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상태창 2개-57화 (57/140)

<57화>

홈구장

“나는 우리가 좋은 관계를 형성해 나가기를 원한다네.”

“네, 결과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구단주 데이비드 보섬워스(David Bosomworth)와 악수를 나누며 계약서를 나눠 가졌다.

이로써 나도 축구팀의 감독이 된 것이다.

비록 잉글랜드의 5부 리그 격이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

서서히 템포를 올려 가며 정상을 향해 가는 거야.

- 처음으로 축구팀의 감독이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 이로써 당신은 ‘축구 영웅’이라는 꿈에 한걸음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 팀 관리 메뉴에서 더 많은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 당신의 팀을 최고로 만들어 보세요.

팀 관리 메뉴라.

말이 좋아 팀 관리이지 사실 이제껏 정보열람 수준의 메뉴였다.

내가 팀에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이제 감독이 되니 몇 가지 기능이 해금이 되는 것인가 보다.

정확히 어떤 기능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드림 메이커가 함께하는 한 나는 반드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부푼 꿈과 적당한 기대감으로 ‘팀 관리’ 메뉴를 열었다.

팀 관리 메뉴에 대한 정보가 눈앞에 떠올랐다.

대충 훑어본 첫 느낌은 드림 메이커로 FM을 하는 것 같았다.

선수단의 정보를 확인하고 훈련 탭에서 훈련을 배정하며 전술 세부 설정 및 스쿼드 관리를 하는 등 축구팀 관리에 감독이 관여할 수 있는 기능들이 해금되어 있었다.

감독 계약을 마치고 나와 핼리팩스 타운의 홈구장인 더 셰이(The Shay)로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팀 관리의 다양한 메뉴를 확인하며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곧 도착한 더 셰이.

앞으로 좋으나 싫으나 당분간은 내 집처럼 들락날락하게 될 곳이었다.

빅클럽의 홈 구장 같이 엄청난 규모는 아니었지만, 더 셰이를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로웠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더 셰이의 전경을 눈에 담으며 출입구로 다가갔다.

그리고 떠오르는 메시지.

- 홈구장으로 등록 가능한 구장을 발견했습니다.

- 구장 정보를 확인하시겠습니까?

* * *

[이름] 더 셰이(The Shay)

[개장] 1921년

[위치] 요크셔험버 웨스트요크셔주 핼리팩스

[수용인원] 10,401명(좌석 :5,108석 / 입석 : 5,293석)

[필드크기] 110 X 76 야드

* * *

- 더 셰이(The Shay)를 홈구장으로 등록하시겠습니까?

어차피 홈구장은 선택지가 없는 것이니 고민하지 않고 Yes!

- 홈구장을 등록 중입니다.

- 등록 예상 소요 시간은 5분입니다.

- 등록된 홈구장은 6개월 내에 변경이 불가합니다.

드림 메이커에 홈구장 등록이 진행되는 동안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더 셰이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이윽고 5분이 흘렀다.

- 홈구장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 이제부터 ‘더 셰이’를 홈구장으로 사용합니다.

- 홈구장 메뉴를 열어 기능을 확인하세요.

기대감을 갖고 ‘홈구장 메뉴’를 열자 신박한 기능들이 ‘new’ 딱지를 붙이고 나를 맞이해 주었다.

역시 믿고 쓰는 드림 메이커.

나를 실망시킨 적 없다.

* * *

- 홈구장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 이제부터 ‘울산 문수 축구 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합니다.

- 홈구장 메뉴를 열어 기능을 확인하세요.

기다리던 메시지가 떴다.

“뭐야? 웃어? 내 말이 농담 같지? 데스! 저 새끼 찢어 버려!”

이름이 데스라….

거참, 성의 없이 지었네.

- 드림팀 팀원들에게 ‘홈 어드벤티지’가 적용됩니다.

- 팀원들은 모든 판정을 유리하게 적용받습니다.

- 팀원들의 체력과 마력이 10% 상승합니다.

- 팀원들의 근성이 상승합니다.

- 팀원들의 컨디션이 최상으로 유지됩니다.

줄줄이 올라오는 ‘홈 어드벤티지’ 효과.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 특성 ‘안방 불패(S)’가 활성화됩니다.

- 팀원들의 모든 능력치가 한 단계 상승합니다.

- 팀원들의 체력소모가 감소하고 체력회복 속도가 상승합니다.

- 팀원들의 팀워크가 향상됩니다.

- 팀원들의 성장률이 향상됩니다.

- 이상의 효과는 상대가 강할수록 효과가 상승합니다.

이거지!

홈 어드벤티지와 특성 버프 발로 핼리팩스 타운에서 3시즌 동안 홈 53경기 무패라는 전설을 썼었지.

감상에 젖어 있는 내 모습이 거슬렸는지 데스나이트는 암흑 투기로 만들어 낸 검기를 연속으로 날렸다.

- 텅!

- 텅!

- 콰앙!

세 번의 연속 검기를 막아 낸 용석.

한 번의 방어로 팔다리가 후들거리던 아까의 모습과는 다르게 굳건하게 버티고 섰다.

먼저 날아온 두 개의 검기는 홈팀에 유리한 판정으로 빗맞고 마지막 검기도 상승한 능력치와 근성, 최상의 컨디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거뜬히 막아 냈다.

지금의 용석은 데스나이트가 전력을 다하지 않은 공격쯤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 순간 드레이크 퀸 쪽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에너지의 요동.

스피어가 무방비한 모습으로 큰거 한방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김없이 날아드는 단검과 음속의 탄환.

스피어는 뒤에서 날아드는 암기들은 관심도 없다는 듯이 계속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음속의 탄환은 세이렌이 암기로 걷어 냈지만 단검은 여전히 스피어를 노리고 있는 위기 상황.

황급히 스피어에게 홈구장 메뉴에 포함된 스킬을 사용했다.

그 사이 단검은 스피어의 등에 꽂혀 들었다.

- 팅!

하지만 단검은 보이지 않는 힘에 막혀 힘없이 튕겨 나갔다.

- 홈구장 전용 스킬 ‘까임 방지권’을 사용합니다.

- 팀의 에이스 ‘저메인 스피어’에게 ‘까임 방지권’을 부여합니다.

- ‘저메인 스피어’가 ‘까임 방지권’으로 피해를 무효화했습니다.

일명 ‘까방권’

홈구장 메뉴에 포함된 스킬이었다.

* * *

[까임 방지권]

홈팬들은 팀의 에이스에게 너그러운 편입니다. 웬만한 실수는 눈감아 줄 만큼 말이죠.

대상 : 팀 내 기여도가 가장 높은 선수

재사용 대기 시간 : 6개월

효과 : 1회에 한하여 어떠한 상황에도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 * *

언젠가 해설자가 팀에 승리를 안겨준 선수에게 ‘까방권’을 줘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던 것이 홈구장 메뉴에 포함되어 있어서 유용하게 썼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부진으로 인한 언론의 뭇매를 피해갈 수 있는 정도로 생각하고 스피어에게 사용했었는데, 의외의 상황에서 발동되었다.

스피드에 환장하는 스피어가 휴일에 스트레스 해소 겸 드라이브를 나가 광란의 질주를 하다가 갑작스러운 폭우를 만나 빗길에 차가 미끄러지며 언덕 아래로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튼튼하기고 안전하기로 유명한 V사의 차량은 당연히 폐차.

그런데 스피어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아 뉴스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어떠한 상황’이라는 것이 축구와 관련 없는 상황도 포함됐던 것이다.

덕분에 스피어는 부상의 위험을, 어쩌면 목숨의 위험을 넘길 수가 있었다.

물론 일회성이라 차 사고로 까방권이 사라지자 그 이후 언론이 스피어의 과속 운전에 대해 보도하기 시작하며 생겨난 많은 비난과 잉글랜드 축구협회 차원에서의 징계는 피해를 무효화할 수 없어 그대로 감수해야 했지만….

그때도 첫 수혜자가 스피어였는데, 이번에도 스피어에게 사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스피어는 잔뜩 긴장했다가 단검이 그냥 튕겨 나가 버리자 오히려 당황해서 양손의 에너지 컨트롤이 잠시 흔들렸다.

- 바보야! 똑바로 안 해!

팀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내자 순식간에 에너지를 다시 컨트롤해 내고는 외쳤다.

“비스트! 피해! 라이트닝 플래시!”

아, 여기서 항마력이 좀 딸리네.

옛날 전대물 필살기도 아니고….

홈 어드벤티지와 안방 불패 효과를 떡칠한 스피어의 킬러샷!

핼리팩스 타운 시절부터 나에게 홈 승리를 안겨 줬던 필승의 공식이었다.

눈부신 빛과 뇌전이 한데 어우러져 폭발하듯 쏘아졌다.

스피어의 기운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유기성을 무시한 채 급하게 브레스를 준비한 드레이크 퀸이 브레스를 마주 뿜었다.

에너지와 에너지의 충돌.

백중세의 팽팽한 기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때, 또다시 스피어를 노리는 강사준과 후지와라 형제.

하지만 그들의 시도는 이제 견제와 시선유도를 할 필요가 없어진 세이렌과 유기성에게 차단되었다.

스탯 펌핑된 스피어의 필살기를 브레스로 맞받아치는 드레이크 퀸은 역시 S급 던전의 보스다운 위용을 보였다.

엄청난 에너지의 충돌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

여기에서 결과를 내야만 전황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

가능하면 이 방법은 피하고 싶었는데 결국 어쩔 수 없는 것인가?

“흠흠….”

목을 가다듬고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Spear keeps on scoring more and more! That’s what we looking for! Spear’s on fire! Your defence is terrified!(스피어가 점점 많은 점수를 내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기대하던 것이다! 스피어가 불붙었다! 너의 수비는 겁을 먹을 것이다!)”

축구선수 시절 스피어의 응원가.

있는 힘껏 불러서인지 쪽팔려서인지 얼굴이 화끈거린다.

하지만 이 역시 효과 만점이었다.

- 홈구장 전용 스킬 ‘응원가 제창’을 사용합니다.

- 홈구장에 울려 퍼지는 본인의 응원가를 들은 팀원의 사기가 오릅니다.

- 해당 팀원의 모든 능력치가 한 단계 상승합니다.

- 해당 팀원은 모두가 주목하는 상황에서 놀라운 힘을 발휘합니다.

엄청난 고양감을 느끼며 힘을 쥐어짜는 스피어.

“으아아아아아!”

스피어의 라이트닝 플래시가 드레이크의 시뻘건 브레스를 점점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옛날 애니메이션에서 에네르기파 대결할 때 이런 장면을 본 것 같은데….

그런 장면을 실사판으로 보고 있자니 응원가를 부르는 내 목소리도 덩달아 커졌다.

“Spear’s on fire! Your defence is terrified!(스피어가 불붙었다! 너의 수비는 겁을 먹을 것이다!)”

“내가 더 셰이의 왕, 저메인 스피어다아!!!!!!!”

마지막으로 힘을 낸 스피어의 라이트닝 플래시는 결국 브레스를 완전히 잡아먹고 드레이크 퀸에게 작렬했다.

문수 경기장이 흔들릴 정도의 강렬한 폭발.

모두가 숨죽인 상태에서 연기가 밀려나고 먼지가 가라앉자 드러난 광경에 모두들 입을 떡 벌렸다.

방금까지만 해도 위협적인 브레스를 쏟아 내던 드레이크 퀸은 머리와 앞다리를 포함한 절반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로 죽어 있었다.

뒷다리와 꼬리만 남아 있는 드레이크 퀸의 시체를 일별한 스피어는 나를 향해 눈을 돌렸다.

“The Shay have no fear. There’s passion and belief. (더 셰이에는 두려움은 없네. 그곳엔 열정과 믿음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자신의 응원가 한 소절을 내뱉고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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