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상태창 2개-77화 (77/140)

<77화>

헌터 메이커

두 번째 컨설팅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 컨설팅 대상자가 찾아왔다.

어쩌면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해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찬우.

능력치는 S급의 문턱을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스킬 개발이 미흡했다.

그리고 그 스킬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스킬이 드림 메이커가 아닌 가이아 시스템의 특성에 있었다.

이름하여 ‘육성의 신(S)’

그동안 감으로만 활용하고 있던 특성이었지만 오늘 찬우를 위해 그 특성에서 파생된 새로운 스킬을 개봉할 예정이다.

“저 찬우예요. 들어가도 될까요?”

“그래, 찬우야. 들어와.”

이내 들어와 맞은 편에 앉은 찬우의 얼굴이 푸석푸석했다.

그간 강행군에 피곤한 것도 있었겠지만 그동안 가족 걱정을 많이 했던 터라 더 그랬다.

“부모님은 잘 들어가셨대?”

부모님에 대한 질문에 푸석푸석한 얼굴이지만 밝은 표정으로 답하는 찬우.

“네, 감사합니다. 스승님. ‘소드 앤 매직’ 동아시아 지부에서 신경을 많이 써 주셔서 무사히 잘 이사하셨다고 합니다.”

수도권 지역 길드들에 선전포고 아닌 선전포고를 하고 난 후 가장 먼저 한 것이 수도권에 있는 우리 팀원들의 가족들을 소드 앤 매직 동아시아 지부에서 보호하는 것이었다.

가족들이 지방에 있는 가인, 강한, 란주. 그리고 가족이 없는 하영을 제외한 찬우, 용석, 현서의 가족들이 소드 앤 매직 동아시아 지부의 펜트하우스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당분간은 답답하겠지만 지부를 벗어나지 않고 생활하시도록 당부했다.

올해 안에 우리가 서울로 올라가 오산, 삼족오, 대성을 무너뜨릴 때까지만이라도 가장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 그곳이기 때문이었다.

가족들의 필요를 채워 줄 사람으로 이제는 삼족오 길드원이 아니고 소드 앤 매직 동아시아 지부 직원이 된 최성훈을 붙여 주었다.

그리고 이미 펜트하우스에 기거하고 있던 내 유일한 피붙이 유미가 어느 정도 인프라를 구축해 두었기에 지내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찬우야, 스킬 쪽은 감이 좀 오니?”

이번 질문에는 표정이 다소 어두운 찬우.

“아니요. 지난번 울산에서 본 스피어 님의 궁극기를 보고 나니 눈이 너무 높아진 건지 감도 못 잡겠어요.”

시작부터 스피어의 버프에 버프로 펌핑된 스킬로 이미지를 잡으려 하니 가능할 리가.

하지만 이것은 찬우의 잘못이 아니었다.

이미 본 것을 그것도 너무도 강렬했던 기억을 어떻게 억지로 잊으라고 하겠는가?

고객님의 고민도 알았겠다, 고객 맞춤형으로 제대로 된 컨설팅을 하기 위해서 먼저 고객님 상태를 체크해 볼까?

‘전력분석관의 눈.’

* * *

[이름] 강찬우

[직책] 드림팀 참모

[성격] 소심한, 의존적인, 편견 없는

[능력] 힘:A0 민첩:S- 체력:A+ 마력:S0

[특성] 마나 조형(S), 고속 연산(A), 원소 친화(B), 하룻강아지(B), 눈치(D)

[스킬] 마나 폭발(A), 속박의 그물(A), 마나 웨폰(B), 마나 실드(B), 마나 부스터(B), 원소 투창(B), 블링크(B), 마나 탐지(C), 민첩 강화(C), 힘 숙련(D), 체력 숙련(D)

[평가] 엄청난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잠시 벽에 가로막혔지만 곧 벽을 깨고 새로운 길로 나아갈 것입니다.

[근황]

1. 부모님의 안전이 확보되어 안심이 된다.

2. S급 스킬에 대해 윤곽도 잡지 못하는 자신이 실망스럽다.

3. 최운이라면 이 문제에 답을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 * *

재능충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각성한지 1년도 채 안 된 녀석이 A급 스킬 2개 포함 11개의 스킬을 개화했다.

그리고 드림 메이커가 평가하기를 벽을 깨고 나아갈 것이라고 한다.

즉, 내 도움이 없이도 충분히 S급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찬우의 문제는 충분히 잘하고 있음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하룻강아지 특성의 후견인인 나를 조금 과하게 의존하고 믿고 있다는 것.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의존해도 될 만한 제대로 된 사람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

그런 찬우의 믿음을 배신할 수는 없지.

“찬우야, 내가 너에게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는 있어.”

화색이 도는 찬우.

“역시! 스승님이라면 방법이 있을 줄 알았어요.”

내가 어떤 방법을 제시할 줄 알고 저렇게 해맑게 웃는 것인지….

“나는 너를 게임 속으로 보낼 거야.”

“네? 게임이요?”

“그래, 게임.”

“그 게임이라는 것이 모바일 게임, PC 게임, 콘솔 게임 같은 그 게임 말씀이시죠?”

찬우는 황당한 이야기를 듣고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듯 구체적으로 되물었다.

“맞아, 바로 그 게임. 그리고 장르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지.”

“아, 현실에서 저를 대상으로 육성 시뮬레이션을 하시겠다 뭐 이런 건가요?”

역시 말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찬우였다.

“아니, 정확하게 다시 말할게. 그냥 내가 말하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돼.”

“꼴깍, 네.”

진지한 내 목소리에 조금은 긴장했는지 침을 꼴깍 삼키고 대답하는 찬우.

“나는 너를 ‘Hunter Maker’라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속에 캐릭터로 집어넣을 거야. 너는 내가 선택하는 지문에 따라 한 달간 훈련을 받고 돌아오면 돼. 그러면 원하는 것을… 아니 원하던 것 이상을 얻을 수 있게 될 거야.”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했는데도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는 찬우였다.

“이해는 했는데요. 제가 무슨 수로 게임 속에 들어가죠?”

여전히 황당하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고 묻지만 나도 더 이상 말로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말로는 아무리 설명해 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네. 그냥 겪어 보면 알 거야. 준비해.”

“음… 어… 그게… 스승님, 뭘 준비해야 할까요? 어떤 것들이 필요하죠?”

사실 나도 아는 것이 없다.

“글쎄, 나도 이 스킬은 너에게 처음 쓰는 거라서.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마음의 준비 정도?”

“마음의 준비요?”

“그래, 마음의 준비.”

찬우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두 눈을 감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그리고 조금 지나 눈을 뜨고 말했다.

“스승님, 준비되었습니다.”

“그럼 찬우야. 스킬 사용할게. 잘 견뎌야 한다. 아, 맞다. 찬우야. 그 게임 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중에 꼭 이야기해 줘야 한다.”

“네! 스승님! 제가 가서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당차게 대답하는 찬우를 보며 이 스킬이 생성됐을 때를 떠올렸다.

드림 메이커를 사용하지 못하는 2주 동안 보물찾기 팀이 함께 훈련하면서 잠시 쉬는 틈에 강한과 이야기를 했었다.

“현실이 게임 같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뜬금없이 뭔 소리예요?”

“너 혹시 ‘프린세스 메이커’라고 아냐?”

고전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의 명작 혹은 전설 ‘프린세스 메이커’를 아냐고?

이 형이 장난하나?

우리 세대에 그걸 모르면 간첩이지.

“그 게임 보면 버튼 하나 누르면 알아서 일주일간 훈련하고 능력치도 올라가고 했었잖아? 현실도 그런 게임 같이 버튼 하나로 날먹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거지.”

“아, 그러니까 형은 란주의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하기 싫다? 저기요! 교관님! 여기 전강한 교육생이 교관님 너무 빡세다고 불만을 터… 읍읍!”

그렇게 해프닝으로 넘어간 사건이 있고 그날 밤 자려고 누웠는데, 강한의 말이 떠올라 진짜 그런 스킬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잠들었다.

다음 날 일어나 보니 자는 동안 시스템 메시지가 잔뜩 올라가 있었다.

특성 ‘육성의 신(S)’이 육성에 대한 고민을 확인했습니다.

특성 ‘육성의 신(S)’이 해당 고민을 해결하기 위하여 스킬 생성을 제안합니다.

고민 해결을 위한 스킬 제작에 제안된 해시태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육성시뮬레이션 #원버튼 #프린세스메이커 #옛날갬성 #방치형 #게임 #무사 수행 외 25개

- 스킬 생성을 위해 제시된 32가지 해시태그 중 3개를 선택해 주세요.

3

2

1

0

선택지를 선택하지 않으셨습니다.

자동으로 해시태그를 선택하여 스킬을 생성합니다.

해시태그 [#육성_시뮬레이션 #방치형 #하이리스크_하이리턴]이 선택되었습니다.

스킬을 생성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스킬 ‘헌터 메이커(S)’ 생성을 완료했습니다.

스킬 정보를 확인해 주십시오.

천천히 메시지들을 확인해 보았는데, 내가 제대로 본 것이 맞나 싶어 몇 번이고 다시 보았다.

자고 일어났는데 S급 스킬이 생겨 있다고?

사실 그동안 ‘육성의 신(S)’이라는 특성을 무시했었다.

* * *

[육성의 신(S)]

일반인도, 축구 선수도, 각성자도, 비각성자도 모조리 육성해 버리고 마는 당신은 진정한 육성의 신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도 고민이 있겠죠. 그 고민이 무엇이든 해답은 여기 있습니다.

효과 : 육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 준다.

* * *

S급 특성치고 너무 심플한 효과.

그래서 빛 좋은 개살구 같은 느낌이었는데, S급은 S급이었다.

그리고 심플해서 더 명확했던 효과를 적힌 그대로 경험했다.

비록 잔다고 모르긴 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생성된 스킬 ‘헌터 메이커(S)’

* * *

[헌터 메이커(S)]

당신의 헌터는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기사도, 마법사도, 용사도, 마왕도, 심지어 드래곤도 될 수 있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방치형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해 당신의 헌터를 최고로 키우세요!

효과 : 지정 헌터를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속으로 들여보냅니다.

효과 : 게임에서의 성장이 현실에 반영됩니다.

* 단, 1게임은 4주간 진행되며 플레이 중인 게임이 있을 경우 새로운 게임을 시작할 수 없습니다.

* * *

스킬을 사용하기 전에 한 번 더 주의를 주었다.

“게임 속에 들어가면 4주간 있을 수 있어. 그리고 게임에서 성장하면 현실에 반영되니까 4주간 최대한 많은 것을 얻도록 노력해 봐.”

“네, 스승님!”

당차게 대답하는 찬우를 보며 ‘헌터 메이커’를 사용했다.

그러자 찬우의 발밑에 동그란 포탈이 생기더니 찬우를 집어삼켰다.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진 찬우.

그리고 떠오른 메시지.

- 새로운 헌터가 게임에 참가했습니다.

- 게임을 시작합니다.

- 게임은 1턴에 1주 모두 4턴으로 4주간 진행됩니다.

- 매턴 시작 시 선택지를 고르면 당신의 헌터는 그에 해당하는 상황에 일주일간 방치됩니다.

- 한 턴에 한 번 당신의 능력을 당신의 헌터에게 대여할 수 있습니다.

- 무엇을 얻어 올지는 전적으로 당신의 헌터의 기량에 달려 있습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이 게임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걸.

메시지가 끝나자 갑자기 화면이 튀어나왔다.

도트로 찍어 만든 찬우가 거기 있었다.

조금은 당황한 걸까?

아니면 놀랐나?

한참을 구경하는데 찬우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달린 말풍선이 생겼다.

게임에서 물음표는 못 참지.

손을 뻗어 말풍선에 가져다 대니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 당신의 헌터가 이제 뭘 하면 되는지 묻습니다.

그러고 보니 선택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는데 어디에….

선택지를 생각하자 네 개의 색이 다른 패널이 생겨났다.

- 계절의 시련

- (봄) (여름) (가을) (겨울)

- 당신의 헌터를 단련할 시련을 선택하세요.

어떠한 정보도 없는 패널 4장.

어떤 시련인지 유추해야 하는 것 같았다.

일단 메시지가 알려 준 것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아무래도 리스크가 큰 계절이라면 여름 아니면 겨울이겠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계절은 여름.

선수단 구성하고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우리 팀 핵심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던 계절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어느새 내 손이 여름에 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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