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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투자하면 다 오른다-56화 (56/180)

< 열세 번째 투자.(1) >

30만원의 투자금으로 여기까지 온 것만해도 기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배가 고팠다.

더 많이 벌고 싶었고.

더 많이 갖고 싶었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여기서 안주할 수 없다.'

친구에게 줄 돈 1,000만 원과. 이것저것 쓸 돈 200만 원을 빼놓고.

1억 3백만원의 금액을 투자할 만한, 새로운 투자처를 탐색했다.

나는 김연희 사원으로부터 입수한 정보부터 읽어 보았다.

그리고 머지않아.

직감이 가리키는 한 지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성*나노텍]

김연희 사원이 건네준 찌라시에는.

중요한 정보가 담겨있었다.

바로 해당 기업이.

호주의 유명 자동차 회사에.

자사의 부품을 납품 하게 될 것이라는 사전정보였다.

'현재까지 김연희 사원이 건네준, 정보의 정확성은 30~ 40% 수준.'

다른 찌라시에 비해서는 탁월하게 높은 적중률을 자랑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적중률이었다.

때문에 투자에 신중을 가해야했다.

이제부터는 주가가 10%만 하락하더라도. 천 만원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체급이 올라간 만큼.

넘어지게 될 경우 받게 될 데미지 역시. 상승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성*나노텍의 기업 정보를 다시 한 번 더 살펴 보았다.

1958년에 설립된 성*나노텍이라는 회사는.

냉간 단조 기술을 사용하여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회사였다.

'냉간 단조 기술이라.'

나는 관련 단어를 검색해보았다.

그리고 냉간 단조 기술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되었다.

'냉간 단조 기술은'

금속에 강인함과 유연성을 더하는 첨단 가공 기술로.

금속의 성질을 바꾸는 기술을 말하였다.

그리고 김연희 사원으로부터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해당 기술로 만든 자동차 부품이.

호주의 유명한 전기차 업체에 납품 될 것이라고 하였다.

'좋아. 그 다음.'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확인한 후에.

곧바로 주가의 흐름을 살펴보기로 했다.

성*나노텍의 주가는 지난 1년간.

수많은 변화를 겪고 있었다.

[2021년 1월 3일]  주당 2,200 원 ↑

[2021년 3월 12일] 주당 3,200 원 ↑

[2021년 9월 9일]  주당 4,800 원 ↑

[2021년 10월 7일] 주당 3,900 원 ↓

[2021년 12월 2일] 주당 2,600 원 ↓

[2월 8일. 현재]   주당 2,390 원 ↓

'5개월만에 4,800원에서 2,390원으로. 반토막이 나버린 주가.'

직감은 분명히 이것을 사야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객관적인 지표는 좋지 않았다.

영업이익은 2년 연속 감소하고 있었고.

매출액은 4년 연속 감소하고 있었다.

만에하나 내 직감이 틀렸다면.

최악의 종목에 투자하는 결과가 생기게 된다.

추락하는 종목에 진입했다가.

바닥을 알 지 못하고 떨어지는 주가에 발목이 잡힐수도 있는 상황.

'어떻게 하는게 현명한 판단일까..'

나는 다시 한번 더.

김연희 사원이 건네준 찌라시를 읽어보았다.

- 성*나노텍은. 국내 최대 에너지기업과 호주의 전기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게 될 것입니다. 성*나노텍이 보유한 냉간 단조 기술을 활용하여, 부품의 원가를 낮출 수 있을뿐만 아니라. 품질의 향상 및 환경 보호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이슈로 각종 제약이 따르는 상황에서. 성*나노텍이 보유한 기술은. 반드시 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좋아. 가자.'

나는 고민끝에, 내 직감을 따르기로 했다.

지금까지 일들을 되돌아봤을 때.

주가가 급등하기 전에는 어떠한 신호도 없었다.

나는 즉시.  열세 번째 투자를 집행했다.

앱을 실행하고.

종목 선택에서 성*나노텍을 선택했다.

그리고 시장가로 매수를 진행했다.

* * *

"수호 씨."

"네. 대리님."

"이것 좀 가져가서 두 장씩 복사해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윤 대리는 50장 가까운 서류를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윤 대리가 맡긴 복사를 모두 마친 후에.

뒤늦게 성*나노텍과 관련한 거래내역을 확인해 보았다.

[김수호님의 거래내역]

[2022년 2월 8일. 오전 11시 30분]

[종목 : 성*나노텍]

[매수가 : 2,400 원]

[총 매수금액 : 1억 3백만 원]

[총 평가금액 : 1억 3백만 원]

[평가손익 : 0 원]

* * *

채결된 거래내역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뒤에서 황 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김 사원."

"네?"

김연희 사원이 답하자,

황 부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연희씨 말고. 김수호 사원."

직원들이 일동정지 했다.

김수호 사원이라니.

황 부장이 입에서 내 이름이 나온것은.

입사 1년 3개월만에 처음있는 일이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호출에.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며 답했다.

"네. 부장님."

"뭘 그렇게 놀라?"

"아, 아닙니다."

황 부장이 말했다.

"김 사원. 지금 바로 처리해야 하는 일 있어?"

"아니요. 없습니다."

"그럼 잠깐 이리 와 봐."

황 부장의 지시에. 다른 직원들도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힐끔힐끔 쳐다봤다.

그것은 김연희 사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생각했다.

'갑자기 나를 부르는 이유가 뭘까?'

그나마 유추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내가 작성했던 러시아 - 우크라이나 관련 자료를.

황 부장이 봤다는것 뿐이었다.

하지만 겨우 그런 일로 나를 부르는게 말이되나 싶었다.

그 순간이었다.

설마하는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황 부장의 책상에는.

내가 작성한 [러시아 -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응하는 방법]이 펼쳐져있었다.

그리고 자료 곳곳에는.

형광색 팬으로 체크가 되어있었다.

황 부장이 의자에 앉은 채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김 사원이 작성한 자료를 읽다 보니깐 말이야. 등골이 오싹해지더라고."

"··· ···"

"그래서 이 자료를 검토해 달라고, 대외경제부에 요청해 봤는데."

"··· ···"

"놀랍게도 자네의 예상이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더군."

황 부장이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서 한가지 확인이 필요한데 말이야. 자네가 직접 작성한게 맞나?"

거짓말을 하면 캐치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나는 당당하게 답했다.

"네. 제가 직접 작성했습니다."

"흠.. 그렇단 말이지."

황 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는듯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김수호 사원."

"네."

"자료를 조금 더 다듬어서 발표를 해줘야겠네."

"네?"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되물었다.

그러자 황 부장이 덤덤하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김 사원의 자료가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대외 경제부에서 직접. 대표실에 보고서를 올렸나 봐."

"··· ···"

"대표님의 호출이 떨어졌어. 작성자를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하셨다더군."

갑자기 대표님의 호출이라니.

급변하는 사태에.

나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 때였다.

황 부장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면서 소리쳤다.

"정신 차려! 김 사원."

"죄송합니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돼. 이왕 이렇게 된거. 국내 사업부는 파견직 사원도 뭔가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 된다고."

"네. 알겠습니다."

황 부장이 고개를 돌려 김연희 사원을 바라보았다.

"김연희 사원."

"네. 부장님."

"연희씨가 자료 다듬는 것 좀 도와줘. 대표님이 직접 참석하시는 자리니깐. 어설픈게 있어서는 안 돼. 내말 무슨말인지 알지?"

황 부장의 지시에.

김연희 사원이 미소를 머금고 답했다.

"걱정마세요. 부장님. 제가 옆에서 잘 도와줄게요."

"그래. 그럼 김연희 사원만 믿고 가겠어."

* * *

[2022년 2월 8일]

[화요일. 오후 3시 30분]

코스피 지수는 2,746포인트.

코스닥 지수는 895포인트로 마감했다.

간신히 회복했던, 2750선과 900선이 또다시 무너졌는데.

이와 관련하여 전문가들이 내놓은 의견은. '미국의 국채 금리 급등'이었다.

미국의 재무부에서 발행하는 美 국채는. 세계 최대의 안전자산이라 불리는데.

미국의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장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주식을 매수하던 외국인들이. 오후에 갑자기 돌아선 것도.

미국의 국채 금리 급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었다.

결국 그렇게.

국내 증시는 하락마감 하였고.

국내 사업부의 실적은.

어제에 이어, 20억원 가량의 평가손익을 거둔 채 끝이났다.

* * *

오후 5시 40분.

저녁 회의를 끝마친 직원들이 짐을 챙기고 있을때였다.

동생으로부터 한 통의 카톡이 도착했다.

[오빠, 전화 했었어?]

[응. 뭐하고 있었어?]

[아기 재워놓고, 나도 잠깐 잤어.]

[그랬구나. 예준이는 이제 일어난거야?]

[응. 지금 막 일어나서 분유 먹였어.]

[그랬구나. 다른건 아니고. 줄 선물이 있어서.]

한 시간 전.

나는 동생에게 전화를 했었다.

유튜브를 보다가. 꼭 선물해 주고 싶은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기도폐쇄 응급처치 홈키트'였다.

유튜브에서 봤던 3분짜리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영상은 미국에서 일어났던 일을 담고 있었는데.

갓난 아이를 대동한 부부가.

갑자기 식당에서 오열하는 장면이 있었다.

아이가 뭘 잘 못 먹은건지.

기도가 폐쇄되어 호흡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식당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중 누구도.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했다.

몇몇 사람들이 다가와서 아이의 등을 두드려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때 였다.

한 남자가 차에 뛰어가서 상자 하나를 들고왔다.

그리고 아이의 코와 입에 장비를 부착했다.

잠시 후.

고통스러워하던 아이의 목에서 이물질이 빠져 나오며, 아이가 숨을 쉴 수 있게되었다.

나는 남자가 사용한 장비가 무엇인지. 설명을 자세히 읽어 보았다.

그리고 곧이어. 장비의 이름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남자가 사용한 장비는. 기도폐쇄 응급처치 홈키트였다.

나는 해당 영상을 보고. 이 장비를 동생에게 꼭 선물해줘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무슨 이유로 전화를 했는지. 내막을 들은 동생이.

고맙다며 답장을 보내왔다.

[우와. 난 이런거 생각도 못했었는데. 대단하다. 오빠.]

[가지고 있으면 좋을거 같더라고. 선물이야.]

[정말 고마워, 오빠.]

* * *

저녁 6시.

김연희 사원과 단 둘이 사무실에 남게 되었을 때였다.

김연희 사원이 다가오며 물었다.

"수호 씨. 뭐하고 계세요?"

나는 동생과 나누던 대화내용을 서둘러 가리며 답했다.

"아, 별거 아니예요."

김연희 사원의 눈빛이 변했다.

"누구랑 대화하고 있던거에요?"

"누구랑 대화하고 있었냐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수호 씨. 혹시.."

그녀는 무슨 말을 하려는건지 뜸을 들였다.

그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혹시, 여자친구 생겼어요?"

너무나 뜬금없는 질문에.

황당해서 단발성 탄성이 나왔다.

"네?"

"저 다 봤어요. 어제부터 계속. 일하다가 몰래 나가서 통화 하셨잖아요."

"··· ···"

"그리고 방금전에도 막. 방긋방긋 웃으시면서, 어떤 여자랑 카톡도 주고 받으셨고요."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채로 따지고 있는 김연희 사원의 모습이.

어이가 없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방금전까지 대화를 나누던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주었다.

그러자.

"아..!"

민망했는지 김연희 사원의 볼이 더욱 붉어졌다.

그녀는 말끝을 흐리며 답했다.

"그런거라면 진작 말씀하시지. 왜 감추고 그러셨어요?.."

"숨기려고 한 적 없는데요."

"아무튼..!"

그녀는 상황을 모면하고 싶었는지.

황급히 화제를 전환했다.

"우리 일 얘기나 해요. 대표님이 직접 참석 하신다고 하셨잖아요. 이럴 시간 없어요."

박건호 위원의 집에 다녀온 이후로 다소 서먹해졌던 사이가.

작은 헤프닝으로 인해 풀리는 느낌이었다.

"좋아요. 시작하죠."

나는 고개를 돌려 서류를 바라봤다.

여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지금 이 상황에선 중요하지 않았다.

일단 지금은. 눈 앞에 놓인 일부터 처리해야했다.

돈도 돈이지만.

회사에서 한번도 인정받은 적이 없던 나였기에..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구가.'

마음속에서.

강하게 출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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