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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투자하면 다 오른다-43화 (43/180)

아홉 번째 투자.(5)

[2022년 1월 25일. 오후 3시 30분]

긴박했던 순간들이 지나가고.

마침내 장이 마감되었다.

코스피 지수는 장중 2703포인트까지 내려갔고.

코스닥 지수는.

22개월만에 900선이 붕괴되었다.

미국이 러시아를 여행경보의 최고 단계인 4단계.

즉, 여행금지령을 내린 가운데.

영국마저. 대사관 직원들과 가족들에게 철수령을 내리면서 긴장감이 커졌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짐에따라, 국내 증시가 악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들이 많았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폭락하는 지수와함께.

국내사업부의 실적역시 최악의 손실을 기록중이었다.

황 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

"다들 계속 이럴거야?"

"... ..."

"한 차장!"

"네.."

"차장이나 됐으면, 뭐라고 말 좀 해봐. 이거 해도해도 너무하는거 아니야?"

"죄송합니다.. 증시가 너무 안좋아서.."

탁-

황 부장이 책상을 내리치는 소리에, 한 차장이 움찔거리며 대답을 멈췄다.

황 부장은 직원들을 둘러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언제까지 시장 탓만 할거야? 어?"

"... ..."

평소 냉정함을 유지하던 황 부장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성난 사자 한마리가 있었다.

"내가 사장님앞에 불려가서 이런 소리를 들어야겠어?"

"죄송합니다.."

계속되는 손실에 화가 난 황 부장은.

죄송하다는 말에도 멈추지 않고 한 차장을 몰아부쳤다.

"지금 우리 사업부 실적이 어떤지 알아?"

"... ..."

"10개 증권사중에서 꼴찌야 꼴찌!"

"... ..."

"하여간 다들. 오늘 집에 일찍 들어갈 생각하지마.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처음부터 다시 전략을 짜서 보고해.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황 부장은 답답하다는듯, 넥타이끈을 풀어헤치며 사무실을 나갔다.

그와함께 사무실의 분위기는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

* * *

오후 8시.

길고 긴 회의가, 마침내 끝이 났다.

"그럼 내일부터 두고 보겠어. 계획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은 말 안해도 알지?"

"네.."

"좋아, 다들 수고했어. 이만 들어가자고."

황 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옷걸이에 걸어두었던 외투를 걸쳐 입고는 밖으로 나갔다.

"들어가세요. 부장님."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직원들의 입가에.

쓴 미소가 지어졌다.

"아니, 증시가 안좋은걸 가지고, 나보고 어떡 하라는거야!"

한 차장의 얼굴에 분이 가득했다.

그런 한 차장을 바라보며 박 과장이 말했다.

"참으세요. 차장님."

"어후.."

"기분도 안좋은데. 술이나 한잔 하고 가시죠."

"이시간에? 너무 촉박하지 않아?"

"어때요. 요 앞에가서 딱 한잔만 하고 가는건데요."

"쯥.. 그럼 그럴까?"

"네. 늦기전에 얼른가죠."

한 차장과 박 과장이 서둘러 나가고.

사무실에는 이제 나와 김연희 사원만 남게 되었다.

나는 직원들의 자리로 걸어갔다.

평소보다 늦은 퇴근에.

다들 퇴근체크는 하고 갔지만. PC는 끄지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었다.

나는 윤 대리의 자리 앞에서. PC비밀번호를 입력했다.

그 때였다.

김연희 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호 씨. 부장님 자리는 비밀번호가 뭐예요?"

직원들은 서로의 비밀번호를 알고있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모르는건 당연한건데..

김연희 사원은 내게 부장님이 쓰시는 PC의 비밀번호를 물었다.

나는 무슨이유로 김연희 사원이. 부장님의 PC비밀번호를 알려고하는지 궁금했다.

"왜요?"

"왜긴 왜에요. 수호씨 도와주려고 그러죠."

김연희 사원은 PC점검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나는 손바닥을 내보이며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아니에요. 저 혼자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김연희 사원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알려주세요. 그래야 얼른 마무리하고 같이가죠."

나는 그녀의 거듭된 부탁을 거절할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부장님의 PC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어느새.

"수호 씨. 부장님 자리는 다 껐어요. 박 과장님 자리는 비번이 뭐예요?"

김연희 사원은 나보다도 더 열정적으로 PC를 끄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같이 사무실을 정리 하며, 뒤늦게 퇴근을 준비했다.

* * *

오후 8시 15분.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김연희 사원이 돌연 걸음을 멈추더니.

불이 켜진 국수집을 바라보며 말했다.

"수호 씨. 우리 간단하게 뭐좀 먹고 갈래요?"

회의시간에 샌드위치를 배달시켜 먹기는 했었는데.

그것만으로는 배가 차지 않았는지.

김연희 사원은, 나무 의자가 그려진 국수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나도 배가 많이 고팠다.

직원들이야 샌드위치라도 먹었지.

나는 가방에 챙겨둔 간식으로 허기를 떼웠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산본까지 가기가 버거울것 같았다.

하지만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저녁 8시 15분.

코로나로 인한 영업제한 시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다.

거기다가 유리창 너머로, 테이블을 닦고 있는 주인의 모습으로 보아하니.

마감을 하고 있는것 같았다.

하지만 그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는 혹시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급하게 가게로 뛰어갔다.

그리고 가게의 문을 열고 말했다.

"혹시 영업 끝났나요?"

"죄송합니다. 영업이 종료되었습니다."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나는 문을 열고 나와서.

대답을 기다리는 김연희 사원에게 소식을 전해주었다.

"끝났다고 하네요.."

"그렇군요. 뭐, 어쩔 수 없죠.."

마감이 되었다는 말에.

김연희 사원은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 * *

"어때요? 이것도 먹을만 하죠?"

"네. 맛있어요"

국수집 대신 들린 편의점에서 일회용 용기에 담긴 국수를 먹으며.

김연희 사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는 삼각김밥 하나를 김연희 사원에게 내밀었다.

작은 일이었지만 PC점검을 도와준것이 고마웠다.

"연희 씨. 김밥도 같이 드세요."

"고마워요. 수호 씨. 수호씨도 많이 드세요."

머리카락이 흘러내릴까봐,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고정시키고 먹는 김연희 사원.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삼각김밥을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  뜨거운 국물을 들이켰다.

차가운 김밥과 뜨거운 국물이 만나며, 입안에서 조화를 이루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배가 고팠던 탓에 허겁지겁 식사를 마친 우리는.

음료수를 마시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취미는 뭔지. 가족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슬며시.

오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연희 씨. 에*코 주식 말이예요."

"네."

"얼마나 넣으신거예요?"

"음.. 4억쯤이요."

"4억이나요?"

"네. 그런데 왜 그렇게 놀라세요?"

김연희 사원은 뭐가 문제냐는 표정이었다.

나는 마음을 달래며 말을 꺼냈다.

"제가 말씀드린대로.. 손절 하셨나요?"

그제서야 내 의도를 알아차린 김연희 사원이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긴듯 하더니.

이내 서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니요. 팔지 않았어요. 더 오를것이라 생각했거든요."

"... ..."

나는 김연희 사원의 대답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동안 내가 어디에 투자했는지 알고싶어서, 안달이났던 그녀였다.

그런데 이제와서 내 말을 듣지 않겠다니..

그 이유가 궁금했다.

나는 잠시에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물어보았다.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음.. 그 부분은 오전에 부장님께 말씀드렸다싶이.."

"아니요! 그 대답 말고요."

단호한 어조때문이었을까.

김연희 사원의 놀란듯했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다른 이유가 있을것 같은데요."

"... ..."

"다른 누군가한테. 무슨 이야기를 들으신거죠?"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하자.

김연희 사원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에*코는 지금 팔때가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누구한테 들었는데요?"

"박건호 위원이라고 기억하시죠?"

"...!"

"3주전에 카페에서 만났던 연구소 위원님이요."

"네. 기억하고 있어요."

"그분한테 직접 들었어요. 에*코의 주식은. 앞으로 한 달 안에 원상복구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김연희 사원의 말에.

나는 더이상 할 말이 없었다.

* * *

[2022년 1월 26일]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나는 오전 9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오*솔의 주가가 오늘도 상한가를 치게 된다면.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매도를 할 생각이었다.

'제발 한 번만 더 가자.'

매번 한 번 만 더를 외치고 있는 내 모습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돈이 걸려있는 만큼 마음도 간절했다.

잠시 후.

오전 9시가 되고,  장이 시작되었다.

나는 즉시. 오*솔의 주가를 확인하였다.

그런데..

[오*솔]

[현재가 : 14,500 원]

[전일대비 : - 3.1% 하락중]

오*솔의 주가는 장 개시와 함께. 하락세를 그리고 있었다.

점상까지 기대하고 있었던 나는. 실망감을 감출수가 없었다.

어째서 하락을 하는것인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설마 어제가 끝물이었나.. '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이런 모습. 수호씨 답지 않아요.'

김연희 사원이 해주었던 충고가 떠올랐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부터는 멘탈싸움이다. 마음 단단히 먹자.'

* * *

1월 26일.

오*솔의 주가는 크게 흔들렸다.

주가는 상승했다가 하락했다가 반복하며.

주식을 던지라고 압박하고 있었다.

[오*솔]

[오전 09시 52분. ↑14,570 원]

[오전 10시 04분. ↓14,520 원]

[오전 10시 08분. ↑14,610 원]

[오전 10시 31분. ↓14,480 원]

그리고 오전 10시 54분.

위아래로 흔들리던 오*솔의 주가는 14,950원으로.

시초가를 다시 회복했다.

그와함께 거래량이 쏟아져나왔다.

주가가 더 올라가는것을 포기하고, 이쯤에서 매도하는 사람들이 많은듯 했다.

하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오후 1시.'

지그재그를 그리던 오*솔의 주가가.

기적적으로 상승전환을 이루어내기 시작했다.

오후 1시 5분에 15,000원대 벽을 넘기 시작하더니.

이후부터는 그칠줄 모르고 상승하기 시작했다.

[오후 13시 35분. ↑15,800 원]

[오후 14시 05분. ↑17,100 원]

[오후 14시 25분. ↑17,900 원]

[오후 14시 45분. ↑18,400 원]

[오후 15시 05분. ↑19,100 원]

그리고 마침내.

[오후 3시 11분]

오*솔의 주가는 상한가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와함께 내 목표가도 동시에 이루었다.

'왔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솔의 주식 전량을 매도하겠다고 주문을 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주문이 체결되었다는 알림음이 들려왔다.

나는 즉시 거래내역을 확인하였다.

[오*솔]

[매도가 : 19,400 원]

[수량 : 2,244 주]

[총 매수금액 : 2,000만 원]

[총 평가금액 : 4,350만 원]

[실현수익 : + 2,350만 원]

거세게 밀려오던 매도의 압박감을 이겨낸 결과.

총 2,300만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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