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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악당들-430화 (430/547)

나의 악당들 430화

65. 봄의 절정(5)

근래 들어 동쪽에서 가장 명성을 떨치고 있는 건 세 명의 소년이었 다. 개중 둘은 롱데일에서 항전 중 인 백작들이었다.

란드리 변경백을 이어 새로운 고원 의 수호자가 된 가윈과, 에아본 후 작의 후계자이자 ‘아리아가의 어린 여우’라는 별명을 얻은 오스.

이 고귀한 소년들은 각자의 가신단 과 가병들을 이끌고 제국에서 가장 강대한 선제후와 맞서 싸웠다. 두 어린 백작이 이끄는 병력은 기껏해 야 일천 남짓이었기에, 아빌람버스 공작은 3월이 가기 전에 그들을 붙 잡아오라는 엄명을 내렸다.

그러나 두 소년은 부대를 기민하게 움직여 적의 주력을 피하고 유리한 상황만을 노려 전투를 벌였다. 결정 적인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어 떻게든 전력을 온존했고, 여전히 공 작을 성가시게 만들고 있었다.

가윈과 오스가 놀라운 분투를 벌이 고 있었지만, 열세 살의 어린 남작 이 펼친 전설적인 활약상과 비교하 면 조금 손색이 있었다.

델리로드의 영주이자 체더 성의 주 인인 루얀 남작에게는 믿음직스러운 가신도, 명령에 목숨을 내던질 가병 도 없었다. 그의 휘하엔 도적패에 가까운 징집병들과 초짜 용병들 뿐 이었다.

그러나 소년에게는 상식을 벗어난 용기와 사람을 잡아끄는 마력이 있 었다. 사람 보는 눈이 조금이라도 있는 자라면 그가 일세의 영웅이 되 리라는 걸 부정할 수 없을 정도였 다. ‘용의 후예’라 불리게 된 것도, 앤트럼의 군소 귀족들이 그를 중심 으로 뭉친 것도 당연했다.

내가 남겨둔 백여 명의 친병들 중, 우테콰이가 이끄는 절반도 루얀 남 작과 동행 중이었다.

힘을 갈망하는 어린 용에게 우레거 인은 훌륭한 조력자가 되어주었다. 모신의 분노를 대리하는 우레거인에 게 어린 용은 썩 괜찮은 길잡이였 다.

그들은 육백여 명의 병력을 하이캐 슬 주변에 흩어두고 유격전을 전개 했다. 안개를 누비며 열흘 넘게 제 존재감을 과시하던 루얀과 우테콰이 는, 3월 말에 접어들어 안개가 걷히 자 종적을 감추었다.

안개와 함께 사라진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죽음의 땅’ 아사그와 국경의 숲 젤른트리를 은신처 삼아 보급로를 털어대던, ‘거인기사’ 안키르 화이트 스톤과 ‘화가’ 휠테르 시모어의 중 기병대도 사라졌다.

오든록과 아비든 양 지방에서 보낸 병력도, ‘방패처녀’ 그라니아의 용병 대도, 헤일라가 이끄는 친병들도, ‘오만한’ 라이암 섬머송과 ‘새매기 사’ 지젤라 윙드가 이끄는 은왕자의 직속 부대도 사라졌다.

아니, 하이캐슬이 무너진 직후부터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흐음.”

다시금 지도를 훑어보았다.

고원 남동쪽에 치우쳐진 롱데일에 는 ‘가윈 600’, ‘오스 400’이라 적힌 말판이 나란히 서 있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위치를 알 수 없는 말판 일곱 개를 빈 곳에 하나씩 올려두었다.

‘루얀&앤트럼 550’, ‘라이암&지젤 라 500’, ‘아비든&오든록 400’, ‘안 키르 300’, ‘그라니아 150’, ‘우테콰 이 50’, ‘헤일라 50’.

“딱 이천이네.”

물론 추산에 불과하므로 정확히 이 천 명은 아닐 것이다. 천오백이 안 될 수도 있고, 이천오백이 넘을 수 도 있다.

이 세상에서 병력 이천이면 충분히 대군이라 부를만하다. 뭐, 황제와 자 카리스가 막 수만 명씩 동원을 해대 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보잘것없어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병력이야말로 아군의 마 지막 승부수다.

황제와 자카리스가 각각 오브도르 프와 고원에 도착하기 전에 마지막 패를 던져 전쟁의 향방을 결정해야 한다. 너무 늦어버리면 우리는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X발. 전혀 모르겠네.”

그도 그럴 것이, 울카르 왕자가 내 게 말해준 세부 계획은 아이스보발 트 점령이 마지막이었다.

-아이스보발트까지 점령하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합니까?

-경의 판단대로 하시오.

-……예?

-전황은 시시각각 변하는 법이니, 한 달 후의 미래를 어찌 알고 미리 명령을 내리겠소.

-아니, 전하. 그래도 기본방침 정 도는 정해주셔야죠.

-최선은 토팔의 백년성을 공격하 는 것이겠지만, 여의치 않거든 오브 도르프 전체를 장악하시오. 여차하 면 적의 뒤를 쳐도 되고, 정 안 되 겠다 싶으면 물러나도 좋소.

-그게 뭡니까? 선택지가 너무 많 잖아요. 맥락도 없고.

-말했잖소. 경의 판단하에 움직이 시오. 나는 경을 믿소.

-우리 왕자님, 또 큰일 날 소리를 하시네. 사람 그렇게 함부로 믿으시 면 큰일 난다니까요

왕자는 껄껄 웃기만 했다.

……물론 날 믿어주는 건 정말 고 마운 일이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귀띔 정도는 해줬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난 머리를 감싸 쥐고 울카르 왕자 의 계획을 추측해보았다.

기껏 내어준 하이캐슬을 되찾겠답 시고 다시 공성을 벌일 것 같지는 않았다. 맥없이 점령당한 파스트 지 방을 수복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만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 는 않았다.

“그렇다면 남는 건.”

적에게 점령당한 하이캐슬의 남쪽 과 북쪽에 차례로 시선이 간다.

칼날만 그리고 아사그.

어쩌면 울카르 왕자는…….

“나리.”

상념을 방해하며 집무실로 뛰어 들 어온 건 아이스보발트의 깡패두목, 젓갈장수 데오젠이었다.

“늦었어.”

“……그럴 리가 없습니다. 매더슨 의 말을 듣자마자 달려온,”

“잔말 말고 손이나 내밀어. 오늘은 특별히 손가락 하나로 봐줄 테니 까.”

내가 탁자에 기대놓은 검은 얼음에 손을 올리자, 놈은 얼른 입을 열었 다.

“제가 물어온 정보부터 들어보시겠 습니까? 매더슨을 대신 보낸 사정을 이해하게 되실 겁니다.”

“하. 뷜스루에의 대영주가 직접 군 대를 끌고 튀어나온 것도 몰랐던 주 제에, 뭐? 정보? 내가 네놈 감언이 설에 속아 쓴 돈을 생각하면-”

“나리께서 대주신 자금 덕분에 이 제야 귀가 트였습니다. 절대로 헛돈 을 쓰신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겠으 니, 말씀 올릴 기회를 주십시오.”

놈은 내 으르렁거림에도 얼굴색 하 나 변하지 않았다. 깡패 주제에 배 짱만은 웬만한 기사 못지않다.

괜스레 부아가 치민다. 진짜로 손 가락을 두어 개 잘라버릴까 싶기도 했지만,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다지 겁을 낼 놈이 아니라 관두었다.

“말해봐, 어디.”

내가 등받이에 기대며 손을 휘젓 자, 데오젠은 슬쩍 입술을 적시더니 보고를 시작했다.

“먼저, 최근 들어 나리에 대해 수 소문하는 놈들이 많아졌습니다.”

“……그게 이상한 일인가?”

내 입으로 직접 말하기는 좀 쑥스 럽지만, 나는 지금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하나일 거다. 나에 대한 소문에 귀기울이는 사람이 많 은 거야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 다.

“제가 의심하는 건 외지인들입니 다.”

“외지인?”

“예. 나리께서 아이스보발트를 점 령하신 이후로 외지인들이 꽤 많이 흘러들어 왔잖습니까.”

“그랬지.”

내가 ‘유사자유도시’라고 부를 만 큼, 아이스보발트는 길드를 중심으 로 한 공업 그리고 좋은 입지 조건 을 활용한 교역이 발달한 도시다.

그런고로 적의 세작들을 겁내어 성 문을 걸어 잠갔다가는 온갖 문제와 직면하게 된다. 식량이나 물자가 부 족해지는 건 기본이고, 밥벌이가 막 힌 장인이나 상인들 사이에서 불만 이 터질 게 뻔했다.

안 그래도 좋지 않은 민심에 기름 을 끼얹을 수는 없었기에 몇 가지 규칙-도시 내에서는 내 손바닥보다 큰 날붙이를 소지할 수 없고, 금속 제 갑옷은 모두 자경단에 맡겨야 하 는 등 아주 간단한 것들이다-을 세 운 뒤 개문을 허락했다.

“그렇게 들어온 외지인들 중에 장 사도 뭣도 않고 나리의 행적이니 거 처니 하는 것만 캐묻고 다니는 놈이 대충 서른쯤 됩니다.”

“그건 좀 수상하긴 하네.”

“그래서 애들을 풀어 모조리 붙잡 았습니다.”

“……뭐?”

난 어이가 없어서 입을 작게 벌렸 다. 그러거나 말거나 데오젠은 태연 히 말을 이어갔다.

“사흘쯤 잡아뒀더니 대부분 입을 열었습니다. 한 절반 정돈 각지의 영주들이 보낸 탐보꾼이었고, 나머 지는 의뢰를 받은 심부름꾼이었습니 다. 귀족 나으리들이야 하나같이 남 의 뒤 캐는 걸 즐기는 분들이니 별 로 이상할 게 없는데, 심부름꾼들은 좀 구릿한 냄새가 납니다. 어떤 놈 은 제가 웬 마법사들한테 의뢰를 받 았다고 하고, 또 어떤 놈은 동대륙 어디에서 온 부자의 부탁을 받았다 고-”

“잠깐, 잠깐만.”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며 놈의 말을 끊었다.

“너 혹시 자경단 애들 데리고 사람 들 막 납치하고 그러냐?”

“납치는 아니고, 가끔 수상한 놈이 있으면 조사나 하는 겁니다.”

“네가 무슨 치안관인 줄 알아? 깡 패 주제에 누구 마음대로 사람을 붙 잡아 가둬?”

난 문득 병사들에게서 전해 들은 소문을 떠올리며 데오젠을 추궁했 다.

“……최근 2주 동안인가 밤에 사람 없어지는 일이 종종 있었다는데, 그 거 혹시 니네 짓이냐?”

내 목소리에서 위험한 냉기를 읽었 는지, 놈은 마른침을 삼키며 강하게 부정했다.

“절대로 아닙니다, 나리. 저는 옛날 에도 인신매매 같은 건 잘 안했습니 다. 그리고 요즘 저희가 얼마나 납 작 엎드려 지내는지 아십니까? 애들 간수하느라 시장 상인들이랑 거래도 끊었습니다. 모아둔 것만 쓰면서 간 신히 연명하고 있는데,”

“간신히는, 이 개새끼야. 내가 정보 망 깔라고 대준 것만 해도 금화로 백오십 장은 넘는데.”

“……근데 저희는 정말 아닙니다. 누데인 종자들이 한 짓일 겁니다.”

“아탈란테가 씨족장이랑 사고 친 애들 목 잘라다 광장에 건 게 보름 전이야. 누데인 놈들이 붕어 대가리 도 아니고 미쳤다고 또 그런 짓을 하겠냐? 그리고 애초에, 누데인 애 들은 죄다 북쪽에 나가 있는데 어떻 게 사고를 쳐?”

데오젠이 정말 모르겠다는 눈빛으 로 입을 다물자, 나는 푹 한숨을 내 쉬었다.

“나한테 간첩들 달라붙는 거야 특 이한 일도 아니니까, 뒷골목이나 잘 살펴.”

“……알겠습니다.”

“할 말 끝났으면 나가. 앞에 고트 롭 있을 테니까 가는 길에 손가락 하나 두고 가고.”

놈은 땀이 송골송골 맺힌 이마를 쓱 훑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두 개 더 남았습니다.”

“두 개나?” “예.”

데오젠이 품속에서 웬 서신을 꺼내 어 탁자 위에 공손히 올려두었다.

“남쪽에서 온 겁니다.”

“남쪽, 어디? 프로스하펜?”

“그 근처입니다.”

난 짧은 서신을 단번에 읽어내리고 미간을 좁혔다.

“……아일란트 소속의 전함 스무 척이 연안을 알짱거리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나리.” 아켈레 백작은 분명 바다 곳곳의 섬들을 뒤지며 어인족의 산란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했다. ‘찬송의 마 녀’를 포획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앙스트의 해안에 쇠비늘 함 대가 나타나다니? 뜬금없이 왜?

“왕국에서 오셨으니 나리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 아일란트의 해적 놈 들은 대륙에 적수가 없는 개새끼들 입니다. 제 놈들 잇속을 채우는 일 이라면 거리낌 없이 이빨질하고 여 기저기 똥을 싸지르는 개새끼들.”

뭐지? 죽고 싶은 건가? 내심 의문을 품은 것도 잠시, 데오 젠이 내 정체를 모른다는 사실을 깨 달았다.

“전쟁으로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해안가의 도시라도 하나 먹어 치울 속셈일 겁니다.”

“그건 아닐걸?”

“……아닙니까?”

“어.”

자하카르와 발루인이 뭍에 직접 손 을 뻗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가뜩이나 온 바다의 주인인 양 행 세하고 있는 쌍왕가가 육지에까지 힘을 투사한다면 뭍의 유력귀족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견제를 할 게 뻔하 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꿍꿍이지.”

어째 뒤통수가 간지럽긴 하지만, 진지하게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 이다.

아켈레 백작이 나와 부자 관계인 건 둘째고, 아일란트 공작은 명백히 밀라놀 국왕의 봉신이다.

울카르 왕자가 라이오넬 3세와 갈 등을 빚고 있다고는 해도 그가 왕자 인 것은 변함이 없다. 제국군을 앞 두고 아켈레가 우리의 뒤를 친다면 그건 심각한 배신행위인 동시에 반 역으로까지 여겨질 수 있다.

한마디로, 아무리 자하카르와 발루 인이라도 그런 미친 짓을 벌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난 가만히 생각을 정리한 뒤 데오 젠이 가져온 마지막 정보가 무엇인 지 물었다.

“마지막이 제일 중요합니다.”

놈은 잠시 뜸을 들인 뒤에 입을 열었다.

“아빌람버스 공작이 회군을 시작했 답니다.”

“……아빌람버스가, 회군을 해?” 내 눈이 휘둥그레지자, 데오젠은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닷새 전의 소식이니, 지금쯤 공작 은 하이캐슬을 떠났을 겁니다.”

“아니, 갑자기 왜?”

“자세한 속사정까지는 알아낼 방법 이 없었습니다.”

“병력도 다 물린 거야?”

“그건 아닙니다. 알첸버그군은 병 력을 대부분 뺐지만, 스트롬군은 소 수만 빠졌답니다.”

나는 놈의 말을 토대로 적군의 말 판을 재배치했다.

“파스트하고 앤트럼 방면에 배치된 부대는 그대로고.”

‘베르밀로 2500?’이라 적힌 말판은 파스트 지방에, ‘오잔 1000?’이라 적힌 말판은 앤트럼과의 길목에 놓 았다.

“안키르 경을 견제하고 있는 기병 대 쪽에서도 별 소식 없고.”

“그렇습니다, 나리.”

‘피코어드 1000?’이라 적힌 말판은 젤른트리와 아사그 사이에 두었다.

“하이캐슬에서 나선 병력은?”

“그건 파악이 안 됩니다. 대신 토 팔에서 오브도르프로 이어지는 보급 로를 지키는 하사관이 하이캐슬에 남을 병력을 추측해줬습니다.”

말판에 ‘??? 1500?’을 휘갈겨 써 하이캐슬에 올려놓았다.

“그러면. 아빌람버스 공작과 사벨 라드 방백은 하이캐슬을 떠났고?”

“맞습니다.”

가만히 숫자를 헤아린 뒤, 마지막 말판을 채웠다.

‘아빌람버스&사벨라드 6000?’

지도를 가만히 내려다보기를 얼마 쯤.

이마가 뜨거워지도록 머리를 굴리 던 나는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이런 고급 정보를 물어올 거라곤 기대도 안 했는데.”

“저번에 말씀하셨던 대로, 전 나리 께 붙은 빈대 같은 놈입니다.”

“……그래서?”

“나리께서 죽어버리시면 저는 물론 이고 저희 식구들도 다 죽습니다.”

“이미 뒷골목엔 제가 변절자 새끼 라는 소문이 짜하게 퍼졌더군요. 아 마, 누데인 그 개종자 새끼들이 퍼 뜨린 것 같은데 말입니다.”

난 무의식중에 눈썹을 긁적였다.

얼마 전 어느 어두운 밤, 침대에서 아탈란테에게 속삭인 말이 떠올라서 였다.

“제국군이 이 도시에 들어오는 순 간, 전 광장에 매달리거나 고향을 버리고 튀어야 할 겁니다.”

데오젠은 드물게도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저는 둘 다 싫습니다. 그 러니 나리의 승리를 위해 몸부림을 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놈의 미동 없는 눈동자를 빤 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어. 이만 가보고, 고트 롭더러 들어오라고 해.”

“예, 나리.”

막 문을 나서려던 데오젠을 불러세 웠다.

“아, 잠깐.”

“말씀하십시오, 나리.”

“혹시나 해서 경고하는데, 무고한 사람 해치는 짓은 하지 마. 늙어 죽 을 때까지 여기 뒷골목에서 왕노릇 하고 싶으면.”

놈은 또다시 빙그레 웃더니, 거창 하게 절을 하고는 집무실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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