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투자하면 다 오른다-13화 (13/180)

세 번째 투자.(2)

12월 31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 아침.

여의도 증권가를 향하는 길은, 평소보다는 조금 더 여유로웠다.

오늘 우리 사업부 직원들은 모두 출근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12월 31일. 국내 증시는 휴장에 들어가며.

우리 회사의 대표는, 이틀전에 종무식을 마치고 휴가를 떠났기 때문이었다.

사무실 앞에 도착하니, 청소 용역 직원분들이 깨끗이 비워두신 쓰레기통이.

덩그러니 사무실 앞에 놓여 있었다.

띠리리-

나는 빈 쓰레기통을 한 손에 들고는,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혹시나 해서 둘러봤지만, 역시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나는 점심거리로 사온 샌드위치와 캔 커피를 냉장고에 넣고는,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시작했다.

창문 열고 환기 시키기, 쓰레기통 제자리에 가져다 놓기, 책상 물티슈로 닦아놓기 등.

몇가지 일을 해놓고 보니,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 * *

오전 8시.

출근을 하지 않는 직원들을 대신하여,  출근체크를 눌러 주었다.

그리고 어제에 이어서  '새해 증시 전망'을 구글에 검색했다.

그와함께 많은 기사들이 떠올랐다.

'새해 한국증시. 고점 경신 기대.'

'여전히 불안한 세계 증시.'

'임인년 증시. 3,600선도 넘을 것.'

'최근 10년간 급락 4번. 새해 개장일 주가 잔혹사.'

등등.

전망이 좋다와 좋지 않다라는 예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하지만 내 돈이 들어가는 투자 아닌가.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맹신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학창시절 언어영역 문제는 잘 풀었기에.

모르는 단어들은 검색해가면서 기사들이 말하는 요점을 분석해봤다.

그 결과.

전망이 좋다는 전문가들과, 좋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측 몇가지를 발견 할 수 있었다.

먼저, 한국증시가 좋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크게 세가지 이유를 근거로 들었다.

첫째, 외국인과 기관이 내놓는 물량이 늘어난 반면, 그것을 상쇄할만한 이슈가 전무하다.

둘째, 뉴욕증시가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도물량 쏟아지며 하락하고있다.

셋째, 오미크론이 확산되고 있으며, 미국정부가 긴축행보에 돌입하고있다.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반면 몇몇 전문가들은, 새해 한국 증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 전망했는데.

그들이 그런 의견을 내놓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코로나와 관련된 주요국들의 경제 사정이 큰 고비를 넘겼고, 외국인들의 매수세도 다시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외  분석으로는, 앞으로는 종목장세 현상이 뚜렷해질거라는 예측들이 많았는데.

여기서말하는 종목자세가 강해진다는 뜻은.

코스피 지수에 따라 개별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지수의 등락과는 상관없이, 종목의 특성에 따라 개별주가가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종목이 유망할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 부분을, 성장성이 가장 높은 종목으로 뽑았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거지..'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이 전부 갈리고 있었고.

2022년 증시가 어떻게 될지는.

개개인이 미래를 보는 방향성에 따라 다른것 같았다.

'결국, 선택은 나의 몫이란거네.'

나는 이쯤에서 전문가들의 예측 정리를 마치고.

내가 투자하려는 '루*웰스'에 대해 추가로 알아보았다.

한국증시는 12월 31일부터 휴장에 들어가서 1월 3일에서야 개장을 하기때문에.

연휴기간 동안 발생하는 악재들이 없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할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만에하나라도 악재가 발생한다면.. 장 시작과 함께 주가에 그대로 반영될 것이다.

나는 루*웰스를 구글에 검색했다.

그러자 몇 가지 기사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날짜와 제목을 보니.

이미 모두 읽어본 기사들이었다.

큰 관심을 받는 기업이 아니라 그런지, 3일이라는 시간동안에 새롭게 올라온 기사는 없었다.

'마지막 기사가 12월 1일이구나..'

아직은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 기업임에 틀림없었다.

너무나 고요했고, 너무나 잔잔했다.

나는 이어서 루*웰스의 주가흐름을 살펴보았다.

루*웰스의 주가는 최고점 대비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루*웰스 주가 변동 추이]

[2019년 3월 24일. 주당 1,420원]

[2021년 7월 21일. 주당 388원]

[2021년 9월 13일. 주당 286원]

[2021년 12월 30일. 주당 240원]

루*웰스의 주가는 2019년 3월.

주당 1,420원이라는 최고점을 찍었고.

이후 크게 한 번 낙폭을 보인뒤에, 그 해 5월에 1,250원에서 7,50원으로 또다시 폭락했던 기록이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도 꾸준히 우하향을 하는 그래프를 형성하고 있는 기업이었는데..

'그런데 왜.. 올라갈 것만 같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주가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감은 이 주식을 반드시 사야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픽*메타와 감*소프트를 통해 대박을 거두었을때처럼 말이다.

[루*웰스]

[시가총액 : 457억]

[매출액 : 142억]

[영업이익 : 6억]

[외국인 보유비율 : 29.8%]

...

나는 관련 정보를 더 훑어보았다.

그러다가 외국인 보유 비율이라는 곳에서 멈추었다.

루*웰스의 외국인 보유 비중이, 2021년 12월 6일, 9.8%에서.

현재는 31.8%까지 늘어난 상태였다.

한 달도 안된 사이에, 외국인 보유 비중이 22%나 늘어났다니.

뭔가 이상했다.

하지만 그 정보만으로는 대박이 터질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 * *

2022년 1월 3일.

새 아침이 밝았다.

나는 영하 9도에 달하는 강추위 속에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2022년을 맞아 첫 출근을 하는 날이자, 동시에 나의 세 번째 투자가 집행되는 날.

두근. 두근.

이상하리만치 심장이 뛰었다.

이제 투자에 관해서 적응이 될 법도 했지만.

막상 나의 돈이 걸려있어서 그런지.. 그렇게 되지 않았다.

투자금 백 만원 정도로 이런 긴장감이라니..

수 천, 수 억을 굴리는 사람들은 얼마나 강심장인가 싶었다.

개장과 동시에 살까.

아니면 조금 추이를 두고보다가 살까 고민하다보니, 어느새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직원들은 3일동안 사무실에 나오지 않았기에, 비워야할 쓰레기통은 없었다.

나는 사무실에 들어가자 마자, 물티슈 한장을 뽑아서 직원들의 책상위를 닦아 주었다.

잠시 후.

띠리리-

사무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김연희 사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좋은 아침이에요."

"네.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수호씨."

그녀는 나에게 밝은 인사를 건네며, 자신의 자리로 걸어왔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잠시 고민했다.

루*웰스는 애초에 김연희 사원때문에 알게 된 회사였다.

물론 투자를 결정하는데 있어.

김연희 사원이 보여주었던 보고서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지만.

웬지.. 투자전에 말해 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나는 핸드백을 책상위에 올려 놓고, 화장품을 꺼내고있는 김연희 사원쪽으로 다가갔다.

아직 화장을 고칠 부분이 남아있던 건지.

그녀는 거울을 바라보며 마스카라를 잡고 있었다.

나는 지체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연희 씨."

"네?!"

그녀는 화장을 고치려다 말고, 나를 응시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용건만 간단히 얘기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어떤 말씀이요?"

"지난번에 연희씨가 보여줬던 보고서 있잖아요."

"네? 아, 네.. 그런데 그건 왜요?"

김연희 사원은 그제서야 기억이 났는지, 눈동자가 커졌다.

"그때 연희씨가 보여주었던 기업중에, 한 곳에 투자를 하려고요."

"정말요? 어, 어딘데요?"

김연희 사원의 눈이 번쩍뜨였다.

전문적인 분석을 통해서 투자 할 것 같은 투자부서의 직원이.

고작 투자경험 일주일차인 나에게 관심을 갖는다는게 웃기긴 했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궁금한 표정이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루*웰스 입니다."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목요일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모르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루*웰스의 주식을 사겠다고 하시니깐 궁금해서요."

"글쎄요.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마음에 들어서요."

"아.."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러고 이내, 김연희 사원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수호씨, 말해줘서 고마워요."

특별한 이유는 없다는 대답에.

역시 단순한 사람이네. . 라는 생각을 하는것 같았다.

그런데 난 거짓말하는게 아니라. 정말 별 이유가 없었다.

좋은 예감.

그것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 * *

오전 8시.

직원들의 전략회의가 시작되었다.

새해 첫 회의인 만큼, 회의는 황 부장이 직접 진행했다.

그리고 직원들도 다들 기합이 들어가있었다.

"박 과장 생각은 어때? 오늘은 변동성이 심할 것 같은데. 혹시 점찍어 둔 곳있어?"

"제 생각에는.."

나는 직원들의 대화를 집중해서 들었다.

하지만 내가 투자하기로 결심한 루*웰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심지어 나에게 종목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던, 김연희 사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내가 투자를 하겠다고 말해준 루*웰스만 제외하고.

자신의 보고서에 있던 대부분의 종목을 한번씩은 다 거론했다.

'그럼 그렇지. 나같은 초짜한테 무슨 종목 추천을 받겠다고..'

지금이라도 그녀가 관심을 꺼준것을 다행이라 생각했다.

혹시나 나 때문에 그녀가 손실이라도 본다면..

결국은 나를 원망할것 같다는 생각때문이었다.

* * *

오전 10시.

장이 시작되었다.

나는 지체없이, 루*웰스의 주식을 매수했다.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라는 알림음과 함께 스마트폰 화면이 반짝였다.

나는 휴대폰을 잡고, 거래내역을 확인했다.

[종목 : 루*웰스]

[매수 단가 : 240원]

[총 보유주식 : 5천 주]

[총 매수금액 : 120만 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아직은 거래량도 활발하지 않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주식이지만.

머지않아 픽*메타와 감*소프트처럼, 무슨일인가 일어나고야 말것 같은 예감이.. 계속해서 들었다.

'제발.. 한번만.. 한번만 더 가자.'

이 투자를 위해서, 아끼던 이어폰과 휴대용 게임기를 처분했다.

원래는 적금이나 보험 하나를 해지할까 했었는데.

그것은 너무나 도박성이 짙은 투자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금요일 밤에 내놓은 매물을, 어제 사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나는 중간지점인 신도림역에서 만나서 거래를 완료했다.

'그렇게 해서 받은 돈이 45만원.'

급하게 처분하느라 원래 받아야 할 돈보다 5만원가량 손해를 보며 팔았지만 후회는 없다.

적금을 해지하지 않고, 이렇게 시드머니를 늘렸으니 말이다.

나는 120만원을 몰빵한 주식계좌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방금전에 내가 매수한 루*웰스 주식 5천주가.

요리를 기다리는 달걀들처럼 가득쌓여있었다.

엄청난 긴장감.

그리고 기대감.

두려움과 흥분.

그 모든 감정이 뒤섞인 가운데.

나는 긴 호흡을 내뱉으며 혼잣말을 했다.

'이제 모든것은 운명에 달렸다. 부디 훨훨 날아 오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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