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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제 이름이요. 이정오. (13/183)

13. 제 이름이요. 이정오.2021.06.12.

다음 날. 지헌은 아침부터 바빴다. 인천으로 출장을 가서 클라이언트와 오찬을 함께하고, 오후에는 본사 회의. 퇴근 시각 무렵에야 회사로 돌아온 지헌에게 비서가 인사했다.

16551137710233.jpg“이사님, 오셨습니까.”

1655113771024.jpg“연락 온 거 있었습니까?”

16551137710233.jpg“오전에 재은 건설 상무님이 연락하셨고, 라한 도자기 대표님께서는 따로 연락을 한다고 하셨습니다. 채은엽 변호사님도 오전에 잠깐 왔다 가셨고요.”

채은엽. 지헌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은비의 오빠. 유명 로펌에서 근무하는 실력 있는 변호사다. 은엽의 로펌에서 세련그룹의 외부자문을 맡고 있어 은엽도 지헌의 회사에 꽤 오랫동안 드나들었다. 이번에도 자문 차 방문했다가 지헌의 얼굴을 보러 들른 모양이었다.

1655113771024.jpg“알겠습니다.”

16551137710233.jpg“아 참. 어제 제작 1팀 이정오 대리가 찾아왔었습니다.”

집무실로 들어가려는 지헌에게 비서가 어제 미처 하지 못한 말을 전했다. 지헌은 문손잡이를 잡은 채로 돌아보았다.

1655113771024.jpg“언제요?”

16551137710233.jpg“이사님 휴게실에 계실 때 찾아왔었습니다. 휴게실에 계신다고 말하긴 했는데.”

어제는 책을 보러 왔다고 하지 않았나? 변명일 거라고 확신했지만 확인까지 하고 나니 슬쩍 웃음이 나왔다. 날 그렇게 열심히 찾아다녔다고? 왜? 박승규한테 한소리를 들은 게 억울해서?

1655113771024.jpg“다시 불러요.”

왠지 반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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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츰 임무가 하나씩 떨어지고 있다. 오전 내내 온라인 광고 카피 시안을 손본 정오는 오후에 광고주의 컨펌을 받아 베리에이션 작업에 들어갔다. 기훈의 옆에 붙어앉아 수십 개의 배너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니 현기증이 밀려왔다. 아무래도 계속 잠을 제대로 못 잔 것도 있고.

16551137710275.jpg“어? 대리님, 여기 오타 난 것 같은데요.”

흐린 눈으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는데, 기훈이 컨펌 시안에 손끝을 갖다댔다. 정오는 목을 길게 빼고서 글자들을 살폈다. - 프라임 아웃렛 첫 시즌 OFF 세일! 최대 75% 살인! 프라임 가격으로 혜택을 누려보세요!

1655113774538.jpg“헉.”

‘75% 할인’을 ‘75% 살인’으로 잘못 기재한 것이다! 신나는 세일 행사가 끔찍한 살해 현장이 될 뻔했다. 정오는 누가 볼세라 컨펌 시안을 손으로 가렸다. 이래놓고 컨펌을 받았다니. 들키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컨펌 시안이 30페이지 가까이 되니 광고주도 그냥 넘긴 모양이었다. 기훈이 큭큭 웃으며 놀렸다.

16551137710275.jpg“아니 살인을 75%만 하면 그건 살인 미수 아니에요?”

1655113774538.jpg“비밀이야, 기훈 씨. 제발 비밀로 해줘.”

정오가 목소리를 낮추고서 간청했다.

16551137710275.jpg“봐서요.”

1655113774538.jpg“그러지 말고 좀 봐줘. 기훈 씨,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저녁 사줄까?”

16551137710275.jpg“저녁 한 끼로는 안 될 것 같은데요.”

정오의 진지한 표정에 신이 난 기훈이 더욱 놀렸다. 그사이에 정오의 자리 유선전화가 따르릉 울렸다. 정오는 자리로 건너가 전화를 받았다.

1655113774538.jpg“네. 이정오입니다.”

16551137710233.jpg[이 대리님. 저 정지헌 이사님 비서 윤애라인데요. 정 이사님께서 오라고 하십니다.]

정오는 수화기를 쥔 그대로 굳었다.

1655113774538.jpg“무슨 일로요?”

왜? 왜, 또?

16551137710233.jpg[어제 찾아오셨던 일 때문인 것 같은데요.]

1655113774538.jpg“……네. 알겠습니다.”

느릿한 대답 후에 전화를 끊은 정오에게 기훈이 물었다.

16551137710275.jpg“대리님. 무슨 일이세요?”

1655113774538.jpg“응? 응…… 아니야. 나 잠깐 저기 좀 갔다 올게.”

16551137710275.jpg“네? 어디요?”

기훈의 물음에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정오는 걸음을 옮겼다. 왜 불렀는지는 알 것 같았다. 어제 제 앞에서 눈물을 뚝 흘렸으니 껄끄럽겠지. 정오는 섣불리 눈물을 흘려버린 것을 후회했다. 똑똑.

1655113774538.jpg“이사님. 이정오입니다.”

1655113771024.jpg“네.”

이정오가 들어왔다. 지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매번 그랬듯 창백한 얼굴로, 그녀가 꾸벅 인사했다. 대리급 직원을 집무실로 두 번이나 부른 건 처음이었다.

1655113774538.jpg“찾으셨다고 해서 왔습니다.”

선을 긋는 눈빛, 적당히 경계하는 표정. 태연해 보이려 애쓰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더욱, 겁을 먹은 것이 잘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나 긴장하고 있으면서 누구보다도 당돌하단 말이지. 그 깜찍한 간극이 계속 흥미를 돋운다.

1655113771024.jpg‘이건 정상이 아니야.’

이 마음은 정상이 아니다. 지헌도 깨달아가고 있었다. 이미 이 여자를 대하는 자신의 마음은 직원으로서의 범위를 벗어났다. 다만 아직은 파악이 필요했다. 이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그냥 타고난 배짱인지, 아니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지. 너는 갖고 싶지만 내 마음을 주는 건 싫거든. 그 어떤 이도 믿지 않는 정지헌의 방식이었다.

1655113771024.jpg“편히 앉아요.”

정오는 지헌이 권하는 의자에 앉았다. 지헌도 그 맞은편에 앉았다. 단 둘만 있는 공간. 단 둘뿐인 장소에서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하고 있는 정오는 괜스레 바짝 긴장하게 되었다. 눈꺼풀을 내린 그녀의 시선에 걸린 건 그의 널찍한 가슴팍. 규칙적인 호흡을 따라 가슴이 천천히 오르내리는 것을 슬그머니 훔쳐보았다. 그 생리적인 현상마저 외설적으로 느껴지는 건 기억 때문이다. 기억. 정오는 잔념을 떨쳐내려 더 시선을 내렸다. 테이블에는 쿠키상자가 놓여 있었다.

1655113771024.jpg“가져가고 싶은 만큼 가져가요. 어제 그 쿠키니까.”

1655113774538.jpg“네?”

1655113771024.jpg“나한테 왜 버리냐고 했던 쿠키, 그거라고요.”

1655113774538.jpg“……그 쿠키를요? ……거기서 주워오셨다고요?”

1655113771024.jpg“그건 싫습니까?”

1655113774538.jpg“아, 아뇨.”

정오는 멍하니 쿠키 포장 하나를 집어들어 제 무릎 위에 올려 놓았다. 이 남자가 쓰레기통에서 주운 쿠키를 맛보라고 나를 부른 건 아닐 텐데. 역시나 잠시 후 지헌이 용건을 말했다.

1655113771024.jpg“비서한테 들었어요. 어제 날 찾아다녔다면서.”

1655113774538.jpg“아…… 네.”

1655113771024.jpg“왜 그렇게 찾았는지 얘길 해야지.”

1655113774538.jpg“저도 쿠키 때문에 찾았습니다.”

정오는 우렁찬 목소리로 준비했던 대답을 내놓았다.

1655113774538.jpg“앞으로 먹을 걸 버리시려거든 절 주세요. 그 말씀을 드리려고요.”

그래. 당신은 의심스럽겠지. 하지만 믿으세요! 믿으셔야 합니다!

1655113774538.jpg“제가 먹는 거엔 진심이라서요.”

1655113771024.jpg“그 말을 하려고 날 찾아다녔다?”

1655113774538.jpg“네.”

1655113771024.jpg“그 말을 못 해서 울고.”

1655113774538.jpg“그건…… 그냥 다른 사정이 있었습니다.”

1655113771024.jpg“무슨 다른 사정입니까.”

1655113774538.jpg“그냥, 개인 사정입니다.”

입을 일자로 다물고서 눈을 가늘게 뜬 지헌이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느낌에 정오는 제 속을 들킬까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지헌은 의외의 질문을 내놓았다.

1655113771024.jpg“혹시 박승규 차장이 협박이라도 했습니까?”

1655113774538.jpg“네?”

1655113771024.jpg“박승규 차장이요. 인사팀 차장.”

1655113774538.jpg“아, 아뇨. 전혀요. 박승규 차장님은 좋은 분인 것 같던데요.”

정오는 깜짝놀라 손을 내저었다. 그러나 지헌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투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1655113774538.jpg‘아, 약해지면 안 되는데.’

괜스레 짠한 마음에 또 코끝에 열이 오르려 했다. 내게 자신이 어느 집안의 누구인지도 말하지 않았던 남자. 그 어떤 친구도 보여주지 않고 사랑한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던 남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잊어버린 남자. 나를 믿지 못하게 된 남자……. 이 남자는 제게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 또한 알지 못한다.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 당신은 나쁜 사람일까, 불쌍한 사람일까.

1655113774538.jpg‘아, 그런데…….’

동정 어린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던 정오의 눈이 확 뜨였다. 분명, 아귀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7년 전, 사고를 당한 후 그는 기억을 잃었다.

1655113774538.jpg‘난 사고 이후에 분명히 당신이랑 통화했는데?’

기억을 잃었다면서 어떻게 전화를 했지?

1655113774538.jpg‘날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로, 내가 스토커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모진 말을 했던 건가?’

그래.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스토커라도 이름 정도는 기억해야 하잖아. 그저께 복도에서 만난 이 남자는 이정오라는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1655113774538.jpg‘혹시 날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건가?’

지금 계속, 엄청난 연극을 하고 있는 건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7년 전의 정지헌과 지금의 정지헌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아니, 원래 그런 사람이었을 수도, 자신의 앞에서 내내 연극을 했던 것일 수도 있다. 처음부터 욕망을 채우기 위한 접근이었다면 순정남 흉내를 내지 못할 것도 없었다.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제 손으로 나를 병원에 끌고 가 아이를 지우려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655113774538.jpg‘어쩌면 이 사람이 한 일이 아닐지도 몰라.’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이 의심으로 이어졌다. 7년 전, 11월 중순에 정오는 그의 전화를 받았다. 그때 그가 했던 모진 말들은 전부 다 또렷하게 기억한다.

16551137860231.jpg[우리 어머니가 나 대신 널 만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때 다 끝난 거 아니야?]

16551137860231.jpg[그걸로 내 의견이 다 전해지지 않았나?]

16551137860231.jpg[부담스러우니까 더는 연락하지 말아줄래?]

16551137860231.jpg[너도 남의 인생 걸림돌이 되고 싶지는 않을 거 아니야.]

16551137860231.jpg[다시 연락할 때는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16551137860231.jpg[알아들었다고 생각하고 끊을게. 잘 지내.]

  그런데, 그게 정말로 그의 목소리였던가?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그저 목소리만으로 그의 연락이라 확신했었다. 이 남자의 것이 아니었다면, 그 전화가 조작된 거라면. 우리는 누군가의 계략으로 헤어진 것이다.

1655113774538.jpg“저, 이사님.”

정오는 용기를 내어 그를 불렀다.

1655113771024.jpg“네.”

1655113774538.jpg“혹시 제 이름 한 번이라도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또박또박 제 이름을 말했다.

1655113774538.jpg“제 이름이요. 이정오.”

온몸에서 심장이 뛰는 것 같았다. 지헌이 형식적으로 잠시 생각하는 듯 여운을 두고서 대꾸했다.

1655113771024.jpg“본인 이름이 남을 만큼 유명한 광고라도 찍었습니까?”

모르는구나. 이 매정한 자여. 정오는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7년 전의 전화는 조작된 것이다! 다시 울컥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나를 정말 잊었다면, 내 정체와 예나의 존재를 알려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7년이나 서로 모르는 채로 살았는데? 이제 이 사람은 결혼을 하고 진짜 가정을 꾸릴 텐데? 하지만 고민의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그가 결혼을 하고 난 후에 알게 되는 것보다는 지금 아는 편이 더 나을 터였다. 당신을 위해서, 예나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1655113774538.jpg“할 말이 있습니다. 이사님.”

정오는 용기 있게 운을 떼었다. * 예나는 어린이집 버스에서 내리며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학원에서 데리러 온다고 했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일부러 나오지 않은 건 아닐 것이다. 버스 기사 아저씨가 엄청 속도를 냈으니. 체념한 예나는 혼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매일같이 걷는 길이라 혼자 가는 것이 어려울 건 없었다. 열 걸음 정도 발을 옮겼으려나.

16551137710233.jpg“어? 여기 있었구나? 선생님이 한참 찾았잖아.”

한 여자가 와서 말을 걸었다. 늘 자신을 마중 나오던 그 선생님이 아니었다.

16551137919619.jpg“근데 누구세요?”

16551137710233.jpg“새로 온 선생님이야. 너 예나잖아.”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선생님.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하기도 했다. 어깨가 절로 움츠러들었다. 여자는 그런 예나의 손을 잡아 끌었다. 다소 억센 힘이었다.

16551137710233.jpg“가자. 빨리 가야 해. 너무 늦었어.”

여자가 예나의 손을 잡고 성큼성큼 걸었다. 일곱 살 어린이가 여자의 걸음을 쫓아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예나는 뛰다시피 해야 했다. 그런데 여자가 가는 방향은 바둑학원 건물이 아니었다.

16551137919619.jpg“그런데요.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16551137710233.jpg“학원에 가지 어디 가겠어.”

16551137919619.jpg“학원 그쪽 아니잖아요.”

16551137710233.jpg“학원 이사갔잖아. 몰랐어?”

아이는 어른의 기세에 당할 수 없다. 예나는 이게 아닌데 싶으면서도 손을 잡아주는 어른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점점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니 바둑학원의 간판은 어느덧 보이지 않게 되었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16551137919619.jpg“저 엄마한테 전화할래요.”

고집스럽게 걸음을 우뚝 멈춘 예나는 눈을 부릅뜨고서 따졌다. 여자가 돌아보았다. 그런데 여자는 더 화들짝 놀라서는 잡고 있던 손을 뿌리쳤다.

16551137710233.jpg“어머, 너 누구니?”

끔찍한 파충류라도 만진 듯 인상을 구긴 여자는 예나가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저편으로 떠나버렸다. 와본 적이 없는 길에서, 예나는 혼자가 되었다.

16551137919619.jpg“엄마아…….”

애처로운 목소리가 길가에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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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 학원에 일찍 도착하여 오매불망 예나만을 기다리던 도빈은 점점 초조해졌다.

1655113794953.jpg‘오늘 예나가 안 오려나?’

도빈은 참지 못하고 선생님에게 가서 물었다.

1655113794953.jpg“선생님, 오늘 예나 안 온대요?”

16551137710233.jpg“아니. 조금 있으면 올 거야. 이제 올 때 됐다. 데려올게.”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도빈이 선생님의 바지를 붙잡았다.

1655113794953.jpg“선생님 저도 가면 안 돼요?”

16551137710233.jpg“그래. 같이 가자.”

도빈은 기쁜 마음으로 선생님을 따라나섰다. 바둑학원 건물 앞. 도빈은 옷매무새를 몇 번이나 다듬으며 설레는 마음으로 예나를 기다렸다. 그런데, 10분이 더 지나도록 예나는 오지 않았다.

1655113794953.jpg“선생님, 예나 왜 안 와요?”

16551137710233.jpg“그러게. 어린이집에 전화해봐야겠다.”

선생님은 예나네 어린이집 전화번호를 찾아 눌렀다.

16551137710233.jpg“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여기는 사슴반 예나가 다니는 바둑학원인데요. 아직 예나가 안 와서요.”

16551137710233.jpg[어? 예나 버스에서 내렸는데요. 한 15분 전쯤에요.]

전화를 끊은 선생님의 입술이 바짝 말라버렸다.

1655113794953.jpg“선생님, 뭐래요?”

16551137710233.jpg“……예나가 버스에서 내렸다는데? 혹시 학원으로 혼자 올라간 건가?”

선생님은 바둑학원 원장 선생님에게 전화했다.

16551137710233.jpg[예나 아직 안 왔는데?]

바둑학원 원장의 답변이 선생님의 얼굴에서 핏기를 앗아갔다. 도빈 또한 마찬가지였다.

1655113794953.jpg“선생님, 예나 없어졌어요?”

선생님은 말을 잇지 못했다. 안 돼. 그녀가 없는 세상에서는 살 수 없다. 한시라도 빨리 예나를 찾아야 했다. 도빈은 자그마한 두 손을 입가에 대고서 크게 외쳤다.

1655113794953.jpg“예나야! 이예나!”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소리 내어 그녀를 찾는 것.

1655113794953.jpg“이예나아아아!”

성마른 목소리가 길 가는 모든 이의 시선을 불러 모았다.

1655113794953.jpg“이예나아아아아아아아!”

지나가던 노인이 그런 도빈을 보고는 껄껄 웃었다.

16551137710233.jpg“고 녀석. 차암 목청도 좋다.”

1655113794953.jpg“웃으면 안 된다고요오오오! 지금 예나가 없어졌다고요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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