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상태창 2개-99화 (99/140)

<99화>

아크낙 섬멸팀

마스코트가 팀 선수를 공격하면 페널티를 받지만,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팀의 상징과도 같은 마스코트를 팀의 주축 선수나 감독이 폭행한다?

그래서 란주는 귀살겁에 온 힘을 쏟은 것도 있지만 마스코트를 공격한 페널티로 쓰러져 있다.

이제 최후의 일격을 내가 마무리하고 마지막 페널티는 내가 가져가면 된다.

마무리는 최운식 그림자 기사의 전투 태세를 입고 최운식 질풍탄으로 하기 위해 검을 뽑아 들고 기운을 모았다.

1중첩, 2중첩, 마지막 3중…….

“미친 정령 셀리온 놈아! 여기 불의 정령 대부가 왔다. 나의 응징의 검을 받아라! 으하하하!”

이제 3중첩을 마치고 질풍탄으로 놈의 머리를 쪼개놓으려는데 갑작스럽게 난입한 불의 정령 대부 오비앙.

말릴 틈도 없이 오비앙의 검은 셀리온의 머리를 쪼개 놓았고 그렇게 셀리온의 머리는 박살이 났다.

자신의 활약을 음미하는지 한동안 그 자세로 가만히 있던 오비앙은 이내 몸을 뒤로 젖히며 광소를 터트렸다.

“우하하하하하! 이 몸이 악적을 처단했도다! 보았느냐? 바람의 정령 놈들아!”

“뭐래? 쫄보 주제에 숨어있다가 그냥 굴러다니던 머리통 쪼개놓은 게 다면서 허세는…….”

“감히…….”

놈의 허세가 꼴보기 싫었는지 툴툴거리는 하영.

나는 질풍탄을 쏘기 위해 검에 모은 바람의 기운을 풀어버리지 않고 하영에게 한마디 하려는 오비앙에게 쏘아냈다.

- 콰앙!

[ 대부님! 이 미친 인간이! ]

오비앙을 따라 나온 불의 정령왕의 후계 살라가 분노를 터트리며 나를 공격하려 했다.

“살라, 잘 봐라. 저놈이 정령 대부가 맞는지.”

[ 그게 무슨? ]

폭발의 잔재가 가라앉고 드러난 오비앙의 모습.

오른팔이 사라지고 오른쪽 옆구리가 터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젠장, 어떻게 알았지? 이놈 몸을 장악한다고 연기하면서 시간을 끌었는데 말이야.”

“너 몰랐냐? 너한테서 냄새나. 찌질한 냄새. 그래서 나는 네가 이놈 몸에 들어가자마자 알아차렸는데…….”

사실은 전력 분석관의 눈으로 안 거지만…….

“같잖은 도발에 내가 넘어갈 듯싶으냐? 젠장, 그나저나 이 상태로는 도망치는 것도 쉽지 않겠어. 아크낙. 부탁한다.”

역시 간단한 도발에는 꿈쩍도 안할 만큼 내면이 업그레이드 되긴 했다.

그런데 또 이렇게 도망간다고?

하지만 아크낙이라는 놈이 포탈을 열어 데려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저 이 포탈을 여는 작업에 큰 대가가 필요하길 바라는 수밖에.

뒤늦게 진과 현서, 찬우가 달려들어 봤지만, 놈은 이미 포탈을 타고 사라지고 난 후였다.

“살라. 내가 분명히 네놈들의 정령 대부 관리 잘하라고 경고했을 텐데? 그런데 이제 이 뒷감당을 어떻게 할 셈이지? 정령 대부에 빙의한 셀리온이 정령 대부의 몸에 새겨진 정령왕과의 계약의 기운을 흡수해서 얼마나 더 강해질지 생각해봤나?”

매서운 표정으로 살라를 바라보며 쏘아붙였다.

하지만 아무 말이 없는 살라.

눈앞에서 정령 대부를 빼앗긴 것부터 오늘의 실수로 인해 앞으로 벌어질 참사들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너희 불 정령으로 인해 세계는 종말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되었군.”

진의 마지막 한마디가 살라의 가슴을 후벼팠다.

“여기 있어봤자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일단은 이만 돌아가자.”

드림팀은 망연자실한 살라를 남겨두고 타이우와 성훈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타이우에 올라탄 드림팀.

“스승님, 어쩌죠? 셀리온을 또 놓쳐버렸네요. 정령 대부도 빼앗기고 셀리온은 더 강해질 테고…….”

걱정하는 용석.

“그래 큰일이긴 하지. 하지만 큰 그림으로 본다면 오히려 잘된 일일 수도 있어.”

“네?”

반문하는 용석을 보지 않고 강한에게 물었다.

“제대로 작동하는 거 맞지?”

“그럼 당연하지. 이 탐정님의 작품인데.”

지난번 불의 정령의 터전을 방문했을 때 강한의 스킬 중 ‘표적 수사’ 스킬을 사용하면 생기는 ‘표적판’을 가지고 갔었다.

투명한 표적판을 상대방에게 붙이면 탐정이 그 위치를 조회할 수 있게 되는 아주 유용한 스킬.

나는 강한이 준 표적판을 정령 대부의 머리에 붙였다.

민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사실 정령 대부에게 표적판을 붙인 것은 그놈이 또 셀리온을 잡겠다고 뛰쳐나가면 다시 잡아넣으려고 붙여놓은 것인데 놈의 몸을 셀리온에게 빼앗겼고 셀리온은 아크낙의 포탈을 타고 아마도 아크낙의 은신처로 갔을 것이다.

즉, 다시 말해 지금 표적 수사에 나타나는 표적지의 장소가 바로 아크낙의 은신처라는 말씀.

불의 정령 대부 일은 추후에 다시 생각해보면 무슨 방법이든 생기겠지만, 아크낙의 은신처를 찾는다면 더 엄청난 재앙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어디야?”

“보자 보자. 여기가…… 한참을 북동쪽으로 가네. 쭉~ 쭈욱~ 가서 도착한 곳이…… 응?”

표적 수사 스킬에 나오는 지도를 스크롤 하는 듯 왼손으로 휙휙 넘기는 시늉을 하던 강한이 확인한 곳은 바로…….

“서울이라고?”

망설일 틈도 이유도 없었다.

“모두 타이우에 탑승.”

드림팀 멤버들이 타이우에 탑승하자마자 출발한 타이우는 중앙아프리카 지역의 여러 공항이 거의 다 파괴되었지만 그나마 쓸만한 곳을 간신히 복구해서 공항으로 사용하는 코트디부아르의 부아케 국제 공항에서 런던으로 갔다.

서울로 가는 직항은 없지만, 런던보다 좀 더 빠르게 서울로 가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굳이 런던을 거쳐서 온 이유.

“럭키!”

바로 저 녀석 스피어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스피어를 통해 현 상황을 기사왕에게 전했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기사왕은 스피어와 세이렌과 함께 또 하나의 조력자를 보내주기로 했다.

열심히 손을 흔들고 있는 스피어와 그 옆에 여전히 아름다운 세이렌, 그리고 피부가 한겨울의 함박눈처럼 새하얀 한 여인이 서 있었다.

“럭키, 그동안 잘 지냈어?”

“그럼, 잘 지냈지. 세이렌도 별일 없었죠?”

“네, 저희도 잘 지냈어요. 가끔 누군가가 속 터지게 할 때도 있지만 큰 문제는 없었어요.”

그 누군가가 좀 많이 당황한 거 같은데요?

“누……누가 우리 세이렌을 속 터지게 했을까나? 아! 럭키, 인사해. 이쪽은 우리 원탁의 10좌 수잔 힐이라고 해. 이명은 눈꽃의 기사지.”

누가 봐도 급히 관심을 돌리는 눈치지만 모르는 체하며 정말 눈꽃처럼 아름다운 수잔 힐에게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눈꽃의 기사님. 정말 눈꽃처럼 아름다우시네요.”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데 갑자기 훅 다가온 수잔 힐.

“그라운드 마에스트로! 정말 반가워요! 보고 싶었어요! 꺄! 어떡해!!!”

갑자기 껴안으며 인사를 하더니 뒤로 물러나 혼자서 붉어진 볼을 만지며 어쩔 줄 몰라 한다.

의외로 반전이 있으시네.

당황했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 유연하게…….

“감독 시절을 기억해 주시는군요. 감사합…….”

대처할 수 없었다.

재차 달려들어서 덥석 안겨버리는 수잔 힐.

“저…… 수잔 힐님 체면도 있고…… 여기서 이러시면…….”

결국 당황한 티를 숨기지 못했다.

“아! 죄송해요. 제가 정말 팬이어서 이 감격을 주체할 수가 없네요.”

물러서서 잠시 진정하는 듯하던 수잔 힐.

“죄송하지만 한 번만 더 안아봐도…….”

다시 달려드는데 수잔과 나 사이로 불쑥 들어오는 검 하나.

수잔은 무방비로 달려들다가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검을 쳐내고 뒤로 물러섰다.

“아무리 팬이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는 겁니다. 지금 스승님 당황하신 거 안 보이십니까?”

현서가 마치 얼음의 정령 대모로 전직이라도 한 듯 북풍한설 같은 목소리로 낮게 으르렁거렸다.

“뭐지? 이 꼬맹이는? 감히 내 평생 처음으로 최운 감독님을 영접하는 이 신성한 시간을 방해해?”

영접? 신성한 시간? 수잔 씨, 조금 무서워지려고 하는데요…….

“두 분 다 그만하시죠. 이 사람 많은 곳에서 뭐하는 거예요? 현서도 검을 거두고, 수잔, 너는 좀 있다 나 좀 보자.”

다행히 세이렌이 나서서 중재했다.

현서는 세이렌의 말에 검을 거두었고 수잔은 할 말이 있는 듯 했지만, 세이렌이 인상을 한번 쓰니까 찍소리도 못하고 입만 댓발 튀어나왔다.

눈꽃의 기사, 끝까지 이미지 깨네.

첫인상은 손만 대도 얼어버릴 것 같은 냉미녀 이미지였는데…….

이런 작은(?) 해프닝이 있었지만, 런던을 거쳐 서울로 돌아온 드림팀은 오랜만의 완전체의 모습으로 수잔 힐이라는 든든한 조력자를 데리고 들어올 수 있었다.

아크낙의 근거지는 서울 구 잠실타워, 현 영원의 길 근처였다.

포탈을 타고 사라진 직후 그곳에 찍힌 표적지가 런던을 거쳐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아크낙이 새로운 의수라도 달아주고 있을라나?

그렇다면 셀리온은 새로운 몸을 얻고도 여전히 사이보그 신세네.

어쨌든 이번엔 더 신중해야 한다.

다짜고짜 쳐들어가기에는 이미 셀리온을 두 번이나 놓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완벽한 준비를 해야 했다.

최소한 셀리온은 잡든지 처리를 하든지 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조력자로 데리고 온 이가 눈꽃의 기사였다.

셀리온에게 상성적으로 우위에 있는 수잔의 공격력을 활용한다면 셀리온의 불을 더 쉽게 꺼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작전의 목표는 셀리온의 확실한 말살과 가능하다면 아크낙의 실체를 파악하고 놈을 잡는 것.

그러기 위해서 아크낙의 대처에 이성적인 영역에서 대비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없었다.

내가 축구계에서 쭉 해왔던 것이 그런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때로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대응해야 할 경우가 생기면 그 부분을 커버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바로 도움을 요청한 사람.

“최 감독! 그동안 잘 지냈나? 와, 장난아이네?”

야수왕 유기성.

그냥 경상도 지역 전체에서 감각만으로 포이즌 스네이크의 은신처를 특정 지을 만큼 야생의 감이 살아있는 그가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친구 길드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제 안정화에 접어든 경남지역을 벗어나 서울로 한걸음에 달려와 주었다.

이로써 드림팀 완전체에 눈꽃의 기사와 야수왕이 함께하는 아크낙 섬멸 작전팀이 꾸려지게 되었다.

이 멋진 선수들을 데리고 승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오롯이 감독의 책임.

팀은 꾸려졌고 이제는 감독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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