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네 번째 투자.(1) >
살다 보면.
삶이 너무나 버거울때가 있다.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게. 고통인 순간이 있다.
앞이 꽉 막힌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때가 있다.
청소년 시절의 내가 그랬고.
친구 다운이의 현재가. 그런듯했다.
울먹이는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치과에 갈 돈이 없어서.
통증을 참고 식당 일을 나가셨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린시절의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그 모습을 바라만 봤어야 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절박한 친구를 도울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뿌듯했다.
그와 동시에.
돈의 위력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필요한 곳에 적재적소로 투입되는 돈은.
정말이지 한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친구에게. 힘들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말해준 뒤.
통화를 마무리했다.
친구가 주말에 산본까지 올라온다고 했으니.
못다한 이야기는 그때해도 충분할 것 같았다.
나는 전화를 끊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벽에 걸린 시계는 오후 12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윤 대리와 박 과장만 자리에 남아서.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은 뒤. 샌드위치의 포장지를 뜯었다.
딱히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지금 먹어둬야. 오후 일정도 마무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샌드위치를 크게 한 입 베어물고는.
곧장 열 네 번째 투자처를 찾아나섰다.
메일함을 열어서.
김연희 사원으로부터 받은 정보들부터 확인하였다.
* * *
메일 용량의 절반정도를 확인했을때였다.
종목 하나가.
번뜩하며 눈에 들어왔다.
김연희 사원이 보낸 서른 다섯가지 정보 중에서.
열 일곱번째에 속한 종목이었다.
[뮤*레인이 무상증자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무상증자와 관련된 정보는. 이사회의 결정을 목격한 관계자의 말에 따른 것으로. 무상증자 발표전에 진입한다면.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나의 직감은.
이 종목을 매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찌라시에서는.
빨라야 내일 발표가 날 것이라고 했기에.
나는 일단. 기업의 정보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포털 사이트에 기업명을 검색하니.
간략한 정보들이 주르륵 나타났다.
[기업명 : 뮤*레인]
[전일가 :4,600원]
[현재가 :4,500원]
[52주 최고가: 7,200원]
[52주 최저가: 3,900원]
통신장비를 제조하는 업체인 뮤*레인은.
시가총액이 1,200억에 달하는 회사로.
현재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이었다.
그리고 주가는 전일대비 2%가량 하락한 상태이며.
52주 최저가가 3,900원인것을 감안하면.
바닥권에 근접했다고 판단해도. 무리가 없을 듯 했다.
'지난 1년동안 가장 낮았던 주가가 3,900원이고, 현재는 4,500원이다. 그리고 무상증자를 앞두고 있다.'
무상증자가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따라서. 김연희 사원이 건네준 찌라시가 사실이라면.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오랜만에 직감과 객관적인 정황이.
들어맞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나는 일단 뮤*레인을 체크해 놓고.
다른 기업들은 어떤지.
조금 더 탐색을 해보기로했다.
* * *
저녁 8시가 되어서야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곧장 책상 앞에 앉았다.
직감에 따라 투자처를 결정했지만.
이 기회를 통해서.
무상증자에 대한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싶었다.
나는 저녁식사를 배달시킨 후.
곧바로 공부를 시작했다.
블로그와 기사를 검색해서 읽어 보다가.
이내 유튜브에서.
무상증자의 개념을 쉽게 설명해주는. 변호사의 영상을 접하게 되었다.
영상속에서 변호사가 말했다.
"기업들이 무상증자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재무건전성을 보여줌으로써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목적입니다."
영상속의 변호사는.
기업들이 무상증자를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함이라고 단언하였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무상증자가 있다고 하면. 주가에는 호재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이왕 주식투자를 할 것이라면, 어렴풋하게 이해하고있는 것보다는. 무상증자에 대해 개념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여기까지 설명한 변호사는.
마침내 분필을 들고 강의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노트를 펼쳐들고.
변호사님이 강의하는 것을 받아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지않아서.
무상증자의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공부한 것을 다시 정리해보았다.
【먼저 증자란.】
회사가 자본을 늘리기 위해, 주식을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증자는.
【유상증자와 무상증자. 두 가지로 나뉜다.】
유상증자는 주주들로부터 돈을 받고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고.
무상증자는 주주들로부터 돈을 받지 않고, 주식을 발행해서 나눠주는것이다.
【그렇다면 회사는 미친것인가?】
【어째서 돈도 받지 않고 주식을 나눠 준다는 말인가?】
바로 이 부분때문에.
무상증자가 유상증자와 달리.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주주들한테 돈도 받지 않고 주식을 발행해서 나눠줄수 있을까?
【정답은 바로】
【회사 내부에 있는 돈으로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부분을 이해하려면.
자본과 자본금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했다.
단 한글자 차이지만.
둘 사이의 개념은 명확히 다르기 때문이었다.
예로 들자면.
자본은 과일이고.
자본금은 수박이다.
자본안에 자본금이 포함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본= 자본금 + 잉여금】
【잉여금= 주식발행초과금 + 이익 잉여금】으로 구성되는데.
【무상 증자는】
자본을 구성하고 있던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이동만 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본 총액은 변함이 없고.
자본금만 늘어나는 것이다.
나는 여기까지 정리를 마친 후에.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표를 그려서 복습을 해보았다.
* * *
A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회사를 설립할 때.
정관에 액면가액 100원이라고 정했다.
상법에.
'액면주식 1주의 금액은 100원 이상으로 하여야 한다.'
라고 정해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A라는 기업이 상장을 하려 할 때.
액면가액 그대로 주식을 발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설립해서 → 상장하기까지.
A라는 기업의 가치는.
엄청나게 높아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때.
중요한 개념이 등장한다.
'그것은 바로. 주식발행초과금이다.'
기업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설립당시의 주가보다.
상장당시의 발행가액이 높아지게 되는데.
이 차액.
즉, 발행가액 - 액면가액의 금액이.
곧 주식발행초과금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무상증자는】
바로.
이 주식발행 초과금을 사용하게 된다.
액면가액은 100원이고.
발행가액은 1만원이라면.
주당 9,900원의 주식발행초과금이 쌓였을테니.
주주들에게 돈을 거둬들이지 않고도.
무상으로 주식을 나눠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잠깐.】
【무상증자는 왜 주가를 띄울까?】
【그것은 바로 세 가지 장점때문에 그렇다.】
첫 번째는.
기업이 무상증자를 할 수 있을정도로.
재무상태가 좋다는것을 대외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고.
두 번째는.
늘어나는 주식수만큼 유통이 활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공짜 주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강한 매수세가 형성되기 때문이었다.
나는 여기까지 정리를 마치고.
무상증자와 관련해서 주의할 점을 공부하기 위해. 영상을 뒤로 넘겼다.
그 순간이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휴대폰의 벨소리가 울렸다.
배달 시켰던 족발이.
도착했다는 연락이었다.
* * *
족발을 들고 방으로 들어오려다가.
문득.
고시원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주방을 오다가다가 마주친적이 많았기에.
따로 호수를 물어보지 않아도, 몇 호실에 계시는지 알고있었다.
나는 할아버지가 계신 방 앞을 지나가다가.
다시 걸음을 돌려서 할아버지 방 앞으로 갔다.
그리고 문을 살짝 두드렸다.
그러자 문이 살며시 열리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이제 막 들어오신건지.
외출복을 입고 계신 상태였다.
나는 족발 봉투를 보여드리며.
할아버지에게 말씀드렸다.
"할아버지. 제가 족발을 시켰는데 양이 좀 많아서요. 식사 하지 않으셨으면 같이 드실래요?"
너무 과한 호의는.
상대가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다.
특히.
자신은 보답할 것이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호의는 더더욱 그럴수가 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고 할아버지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할아버지는 약간(?)의 망설임만 보이셨을 뿐.
이내 흔쾌히 알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로비에 나가서 할아버지와 함께 족발을 먹을 수 있었다.
족발은 小자로 시켰지만.
내가 좋아하는 막국수를 中자로 시켰기에.
할아버지와 나.
두 사람이 먹기에는 조금의 부족함도 없었다.
나는 콩나물국을.
할아버지 앞으로 놓아준 뒤.
같이 맛있게 식사를 나눴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아직도 주식을 하냐고 물어보셨고.
내 의지를 꺾는것이 힘들다고 판단하셨는지.
이내 더이상의 강요는 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투자와 관련해서 주의할 점들을 다시 한 번 더 일러주시고.
특히 요즘같이 변동성이 큰 시대에는.
더더욱 주의해서 투자를 하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렇게 즐거운 저녁식사를 마치고.
저녁 10시가 다 되어서야.
나는 방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 * *
[2022년 2월 11일. 금요일]
새로운 하루가 밝았다.
나는 회사로 출근하면서.
지하철 의자에 앉아.
어제에 이어 공부를 시작했다.
무상증자의 개념은 이해했지만.
아직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 지.
실제 사례는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관련 기사들을 검색해보니.
무상증자는 상당수의 경우.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기도 하지만.
롤러코스터를 타는것 처럼.
급등뒤에 급락이 오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한 달 전에 있었던 A기업의 사례를 보니.
무상증자 결정 첫 날.
주가는 23%나 급등했지만.
곧바로 다음날 다시 23%가 하락하며.
제자리로 돌아간 기록이 있었다.
그리고 B기업 같은 경우에는 심지어.
29.9%의 상한가를 기록한 후.
곧바로 나흘동안이나 연속적으로 하락을 해서.
오히려 무상증자 이전보다.
40%나 주가가 빠진 기록도 있었다.
다시 말해서.
통계적으로 무상증자가 주가에 좋다는 것 뿐이지.
절대로 맹신해서는 안된다는 결과를 말해주고 있었다.
더군다나.
지난 기록들을 보니.
무상증자 소식으로 급등을 했던 주식들의 대부분은.
주식발행초과금으로 무상증자를 한 것이 아니라.
이익 잉여금으로 무상증자를 한 통계를 발견하게 되었다.
주식발행 초과금은.
어제 공부한것과 같이.
회사가 설립할 당시의 액면가액보다.
상장할 당시의 발행가액이 높다는 차이점때문에 생긴 돈인데.
이익 잉여금은 그것과 달리.
회사가 경영을 잘해서 벌어들인 돈을 뜻하였다.
그리고 이익잉여금으로 무상증자를 한다는 말은.
경영을 잘해서 번 돈을.
주주들에게 환원을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주식발행초과금으로 무상증자를 하는것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내가 투자하려는 뮤*레인의 무상증자는.
이익 잉여금이 아닌.
주식발행초과금을 사용하여 무상증자를 한다고 하였다.
"흠.. 어떡하지.."
나는 관련기록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너무 많은 욕심을 부려서는 안될것 같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현재 뮤*레인의 주가가 4,500원이니.
딱 하루의 상한가만 노리는게 좋을 것 같았다.
'목표가는 5,850원. 손절가는 3,400원'
나는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이 원칙을 절대적으로 지키겠노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