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8 사랑은 비를 타고 =========================================================================
시원한 아니 이젠 찬 기운이 밖에서 부터 몰아 들어 온다. 어! 비가 온다. 그것도 꽤나 많이
혼자 살던것이 그리고 혼자 다니던 것이 습관이 돼 날이 아무리 맑더라도 가방에 우산을 가지고 다닌다. 미쳐 우산을 준비 하지 못 한 사람들이 지하철 출구 앞 계단에서 비가 그치길 혹은 우산을 가지고 올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냥 뛰어 갈 만큼 적게 오지 않았다. 오늘 비 예보가 없었나? 그냥 소나기 인데 이렇게 많이 내리는 거야? 우산을 꺼내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처럼 하염 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 보았다. 후~ 시원하게 내린다. 맘 속에 있는 답답함이 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면 좋으련만! 그렇진 않겠지만 내리는 비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 지는것 같다.
-저기…
응? 뭐지?
-저기… 문희 과외 선생님 아니세요?
-아~ 네. 문영씨!
헛 문영씨였다. 이런 우연이! 아니 이런 행운이!
-저희 집에 가시는 거에요?
-네 문희 과외 하는 날이라서.
-아~ 그렇지… 우산 없으신가봐요?
-아니…있어…
나는 재 빨리 문영씨를 스캔했다. 그녀의 오른 손엔 우산이 들려 있었다.
-아니 없어요. 오늘 비 온다는 예보가 없어서 안 가지고 왔는데 이렇게 많이 쏟아 지네요. 한참 동안 있었던것 같은데 그치지도 않고… 후~
-저 우산 있는데 같이 쓰실래요? 이게 작은 우산이긴 한데, 그래도 머리에 맞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그녀는 우산을 폈다. 그녀의 말대로 작은 우산이었다. 가녀린 여자의 몸을 겨우 가릴 만한 크기였다.
-아니 괜찮아요. 혼자 쓰고 가세요. 전 조금 기다렸다가 좀 잠잠하다 싶으면 그 때 뛰어가면 되요. 그리 멀지도 않으니까요.
-아니에요. 같이 쓰고 가요. 한동안 안 그칠것 같은데. 집에서 문희가 기다리겠어요.
-그래요? 그…그럼…실례 좀 할게요.
문영이가 우산을 들었고 나는 고개만 슬쩍 그 쪽으로 집어 넣었다. 왼쪽 어깨는 비를 맞고 있었다.
-이리 더 들어 오세요.
-아니에요. 문영씨도 비 맞으실 것 같은데.
-전 이미 중간에 있는걸요. 아 참! 제가 우산 드는것 보다 은하씨가 우산 드는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제가 키가 작아서 좀 불편하시죠? 지금도 허리 숙이고 계셨네… 몰랐어요. 제가 센스가 좀 없죠?
-씌워 주는 것 만도 고마워 해야죠. 그럼 제가 들게요. 이리 주세요.
문영이는 나에게 우산을 건냈다. 빗물이 촉촉하게 묻어 있는 손은 너무나 희고 고왔다. 우산을 건내 주면서 나를 보는 눈빛이 초롱초롱 했다. 지금 내리고 있는 이 비의 청량함이 전해졌다. 아~ 사랑스럽다.
-은하씨 쪽으로 많이 쓰세요. 저는 젖어도 집에가서 갈아 입으면 되는데, 은하씨는 과외 끝나고 댁에 돌아가실 때 까지 계속 젖은 채로 있어야 하잖아요. 전 괜찮아요.
-아니에요. 아직은 좀 더워서 금방 마를 것 같아요. 제 우산도 아닌데…괜히 저 때문에. 그냥 모르는 척 지나칠 수 도 있으셨을 텐데.
-어떻게 그래요? 아는 사람인데, 그것도 제 동생 공부 가르쳐 주시는 분을.
-고마워요.
차가 없고 길이 평평한 골목길로 들어갔다. 그재야 좀 편안해 지는것 같다. 큰 길 근처에 있을 땐 지나가는 사람도 많고 길도 불편하고 차에서 튀는 고인 빗물 때문에 길 걷기가 쉽지 않았었다. 이젠 작게 말을 해도 말 소리가 잘 들렸다.
-어디 나갔다 오시나봐요? 옷도 되게 이뻐요.
-그래요? ㅎㅎ 고마워요. 친구 만나고 점심먹고 좀 놀다가 들어오는 길이에요.
-아…
-아 참! 오늘 선정이 만났는데.
-ㅎㅎ 선정씨 잘 지내고 계시죠?
-네. 소개팅은 어떻게 됐어요?
-직접 물어 보시면 될텐데…
-제가 계속 물어도 안 가르쳐 주는거 있죠? 나쁜 기지배! 평소엔 이런 저런 이야기 다 하다가 왜 안하는지 모르겠어요. 지난 번에 만난 남자랑은 꼬치꼬치 다 말하더니. 뭐 했어요?
엥? 솔찍히 말해야하나? 밥 먹고 나서 한판 뜨러 갔다고? 그러고 보니 그 때도 지금 처럼 밝은 대낮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스읍… 이거 뭔가 좋은 기운인건가? 응?
-ㅎㅎ 평범하게 소개팅때 하는 것 처럼 밥 먹고 차 마시면서 이야기 했어요.
-기지배 그런데도 이야길 안하네요. 선정이 어땠어요? 이쁘죠? 착하기도 하고?
-네. 그러시더라구요. 이쁘고… 착하고…
-한번 잘 해 보세요. 선정이 남자 사귀어 본 적이 없어서 마음에 있는데도 표현 하지 못 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퉁명스럽게 대한다고 해서 은하씨가 싫어서 그런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시구요.
강릉에서 만나서 같이 놀았잖아. 우리! 처음 본 것도 아니어서 이미 나름 이쁘고 글래머러스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언제까지 강릉에서 있었던 일을 모르는 척 할거야?! 응?!
-문영씨는 남자 친구 있어요?
-네? ㅎㅎ 저도 없어요.
-왜요? 문영씨도 이쁘고 착하고 한데? 남자들이 막 달려 들것 같은데…?
-그래요? 그렇게 봐 주셔서 고마워요. 은하씨는 왜 여자친구 없어요? 은하씨도 되게 멋있는데.
-글쎄요. 왜 그럴까요?
-여자들이 이상한가 봐요.ㅋㅋ
-그렇겠죠?ㅎㅎ
서로를 칭찬하는 묘한 기류가 흘렀다. 우리 둘이 사귈래? 라는 말이 목까지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 어색한사이!
이야길 하다 보니 아파트 앞 까지 왔다. 아파트 현관 앞으로 함께 뛰어 들어갔고 우산을 접었다. 아직도 비가 많이 오고 있었다.
-어머~ 많이 졌었어요. 그러게 제가 좀 더 우산 쪽으로 들어 오라고 했잖아요!
-괜찮아요. 곧 마를 거에요. 그리고 별로 많이 안 젖었어요. 왼쪽 팔만 조금 젖은 거라서.
-그래도… 계속 축축하잖아요. 빨리 들어가요.
그러고 보니 문영이의 오른쪽 팔과 어께도 많이 젖어 있었다. 흰색 브라우스를 입었는데, 물에 젖은 부분이 살에 쫙 달라 붙어서 팔과 어께가 은은하게 드러났다. 오른쪽 브라의 어깨선과 컵 부분이 드러났다. 섹시하다.
-문영씨도 많이 젖었어요. 저 때문에 괜히…
-전 집이니까 갈아 입으면 되잖아요.
엘레베이터에 탔다. 30층 아파트의 19층이라 올라 가는데 한참 시간이 걸렸다. 좁은 공간에 둘이 있다보니 엄청 어색했다. 그러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본능적으로 브라가 비치는 문영이의 오른쪽 어께를 계속 바라 봤다. 내가 그러고 있다는것을 그녀가 눈치 챘다. 몸에 딱 붙어 있는 브라우스를 손으로 땠다.
-ㅎ 아… 많이 젖었네요. 바로 갈아 입어야겠어요.
-네…
서로 눈만 바라 보면서 얼굴을 붉혔다.
<삣삣삣삣 삐리리>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희 : 선생님 오셨어요?
-문영 : 언니 왔어. 선생님도 오셨구.
-문희 : 어? 둘이 같이와?
-문영 : 지하철 역에서 만났어.
-은하 : 문희야 안녕~
-문희 :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문영 : 문희야 수건 좀 가져다 줄래? 젖어 가지고 물이 뚝뚝 떨어지네.
-문희 : 응
문희가 가져온 수건으로 몸을 대충 닦았다. 찝찝하긴 했지만 이 정도면 괜찮았다.
-은하 : 문희야 공부하러 들어가자
-문희 : 네~
-문영 : 선생님 그럼 수고해 주세요.
-은하 : 네~ 고마웠습니다.
-문희 : 언니 감기 걸리겠다. 씻고 따듯하게 있어.
-문영 : 응.
고등학교도 중간고사 시즌이었다. 중간고사 대비 복습을 했다. 문희는 평소처럼 나의 말을 잘 따랐고 가르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잠시 쉴까?
-네.
-선생님 화장실 좀 다녀 올게.
-네 그러세요. 아~ 피곤하다.
보일러를 돌려 놓아서 인지 거실로 나가니 포근하고 따뜻했다. 아~ 좋다. 나도 이렇게 좋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싶어진다. 급하다 급해 화장실 문을 열었다.
-어머~
-어..!
헉… 너무도 놀랐다. 나는 급히 다시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문영이가 샤워를 하고 몸을 닦고 있었다. 아~ 이런… 근데,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그녀의 몸을 잘 보지 못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었는데! 보통의 경우 이런 상황이라면 남자의 본능을 발휘해서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음부와 가슴을 집중적으로 봤을 텐데, 정말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다. 미안했다. 문이라도 잠그고 샤워를 하지! 아 괜히 더 민맹해 졌다. 아~ 나 급한데…
-선생님~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네. 죄송해요. 제가 노크를 했어야 했는데.
-아니에요. 많이 급하시면, 안방에 있는 화장실 이용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문영이가 가르쳐준 대로 안방 딸려 있는 화장실로 갔다. 이렇게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내 성기는 순식간에 서서 하늘을 바라 보고 있었다. 이런 미친놈~ 문영이와는 인연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혼자만의 오해겠지?
과외를 다시 했다. 문영씨가 방에 들어와 준비한 다과를 주었다.
-언니 고마워
-응 공부 열심히 해~
문영씨와 눈이 마주쳤다. 서로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서로 은은한 미소를 주고 받았다. 뭔가 서로 좀 친해진것 같은 느낌이다.
과외를 마치고 집으로 갔다. 문희네 집을 나올 때 문영이가 잘가라고 인사라도 하러 나올지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아쉽다. 자나?
밖은 아직 비가 오고 있었다. 뭔 비가 이렇게 많이 내리지? 가방에 내 우산이 있었지만 문희가 챙겨준 우산을 폈다. 우산 없는 척 하는것도 나름 잘 먹히는 것 같다. 헤헤 다음에 또 비슷한 상황이 있으면 써먹어야지^^; 전철역에 와서 우산을 접에 가방에 넣었다.
지하철을 타고, 우리 집앞에 있는 지하철 역으로 왔다. 계단을 올라왔다. 역시나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고 출구 앞에는 우산이 없는 사람들이 발을 동동거리고 있었다. 어~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세은이다!
-세은아~
-어! 선배 오랜만이네요.
-여기서 뭐해?
-우산이 없어서 좀 기다리고 있어요. 선배 우산 있어요?
-아니~ 나도 없어. 내가 집에서 나올 때는 비 안왔는데…
거짓말을 했다. 또 어떤 좋은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그쵸? 저도 아침에 나왔다가 계속 지하 쇼핑몰이 있는 곳에서 놀아서 비 오는줄도 몰랐어요. 우산 하나 사야하나? 집에 우산 많은데 사면 괜히 돈 아까운데.
-그치? 나도 그냥 비 맞고 가는게 낫지! 얼마 안 하긴 하는데, 괜히 엄청 돈 아깝더라.
-ㅎㅎ 저랑 비슷하시네요. 언제 까지 올까요?
-글쎄… 지금 내리는 기세를 봐서는 계속 올 것 같은데…
되게 오랜만에 세은이를 만나는것 같았다. 내 생일날 영화관에서 한희랑 같이 만나긴 했지만 같이 있었던 시간은 30분도 안 됐던것 같다. 게다가 한희랑 같이 있었고. 몸의 대화를 나눈건,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옛날인것 같았다. 지난 번에 누드 그림을 그린다고 집으로 날 꼬드긴 다음 한번 도 못 했나? 그렇게 오래 됐어? 흠… 박고싶다. 세은이 특유의 이 색기있는 얼굴~ 색기가 좔좔 흐르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