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른여섯 번째 투자.(3) >
'같은 쌍*차 테마주라 하더라도 어떤 종목은 오르고 어떤 종목은 오르지않는다.'
'같은 사료주라 하더라도 상승폭은 큰 차이가 난다.'
'스팩주는 이유없이 급등락을 반복한다.'
대한민국 증시는 2021년 8월을 기점으로 꾸준히 우하향했다.
그리고 작년 말에 처음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든 나는.
삼*전자나 S*하이닉스같은 대형주보다.
중소형주를 주로 거래하며 큰 이익을 거두었다.
그중에서도 테마주는 나의 주요 거래대상이었다.
'그것이 걱정되었던 것일까.'
4월 22일 오전 회의시간.
자리에서 일어난 황 부장이 모처럼 조언을 해주었다.
직접 내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황 부장의 말을 통해 내가 거래하는 방식을 가리키는것임을 직감할수 있었다.
"다들 잘하고 있어. 약세장속에서도 이렇게 수익을 내는건 우리 사업부 뿐일거야. 하지만 테마주는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경향이있어서 조심해야 돼. 신기술 개발이나 신약개발, 그리고 곡물테마주와 자원공급. 최근 이슈가된 M&A와 대체에너지 개발등이 테마주의 주요 재료로 활용되는데. 세력이 깊게 개입한 종목은 아무리 난다긴다하는 트레이더라도. 주가변동을 예측하기 쉽지 않거든."
황 부장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듯 하더니.
이내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천천히 꺼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이야. 최근 우리사업부의 투자기조를 보면 내가 걱정을 안할수가 없어. 다들 왜 그러는거지?"
사무실에 앉아있던 직원들의 시선이 황 부장에게 향했다.
"한 사람의 실적이 좋다고해서 그걸 모방하는건 적절한 투자방식이 아니야. 각자 자신들만의 무기가 있는데. 그걸 버리고 왜 다른 사람의 뒤를 따라가려고 하는거야. 내가 무슨말 하려는지 다들 알고 있지?"
"네.."
나는 하락하는 증시속에서도 엄청난 실적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면서.
사무실의 직원들은 자신들의 투자철학을 버리고 테마주 투자에 나섰다.
황 부장은 그것을 지적하였고.
나는 황 부장이 왜 그런말을 했는지 이해할수 있었다.
'나에게 직감이 없었더라면..'
그랬다면, 상한가 찾기라는 투자방식은 맨땅에 헤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초현실적인 능력이 있다는것을 알지못한 채.
내 투자방식을 흉내내는 직원들을 보고있자니. 얼마나 걱정이되었을까.
사업부를 총괄하는 황 부장의 눈에는 더할나위없이 위험해 보였을 것이다.
"운은 일시적일 뿐. 결국 실력이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는 시장이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다들 마음 조급해 하지 말고 멘탈 챙겨서 일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오전 회의가 끝나고.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거래 준비에 들어갔다.
그런데.
"김 사원!"
한 차장이 내곁으로 다가오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바빠?"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럼 우리 잠깐 얘기좀 할수 있을까? 내가 커피 한잔 살게."
기운이 빠진듯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다지 급한일이 없었기에 나는 기꺼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네. 지금바로 나갈까요?"
* * *
"커피는 안마셔? 내가 사준다니깐."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냥 바깥 바람이나 쐴겸해서 나왔거든요. 그런데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그게.."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한 차장은 담배 한 모금을 깊게 빨아들인 뒤 내뱉으며 말했다.
"후우.. 다른건 아니고."
"······"
"자네 말이야. 혹시 어디서 정보같은거 얻는거라도 있나?"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최근 거래내역을 조금 봤는데 아무리봐도 이해가 안가서말이야. 어떻게 상한가를 칠 종목들만 그렇게 고를수가 있지?"
한 차장은 나에게 엄청난 정보원이 붙은것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것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유능한 정보원이 있다면 본인이 직접 투자해서 돈을 벌었을것이다.
굳이 자신이 가진 정보를 남한테 알려줘서 나눠먹을 사람은 없지 않겠는가.
나는 그 부분을 한 차장에게 말해주었다.
그러자 한 차장도 납득이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지."
기운이 빠진듯한 한 차장을 보며 나는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한 차장의 이번달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실현수익은 5천 6백만 원.
평가손익은 1억 2천만 원을 거두는 중이었다.
하락장속에서 그리나쁘지 않은 실적인데 왜 이렇게 우울해 하는 것일까.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질문을 드렸다.
"차장님."
"응?.."
"혹시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신가요?"
한 차장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답했다.
"자네 미혼이지?"
"네."
"나중에 애낳고 길러 봐. 돈 들어갈때가 한두군데가 아니야."
나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애 둘 기르는데 돈이 얼마나 든다고 그러는가.
월 3백만 원의 수입을 가지고서도 여동생은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다.
그런데 한 차장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애 엄마가 극성이야. 애들 유치원을 보내는데. 거기 학원비가 얼마인줄 알아?"
"얼만데요?"
"들으면 깜짝 놀랄걸? 자그마치 월 3백이야."
"한 명당 3백이요?.. 아니면 다 합쳐서.."
"명당 3백이라고. 기본 학원비만 그정도고 거기에 각종 특활비까지 포함하면. 달에 4백만원은 우습게 깨져. 휴우.. 안 믿기지?"
"아니요.. 가끔 뉴스에서 보긴 했어요. 초호화 유치원은 그정도 받는다고 들었는데.."
"그게 끝이 아니야. 내년이면 조기유학도 보낸다고하더라. 아파트 대출금내고 자동차 할부금내고 이것저것 내면 별로 남는게 별로 없어. 양가 부모님한테 월 100만원씩 용돈 드리는것도 은근 부담이 되는상황이고 말이야."
한 차장은 다시한번 긴 한숨을 내뱉었다.
내 생각에 지출을 조금 줄이면 될 것 같은데.
또 그게 쉽지만은 않은듯 하였다.
"애 엄마는 내가 무슨 땅파서 돈을 버는줄알아. 하긴 주식이라게 그렇지. 뼈빠지게 일해서 돈 벌어봤자. 주위 사람들은 쉽게 버는줄 알거든."
"그렇게 힘드시면 아내분에게 말씀을 드려보는게 낫지 않을까요?"
"자네가 우리 와이프 성격을 몰라서 그래. 고집이 얼마나 쎈줄 알아? 애들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걸로만 해줘야 만족하는 여자야. 휴우.. 내가 자네한테 너무 쓸데없는 얘기까지 한거같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그렇게 말해주니깐 고마워. 아무튼 자네의 결론은. 엄청난 실적을 쌓는 이유가 정보원의 역할 때문은 아니라는거지?"
"네."
"그래. 자네가 그렇다면 그런거지. 내가 괜한 생각을 했어. 이만 들어가자고."
쓸쓸한 한 차장의 뒷모습을 보고있자니 왠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기본급에 인센티브까지 다 포함하면 연봉 2억 원은 가뿐히 넘을 그를 걱정하는 날이 오다니.
살다보니 별일이 다있다 싶었다.
나는 한 차장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올라가던 중.
그에게 내 직감을 말해주기로 했다.
"차장님."
"왜?"
"한*사료 들고 계시죠?"
"한*사료? 그렇지."
바로 어제.
한 차장이 박 과장과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사료의 상승세는 단연 독보적이었고.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 3월에 있었던 현*사료의 7연속 상한가 기록을 갈아치울지 모른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한 차장은 주당 9,500원에 한*사료의 주식을 매수했다.
'원래의 그였다면 그런 테마주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을텐데.'
나는 그가 손실을 보지 않도록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해당 종목은 오늘 중으로 매도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뭐?!"
한 차장의 두 눈동자가, 오백원 짜리 동전처럼 커졌다.
어디서 얻은 정보라도 있는건가..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물론 객관적인 증거나 자료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되고 나면. 상승하던 기세는 한풀 꺾일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자네도 오늘중으로 매도할 생각이야?"
"네. 그렇습니다."
"목표가는?"
"13,300 원입니다."
"그렇구만. 조언 정말 고마워."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일 뿐입니다. 결정은 차장님이 직접 하시는것이니. 신중하게 생각해보시고 결정하세요."
때마침 엘리베이터가 27층에 도착하였다.
나는 한 차장과 함께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오늘 장을 대비하여.
내가 거래해야 할 종목들을 살펴보았다.
* * *
[멈추지 않는 급등세. 한*사료 대체 어디까지 올라가려나.]
[묻지마 사료주에 투자한 개미들. 자칫 큰 피해로 이어질수 있어.]
[연이은 사료주 강세는 곡물주 급등 때문?. 투자에 신중해야 할 때.]
사료주가 최근 초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각 언론사들도 관련 기사들을 내보내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 올라온 기사들만해도 상당히 많았는데.
언론들은 사료주의 주가가 너무 과열되었다며,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나는 언론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일종의 폭탄 돌리기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현재 사료주의 주가가 과열 되었다는 것을 알고있다.
하지만 자신이 잔을 넘겨 받았을 시점이 고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아직 더 올라갈 곳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해두었던 고점에 다다랐을 때.
들고있던 잔을 다른 투자자에게 넘기고 빠질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고점이 어디인지 아무도 모르고.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주가는 하락세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나의 직감은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내 직감은 한*사료의 주가가 오늘. 고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4월 13일부터 4월 21일까지의 주가변화를 살펴보았다.
그래프를 통해 다시한번 확인해보니.
한*사료의 주가는 정말이지 다이나믹하게 상승하고 있었다.
【한*사료 주가 변화】
[4월 13일 종가 - 2,955 원]
[4월 14일 종가 - 3,600 원]▲21.8%
[4월 15일 종가 - 4,680 원]▲30.0%
[4월 18일 종가 - 6,080 원]▲29.9%
[4월 19일 종가 - 7,900 원]▲29.9%
[4월 20일 - 거래 정지]
[4월 21일 종가 - 10,250 원]▲29.9%
불과 일주일전과 비교하면 3배이상 급등한 가격이다.
나는 오늘 해당 종목이 목표가에 도달할 것을 확신하고.
장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오전 9시가 시작됨과 동시에 한*사료의 주가변화를 눈으로 살펴보았다.
[10,250 원 → 11,750 원]▲14.6%
한*사료는 전일 주당 10,250 원으로 장을 마감했는데.
오늘의 시초가는 주당 11,750 원으로.
14.6% 상승한 상태로 거래를 시작했다.
그리고 상승세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오전 10시에는 12,900원까지 오르더니.
마침내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내가 설정해두었던 목표가인 13,300원에 도달하였다.
나는 해당 주가가 목표가에 도달한 즉시. 매도 작업에 들어갔다.
거래량은 폭발적이었기에 몇 번의 분할매도 만으로 내가 보유한 물량을 모두 매도할수 있었다.
나는 체결된 거래내역을 눈으로 확인해보았다.
【4월 22일 거래내역】
[종목 : 한*사료]
[매수단가 : 2,975 원]
[매도단가 : 13,300 원]
[수익률 : 347%]
[총 매수금액 : 7억 원]
[총 매도금액 : 31억 1천 2백만 원]
[실현수익 : (+) 24억 1천 1백만 원]
4월 15일부터 5연속 상한가를 달성한 한*사료.
그 종목에 7억원을 투자한 나는.
이번 거래를 통해서 24억 원 이상의수익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