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악당들 249화
50. 아수라장(3)
성하마을 모도스엔 빈 건물이 많 다. 원래 살던 주민들이 야반도주를 하거나, 흡혈귀로 변하거나, 아니면 그들의 먹잇감이 된 탓이다.
흡혈귀들의 우두머리였던 마티안베 르 백작과 그의 세 부인이 죽고 ‘옥 좌’가 파괴된 지금은 그나마 상황이 나아졌다.
특히 포이닉스 일행이 자리를 잡은 술집 거리와 왕의 기수들이 행정청 을 차린 상회 구역은 더욱 그랬다. 영지의 피난민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든 탓에 조금쯤 붐비는 감도 있었 다.
성벽에 가까운 외곽 지대는 여전히 인적이 드문 편이었다.
가진 것 없는 피난민들을 선량한 약자로 만드는 것은 병사나 용병, 자경단원들이지 본연의 심성이 아니 었다. 그러므로 비열한 강자들이 도 사린 골목길은 자연스레 사람들이 꺼리는 장소가 되었다.
순찰병이나 자경단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범죄도 심심찮게 일 어났다. 몇몇 건물은 도둑의 비밀창 고 내지는 은신처가 되기도 했다.
모도스 서쪽의 어느 건물도 비슷한 경우였다.
3층짜리 석조 주택은 신분을 증명 할 패가 없는 마법사 몇이 몰래 집 회를 벌이는 장소였다.
이러한 집회는 으레 불길한 소문을 홀리다 영주에게 발각되어 잔혹한 최후를 맞이하기 마련이었다. 그리 고 이 주택에 모이던 마법사들 역시 그 운명을 비슷한 형태로, 보다 빠 르게 맞이했다. 지난밤 찾아온 열두 명의 방문자에 의해서.
현악기의 음울한 곡조가 흘러나오 는 석조 주택.
3층 창가엔 외눈의 현상금 사냥꾼, ‘더크’가 앉아있었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창밖을 살피다가 피식 웃 음을 흘렸다.
“참나, 배짱도 좋군.”
“누구 말씀이십니까?”
“여길 차지하고 있던 요술쟁이들 말이야.”
말쑥한 인상의 청년 검사, ‘토비아 스’를 돌아본 더크는 창밖을 가리켜 보였다.
“이렇게 입지가 좋은 주택을 은신 처로 삼다니, 멍청한 건지 대담한 건지 모르겠다. 안 그러냐?”
“그렇긴 한데,”
토비아스는 연둣빛 보석이 박힌 퍼 멀에 손을 올린 채 흘끗 창밖을 살 폈다. 약간 경사진 언덕 위에 세워 진 건물의 3층이라서 그런지 모도스 의 풍경이 한눈에 보였다.
“경계병만 잘 세워두면 나름 쓸 만 한 은신처 같은데요.”
“요술쟁이들은 그러지 않았어. 멍 청한 놈들이었겠지?”
“그렇죠.”
신분패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마법 사는 꽤 유용한 존재다. 현상금 사 냥꾼 패거리인 ‘검은 늑대들’에겐 더더욱 그랬다.
외눈의 더크는 아쉽다는 듯 쩝, 입 맛을 다셨다.
“그래. 아무리 요술쟁이들이라도 그런 멍청한 놈들은 필요 없어.”
검은 늑대들의 방식에 따르면, 마 법사라면 일단 살려두고 써먹을 구 석을 찾거나 교회에 바쳐 현상금을 탔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럴 수 없었다.
소속 없는 마법사라면 경멸해 마지 않는 이들과 동행 중이었으므로. 음 습한 지하에서 보잘것없는 지식을 공유하던 마법사들은 목숨 한번 구 걸해보지 못한 채 시체가 되었다.
“……그건 그렇고. 슬슬 그 괴물을 쫓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토비아스가 말한 ‘그 괴물’이란 동 방에서 온 무승, 일진을 의미했다. 검은 늑대들의 의뢰주 중 하나인 아 센 후작의 지시에 따라 동행 중인 지고의 무인…….
“쫓아가서 뭘 어쩌게?”
“상황을 지켜봐야죠. 틈을 봐서 불 의 마녀를 붙잡고, 기회가 된다면 동료들의 원수도 갚아야 합니다.”
“아서라, 아서.”
더크는 미간을 좁히며 손사래를 쳤 다.
“인간 사냥하는 주제에 복수 운운 하면 단명한다.”
“현상금 사냥꾼이니까 더더욱 복수 를 해야 한다는 거죠. 롱빌에서 잃 은 동료가 넷입니다, 넷. 놈들을 내 버려 두면 검은 늑대들의 명성도 깎 이고 말 겁니다.”
“그건 네놈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 니 신경 꺼.”
더크는 단호한 말과 함께 슬쩍 홀 안쪽을 돌아보았다.
“……대장이 어련히 알아서 할 테 니.”
그의 외눈이 향한 곳엔 웬 사내가 앉아 비엘르(바이올린을 닮은 현악 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구릿빛 피부의 미남자는 목덜미를 덮는 회색 머리칼을 대충 갈무리하 여 묶은 채였다. 그 흐트러진 모습 이 진한 이목구비와 어울려 썩 우울 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는 가벼운 가죽옷을 입었고, 어 깨엔 조금 특이한 진갈색 망토를 둘 렀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일부러 난도질을 해둔 건 아닐까 착각할 모 양새의 망토였다.
그 외에 조그만 사슬로 엮은 은목 걸이나 검은색 반지 등도 눈에 띄었 지만, 나머지는 그저 평범한 용병이 나 떠돌이에 어울리는 물건들이었 다.
더크를 따라 다른 현상금 사냥꾼들 의 시선도 미남자에게 모여들었지 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비엘르를 켰다. 계단에서 세 마법사가 등장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오!”
세 마법사는 모두 라-팔라이스 궁 전에서 온 자들이었다. 선두에서 씩 씩거리며 고함을 지른 건 적갈색 로 브를 입고 붉은 나무 지팡이를 든 30대 중후반의 사내였다.
“마스터 하그니.”
더크는 마스터치곤 썩 젊은 마법사 를 보고 얼굴을 굳혔다.
하그니는 당대에 손꼽히는 천재 중 하나로 화염 마법과 대지 마법의 대 가였는데, 성격이 폭급한 탓에 모시 기 좋은 고용주는 아니었다.
“그 무승! 일진인가 뭔가 하는 무 승은 어디에 있소?”
“이미 짐작하고 계신 모양이지만, 그는 떠났습니다.”
“뭐-라고!”
마스터 하그니는 얼굴을 와락 일그 러뜨리더니 더크가 앉은 테이블을 쾅, 두드렸다.
“놈이 기어이 일을 쳤군! 당신들은 그걸 바라만 보고 있었고!”
“너무 성내지 마십시오. 아시잖습 니까, 그는 상상을 초월한 강자입니 다. 마스터의 일을 훨씬 수월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습니다.”
“내 일? 하, 그래! 궁전의 배신자
를 잡는 건 마땅히 내 일이지.”
일그러진 얼굴로 빈정거리던 하그 니는 쏘아붙이듯 말을 이어갔다.
“하면 당신들은? 당신네는 손 놓고 구경만 하다가 금화만 받아 갈 속셈 인 건가!”
“저희는 신중히 기다리는 것뿐입니 다.”
하그니가 얼굴을 붉히든 말든, 더 크는 까만 안대 아래를 긁으며 어깨 를 으쓱거렸다.
“여긴 왕의 기수들이 다스리는 영 역입니다. 이런 땅에서 난리를 피웠 다간 자칫 왕가에 반하는 세력으로 몰릴 수 있습니다. 그럼 궁전이나 저희나 무사하긴 힘들죠.”
“내 말이 그 말이오! 그 빌어먹을 무승이 난리를 피우러 가는 걸 말리 지 않았단 말이오!”
“그는 이방인입니다. 목적을 이룬 뒤 동방으로 도망치면 걱정할 일이 없습니다.”
“……뭐라고?”
“무승이 목적을 이루면 적의 숫자 가 하나 줄어들 테고, 그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는 이들도 몇 생길 겁니 다. 그럼 당신의, 아니, 그랜드 마스 터 갈나르의 의뢰도 수월하게 해결 됩니다.”
더크의 호언장담에 하그니는 일그 러진 얼굴 그대로 헛웃음을 터뜨렸 다.
“대륙 최고의 현상금 사냥꾼들이라 더니, 허술하기 짝이 없군. 배신자 에레나르와 그 일행은 뜬금없는 습 격을 받게 되는 거요. 그 결과로 어 떤 행동을 할 줄 알고 이렇게 느긋 하단 말이오?”
“마스터 하그니의 말대로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더크는 다시금 회색 머리칼의 미남 자를 곁눈질했다. 그는 여전히 음울 한 곡조를 연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변수가 아 닙니다.”
“그럼 뭐가 중요하단 말이오?”
“피투성이 검사 일행의 전력이죠. 강해도 너무 강합니다. 롱빌에서의 참사가 반복되는 걸 막으려면 이 정 도 인내심은 필수입니다.”
갈나르의 측근들과 검은 늑대들은 롱빌에서 포이닉스 일행을 습격한 전적이 있었다.
당시 그들은 거금을 들여 용병을 백 명도 넘게 고용했지만, 금발 마 녀의 화염구와 폭주하는 광전사에 의해 모조리 쓸리고 말았다. 그때 마스터 위달을 포함한 궁전의 마법 사 셋이 죽었고, 검은 늑대도 다섯 이나 죽었다.
일전의 실패를 상기시킨 더크는 팔 짱을 끼며 창밖을 턱짓했다.
“그 무승은 거대한 트롤도 주먹 한 방에 짓뭉개버리는 괴물입니다. 마 스터 하그니도 아시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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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면 포이닉스 일행의 전력에 유의미한 손실을 끼칠 수 있습니다. 운이 좋다면 빈사 상태로 골골대는 놈들을 쓱싹하고 불의 마녀만 챙길
수도 있겠죠.”
꽤 매력적인 구상이었기에 하그니 는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그즈음, 동쪽 저 멀리에서 폭발음 이 들려왔다.
“시작했나 보군요.”
“후, 어쩔 수 없지. 일단 지켜보겠 소.”
한발 물러선 하그니는 지팡이를 짚 은 채 창밖을 주시했다.
무승 일진과 포이닉스 일행의 전투 가 건물들 사이로 얼핏얼핏 시야에 스쳤다. 전투가 시작된 길드홀까지 의 거리는 족히 200미터도 넘었지 만, 언덕 위의 석조 주택은 시야가 썩 좋은 편이었다.
게다가 시뻘건 불길, 자욱한 흙먼 지, 검붉은 그림자 등을 배경으로 고함과 비명이 연달아 터지는 와중 이었다. 전황을 유추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밀리는 모양인데?”
하그니가 그렇게 중얼거릴 무렵, 현악기의 곡조가 그쳤다.
구석에 앉아 비엘르를 켜던 미남자 가 드르륵, 의자를 밀며 일어나 창 가로 다가섰다.
“아슈르 님.”
“흐음.”
아슈르라 불린 사내는 회색 머리칼 을 쓸어올리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피투성이 검사의 무리가 네 보고 보다, 세상의 소문보다 더 강한 모 양이다.”
“그렇습니까?”
“그래.”
호박색 눈동자를 보랏빛으로 물들 인 채 전투를 살피던 아슈르는 창문 틀을 툭툭 두드리다 입을 열었다.
“오늘 안에 일을 끝내야 할 것 같 군. 아니, 지금 당장.”
“그 말씀은?”
“복면을 써라. 두 번째 계획대로 움직여.”
“예.”
외눈의 더크가 곧장 일어나 2층으 로 내려가자, 토비아스를 비롯한 현 상금 사냥꾼들이 그 뒤를 따랐다. 궁전의 마법사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건 또 무슨 상황이오?”
“무승 일진이 밀리고 있습니다.”
아슈르는 말을 하는 와중에 확신을 잃었다. 저 멀리 흙먼지 사이에서 솟아난 황금빛 서광을 본 탓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 았다.
“피투성이 검사 일행의 피해가 생 각보다 미미합니다. 지금이라도 싸 움에 나서야겠습니다.”
“지금 장난하는 거요? 여긴 국왕의 땅이오! 라이오넬 3세의 영토라고!”
“그게 걱정되면 로브를 벗으십시 오. 복면을 쓰시고.”
“뭐, 뭐요-!”
모멸적인 말을 들었다는 듯 하그니 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자, 안광을 거둔 아슈르가 황금빛 눈동자로 그 를 돌아보았다.
“궁전의 적통을 제거하는 일이 쉽 고 깔끔할 줄 아셨습니까?”
“……궁전의 적통이라니. 에레나르 는 스승을 살해하고 금서를 탈취한 배신자일 뿐이오.”
“그리고 불의 마녀라고 불리는 강 력한 마법사이기도 하지. 심지어 그 녀의 동료들은 땅 위에서 가장 위험 한 짝패라고 불립니다.”
아슈르는 싸늘한 미소를 베어 물었 다.
“여러분께서 처음 의뢰를 제안할 때 했던 말을 기억하십니까?”
“당신네에게 의뢰를 넣은 건 내가 아니오.”
“비루먹은 용병 몇을 처치하고 마 법 하나 부리지 못하는 무능력한 계 집을 잡아 오면 된다고 했습니다.”
안구 안쪽까지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에 하그니는 마른침을 삼켰다. 아슈르는 여전히 미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계약을 파기하지 않는 것만으로 감사히 여기십시오. 그리고, 사냥개 만 부려 먹을 생각은 관두고 직접 달리십시오. 목표를 향해 직접 뛰라 고.”
“더크를 따라가십시오. 어떻게 움 직여야 할지 알려줄 겁니다.”
나지막이 말한 아슈르는 침묵하는 마법사들을 일별하곤 그가 앉아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깃털이 꽂 힌 검은 모자와 검푸른 빛깔의 활을 들고 다시 창가에 섰다.
“잠깐만. 그럼, 당신은?”
“질문은 나중에. 더크를 따라가십 시오.”
아슈르는 그 말만 남긴 채 휙, 몸 을 날려 창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니,”
마법사들이 당혹성을 낸 그때,
펄럭.
누더기 같은 망토를 활짝 펼친 인 영이 석양이 깔린 마을을 향해 활강 했다.
‘붉은 손아귀’.
혈투술 계열의 2랭크 스킬로, 실전 에서 써먹는 건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손바닥 전체에 날카로 운 이빨이 돋아난 감각이 더없이 생 소하고, 또 기묘하게 느껴졌다.
“커, 그흐윽-!”
아귀에 힘을 더하자 피라냐의 그것 처럼 날카롭고 빼곡하게 돋아난 이 빨들이 승려의 목을 걸레짝으로 만 들어버렸다. 단숨에 목젖을 찢거나 목뼈를 부러뜨릴 심산이었는데, 인 간을 초월한 육신은 그리 쉽게 끝장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붉은 손아귀 에 스며들자 승려는 이를 악물고 팔 을 휘둘렀다.
화르륵!
붉게 달아오른 장심이 사나운 열기 를 뿜었고, 난 승려의 목을 붙들고 있던 손을 놓으며 잽싸게 뒤로 물러 섰다. 근접전의 대가인 권법가와의 드잡이질을 오래 끄는 건 멍청한 짓 거리니까.
물론, 순순히 물러나진 않았다.
“흐압!”
거두었던 피의 칼날을 도로 길게 뽑으며 흐룬팅을 휘둘렀다. 열진장 의 장력을 아슬아슬하게 빗겨 간 검 격이 승려의 어깨를 향해 쇄도했다. 뒤로 물러나는 와중이었으나 흐룬팅 은 2미터도 넘게 길어진 상태였기에 거리는 충분했다.
“으그륵,”
승려는 뭉치의 독에 중독되고, 어 깨와 팔꿈치가 피보라에 너덜거리 고, 목젖 아래가 걸레짝이 된 와중 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뒷걸음으로 물러서는 동시에 주먹에 공력을 담아 내질렀다.
콰앙!
혈검과 금강권이 맞부딪쳤다. 폭탄 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강력한 반탄력이 전해져왔다.
5, 6미터쯤 뒤로 튕겨나 균형를 잡 는데, 손바닥이 아릿하다. 권세에 못 이겨 아귀가 찢어진 것이다.
한편, 승려는 서너 걸음쯤 물러선 채 가슴과 턱 아래를 두드렸다. 목 의 상처에서 피가 멎는 걸로 보아 점혈 같은 술수를 쓴 모양이다.
“……하, 진짜.”
눈을 불태우며 자세를 바로잡는 모 습에 한탄이 절로 터져 나온다.
“이건 좀 너무하는 거 아니냐?”
괴물 같은 신체 능력과 극한에 다 다른 정신력에 두려움을 느낄 지경 이다.
진심으로 사기가 꺾이려는 그 순 간, 엘렌과 헤일라의 공세가 이어졌 다.
“Archuire, ensa-ra!”
분노가 묻어나는 낭랑한 목소리에 이어, 뒤편에서 열기가 성큼 밀려들 었다. 흘긋 돌아보니 여남은 개의 불꽃화살이 허공에 뜬 채 이글거리 고 있었다.
황금빛 머리칼을 휘날리며 마력을 흩뿌리는 엘렌은 시동어를 뱉기 직 전 헤일라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헤 일라는 기다렸다는 듯 단검을 앞으 로 뻗었다.
쑤우웅!
피의 구슬 여섯 개가 일제히 승려 에게 날아갔다.
“ Q ” "司三
승려가 공력과 경계심을 잔뜩 담아 주먹을 움찔거렸다.
하지만 피의 구슬들은 그가 아니라 그가 선 땅에 내리꽂혔다. 그리고 덩치를 수십 배로 불리더니 반경 십 여 미터를 피로 물들이는 것이었다.
이어서, 바닥을 적신 피 웅덩이가 꿀렁 요동쳤다.
“……아미타불.” 불길한 느낌에 승려가 몸을 피하려 던 찰나 외곽에서 시작된 검붉은 파 문이 웅덩이의 중심을 향해, 승려를 향해 모여들었다. 찰랑거리는 피가 불쑥 솟아 승려의 발목과 종아리를 단단히 옭아매었다.
“읏,”
“Ignis!”
승려가 ‘피의 늪’을 떨쳐내기도 전 에 엘렌이 시동어를 외쳤다. 마치 마법의 사수들이 일제히 쏘아낸 것 처럼 열두 발의 불꽃화살이 승려를 향해 동시에 쇄도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혈기를 끌어올려 눈동자가 붉게 물 든 헤일라는 피의 늪을 운용하는 한 편으로 붉은 가시도 소환했다. 바닥 에서 솟구친 두 줄기 붉은 가시가 승려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었다.
“뒤져라-!”
나도 힘을 보태었다. 마력이 작렬 하는 한가운데로 달려들 수는 없었 기에, 손을 뻗어 피보라를 일으켰다. 승려의 상체를 물들이고 있던 피가 한꺼번에 터져 나갔다.
“끄흐읍!”
쾌가광-/
피, 불꽃, 연기, 먼지, 마력이 한데 모여 휘몰아쳤다. 난 제한된 시야를 대신할 다른 감각들을 곤두세우는 동시에 혼란을 틈탄 습격에 대비하 기 위해 거리를 벌렸다.
그러는 와중에도 엘렌과 헤일라는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눈에 새파란 기광이 서린 엘렌은 속사포처럼 주 문을 외워 화염구를 던졌고, 검은 머리칼을 일렁이는 헤일라는 피 웅 덩이 위로 붉은 그림을 그려댔다.
그 맹렬한 공세가 늦춰질 무렵.
쩌엉!
연기와 붉은 수증기 사이에서 강한 빛이 흘러나왔다.
황금빛 서광. 불길과 먼지가 단숨 에 물러섰다. 난 저 빛의 정체를 짐 작하고 무의식중에 욕을 지껄이고 말았다.
“……이런 X팔.”
마침내, ‘금광진기(金光眞氣)’를 두 른 승려가 반장을 한 채 모습을 드 러 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