같이 염세주의, 선민의식 에 찌들어 있으면서 책임감 없이 입 을 놀리는 것들이야. 게다가 시체에 장난질하면서 불길한 주문이나 일삼 는 놈들이라고.”

“……루크 씨는 강령술사 아니거 내 반박에 엘렌이 코웃음을 쳤다.

“언데드만 안 다루면 괜찮다는 건 교회의 멍청한 생각일 뿐이야. 몸에 사기(邪氣)가 들끓고 있는데 강령술 사가 아니라니?”

어음, 이렇게 싫어할 줄은 미처 몰 랐는데…….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 네.

“끄응. 어쨌든, 한동안 동행하기로 했으니까 말 좀 조심해. 얘기해 보 면 알겠지만, 엄청 좋은 분이셔.”

“언제 봤다고 좋은 분이래?”

“그냥 말 한 번 나눠보면 알 수 있 잖아.”

“아하.”

엘렌은 한쪽 눈썹을 추켜세우며 고 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새로 영입한 주문 사용자라 이거지?”

“뭐?”

“홍, 내가 마법을 깨우친 게 천만 다행이네. 아주 짐짝 취급을 당할 뻔했어!”

아니, 갑자기 얘기가 왜 그렇게 돼? 그리고 말은 똑바로 해야지.

“짐짝 취급이 아니라, 진짜로 짐덩 이었으면서.”

“…다 들리거든?”

“들으라고 한 소린데?”

“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녀석은 아 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러곤 벌 떡 일어나 내게 성큼성큼 다가와 거 세게 정강이를 걷어차더니.

“O>|”

제 발을 감싸며 주저앉는 것이었다.

새삼 느끼는 건데… 이 녀석, 화가 나면 좀 멍청해지는 것 같다.

“너, 너어! 어떻게 나한테!”

“뭐. 니가 찼잖아?”

흐음. 눈물을 글썽이는 꼴을 보니 마음이 평온해지는군.

“정강이받이가 돈값을 하네. 하긴, 은화를 네 개나 냈는데 이 정돈 해 야지.”

“이, 이 멍청한 놈이-”

“먼저 내려가서 씻고 있을 테니 얼 른 내려와라.”

“안 가!”

나는 대답 대신 상큼한 미소만을 남기곤 방을 나섰다.

“야!”

등 뒤로 들려오는 날카로운 고함.

흥겨운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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