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악당들 037화
10. 지하 4층(2)
어두컴컴한 지하수로.
물방울이 돌바닥을 때리는 소리, 다 리 여럿 달린 벌레의 꿈틀거림, 멀리 서 들려오는 의미 없는 울부짖음.
하수도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 속에 서 긴장된 숨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 졌다.
잠시 이어진 침묵에 답답함을 느낀 궁수, 아르날이 작게 속닥거렸다.
“갑자기 왜 멈춘.”
“쉿!”
그라니아의 경고성에 아르날이 합 - 하고 입을 다물었다.
아르날은 명성 높은 사냥꾼인 할아 버지에게서 궁술을 배웠다고 들었다. 근데, 사냥꾼이면 궁술보다 인내심 이 더 중요한 거 아냐? 쟨 왜 저렇 게 성질이 급하지?
머리를 스치는 잡생각을 접어두며 나는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온 신경이 집중된 귀가 미세한 소 리를 잡아내기 시작했다.
“치직, 칙!”
거대한 설치류의 울음소리. 거기에 따르는 무리 지어 이동하는 기척.
나는 습격이 올 것임을 확신했다.
“랫맨 (Ratman) 이야- 이리로 온 다!”
“랫맨? 수는?”
“많은 것 같아! 엄청!”
“으, 제길. 또?”
후미를 지키고 있던 그라니아는 투 덜거리면서도 내 오른편으로 나섰다. 그녀가 방패를 치켜듦과 동시에 엘 렌은 망설임 없이 석궁을 쏘았다.
쨍, 화르륵!
내가 선 곳에서 불과 예닐곱 걸음 떨어진 곳에서 화염이 솟구쳤다.
윽, 조그만 화염병 주제에 뭔 열기 가 이렇게….
“얌마! 너무 가깝잖아!”
“어, 미안.”
저런 무성의한 사과라니.
.•.설마 아침의 일을 아직도 마음에 담고 있나?
‘아무리 삐졌어도 일은 제대로 해 야지, 이년아!’라고 고함을 질러주고 싶지만- 으, 다른 사람들 눈이 있어 서 참는다.
어쨌든, 엘렌이 만들어낸 불꽃 덕 에 나와 그라니아는 지하수로 한쪽 을 완전히 틀어막을 수 있었다.
따다다닥.
그 순간, 저 앞의 모퉁이에서 조그 만 형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바닥에 내려둔 황소눈 랜턴에 지저 분한 갈색 터럭이 비치자, 아르날은 망설임 없이 시위를 놓았다.
“찍!”
단말마와 함께 선두에서 달려오던 랫맨이 화살에 꿰이며 자빠졌고, 동 족들의 발에 무참히 밟히며 순식간 에 사라져 버렸다.
“계속 쏴!”
나는 고함을 지르며 장갑 사이에 조그맣게 틔워둔 흠으로 펄션을 찔 러 넣었다. 그렇게 칼끝에서 흘러내 린 피는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 던 것처럼 칼날 전체를 감싸 안았 다.
펄션이 요사스러운 핏빛으로 물드 는 와중에도 모퉁이에서 쏟아지는 랫맨들의 행렬은 계속 이어졌다.
랫맨은 쉽게 말해 두 발로 선 쥐 로, 내 허리 어림에 못 미칠 만큼 조그만 괴물이다. 하지만 그런 랫맨 이라도 저렇게 떼거리로 덤벼들면 극히 위험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었다.
게다가 놈들은 조악하나마 창을 다 룬다. 랫맨들의 머릿수를 고려하면 열에 하나만 피하지 못해도 바늘꽂 이가 되어버리는 것은 순식간일 거 다.
으, 안 되겠군. 많아도 너무 많아!
“루크 씨, 주문!”
“다들 표식을 쥐게!”
나는 그 말에 따라 방패 안쪽에 붙여둔 조그만 밀짚 공을 얼른 그러 쥐었다.
그와 동시에 루크 씨는 귀기 어린 목소리로 낮게 고함을 질렀다.
“Krik-iz bezdny, yaaal—!”
후웅!
‘야아아알-’하는 목소리가 길게 울 리고, 얼핏 시꺼먼 아지랑이가 지하 수로를 따라 터져나갔고.
“찌이익!”
“찌직, 칙!”
랫맨들의 얼굴에 흐릿한 마력이 들 러붙었다.
대부분은 발광하며 바닥을 굴렀고, 몇몇 놈들은 왔던 길을 되돌아 도망 쳤으며, 심한 놈들은 머리를 바닥에 박은 채 아무것도 못 하고 발발 떨 어대었다.
흑마법 주문인 ‘심연의 비명’이 가 진 효과로, 이차원에서 비롯된 미지 의 공포가 놈들을 휩쓴 것이다.
물론, 나를 포함한 동료들은 루크 씨가 준 표식을 소지한 덕분에 마력 에 노출되지 않았다.
루크 씨가 주문을 조금 빨리 발동 하여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표식 을 쥐지 못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흠, 고작 이틀째지만 나름 손발이 맞는걸.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짧게 외쳤 다.
“그라니아, 죽여!”
그와 함께 나와 그라니아는 기다렸 다는 듯 공포에 질린 랫맨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바닥을 기거나 등을 보이는 커다란 쥐새끼들을 처리하는 것은 간단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푸욱!
“찌 익!”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랫맨들의 목 을 찌르면서도 내심 혀를 내둘렀다. ‘심연의 비명’이 선보인 강력한 효 과 때문이었다.
‘심연의 비명’에 의한 공포는 무생 물이나 정신력이 강력한 대상에겐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랫맨처럼 쪽 수만 믿고 덤비는 놈들에겐 그야말 로 쥐약이란 말이지.
감탄도 잠시, 미친 듯이 얼굴을 털 던 랫맨들은 기어코 마력을 흩어내 고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치 익!”
“치찍, 찌지직!”
랫맨들이 재차 싸울 태세를 갖추기 시작하자 그라니아는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며 신중히 물러섰다. 나 역시 펄션을 길게 휘두르곤 뒤로 훌쩍 물 러 났다.
그렇게 불길 곁에 선 나와 그라니 아가 다시금 전열을 틀어막자, 아르 날의 화살과 엘렌의 바람주먹이 랫 맨들에게 쉴 새 없이 날아들었다.
랫맨들이 우수수 쓰러지고 흩어지 던 와중, 순간적으로 맹렬한 파동이 느껴졌다.
“Ventus, Ictum!”
짜랑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남다른 위력의 바람주먹이 커다란 파공음을 내더니 한 랫맨의 머리뼈를 깨뜨려 버렸다.
와그작!
이 자식, 또 오버하네.
“야! 마나 아끼라니까;”
“…이 정도는 괜찮거든?”
“엘렌!”
마법을 얻은 이후, 엘렌은 저도 모 르게 힘에 취해 주문을 난사하는 경 우가 있었기에 계속 신경을 써줘야 했다.
녀석의 마력 점수는 꽤 높은 편이
긴 하지만 그래 봐야 바람주먹 스무 방 남짓, 불꽃화살이면 예닐곱 방만 쏘아도 마나가 동나버리기 때문이다.
내가 언성을 높인 탓일까? 한껏 약해진 위력의 바람주먹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후웅.
묵직한 바람 소리와 함께 내게 달려 들던 랫맨 중 하나가 바닥을 굴렀다.
잠시 기절했던 놈은 잠시 후 비척 거리며 일어섰지만, 그러는 동안 놈 과 함께 덤비던 랫맨들은 모조리 시 체가 된 후였다.
써컥! 나는 뒤늦게 덤벼드는 놈의 목을 단숨에 날려 버리곤 주변을 둘러보 았다. 마흔 마리도 넘던 랫맨들은 대부분 죽어 있었고, 예닐곱 마리쯤 남은 잔당은 벌써 도망치고 있었다.
옆에 서 있던 그라니아가 칼날에 엉 겨 붙은 살덩이를 털어내며 물었다.
“쫓아갈 거야?”
“흠, 글쎄.”
나는 도망치는 놈들이 내는 발소리 에 귀를 기울여보았다.
게임 속에서의 랫맨은 꽤 귀찮은 존재였다.
무리를 사냥하다 한두 마리를 놓치 면 어디선가 제 동료들을 우르르 끌 고 오기 때문이다.
방금 덤벼든 무리도 두어 시간쯤 전에 놓친 랫맨이 이끌고 온 것이 틀림없었다.
“설마 또 다른 무리를 끌고 오진 않겠지?”
내 중얼거림에 대답한 것은 루크 씨였다.
“아마 아닐 걸세.”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아무리 랫맨이라도 쉰 마리가 넘 는 대규모 군집을 형성하는 경우는 무척 드물거든. 특히 하수도는 식량 으로 삼을 만한 게 많지 않으니 아 마 이게 끝일 걸세.”
“그렇군요.”
좀 아쉬운데. 놈들 꼬리를 잘라서 경비대에 가져가면 하나당 동전 한 푼씩 현상금을 주는데 말이야.
나는 내심 입맛을 다시다가 펄션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랫맨들의 발소 리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 이다.
“그럼 일단, 여기부터 대충 수습합 시다.”
내 선언 비스무리한 말에 파티가 금세 분주해졌다.
다크월드를 플레이하던 경험을 되 짚어보면, 파티사냥이 꼭 솔로잉보 다 좋은 것은 아니었다.
한 서버에 참여한 영웅의 수가 많 아질수록 적들의 공격력, 방어력, 체 력 등등 능력치 전반이 크게 싱•승하 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크월드 시스템상, 영웅의 수에 비례해 적들이 강력해지는 정 도가 무척 가파른 편이었다.
그래서 파티의 조합이 충분히 강력 하지 않다면 차라리 따로 사냥하는 게 나은 경우가 많았다.
쉽게 설명하자면, 두 영웅의 조합 이 시너지에 힘입어 2.5인분 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때만 효율적인 파티 사냥이 가능했다.
그러나 현실은 게임과 달랐다. 파 티의 수가 몇이든 적들의 강함 정도 는 일정하기 때문이다.
사실 당연한 소리지. 사람 수가 늘 어난다고 랫맨의 덩치가 갑자기 커 지거나 더 좋은 창을 들고나오는 건 아니잖아?
그런 이유로, 수가 다섯으로 불어 난 파티는 순식간에 하수도 4층까지 돌파할 수 있었다.
전사인 나와 그라니아, 궁수인 아르 날, 주문 사용자인 엘렌과 루크까지.
단순히 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나름 조합도 괜찮았기에 별로 위기 랄 것도 없었다.
‘인술’계열을 특화한 검객과 ‘기도’ 계열을 특화한 성기사까지 있었으면 그야말로 정석적인 파티 구성이었을 텐데….
물론, 지금도 충분히 안정적이긴 하다.
방패를 잘 다루는 그라니아와 초인 에 가까운 피지컬을 지닌 내가 전위 를 틀어막고 있어서인가? 좀처럼 위 험한 상황이 발생할 일이 없더라고.
게다가, 수가 많아서 생겨나는 이 점은 단순히 전투에만 있지 않았다.
소지할 수 있는 보급품의 종류나 양도 비약적으로 늘어났고, 이동 중 에도 여러 방향을 충분히 경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전장을 수습할 때도 적절히 분업할 수 있어서 일 처리의 효율이 높아졌다.
랫맨들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피 운 불에 물을 끼얹던 나는 수로로 다가서는 루크 씨를 발견하고 그를 만류했다.
“루크 씨. 그쪽 시체들은 제가 건 질게요.”
“음, 괜찮겠나? 물이 더러운데.”
“괜찮습니다. 칼로 건져낼 거니까.”
루크 씨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더 니 그라니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라니아는 랫맨들의 꼬리를 잘라 한데 모으고 있었고, 화살 회수를 끝마친 아르날이 그녀를 돕고 있었 다.
나는 수로에서 건져낸 랫맨의 시체 너덧 구를 한꺼번에 옮기다가 멀뚱 히 서 있는 엘렌을 발견했다.
녀석은 이런 일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기에 전장을 수습하는 동안 사 방을 경계하는 임무를 맡았다.
손바닥 위로 불꽃화살을 띄워둔 것 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도 혼자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니까 괜히 심술이 샘솟는군.
“ 야.”
내가 한껏 목소리를 내리깔자, 엘 렌은 흠칫 놀라더니 미간을 찌푸렸 다.
“무, 뭐? 왜?”
“•••후. 아니다. 조금 이따 얘기하 자.”
차가운 말투가 썩 효과를 발휘했는 지 엘렌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녀석을 뒤로하고 꼬리 없는 랫맨들 을 질질 끌고 가니, 시쳇더미 앞에 서 있던 루크 씨가 쓴웃음을 지었 다.
“자네도 은근히 못된 구석이 있 군.”
“못된 구석이라요?”
“미지(未知)는 사람을 고통스럽게 한다네. 저 보게. 엘렌 양의 번뇌가 여기까지 전해지지 않나.”
그 말에 홀긋 뒤를 돌아보니, 엘렌 은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으로 눈동자 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제대로 먹혔나? 뿌듯한걸.
나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애써 삼키며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일부러 그런 겁니다. 스스로 한 행동에 대해 생각해 보고 반성할 줄 도 알아야죠.”
“무슨 행동 말인가?”
나는 시쳇더미를 쌓아 올리며 미간 을 찌푸렸다.
“평소에 틱틱거리는 건 별 상관없 는데, 전투 중엔 그러면 안 되잖습 니까. 언젠가 사고라도 칠까 걱정도 되고요.”
“화도 나고?”
“뭐, 화까지는 아닌데….”
내가 말끝을 흐리자, 루크 씨는 조 악한 목창 서너 개를 발로 쓸어내며 말했다.
“그래도 상냥하게 대해주게. 성정 이 사나워 보이는 건 엘렌 양이 살 아온 인생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일 걸세. 누군가는 그 상처를 보듬어 줘야 하지 않겠나.”
“네? 하하, 벌써 그런 것까지 파악 하셨습니까? 이틀 만에?” 웃음기 섞인 질문에 루크 씨는 고 개를 주억거리며 썩 진중한 표정으 로 대답했다.
“그럼. 딱 봐도 알 수 있는걸.”
“하긴, 엘렌이 파악하기 어려운 캐 릭터는 아니니까- 그래도 너무 걱 정하실 필요는 없을 겁니다. 할 땐 하고, 필요할 땐 독해지는 녀석이 니.”
“물론 능력 같은 걸 걱정하는 건 아닐세. 나 같은 촌로가 어찌 감히 라-팔라이스 궁전의 마법사를 얕잡 아볼까. 다만… 주인 눈•치를 보는 새끼고양이처럼 구는 모습이 안타까 울 뿐일세. 보이는 바와 다르기도 하고.”
•••주인 눈치를 보는 새끼고양이라.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보신 것 같은 데.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루크 씨는 엘렌을 돌아보고 있었다. 그의 옅은 벽안엔 어느새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덧씌워져 있었다.
그는 경탄이 서린 목소리로 중얼거 렸다.
“무어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군. 빛 나는 원석? 거목의 새싹? 아니, 싱 그러운 꽃봉오리가 더 어울릴까. 얼 룩을 보니 인생이 썩 평탄치는 않았 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빛이 바래지
는 않았어.”
“누군가 잘 보듬어만 준다면 조그 만 얼룩 따윈 금세 털어낼 걸세. 그 러면 누구보다 순수하고… 강력한 영혼을 얻겠지.”
“또 그 말씀이시군요.”
영혼을 본다.
지구에서 이런 얘길 들었으면 웬 사이비가 헛소리를 하나 했겠지만, 루크 씨가 하는 말이라 마냥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루크 씨는-비공식 적으로-죽은 자를 조종하는 강령술 사잖아?
“볼 때마다 놀라우니까. 엘렌 양은 뭔가 특별한 혈통을 타고난 게 틀림 없네.”
그러고 보니 원소마법사 고유 시나 리오로 조상의 힘을 되찾는 퀘스트 가 있었지.
그 퀘스트 중에 용의 둥지를 털었던 걸 생각하면 아마 엘렌의 조상님은 뭔가 대단한 사람이었을 게 분명하다.
근데 엘렌을 볼 때만 저런 소리를 하시네. 난 뭐 없나? 포이닉스도 나 름 영웅인데.
“근데 루크 씨. 저는 뭐 다른 거
안 느껴지십니까?” “•••응? 무슨 말인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루크 씨가 마침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 영혼 말입니다.”
“아, 자네 영혼?”
•••뭔데. 왜 꿈에서 깨어난 것 같은 표정을 지어요. 괜히 기분 나쁘네.
“음, 특별한 건 모르겠는데.”
“•••그렇습니까?”
“그렇다네. 다만- 자네도 삶이 꽤 만만찮았겠구먼. 단단히 들러붙은 얼룩이 여럿 보여.” 얼룩이라. 기분 나쁘라고 한 소리 는 아니겠지만 어쩐지 찝찝한데.
근데, 루크 씨가 본 영혼은 누구의 것일까? 포이닉스? 아니면 김승수?
잘 모르겠다. 이 세상의 영혼이 맞 는지도 묻고 싶지만- 그럼 안 되겠 지?
내 오묘한 표정을 실망으로 이해했는 지 루크 씨는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아, 물론, 포이닉스 군 역시 고귀 한 혈통을 타고 난 게 틀림없네. 자 네는 내가 본 혈조술사(血操術師) 중 가장 뛰어난 육체를 지니고 있거 든. 어쩌면 신화 속 영웅인 자하크의 핏줄이 이어진 것일지도 모르지.”
내가 강아지도 아니고, 혈통 칭찬 이라니. 다른 의도를 가지고 한 말 은 아니겠지만, 기분이 좀 묘하다.
꼬리 없는 랫맨을 들어 올리던 루 크 씨가 문득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말해놓고 보니, 참 신기하군.”
“네? 어떤 게 말입니까?”
“자네와 엘렌 양 말일세. 천고에 다시없을 영혼과 영웅을 닮은 육신. 그런 둘이 만나 동료가 되다니, 기 이한 인연이 아닌가?”
그런 말을 하며, 루크 씨는 나와 엘렌을 번갈아 보았다.
그러곤 흘흘거리며 웃어 보였는데, 마치 뛰어난 예술품을 감상하듯 얼 굴엔 뿌듯한 기색이 만연했다.
•••이 할아버지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