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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해본 적 없는 고민 (112/183)


112. 해본 적 없는 고민
2022.05.25.


7년 전.

교통사고로 망가졌던 지헌의 몸은 서서히 회복되어갔다.

지헌이 병원에서 지내는 동안 외부의 사람들은 저마다 바쁘게 움직였다. 그 와중에도 승규와 은비, 은엽은 자주 병실을 찾았다.

지헌은 은엽이 그동안 자신과 얼마나 친한 관계였는지 알지 못해 답답한 면이 있었지만 어쨌든 은엽의 가족들과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라 이 오누이의 병실 출입을 막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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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나한테, 김진구 그놈 감방에서 평생 살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하시더라.”

은엽은 이따금 뺑소니 사고의 가해자 김진구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영미는 그해 변호사가 된 은엽에게 자주 도움을 요청했다. 은엽은 꽤 넉살이 좋은 녀석이라 영미의 마음을 잘 맞춰가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모양이었다.

다만 지헌은 뺑소니 사고에 대해선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사람이 잘못한 만큼 벌을 받으면 되지, 괜히 더 악독하게 굴었다가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의 평판만 떨어질 것 같아 염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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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단순 음주 뺑소니로는 형량을 크게 받긴 어려워. 기껏해야 벌금형이거나 몇 개월 정도의 징역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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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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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5년 이상 받게 하려면 네가 사망했었어야 했는데, 너는 이렇게 멀쩡히 회복되고 있으니.”

은엽이 우스갯소리 같은 의견을 내놓고서 픽 웃다가 움찔했다. 지헌의 표정이 싸하게 굳었다는 걸 알아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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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그래도 어떻게든 1년은 잡아넣을 거야. 아주 못된 놈이니까. 이렇게 증거가 확실한데 꾹 잡아떼고 있으니 말이야.”

은엽은 지헌의 눈치를 보며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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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찌감치 잠자리에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지헌은 7년 전 은엽과의 대화를 떠올리며 또 생각에 잠겼다.

이제껏 지헌은 한 번도 김진구를 만난 적이 없었다. 재판에도 불려가지 않았다. 기억을 잃어 어떤 진술도 가능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멀리서 김진구가 어떻게 되었다 하는 소식만 들었을 뿐 김진구의 어떤 것도 알지 못했다.

그저 사진을 통해 김진구의 생김새 정도만 파악하고 있는 상태였다. 사실 김진구라는 존재 자체를 몇 년 동안 잊고 살았다.

제게는 잊혀진 존재인 김진구가 채은비에게 여전히 앙심을 품고 있다는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여태 무언가 억울한 게 있다면 분명 과잉수사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수사에 은엽이 전적으로 협조했을 테니 부정한 일이 있었을 수도 있다.

채은엽은 그럴 만한 놈이었다. 영미가 김진구를 증오했을 테니 채은엽은 영미의 비위를 맞추려고 꽤 노력했을 것이다.

김진구를 한번 만나보고 싶기도 했다. 무엇이 그토록 불만인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단순히 억울한 게 아니라, 악연을 빌미 삼아 돈이나 뜯어낼 목적으로 채은비에게 연락한 거라면 지헌은 아예 끼지 않는 편이 낫다. 그래서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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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일단은 김진구의 거취라도 파악해두는 게 좋겠어.’

지헌은 사람을 써서 김진구가 현재 어디 살고 있는지를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늦게나마 잠을 청했다.

*

다음 날.

정오의 휴대폰은 아침부터 30분 간격으로 진동이 울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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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인신고 처리가 아직도 안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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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구청에서 알림 문자 왔어? 오면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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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알림이 안 왔어. 무슨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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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구청은 이렇게 일 처리가 느려? 다시 찾아가야 하나?

 
제대로 얘기해주지 않으면 지헌이 내내 문자메시지로 귀찮게 할 것 같아 정오는 답신을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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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청에 사람 많은 거 봤잖아. 얼마나 바쁘겠어. 좀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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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이라면 얼마나?

 
정오가 답신을 보내자마자 득달같이 답문이 왔다.

정지헌. 일을 좀 이렇게 열정적으로 해보지그래.

곧 자신의 남편이 될 사람이 공적인 성실성은 없고 사적인 집요함만 있으니 앞날이 까마득히 걱정스러워지는 정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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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이틀은 기다려야지. 한국인들은 다들 기다리니까 오빠도 너른 마음으로 기다려봐.

 
다시 답신을 보낸 순간 또 드르르 진동이 울렸다. 직장 상사라는 사람이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너무 직원을 귀찮게 구는 것 같아 으르렁거리며 일어난 정오는 가만히 휴대폰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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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하께서 신청하신 가족관계등록신고(혼인)가 처리 완료되었습니다.

 
지헌이 하도 징얼거려서 그녀까지 마음이 달았던 걸까? 혼인신고를 했으니 처리 완료되었다는 알림이 오는 건 당연한 수순인데 이게 뭐라고, 감정 따위 한 톨도 없는 사무적인 문장 하나에 가슴이 울렁거렸다.

정지헌과 부부가 되었다.

정오는 7년 전의 12월 31일. 홀로 군산행 기차에 오르던 날을 떠올렸다. 그녀의 바로 옆에는 딸 하나를 둔 단란한 가족이 앉았다.

아무것도 아닌 일들에 웃고 떠드는 그들을 보며 정오는 울적해졌었다. 속으로는 많이 울었다. 자신은 평생 그런 가정을 가질 수 없을 거란 생각에.

그때는 그렇게 추웠는데. 영원히 겨울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어느새 아이가 태어나고 행복을 되찾고, 그리고 몇 년이 흘러서는 단란한 가족을 이루게 되었다.

솔직히 예나에게 아빠가 생겼다는 사실에 더 기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헌과 부부가 된 기쁨이 밀려나는 건 아니었다.

그저 문자메시지가 하나 도착했고, 세상의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텐데, 머리 위로 든든한 나무 기둥이 생기는 느낌이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았다. 어느새 지헌이 복도로 나와 있었다. 멀리서 그와 눈이 마주쳤다.

냉랭하고도 무심한 표정을 트레이드마크처럼 달고 다니던 이사님의 얼굴에는 슬쩍 홍조가 피어 있었다. 모르는 사람은 모를 테지만 아는 사람은 충분히 짐작 가능한, 기쁨의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눈치 없이 다가오려는 것 같아 정오는 눈을 부라렸다. 접근을 저지당한 지헌은 복도 끝으로 걸어갔다. 걱정하려던 일이 해결되었으니 이제 좀 일을 제대로 하려는 모양이었다.

한참 후, 회의를 갔다가 자리로 돌아온 고은주 대리가 정오의 옆자리로 고개를 숙이고는 나지막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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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오 대리님.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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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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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 했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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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걸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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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님한테 들었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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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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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한테는 다 얘기하고 다니시는 것 같던데.”

그럼 그렇지. 정지헌이 그럼 그렇지.

일을 하러 간 게 아니라 이 소식을 널리 자랑하러 돌아다니고 있는 거였어.

별로 친하지 않은 고은주 대리한테까지 이야기했다는 건 정말로 정지헌이 작정을 했다는 뜻이었다.

잠시 후 기훈도 자리로 찾아와 비슷한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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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님,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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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훈 씨한테도 얘기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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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먼저 얘기했어요? 저는 제가 제일 먼저 축하하는 줄 알았는데.”

정오는 조용히 고은주 대리의 자리를 가리켰다. 기훈은 웃으며 끄덕이고는 에필로그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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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님한테 축하 꽃다발이라도 선물한다고 하니까, 이사님께서 본인을 달래요. 대리님한테는 이사님이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안 써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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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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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사님한테 꽃 뜯겼어요. 저는 대리님한테 주고 싶었는데.”

주문한 꽃다발을 보여주는 기훈의 얼굴에는 체념의 빛이 역력했다.

*

혼인신고 이후에도 두 사람의 생활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지헌은 아침저녁으로 정오의 집으로 출근하여 예나와 시간을 보냈고 간간이 새집에 들러 인테리어가 잘되어가는지 확인했다.

몸은 바쁘지만 마음은 아주 평화로운 날들이었다.

예나도 나름대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바둑 대회가 가까워 오고 있었다. 바둑학원 선생님은 경험 삼아 보내보겠다고 했지만 대국 연습을 하며 예나의 세계는 훌쩍 넓어졌다.

이제 예나는 함께 바둑 대회를 나가는 초등학교 2학년 오빠와도 거뜬히 겨룰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지헌도 점점 생각이 많아졌다. 예나의 잠재력은 지헌도 가늠할 수 없었다. 지금이야 예나의 수준에 맞추어 대국해줄 수 있는 입장이었지만, 언젠가는 그 또한 예나에게 꼼짝없이 질 수밖에 없는 때가 올 것이다.

프로바둑기사에겐 전성기가 있고 그 전성기는 점점 더 어린 연령으로 흘러가는 추세이다. 이제 프로바둑은 20대 초반 기사들이 주를 이룬다. 그렇다는 건 다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작한다는 뜻.

프로바둑기사를 꿈꾸는 아이들은 인생의 질풍노도를 경험하는 시기에도 진득하니 테이블 앞에 앉아 정해진 룰대로 바둑판에 돌을 올린다.

남들보다 더 빨리 외로움을 배우고, 남들보다 더 빨리 어른이 된다. 내면이 성숙해지는 반면 그때의 또래들이 누리는 평범한 것들, 아이다움을 누리지 못하기도 한다.

예나는 그런 인생을 선택할까? 언젠가는 바둑기사가 되겠다고 하려나?

예나야. 아빠는 네가 빨리 어른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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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는 바둑이 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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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한껏 목소리를 내리깔고서 진지하게 물었건만 아이의 대답에는 무게가 없었다. 하지만 가장 순수한 대답이었다. 누가 무엇을 좋아하는 데는 사실 큰 이유가 없다. 그저 끌리는 게 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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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재미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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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나가서 져도 재미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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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모르겠어. 지게 되면 얘기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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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의 야무진 목소리는 지헌의 심장을 밀가루 반죽처럼 만들어 조물조물대는 것만 같았다. 그때 일은 그때 가서나 생각하겠다는 아이의 단순함에 지헌도 잠시 걱정을 내려놓고 미소 지었다.

문득,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전혀 생각해본 적 없었던 문제를 이렇게 골똘히 고민하는 자신이 신기했다.

소중한 건 아무것도 없이 텅텅 비었던 인생이 이토록 생기있게 채워질 줄은 몰랐다. 미래에 대한 걱정, 인생에 대한 고민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날도 있을 수 있는 거였다.

어쨌든 예나의 앞날에 대해 지금부터 조급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예나는 무엇을 선택하든 언제 시작하든 잘해낼 테니.

드르르.

아이를 바라보며 오랫동안 이어졌던 미소가 풀렸다. 지헌의 휴대폰 진동이 짧게 울린 것이다. 휴대폰을 빼 들어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지헌의 동공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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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구가 사망했다고 합니다.

 
지헌은 사람을 시켜 몰래 김진구의 행방을 살피고 있었다. 김진구와 대면해볼 마음도 있었으므로 조심스럽게 접촉해보라고 일러두었는데 카운슬러는 뜻밖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지헌은 곧장 밖으로 나가 카운슬러에게 전화했다. 카운슬러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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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고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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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주신 문자 확인하고 연락드렸습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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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구가 포항에 머무르다가 경기도로 갔습니다. 다시 거취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소식을 들었는데, 새벽에 사망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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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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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터에서 술을 마시고 실족사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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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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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을 통해서 들었습니다.]

이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떠날 줄이야.

전화를 끊은 지헌은 휴대폰으로 최근의 사건사고를 검색했다. 경기도의 한 저수지에서 30대 남성이 사체로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왠지 꺼림칙했던 김진구가 세상을 떠났단 사실에 다행이란 생각보다는 착잡한 마음이 앞섰다.

허망한 마음으로 움직인 손가락이 카운슬러와 주고받은 이메일 서신함을 열었다. 사흘 만에 살펴본 개인 이메일 계정에는 스팸메일도 꽤 쌓여 있었다. 스팸메일의 중간 즈음에 낯익은 이름이 보였다.

‘김진구’.

보낸 사람 이름이 김진구였다. 그리고 보낸 이메일의 제목은 ‘정지헌’.

지헌은 긴장되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었다. 메일에는 단 한 줄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 네가 사람을 써서 날 추적하고 있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격한 감정이 느껴지는 메일의 위에는 첨부파일 하나가 달려 있었다. 3초짜리 동영상이었다. 이동하는 까만 차를 몰래 찍은 사진이었다.

발송일시는 7월 26일 오후 7시.

김진구의 사망 추정시각은 7월 27일 새벽 1시.

지헌은 불현듯 김진구가 실족사를 한 게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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