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일곱 번째 투자.(2) >
독일 총리와 러시아 대통령이 회담을 가진 이후.
각국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거라는 안도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코스피 지수는 2719포인트.
코스닥 지수는 870포인트로 상승한가운데.
내가 매수했던 테*슬럿의 주가를 확인해 보았다.
황금의 제국 어플을 실행하자.
테*슬럿의 현재가가 눈 앞에 나타났다.
[오전 09: 25분 ]
[종목 : 테*슬럿]
[현재가 : 8,350원]
[전일대비 : ↑ 11.3% 상승 중]
* * *
오전 11시 30분.
간단한 업무 하나를 처리하고 또다른 업무로 넘어가려던 찰나.
'황금의 제국'어플에 설정해 두었던 알람음이 울렸다.
나는 즉시 어플에 접속하여, 테*슬럿의 주가를 확인해보았다.
[종목 : 테*슬럿]
[현재가 : 9,750원]
[전일대비 : ↑ 29.9% 상승 중]
테*슬럿의 주가는.
그 어떤 호재도 없이 상한가에 도달한 상태였다.
그로인해 종목 토론방에서는.
주가가 갑자기 급등한 이유에 대하여 토론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세력의 소행이라는 주장이 가장 많았다.
그들은 개미들은 세력의 장난감이라며.
세력들이 노는 판에 들어가지말라고 겁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내 직감은 달랐다.
내 직감은.
테*슬럿의 주가가 오늘뿐만 아니라.
한동안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 * *
오후 3시 30분.
삼*전자, L*화학, 카*오, S*하이닉스, 기*, N*VER 등.
시가 총액 상위 종목들 대부분이 상승한 가운데.
코스피 지수는 2729포인트.
코스닥 지수는 878포인트를 찍으며 장이 마감되었다.
한 차장이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소리쳤다.
"좋았어!"
반도체 주와 디지털 주에 큰 비중을 두고 투자했던 터라, 한 차장은 큰 수익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의 활약 덕분에 국내 사업부의 실적 역시.
올해 들어서 가장 큰 수익을 거두었다.
황 부장은 환하게 웃고 있었고.
김연희 사원과 박 과장은.
한 차장에게 커피를 쏴야한다며 압박감을 주고 있었다.
"차장님, 커피 한 잔씩 돌려야 하는거 아니에요?"
"맞아요. 이 정도면 한 턱 쏘셔야죠."
"하하. 알았어. 알았어. 쏘면 되잖아. 하하하하."
부서 직원들 모두가, 즐거운 기분을 만끽하고 있는 가운데.
나는 내 계좌를 다시 한 번 더 확인해 보았다.
그곳에는 커피 한 잔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보물이 숨겨져있었다.
[김수호님의 주식계좌]
[매수 종목 : 테*슬럿]
[보유 수량 : 3만 2천 주]
[가격 : 주당 9,750원]
[총 평가금액 : 3억 1천만 원]
'내 인생에 이런 날이 오게 될 줄이야..'
3억이라니..
지금 내 상황이 마치 꿈만 같았다.
그리고 그와함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별을 고했던, 전 여자친구의 모습이 떠올랐다.
"언제 벌어서 언제 결혼할건데?"
나를 버리고 매정하게 떠나갔던 여자친구가 지금의 내 모습을 바라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창 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 * *
오후 5시 30분.
회의를 끝마친 직원들이 하나, 둘 퇴근하고.
김연희 사원과 나. 그리고 윤 대리만 남았을때였다.
짐을 챙기던 윤 대리가.
고개를 돌려 나를 불렀다.
"수호 씨."
"네."
"이리 와보세요."
갑작스러운 호출에 윤 대리 앞으로 걸어가자.
윤 대리는, 손가락 끝으로 아래쪽에 있는 PC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까 보니깐 pc들이 너무 더럽더라고요. 먼지낀거 보이시죠? 퇴근하기전까지 깨끗하게 닦아놓으세요."
"네. 알겠습니다."
윤 대리는 나에게.
사무실에 있는 PC들을 말끔하게 청소해 놓을것을 지시했다.
PC의 본체를 청소하라는 지시는 처음 받아봤기에, 어떤 것으로 닦아야할지 고민하던 찰나.
문득.
청소 지시를 받고 서 있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와함께 빨리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생산적인 일들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제국금융투자 회사처럼.
거대한 투자회사를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수호 대표]
고층빌딩 꼭대기에 위치한 개인 사무실에서.
대표이사 명패를 앞에두고, 서울시의 야경을 내려다보면 어떤 기분이들까.
생각만해도 짜릿했다.
그 순간이었다.
"수호 씨!"
"네?.."
갑자기 들려온 김연희 사원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그녀는 호기심 어린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하하..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거 알아요? 가끔보면 수호씨도 허당끼가 있다는걸요."
김연희 사원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물티슈 한 장을 내밀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얼른 닦고 가요."
"네."
나는 김연희 사원이 건넨 물티슈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박 과장 자리의 PC부터 닦기 시작했다.
투자회사의 사장이 되든.
전업투자자가 되든.
그것은 나중의 일이고.
지금은 지금해야 할 일들을 있기 때문이었다.
"으.."
잠시 후.
새하얗던 물티슈가.
순식간에 검은색으로 변하는 마법을 볼 수 있었다.
"더럽긴 했네.. 연희 씨!"
"네?"
"혹시 물티슈 남는거 있나요?"
나는 김연희 사원에게 나머지 물티슈를 받아서. 다른 직원들의 PC도 깔끔하게 닦아주었다.
* * *
2월 16일.
퇴근길은 매우 추웠다.
영하 9도까지 떨어진 날씨탓에.
김연희 사원은 몸을 바짝 웅크린 채 걸었다.
나는 그런 김연희 사원의 어깨를 안아주며.
돈가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뭐 먹을래요?"
청소를 도와준것이 고마워서 오늘 저녁은 내가 사기로 했는데.
김연희 사원은 돈가스 전문점과 어울리지 않게 생뚱맞은 메뉴를 시켰다.
"저는 이거 먹을게요."
"우동이요?"
"네."
"그러면 그냥 우동 잘 하는 곳으로 갈까요?"
면을 좋아하던 나는.
회사 근처의 면 요리 전문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김연희 사원은 이곳에서 먹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저는 이거 먹고 싶어요."
돈가스를 먹기로 했는데.
갑자기 메뉴를 변경하니깐.
나까지 덩달아 뭘 먹어야할지 고민이되었다.
'그러고보니 날씨도 추운게, 뜨끈한 우동이 땡기긴하네..'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김연희 사원이 고른 메뉴를 선택했다.
날씨가 추울때는 뜨끈한 우동만한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테이블 옆에 있는 벨을 누르자.
앞 치마를 두른 종업원이 다가왔다.
나는 메뉴판에 있는 사진을 가리키며, 종업원에게 말했다.
"우동 전골로 두 개만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주문을 마치고.
컵에 물을 따르던 순간.
테이블 위에 올려둔 스마트폰이 눈에 들어왔다.
'한 번 더 확인해볼까..'
청소를 마치고.
테*슬럿과 관련한 공시를 확인해본것이 마지막이었는데.
지금 문득.
공시가 올랐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테*슬럿과 관련한 뉴스가 나온것이 없는지 검색을 해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몇 분전에 올라온 테*슬럿의 공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테*슬럿. 3자배정 유상증자 결정.]
"수호 씨. 왜 그래요?"
내 표정이 심상치 않았던 탓일까.
김연희 사원이 궁금한듯 물었다.
나는 그녀에게.
내가 발견한 소식을 알려주었다.
"테*슬럿에서 공시가 나왔어요. 3자배정 유상증자를 한다고 하네요."
"정말요?"
"네."
우리는 함께.
해당 공시를 클릭해서,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았다.
[테*슬럿. 유상증자 결정]
[새롭게 발행되는 주식 수: 350만 주]
[금액 : 210억 원]
[자금 조달 목적 :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증자방식 : 3자배정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액 : 6천 원]
[기준주가 : 6,590원]
[기준주가 산정방법 : 청약일전 과거 제3거래일부터 제5거래일까지의 가중산술평균주가]
[할인율 : 9.9%]
*최대주주 변경사항 : 최** 외 2인이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당 유상증자 납입이 완료 후 주식양수도가 종결될 경우. 납입자가 당사의 최대주주로 변경될 예정입니다.
[3자배정 대상자: 유*보트]
"헐.. 대박.."
공시를 살펴 보던 김연희 사원이.
놀란듯 입술을 크게 벌렸다.
테*슬럿이 발표한 공시에는. 찌라시에서 언급되었던 중요 포인트가 모두 담겨 있었다.
'4가지의 급등요인이 있었구나..'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3자배정 유상증자에 관해 공부를 해두었던 터라.
공시의 내용만 보고도 무엇이 중요한지 포인트를 알 수 있었다.
나는 공시를 읽어본 후.
목표가를 수정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직감과 이성이 합쳐지며.
더욱더 확실하고 구체적인 계획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 * *
"그나저나 임원들도 바쁘네요. 이시간까지 회의를 하고 있을줄이야.."
나는 방금 전까지.
테*슬럿의 임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시가 등록된 시간이 6시 55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연희 사원은, 그런 내 생각이 틀렸다고 말해주었다.
"결정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을거에요. 단지 저녁에 발표한것 뿐일걸요?"
"일부로 저녁에 발표했다는 말씀인가요?"
"원래 유상증자라는게 그래요. 장중에 발표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장이 끝나고 발표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심할 경우에는 금요일 저녁에 발표해서 주말동안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어요."
"헐.. 그렇게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일반적인 유상증자라면 항의전화를 받기 싫어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테*슬럿처럼 호재성 유상증자 같은 경우에는. 장중에 발표할 경우, 주가가 요동칠수 있으니. 그걸 방지하려고 그러는것 같아요."
김연희 사원의 설명을 듣고나니, 기업들이 왜 장이 끝나고 발표를 하는지. 이해가 조금 되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이었다.
띠링-!
김연희 사원의 폰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문자가 들어온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후.
문자의 내용을 확인한 김연희 사원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수호씨.."
"네."
"테*슬럿 말이에요. 내일도 팔지 않고 그대로 가져가실 거에요?"
"네. 일단은 그럴 생각이에요. 그런데 왜요? 무슨일이라도 생겼나요?"
김연희 사원의 질문에.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했다.
뭘 발견했길래 이러나 싶었다.
하지만 잠시 후.
김연희 사원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그녀가 왜 이렇게 놀랐는지 이해할 수 있게되었다.
"테*슬럿의 주가가 더 오를것이라고 판단할만한 정황이 포착되었다고요?"
"쉿- 다름 사람들이 들어요."
김연희 사원은 옆 테이블 사람들을 신경쓰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차분하게 설명해 해주었다.
"잘 들으세요. 수호 씨."
김연희 사원의 설명은 간단했다.
몇 시간 전.
국내 한 대형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던 테*슬럿의 지분을.
장외 거래를 통해서, 전액 매각했다고 한다.
매각 대상은 조합으로 추정되는 신탁사이며.
매각 대금은 오늘 종가 대비.
20% 이상의 웃돈을 받은 금액이라고 했다.
'오늘 종가보다도 20%비싼 금액에 주식을 사간 세력이 있다고?..'
온 몸에 전율이 감돌았다.
김연희 사원이 입수했다는 정보는 곧.
해당 주식을 매수한 세력이.
20%이상 주식을 끌어올릴 자신이 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