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투자하면 다 오른다-21화 (21/180)

네 번째 투자.(3)

2022년 1월 7일. 금요일.

오후 3시 30분.

마침내 장이 마감되었다.

그와함께 우리 사업부의 실적을 나타내는 현황판도, 변화를 멈추었다.

[제국금융투자 국내사업부]

[1월 7일. 장 마감 현황]

[총 투자금액 : 927억 8천만 원]

[총 평가금액 : 923억 5천만 원]

[평가손익 : 마이너스 4억 3천만 원]

연초부터 이어지던 코스피 하락세가, 오늘은 방향을 바꿔 소폭 상승했다.

그 덕분인지 우리 사업부의 실적도, 어제보다는 훨씬 좋은 상태로 마감했다.

"자, 다들 수고했어. 수고했다는 의미로 다들 박수한번씩 치자고."

짝-짝-짝-

비록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황 부장은 이정도면 선방이라고 생각하는듯했다.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대세는 거스를 수 없다고 생각하는듯 했다.

하지만.

시장이 좋지 않다고 하여, 모두가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오늘도 나는 승리했고 살아남았다.

내 주식계좌는, 오늘도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나는 손 안에 든 휴대폰을 바라봤다.

[알*에프]

[종가 : 7,370 원]

[총 매수금액 : 300만 원]

[총 평가금액 : 368만 5천 원]

[평가손익 : + 68만 5천 원]

오늘 하루동안, 내가 벌어들인 수익은 68만 5천원.

내 월급의 3분의 1을, 넘어선 금액.

그것이 내 손바닥안에 들어와있었다.

* * *

오후 4시 20분.

저녁 회의를 앞 두고, 한 차장과 김연희 사원이 커피를 사러 나갔다.

그리고 남은 직원들은, 저녁 회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타자치는 소리와 서류 넘기는 소리만 흘러나오는 사무실.

나는 그들 틈에서. 노트를 펴놓고 공부를 시작했다.

노트에는 아침에 끝내지 못한 단어들이 적혀 있었다.

- FOMC

- 연준 대차대조표

- 인플레이션

하나씩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이해가 가지 않으면, 다시 추가로 검색을 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경쓰지 않고, 공부를 이어가려는데..

뚜벅.뚜벅.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누군가 싶어, 뒤를 바라보니.

황 부장이 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공부하고 있던 노트를 덮었다.

업무시간에 딴짓을 한다고, 뭐라 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기다리는데.

치이익-

TV 전원이 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황 부장은, 내 뒤에서 리모콘을 든채로 TV를 조작하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그런데 갑자기 TV를 왜 키지?..'

황 부장은 채널을 돌리다가.

증권 방송을 틀어놓고는, 팔짱을 낀 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 * *

우리 사무실에는 사용하지 않는 티비가 네 대 있다.

분명, 무슨 목적이 있어서 설치해 줬을텐데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그것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황 부장은 무슨 생각인지.

티비를 틀어서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그것도 마치.

다른 직원들도 다 들으라는듯, 볼륨을 높여서 말이다.

큰 볼륨과 함께.

아나운서의 또렷한 발음이, 티비속에서 흘러나왔다.

"다음 소식입니다. 오늘 한국증시는 미국 증시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소폭상승했는데요. 코스피 지수는 2,954포인트. 코스닥 지수는 994포인트로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계속해서 이어지기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연준이 공개한 FOMC 회의록에 따르면. 테이퍼링이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 * *

오후 4시 40분.

회의시간을 20분 쯤 남겨놓은 시점에.

사무실의 보안키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한 차장과 김연희 사원이 들어왔다.

그들의 손에는, 커피와 도너츠가 들려있었다.

"자, 다들 먹자 하자고."

회의를 준비중인 직원들을 향해, 한 차장이 웃으며 말했다.

그와함께 직원들이 탁자로 몰려갔다.

"카페 모카는 누구야?"

"저요."

"카페라테는?"

"접니다."

"이건 뭐야..?"

"화이트 초콜릿 모카 프라푸치노요."

"화이트 초콜릿 뭐?"

"화이트 초콜릿 모카 프라푸치노요. 아저씨처럼 왜 그래요. 차장님."

다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물론, 나만 빼놓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상관없었다.

이제 나에게는 도피처가 생겼다.

주식은 나의 자신감이자, 보물창고였다.

나는 나의 증권계좌를 다시 바라봤다.

이미 장이 마감되었기에 변함없는 평가손익이었지만.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화면이었다.

볼수록 즐거웠다.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수익은.

세상에서 제일 강한 아드레날린이자, 엔돌핀이었다.

예전같으면 이렇게 소외되는 상황에 처했을 때.

뻘쭘해서 쭈구리가 되었을테지만.

지금은 오히려 어깨가 들썩이고 있었다.

무엇도 내 흥을 막지 못했다.

'나 정말 미친건가..'

뭐,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너무 기분이 좋은걸 어찌한단 말인가.

너무 기분이 좋아서, 참을 수가 없었다.

68만원 이면 노트북을 사고, 엄마한테 좋은 패딩도 사드릴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좌안에서 움직이는 숫자가.

점점 커져간다는 즐거움이, 장난이 아니었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쾌감이었다.

'30만원에서 45만원으로. 45만원에서 110만원으로. 그리고 지금은.. 368만원으로.'

게임에서 레벌업을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치. 리얼 현실 게임을 하고 있는것 같았다.

"후우.."

텐션이 너무 올라간것 같다.

나는 곧바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너무 들떠서는 안될 것 같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일종의 생존본능 같았다.

그래서 정신을 가다듬었다.

까불다가 훅 갈수 있다고, 스스로를 채찍질 하면서.

노트를 펼쳤다.

그곳에는 아직 내가 공부해야 할, 목록들이 남아있었다.

펜을 잡았다.

그리고 공부를 하려는데..

"수호 씨."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연희 사원의 목소리였다.

설마..

하는 마음에 고개를 돌려보니.

김연희 사원이 방긋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 친근한 모습으로, 내게 손짓하며 말했다.

"이리 와서 같이 드세요. 수호씨것도 사왔어요."

* * *

1월 10일.

주말이 번개처럼 지나가고.

금세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첫차를 타고 회사로 출근했다.

그리고 회사로 가는동안에도, 손에서 노트를 놓지 않았다.

계속 발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직원들을 뛰어넘고 싶었다.

"이번역은 여의도역입니다."

1월 10일 아침 기온은, 영하 8도를 육박했다.

내복을 껴입어서 망정이지, 안그랬다면 감기가 걸리기 딱 좋은 날씨였다.

나는 패딩에 달려있는 모자를 쓰고서, 회사까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띠리리-

빈 쓰레기통을 들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다음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주고.

책상을 닦았다.

그리고 내 자리에 앉아서.

알*에프에 관한 추가 정보를 수집했다.

내가 돈을 투자한 이상,

해당 기업과 관련하여 새로운 소식은 없나. 수시로 확인해야했다.

[알*에프. 인공지능 로봇 사업 선두주자]

[알*에프. 삼*전자와 M&A 기대속 주가 상승]

[정부지원. 112억 5천만원 편성]

새롭게 올라온 기사들을 모두 클릭해서 읽어보았다.

하지만.

검색을 통해 나온 뉴스들은 이미.

내가 주말동안 읽어 봤던 내용의 기사들이었다.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한 수준의 기사들뿐이었다.

'어떡하지..'

시장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것들만으로는 매도시점을 판단할 수 없었다.

'결국..'

이번에도 나 스스로 결정해야했다.

감*소프트때처럼.

그리고 픽*메타때처럼.

내 느낌에 맡기고.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했다.

나는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현재까지 내 예감은,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보다도 승률이 좋았다.

아니. 단순히 좋은 수준이 아니었다.

그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익률을 자랑중이었다.

지금으로서는.

누가뭐라해도, 내 감대로 밀고나가는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잃어도 후회하지 않도록, 내 판단대로 간다.'

시계가 오전 7시 15분을 가리킬 때쯤.

복도에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발자국의 무게감과 소리의 차이로 볼때.

아무래도 김연희 사원인듯 했다.

나는 생각의 속도를 높였다.

띠리리-

곧이어 사무실의 문이 활짝 열리고.

"수호 씨. 좋은 아침이에요."

그녀가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 순간.

나는 장장 세시간에 걸친 고민을,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되었다.

'매도 시간은 오전 11시 30분. 그 시간이 되면 전량 매도한다. 나의 감을 믿자!'

나는 결심했다.

1월 10일.

오늘 장이 마감하기 전에.

알*에프의 주식 전량을 매도하기로 말이다.

* * *

오전 9시.

장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코스피 지수는 곤두박질 쳤다.

코스닥 지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프로 나타내자면, 낭떠러지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가파른 낙폭이었다.

그리고..

삼*전자의 주가역시.

오늘은 버티지 못하고, 하락세로 시작했다.

나는 즉시, 앱을 실행하고 알*에프의 주가를 확인했다.

그러자 현시점의 알*에프 주가와 평가손익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알*에프]

[현재가 : 7,180원]

[전일대비 : ↓ 2.6% 하락 중]

아래로 내리꽂은 화살표와, 파란색 숫자는.

언제봐도 가슴이 철렁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어차피 현재시점에서 판다해도, 59만원의 수익을 보게 된다.

어제 팔았을때보다는 9만원 가량 작아진 수익이지만.

이게 어딘가.

나는 차분히 내 목표지점을 기다렸다.

내 예감은 그 지점이 최고점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누가 뭐라해도 기다려볼 참이었다.

* * *

오전 10시.

2022년 들어서 코스피 지수가 가장 큰 하락점을 찍었다.

코스피 지수는 2,913포인트.

코스닥 지수는 977포인트.

삼*전자의 주가는 금요일 종가대비 900원이나 떨어진 상태였다.

그와함께.

[알*에프]

[현재가 : 6,980원]

[전일대비 : ↓ 5.3% 하락중]

알*에프의 주가는 7천원선이 무너지고.

무려 전거래일 보다 5%이상 하락한 상태였다.

내 예감이 틀린 것일까.

결국.. 예감에 의존한 투자는 명확한 한계를 드러내는 것일까.

두려움이 엄습했다.

나도 사람인이상 어쩔수 없었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일단 기다려보기로 한것.

끝까지 버텨보기로 했다.

* * *

대망의 오전 11시 30분.

5.3%하락으로 곤두박질 치던, 알*에프의 주가가.

불과 한시간만에 회복되었을 가능성은.

이성적으로 판단하기에 희박했다.

거기에다가 삼*전자와 협업으로 인한 호재는.

이미 주가에 모두 반영이 된 듯 하였다.

지금까지 그랬던것처럼.

영화같이. 또 기적같이.

주가가 확 급등해버리는..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가졌다.

'만약에.. 하늘이 주시는 행운이. 여기가 끝이라해도.. 나는 원망하지 않겠다.'

나는 절대로 원망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만에하나 실패한다면.

마음을 비우고. 주식시장에서 떠날 생각을했다.

그렇게 천천히 앱을 실행하고.

알*에프의 주가를 확인했다.

그런데..

'...!'

눈 앞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오전 10시까지, 5.3%의 하락세를 타고 있던 알*에프의 주가는.

다시 급 상승세로 바뀌어 전일대비 10.5%의 상승률을 기록중이었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보유주식 전량을 매도했다.

곧이어.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라는 알림음과 함께.

눈 앞에 최종 수익이 나타났다.

[알*에프]

[매도가 : 8,475 원]

[매도 수량 : 500 주]

[총 매수금액 : 300만 원]

[총 매도금액 : 423만 원]

[실현손익 : + 123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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