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른한 번째 투자.(1) >
퇴근 후.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던 나는.
내일을 대비하여 새롭게 투자할만한 종목은 없는지 살펴보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뜬금없게도 한 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럼, 쌍*자동차는 누가 인수하는거지?..'
쌍*차는 아직까지도 인수할 기업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유력한 인수후보자였던 에*슨EV가.
인수자금을 대지 못하면서 계약이 해지되었고.
또다시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되었던 남*알미늄은.
인수 검토조차 해본적이 없다며 분명히 선을 그은 상태기때문이다.
하지만 쌍*차가 어떤 기업인가.
인수 소식만으로도 엄청난 주가 급등을 불러일으켰던 종목아닌가.
나는 즉시. 과거의 데이터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쌍*차 인수 소식이 나왔던 종목들이.
내 기억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상승했던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쌍*차 인수설과 주가 변화】
[2021년]
[종목 : 에*슨EV]
[10월 27일부터 11월 11일까지(15일 동안)]
[6.5배 상승↑]
[2022년]
[종목 : 남*알미늄]
[3월 25일부터 3월 30일까지(6일간)
[57.7% 상승↑]
'그래, 이거다!'
나의 직감은.
쌍*차 인수에 뛰어드는 기업들의 주가가. 또다시 급등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 쌍*차는 시간이 없다.
- 왜냐하면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 기한이 2022년 10월 15일이기 때문이다.
- 쌍*차는 이 시간동안.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는 않을것이다.
- 에*슨EV와의 협상과정을 되돌아 보면.
- 인수의향서 제출 → 본계약 체결 →회생계획안 제출 → 회생계획안 인가를 위한 관계인 집회 개최까지.
- 대략 8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 인수 금액을 놓고.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을 생각해보면.'
- 쌍*차가 10월 15일까지 기한 마감을 지키기 위해서는.
- 지금 당장. 새로운 후보자와 협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 그말인 즉슨.
- 쌍*차는 눈에 불을 켜고 새로운 인수 후보자를 물색할 것이고.
- 곧 새로운 후보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좋아. 여기까지.'
정리를 마친 나는.
쌍*차 인수에 관심이 있어할만한 기업들을 모조리 검색해보았다.
검색에는 모든 수단이 동원되었다.
포털 사이트 검색과 여러 전문가들이 보내준 이메일도 읽어 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마침내 직감이 가리키는 종목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쌍*울
- 광*
- 아*오케이
- 나*스
- 미*산업
'좋아. 내일은 이렇게 매수하자.'
공부를 막 끝냈을 때 쯤이었다.
때마침 지하철이 산본역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그 순간.
신기하게도 김연희 사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마치.
내가 산본역에 도착한 것을 알기라도 한듯한 절묘한 타이밍에 전화를 걸었다.
나는 전화를 받자마자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연희씨. 무슨일이에요?"
그러자 김연희 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호씨. 지하철에서 내렸어요?"
"네. 이제 막 내렸어요."
"잘 됐다. 저 심심했는데.."
그녀는 지금 필라테스를 하러 가는 길이라며 잠시동안 통화를 하자고 했다.
나역시 고시원으로 걸어가기 위해서는 걸어가는 시간이 필요했기에.
그녀의 부탁을 기꺼이 들어주었다.
김연희 사원은 다이어트가 끝나면 제일 먼저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면서.
그때가 되면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자고 졸랐다.
나는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 꼭 그러겠다고 말해주었다.
* * *
3월 31일.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가장먼저 회사에 출근한 나는.
어제 미리 봐두었던 다섯 가지 종목들과.
오늘 매도해야할 종목을 바라보았다.
어제 새롭게 매수한 종목은 없었기에.
오늘 매도해야 할 종목은.
이틀전에 매수한 에*엘바이오닉스. 한 종목 뿐이었다.
[종목 : 에*엘바이오닉스]
[매수 날짜 : 2022년 3월 29일]
[매수 단가 : 3,250 원]
에*엘바이오닉스는 대마 재배 단지 조성 이슈와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 이슈가 겹친 종목으로.
나는 오늘 이 종목이. 반드시 상한가에 도달할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어제 오후.'
에*엘바이오닉스가 '적정'의견이 담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였기 때문이다.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으로 주가에 약영향을 끼쳤는데.
그 부분이 해소되었으니.
주가가 급등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째각.째각.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고.
마침내 오전 9시가 되었다.
나는 장이 시작됨과 동시에.
해당 종목의 주가 변화를 살펴보았다.
【2022년 3월 31일】
[종목 : 에*엘바이오닉스]
[전일 종가 → 당일 시가]
[3,450 원 → 3,560 원] - (3.1% 상승)
감사의견 적정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에*엘바이오닉스의 주가는.
생각보다 많이 상승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현상은 잠시뿐이었다.'
오전 9시 5분 정도를 기점으로.
에*엘바이오닉스의 주가는 빠른 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국, 장 시작 45분만에.
내가 설정해두었던 목표가에 도달하였다.
<현재가 : 4,485> (↑전일대비 30%상승 중)
'왔다..!'
나는 해당 종목이 목표가에 도달한 것을 확인하고는. 즉시 매도작업에 돌입하였다.
거래량은 풍부하게 터지고 있었기에. 내가 보유한 물량을 털어내는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마침내 거래가 체결되었다는 알림음이 들려왔다.
나는 체결된 거래내역을 눈으로 확인해보았다.
[2022년 3월 31일]
<종목 : 에*엘바이오닉스>
<매수 평균 단가 : 3,250 원>
<매도 평균 단가 : 4,485>
<수익률 : 38%>
<총 매수금액 : 1억 원>
<총 매도금액 : 1억 3천 8백만 원>
<실현 수익 : (+)3천 8백만 원>
"휴.."
3월의 마지막 날.
나는 내가 매수했던 종목들에 대한 매도를 모두 마쳤다.
나는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이번달에 내가 받게 될.
인센티브와 운용성과가 표시되어 있었다.
【사원/ 김수호】
【3월 실적】
[실현 수익 : (+)3억 8천 8백만 원]
[*운용성과 : 5천 8백 2십만 원]
[*인센티브 : 1억 3천 5백 8십만 원]
운용성과와 인센티브를 합한 금액은 1억 9천 4백만 원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기본급을 더하면.
트레이더로 일한지 4일만에.
대략 2억 원의 수익을 가져가게 되었다.
"좋았어.."
불과 넉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무실에서 받아가는 돈은 사무보조 월급인 185만원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단 4일만에 그 금액의 100배가 넘는 돈을 벌어가게 되었다.
그야말로 격새지감(隔世之感)이었다.
'진짜 좋다..'
남들 눈치를 보며 주식을 거래하던 시절에는 맛볼수 없었던.
또다른 뿌듯함이 밀려왔다.
'좋아. 이대로 계속 가자.'
나는 마음을 다잡고 모니터를 다시 응시하였다.
그리고 쌍*차 인수와 관련하여 매수해야할.
다섯가지 종목들을 살펴보았다.
* * *
'과연 이번에는 어떤 회사가 쌍*차를 인수하겠다고 나서게 될까.'
이부분과 관련해서. 다른 직원들은 별다른 관심을 두지않는듯 했다.
그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쌍*차에 대한 감사보고서가.
또다시 '의견 거절'로 나온것도 한몫한것 같았다.
오늘 쌍*차에 대한 감사보고서 내용이 나왔는데.
그 내용은 간단했다.
쌍*차의 감사를 맡은 삼*회계법인은.
쌍*차의 2021사업연도 재무제표를 분석한 후에.
기업으로서 존속할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의견 거절을 냈다.
[종목 : 쌍*차]
[지난해 영업손실 : 2,612억 원]
[지난해 당기순손실 : 2,579억 원]
[유동 부채 > 유동 자산]
[자본 총계 : (-) 805억 원]
[감사의견 : 거절]
[이유 : 기업이 존속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완전자본잠식 상태 +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
물론.
다음 주에 나오게 될 평택 토지에 대한 자산 재평가 결과에 따라서.
'완전자본잠식'에서는 벗어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하여서. '부분자본잠식' 까지 벗어날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의견 거절과 관련한 감사보고서의 내용은.
쌍*차 인수에 대해 더욱 비관적으로 보게 하는것 같았다.
하지난 나는.
내가 지금 생각해야 할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내가 누구인가.'
나는 주식 트레이더다.
기업의 미래를 생각하고 적정가치를 찾기보다는.
단기적인 가격 변화에 신경을 써야한다.
그리고 그런 내 입장에서 판단해보자면.
지금 내가 취하려는 행동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고 혼잣말로 말했다.
'밀고 나가자. 반드시 오를거야.'
나는 그렇게 다짐하며.
관련 종목들에 대한 매수작업에 들어갔다.
* * *
나는 현 시점이.
관련 종목들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저점이라 생각하였다.
그래서 종목마다 투자 예산을 책정한 후.
망설이지않고 곧장 매도 물량을 흡수하였다.
그 결과.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내가 목표한 물량을 모두 매수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체결된 거래내역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았다.
[1]
[종목 : 광*]
[매수 평균 단가 : 2,550 원]
[총 매수금액 : 2억 원]
[특수장비차를 제조하는 회사로써 시가총액은 2,100억 원 수준이다.]
[2]
[종목 : 쌍*울]
[매수 평균 단가 : 635 원]
[총 매수금액 : 2억 원]
[대한민국 속옷 전문업체로써 시가총액은 1,700억 원 수준이다.]
[3]
[종목 : 미*산업]
[매수 평균 단가 : 14,350 원]
[총 매수금액 : 1억 원]
[반도체 검사장비와 칩 마운터를 생산하는 기업으로써 시가총액은 6백억 원 수준이다.]
[4]
[종목 : 나*스]
[매수 평균 단가 : 3,910 원]
[총 매수금액 : 3억 원]
[2004년 삼*전기의 VCR헤드 부문을 분사하여 종업원 지주회사로 설립된 전자부품 설계회사이다. 현재는 광학필터 전문기업으로써 시가총액은 7천억 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5]
[종목 : 아*오케이]
[매수 평균 단가 : 1,235 원]
[총 매수금액 : 1억 5천만 원]
[엔터테이먼트 회사. 시가총액은 1,300억 수준이다.]
'기사는 언제쯤 터질까..'
다섯가지 종목은 모두 쌍*울그룹 관계 회사였기에.
만약 내 직감대로 주가가 움직인다면.
쌍*울그룹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인수전에 나설것이 분명해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쌍*차를 인수하려면 최소 3천억 원에서 4천억 원 수준의 인수자금이 들어간다.
거기에다가 인수를 한다고 끝이 아니다.
경영을 정상화 시키기 위해서는. 몇년동안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런 부분을 생각해 본다면.
쌍*울 규모의 회사수준에서는.
컨소시엄 밖에는 답이 없을 것 같았다.
'관계사들과 함께 힘을 함쳐서. 인수전에 뛰어들겠다는거구나.'
나는 내 직감을 믿고 매수 작업을 마무리하였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매수한 종목들이 목표가에 도달할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