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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투자하면 다 오른다-127화 (127/180)

< 스물여덟 번째 투자.(9) >

토요일 오전 10시.

나는 약속대로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수원에 있는 부모님의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점심시간에나 온다던 여동생의 가족이 먼저 도착해서 나를 반겼다.

"오빠 왔어?"

"형님, 오셨어요?"

나는 여동생과 매제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인사를 해주었다.

그리고 집안으로 들어가서 부모님에게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첫째 조카 하준이가 내가 들어온 소리를 듣고서도 달려오지 않았다.

두 달전만 하더라도 내가 집으로 들어가면 쏜살같이 달려오던 첫째 조카였는데.

지금은 쇼파에 엎드린채로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동생이 조카에게 말했다.

"하준아. 삼촌 왔잖아!"

하지만.

첫째 조카 하준이는 게임에 빠져서 고개만 까딱거릴 뿐이었다.

나는 그런 조카의 모습을 보고는.

괜찮으니 게임을 하게 내버려두라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서운한 마음이 드는것도 사실이었다.

'벌써 이렇게 컸나..'

언제가 이런날이 올줄 알긴 했지만.

예상보다 너무 빠른 변화에 당황할수밖에 없었다.

그 마음을 읽었는지 여동생이 웃으며 말했다.

"오빠. 괜찮아. 이제 예준이가 있잖아."

여동생은 이불 위에 누워있는 둘째 조카 예준이를 가리켰다.

이제막 뒤집기 연습을 하고있는 둘째 조카는.

아기용 침대대신 높이가 낮은 이불위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모습을 보며.

새로운 시대가 왔음을 직감하였다.

'첫째는 지나가고.. 둘째가 왔구나..'

둘째 조카 예준이는 첫째 조카 하준이보다 몸집이 훨씬 컸다.

생후 100일이 조금 넘은 시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몸무게가 9kg가량이 나가는 우량아였다.

덕분에 의사선생님으로부터 분유량을 조절하라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했는데..

나는 누워있는 둘째 조카를 번쩍 들어안아 올렸다.

그러자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둘째 조카는 둥근 볼살을 움직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이 사람은 누구지?.. 라는 듯한 눈빛이었다.

나는 그런 둘째 조카를 안은채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거울안에 비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조카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예준아. 예준아.."

조카의 이름을 부르자.

둘째 조카가 손을 뻗어서 내 얼굴을 만지려하였다.

나는 고개를 뛰로 빼서 조카의 손이 내 입술에 닿지 않도록 했다.

아기들은 항상 자신의 손가락을 빨기에.

혹시나 내 입술에 손을 댔다가 다시 입으로 가져갈까봐 걱정이 되었기때문이다.

"으챠!"

나는 왼쪽 팔로 조카의 한쪽 겨드랑이를 받치고.

오른쪽 팔로 엉덩이를 받쳐 들었다.

그리고 집안 곳곳을 돌아다녔다.

오른손에는 말랑말랑한 둘째 조카의 엉덩이 살이 느껴졌다.

둘째 조카는 거실에서 안방으로. 또 안방에서 작은방으로 이동할때마다.

신기한 눈으로 이곳저곳을 바라보았다.

그 순수한 눈망울을 보고 있자니 나도 함께 힐링이 되는듯하였다.

나는 둘째 조카의 토실토실한 팔뚝에 가볍게 입맞춤을 해주었다.

그순간이었다.

나에게 안겨있는 둘째 조카를 보시고는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에이, 삼촌 힘들게 왜 그러고 있어. 자세 똑바로 해야지!"

엄마의 말씀에 따르면.

둘째 조카는 첫째 조카의 어린시절과 달리 몸을 뒤로 젖히는 습관이 있다고 하였다.

"고녀석. 왜이렇게 몸을 뒤로 젖히는지 모르겠어. 안기만 하면 천장을 보겠다고 몸을 뒤로 젖히는데.. 덕분에 팔에 힘이 너무 들어간다니깐.."

"하준이는 안 이랬어요?"

"하준이는 안 이랬지. 하준이는 오히려 꼬옥 안겨서 안아주기에는 편했잖아. 그런데 예준이는 왜이러는지 모르겠어."

엄마의 말을 듣고 나니 둘째 조카 예준이의 행동이 더 신기했다.

녀석은 마치 천장에 재미있는 그림이라도 있는듯.

고래를 들고 천장을 바라보고있었다.

나는 조카의 반응이 궁금했다.

그래서 방안의 불을 켜보았다.

그러자 둘째 조카는 형광등 불빛이 신기한듯.

몸을 더 크게 뒤로 젖혀서 형광등을 바라보았다.

나는 조카가 떨어지지 않도록 팔에 힘을 주어서 조카를 안아주었다.

그렇게 얼마나 안아주었을까..

안아준지 30분도 되지않아서 팔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엄마가 파스를 붙이고 계신 이유를 알것 같았다.

'건장한 나의 몸으로도 이런데.. 엄마가 정말 많이 힘드셨겠구나..'

나는 다음주에 여동생이 둘째 조카를 데려가면.

어머니가 정형외과에 다니실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동생에게도 베이비 시터를 붙여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 어르신들 같은 경우에는 집안일을 하시면서도 아이 셋넷을 거뜬히 키우셨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요즘은 시대가 달라진것 같았다.

특히 첫째 조카가 들어가게 될 초등학교는 학교 바로 앞에 큰 도로가 있는데.

여동생이 둘째 조카를 돌보면서 첫째 조카의 등하교까지 챙기기에는 많이 힘들것 같았다.

그렇다고 새벽일찍 일을 나가는 매제가 도울수도 없었기에.

나는 내가 가진 돈을 바탕으로 여동생에게 도움을 주기로했다.

'그 이야기는 이따가 따로 하기로 하고..'

나는 오랜만에 만난 둘째 조카를 계속 안아주었다.

그모습을 지켜보시던 어머니는 게속 안고만 있지 말고, 잠시 내려놓으라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어머니의 말씀에따라 둘째 조카를 이불위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둘째 조카가 활짝 웃어보였다.

아무래도 몸이 자유로워져서 기분이 좋은듯 하였다.

둘째 조카가 웃는 모습을 보시며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너무 안고만 있어도 불편해 하더라고."

"아.. 그래요?"

"응. 안고 있다가 이렇게 눕혀놓으면 그걸 또 편하게 생각하는거 같더라. 이렇게 오래 누워있으면 안아달라고 칭얼거리는데. 그때 안아주면 돼."

"그렇구나.."

나는 둘째 조카를 내려다보았다.

눈앞에 있는 둘째 조카는 여전히 팔과 다리를 파닥거리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둘째 조카에게 필살기를 꺼내보였다.

엄지와 중지를 부딪히면서 딱!딱! 소리를 내는것인데.

첫째 조카 하준이가 어렸을때.

이런 손장난으로 많이 놀아주었다.

나는 그 기억을 떠올리며 손가락을 부딪히며 소리를 내주었다.

그러자 둘째 조카 예준이도 예전의 첫째 조카처럼 내 손가락에서 눈을 떼지못하고 집중하였다.

파닥거리던 팔과 다리는 멈추었고. 두 눈동자만 내 손가락을 따라 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여동생이 웃으며 말했다.

"또 손으로 놀아줄때가 왔지?"

"그러게. 이게 신기한가 봐."

여동생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어보어 보였다.

그리고 첫째 조카 하준이와 놀아주었던 방식대로 놀아주었다.

둘째 조카는 내 손동작에 완전히 집중을 하였고.

덕분에 화물차를 운전하시는 아버지와.

평소에 계속 조카를 돌봐주시느라 지치셨던 어머니는 휴식을 취하실 수 있었다.

나는 공갈 젖꼭지를 조카의 입에 물려준 뒤에 둘째 조카의 뱃살과 팔뚝에 다시한번 뽀뽀를 해주었다.

'아주 평범한 일상.'

하지만 지나고보면 그 평범한 순간이 그리울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첫째 조카가 어느덧 커서. 더이상 나에게 놀아달라고 보채지 않는 것처럼..

지금의 평범한 일상도.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있기 때문이었다.

* * *

이유는 모르겠지만 수원은 갈비가 유명하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왕갈비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우리가족에게 그런 이야기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수원에서 20년 넘게 살아왔지만.

외식같은것을 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항상 빚에 허덕이셨고.

덕분에 생일날이 되면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거나 치킨을 시켜먹는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성인이 된 여동생이 결혼을 한 후에야.

우리가족의 첫 갈비외식이 성사되었다.

당시에는 여동생이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라 조카가 없었는데.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나와 여동생. 마지막으로 매제까지.

총 다섯명이 수원의 유명한 갈비집에 가서 외식을 했었다.

그게 지금으로부터 7년전쯤의 일인데..

나는 아직까지도 그때 우리 식구가 갈비를 먹고 난 후의 가격표를 기억하고 있었다.

'236,000원'

돈이 풍족하지 않으면.

가족끼리 외식을 할때도 가격에 얽매이게 된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날을 잡아서 가족들이 다 모이자고 제안을 했다.

오늘 하루동안은 먹고 싶은것을 마음껏 먹고.

또 마음껏 쇼핑도 해볼 생각이었다.

째각. 째각.

시간은 흘러 어느덧 오후 12시를 넘어섰고.

우리는 두 대의 차로 나눠서 목적지로 향했다.

나는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의 차를 타고 이동했고.

여동생 가족은 매제의 차를 타고 이동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우리 가족은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수원에는 3대 갈비라 불리는 곳이 있는데.

우리 가족은 그중 한곳으로 갔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킨 뒤에 동생 가족들과 합류했다.

그리고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무전기를 들고 있는 남자가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미리 좌석을 예약해 두었기에 그 사실을 말해주었고.

덕분에 줄서서 기다릴 필요 없이, 곧장 직원의 안내를 받아 예약된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자리에 앉자 마자 메뉴판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대충 눈으로 훑어 본 후에.

가족들이 부담을 갖지 않도록 무심하게 말을 내뱉었다.

[국내산 한우 생갈비.   1인분(250g)] ₩ 92,000

[국내산 한우 양념갈비. 1인분(270g)] ₩ 67,000

[국내산 한우 채끝등심. 1인분(150g)] ₩ 67,000

[국내산 한우 육회.     1인분(180g)] ₩ 37,000

"얼마 안하네."

그말에 어머니가 메뉴판을 집어들으셨다.

하지만 어머니는 눈앞의 가격표를 보고 놀라신 눈빛이었다.

예전의 가격을 잊으신건지.

아니면 그때 기억하고 있는 가격보다 많이 오른것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머니와 아버지는 쉽사리 메뉴를 결정하지 못하였다.

그것은 여동생과 매제도 마찬가지였다.

모두들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안먹을래."

"왜요?"

"아까전에 아침을 늦게 먹었더니. 생각이 없네. 나 신경쓰지 말고 너희들 먹을거나 시켜."

국내산 한우의 가격은 양념갈비라 하더라도 1인분에 6만원을 넘었다.

미국산은 그나마 가격이 저렴했는데.

미국산 생갈비는 450g기준으로 69,000원이었다.

국내산 한우 생갈비가 250g당 92,000원인것을 감안하면.

두배 가량 차이가 나는 금액이었다.

여동생도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섣불리 메뉴를 결정하지 못하더니.

이내 메뉴판에 있는 것중에서 가장 가격 싼 메뉴를 말했다.

"우리 그냥 미국산 양념갈비로 먹자."

메뉴판을 보니 미국산 양념갈비는 450g기준으로 61,000원이었다.

4인분을 시키면 얼추 25만원가량.

여동생의 말과함께.

7년전 우리가족이 먹었던것이 미국산 양념갈비라는 것이 떠올랐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갈비집에 왔는데 생갈비부터 먹어야지. 양념갈비도 이따 시켜줄테니깐 일단 생갈비부터 먹고 먹어."

나는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직원분을 향해 말했다.

"일단 국내산 한우 생갈비로 5인분만 갖다 주세요."

내 말과 함께 어머니께서 화들짝 놀라셨다.

"뭘 그렇게 많이 시켜. 일단 먹어보고 더 시키지."

"엄마도 많이 드시라고요."

"난 안먹는다니깐!"

"돈때문에 그러시는거잖아요. 이따가 깜짝 발표할거 있으니깐. 돈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드세요."

깜짝 발표라는 소식에.

엄마와 아버지의 눈이 휘둥그레지셨다.

"깜짝 발표?"

"네."

"그게 뭔데? 너 혹시 결혼할 여자 생겼니?.."

"밥 먹기 전에는 원래 깜짝발표 안하는거랬어요. 일단 먹고 말씀 드릴테니깐. 기분좋게 드세요."

잠시 후.

직원분들이 쟁반을 들고 와서 밑반찬을 세팅해 주셨다.

잡채, 양념게장, 파절임, 쌈장, 샐러드, 먹음직스러운 밑반찬들이 테이블위에 올라오자.

아버지께서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셨다.

그리고는 평소 좋아하시던 양념 게장 하나를 집어드셔서 맛있게 잡수셨다.

곧이어 밑반찬을 세팅한 직원분들이 한우 생갈비를 들고 왔다.

5인분을 한꺼번에 시켰기에 두 접시에 나눠 담아서 오셨는데.

먹음직스러운 한우를 불판위에 올린후에 손수 구워주셨다.

우리 가족은 두 개 테이블로 나눠 앉았기에 불판도 두개 사용했는데.

덕분에 고기가 구워지는 속도가 빨랐다.

불판위에 고기를 올린지 얼마지나지 않아.

직원의 입에서 드셔도 좋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타기전에 얼른 먹자. 어머니도 좀 드세요. 그래야 모시고 온 보람이 있죠."

나는 어머니의 앞접시에 한우를 몇점 집어서 올려 드렸다.

그러자 어머니는 못이기는척 젖가락을 드셨다.

그리고 잠시 후.

테이블 위에는 우리 가족이 순식간에 먹어치운 고기들의 흔적이 남았다.

밥 생각없다고 짜증을 부리던 첫째 조카는 어느새 밥 한그릇을 뚝딱 비운 상태였고.

고기 생각이 없으시다던 어미니의 앞접시에도 갈비대가 여러개 올려져 있었다.

국내산 한우 생갈비 5인분.

국내산 한우 양념갈비 4인분.

국내산 한우 채끝등심 4인분.

국내산 한우 육회 2인분.

물냉면 2개, 비빔냉면 2개.

현미밥 세 그릇.

'이게 다 얼마일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행복감.'

나는 이렇게 배불리 먹고서도.

돈 걱정을 하지 않을수 있는 현실이 너무나 행복했다.

모든 식사가 끝나자.

직원들이 다가와서 테이블위를 치워 주었고.

이윽고 후식으로 수정과를 가져다 주었다.

나는 수정과를 마시며 은근슬쩍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신용카드를 꺼내는척 하면서.

새롭게 발급받은 명함을 테이블위에 올려놓았다.

【제국금융투자】

【김수호】

【트레이더 / 국내사업부】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트레이더가 되었다는 사실은 미리 말씀을 드린 상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명함을 보시고는 놀란 표정을 지으셨다.

아버지는 테이블 위에 올려둔 명함을 집어 드셨다.

그리고 한글자 한글자 읽어보시며 미소를 지으셨다.

"제국금융투자 트레이더라니.. 우리 수호가 진짜 성공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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