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한 번째 투자.(1) >
'내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소설처럼.
상태창이 눈 앞에 나타난 것도 아니었고.
과거로 회귀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눈앞에 벌어진 일들에 대해.
단지.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결코 자만할 수 없었다.
오히려.
다시 낭떠러지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항상 마음을 졸였었다.
하지만 이번 투자는 조금 달랐다.
아홉번의 투자를 해서, 아홉번 모두 성공했다.
계좌를 바라보고있자니,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는 엄청난 재능이 있는걸까..'
[김수호님의 증권계좌]
[예수금 : 52,000,000 원]
두 달도 안되는 짧은 시간만에.
자산이 5천만 원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내 성공 스토리는.
단순히 주식이 오른다와 내린다.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었다.
800개가 넘는 코스피 등록 기업들과 1,500개가 넘는 코스닥 등록 기업들중.
'당일 급등주' 혹은 '머지않아 급등할 주'를 찾아냈었다.
이것을 두고 누가 감히. 단순한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확률로 따지자면.
로또 1등을 연달아 세 번이상 당첨되는 확률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황 부장이 자주하던 말을 떠올렸다.
'주식에 있어 과정은 필요가 없다. 결국 딴 놈이 실력이 있는거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까지 투자 수익률만 따져본다면. 내가 최고의 실력가가 아닐까싶었다.
'제법, 능력이 있기는 했지. 김수호.'
픽*메타와 감*소프트부터.
차례대로 과거의 거래내역을 살펴 보며. 씨익- 웃고 있는데.
"수호 씨!"
갑자기 옆에서.
김연희 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각지도 못한 접근에.
나도 모르게 화들짝 놀랐다.
"네?!"
놀란 눈동자로 바라보던 내가 웃겼던걸까.
김연희 사원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왜 그렇게 놀라세요?"
그녀는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나는 서둘러 화면을 손으로 감싸쥐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다.
푸*케미칼이 상한가를 치고, 내 기분이 UP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김연희 사원은 알고도 모른 척.
눈가를 애교스럽게 늘어뜨리며 화제를 전환했다.
"수호 씨. 배는 안고파요? 점심 드셔야죠."
그녀의 말에 시계를 보니 12시가 되었다.
김연희 사원이 말했다.
"제가 점심 싸왔는데. 같이 드실래요?"
너무나 직접적인 말에..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던 한 차장이, 의자를 돌려 우리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와 김연희 사원을 번갈아보더니.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뭐야? 김연희 사원. 수상해."
"네? 뭐가요?"
"요즘 들어서, 둘이 부쩍 가까워 보여."
한 차장의 말에.
김연희 사원이 웃으며 답했다.
"에이, 차장님도. 같은 사무실 직원끼리 친하게 지내면 좋잖아요."
"그럼 우리는? 우리는 뭐, 입이 아니라 주둥아리인가?"
"에이, 차장님도. 무슨 말씀을 그렇게하세요. 그럴줄 알고 차장님꺼랑 박 과장님것도 싸왔어요."
"정말?"
"그럼요."
한 차장의 질문에.
김연희 사원이 미소를 지어보이며 답했다.
* * *
[2022년 1월 28일. 금요일]
주말이 지나면 설 명절이다.
그리고 명절을 코앞에 둔 금요일 장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연일 하락세를 타던 코스피 지수는 결국 반등에 성공하며.
12시 5분 현재. [2,650 포인트]를 기록중이었다.
장 초반 2,600선 마저 무너졌던 것을 감안하면. 3시간만에 60포인트 가량이나 상승한 수치였다.
그와함께 제국금융투자 국내사업부의 실적 역시.
[마이너스 22억]에서 [마이너스 17억으로] 크게 호전된 상황이었다.
직원들의 기분도 어제보다는 한결 나아진 상황.
그 때 김연희 사원이 재치있게 말했었다.
"도시락 맛있게드세요. 대신 수호 씨랑 저랑. 잠시 자리좀 비울게요."
김연희 사원의 재치 덕분에, 우리는 사내 휴게실로 이동할 수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식사를 하는 여직원들 사이로.
김연희 사원과 나도.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다.
코로나로 인해 테이블 사이의 간격을 멀리 배치해 둔 터라.
우리는 옆 테이블을 신경쓰지 않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수호 씨. 배고프죠?"
김연희 사원이 작은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내며 말했다.
하늘색 도시락통은 하얀색 뚜겅으로 덮여있었다.
"네. 조금요."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뭘 싸온거지..
궁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잠시 후.
도시락통이 열리며 안에 있던 내용물이 보였다.
첫번째 도시락통에 들어있는 것은, 방울 토마토와 바나나였다.
"과일이었네. 이거는 후식으로 먹는게 좋겠죠?"
김연희 사원은 첫 번째 통을 다시 닫고. 두 번째 도시락 통을 열었다.
꼬르륵- 배가 신호를 보내는 가운데.
마침내.
도시락통 안에 들어있던 내용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
"어때요? 맛있겠죠?"
"네.."
도시락통에는 김밥이 가득 들어있었다.
두 명이서 먹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김연희 사원은.
도시락통을 테이블 가운데 놓고 나를 보며 말했다.
"입 맛에 맞는지 모르겠어요. 한 번 드셔보세요."
도시락통에 가득 담긴 김밥을 보고 있자니. 감동이 밀려왔다.
지금까지 나에게 도시락을 싸줬던 것은.
어머니와 20살때 사귀었던 첫사랑 여자친구 뿐이었다.
"이걸 언제 다 싸신 거예요? 어제 퇴근도 늦었는데.."
"그게.."
"고마워요. 연희 씨. 잘 먹을게요."
어머니가 김밥을 싸시는걸 몇 번 지켜본적이 있었다.
손이 상당히 많이 가는 음식인데.
이걸 밤늦게까지 쌌다는 생각을하니 감동이 밀려왔다.
나는 나무젓가락을 들고 김밥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입 안 가득 김밥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오물오물 씹어 먹는데..
'...!'
"왜 그래요?"
내 표정이 이상했던 것일까.
김연희 사원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맛이 없어요?"
나는 입안에 있던 김밥을 서둘러 넘긴후에 말했다.
"아니에요. 너무 맛있어요."
김밥은 너무 맛있었다.
하지만 내 예측과 다른점이 한가지 있었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맛은.
너무나 익숙한 맛이었다.
바로. 4번 출구 앞에 있는.
[개나리 김밥 집]의 맛이었다.
* * *
'확실히 맛있다.'
김연희 사원이 직접 쌌든, 아니면 사왔든.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김밥은 맛있었고. 이렇게나마 나를 챙겨주는 김연희 사원이 고마웠다.
"천천히 좀 드세요. 체하겠어요."
김연희 사원은.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서 나에게 건넸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왜 이렇게 급하게 먹어요? 사무실에 빨리 들어가봐야 할 것 같아서 그래요?"
"아니요."
아니라고 대답은 했지만.
사실 그녀의 말이 정답이었다.
김연희 사원 덕분에 휴개실에서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었지만.
마음 한 켠이 불편했다.
윤 대리는 김연희 사원보다 상사였기에.
그가 대신 내 전화를 받아준다는것이, 여간 불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였다.
내 생각을 알아차린 김연희 사원이 말했다.
"걱정하지마세요. 윤 대리님도 저한테는 꼼짝 못해요."
김연희 사원의 눈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근거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윤 대리가 김연희 사원에게 함부로 대하는것을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부하직원임에도 불구하고, 대하기 어려워하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다른 직원들은 모르는, 둘만 아는 비밀이 있는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김연희 사원을 바라보는데.
김연희 사원은 내 생각을 읽은건지 웃으며 말했다.
"저 아니었으면. 윤 대리님 실적은 지금보다도 5%는 더 떨어졌을거예요."
"··· ···"
"그러니깐 수호씨. 걱정하지 말고 천천히 드세요."
* * *
'아직도 수익률은 13.5%에요.'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지만.
계속해서 김연희 사원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걱정되는 마음에 최근 수익률이 어떻냐고 질문했었는데.
김연희 사원은 아직도 투자수익률이 13.5%나 된다고 말했었다.
4억이나 쏟아부은 에*코의 주식이 연일 하락하는 가운데, 어떻게 13%가 넘는 수익을 거두고있는걸까.
나는 그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에*코의 주가를 확인해보았다.
[종목 : 에*코]
[2022년 1월 21일 : ↓주당 515,000 원]
[2022년 1월 24일 : ↓주당 512,000 원]
[2022년 1월 25일 : ↓주당 504,000 원]
[2022년 1월 26일 : ↓주당 502,000 원]
[2022년 1월 27일 : ↓주당 498,000 원]
[1월 28일 현재 : ↓주당 494,000 원]
에*코의 주가는.
화재사고 이후에, 꾸준히 하락하고 있었다.
1월 18일만 하더라도 56만원에 달하던 주가는.
열흘만에 50만 원 선이 무너져 내렸고.
지금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계속 하락중이었다.
김연희 사원이 에*코에 언제 진입한지는 모르겠지만.
매수 시점을 10일 전으로 잡는다면.
그녀는 최소 14%의 손실을 보고 있을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근거로, 다른 종목에서 거둔 수익률을 계산해보면.
최소 22%에 달하는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계산결과가 나왔다.
'4억을 넣은 에*코에서는 14% 손실을.'
'16억을 넣은 다른 종목에서는 22% 수익을 거두는 중이구나.'
'도대체 김연희 사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박건호 위원말고도 얼마나 대단한 인물들이 그녀의 뒤에 서있을지 궁금했다.
나는 몇 가지 생각을 더하다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됐다. 어차피 내 돈도 아닌데. 신경끄자.'
* * *
오후 1시 15분.
나는 생각도 정리할 겸.
정수기에서 믹스 커피 한 잔을 타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이었다.
상황판의 불이 번쩍이며 한 줄의 기사가 떠올랐다.
[삼*전자 실적 발표]
'응?'
눈길을 끄는 제목에. 나는 상황판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줄지어 나오는 몇가지 내용들을 더 발견할 수 있었다.
[삼*전자. 반도체 1위 탈환 재확인]
[삼*전자. 4분기 확정 실적 발표 결과. 94조원 매출]
삼*전자라면 대한민국 주식의 대장주라 불리는 종목아닌가.
그곳이 실적을 발표했다는 소식에. 나는 궁금해서 참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즉시. 관련 정보를 찾아보았다.
포털사이트에 '삼*전자 실적발표'라고 검색을 하자.
방금전에 나온 기사들이 눈 앞에 보였다.
나는 가장 상단에 있는 기사를 클릭하고.
어떠한 내용인지 확인해보았다.
[기사 전문]
[삼*전자가 확정 실적을 발표했다. 4분기 반도체 매출은 94조원으로 2020년 4분기에 비해 29%상승했다. 이에따라 삼*전자가 반도체 매출 분야에서 다시 1위자리를 탈환했다는 것이 숫자로 증명되었다. 삼*전자의 놀라운 실적 발표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반도체 분야 뿐만이 아니라. 가전분야와 모바일 분야의 매출액도 크게 성장했다. 가전분야는 55조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모바일 사업 부분은 110조 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 증시의 대장주이자.
시가총액이 500조가 넘는 기업에서.
호재성 기사가 나왔다.
이정도 호재면.
코스피지수는 더욱 가파르게 오를것이라 생각되었다.
'연휴 시작전에 흐름이 좋네.'
주말 이틀을 포함해서 다음주 수요일까지 이어지는 5일간의 연휴.
그 긴 연휴를 잘 보내라고, 하늘에서 선물을 주는듯했다.
나는 코스피지수가 오늘안에 2,700선을 회복하며.
많은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고향집에 돌아가기를 바랬다.
'가족들을 만나는 설 명절 만큼은. 모두가 행복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