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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퀘스트의 보상이 특별하다-23화 (23/216)

< 23화 - 귀폭길드 섬멸전(2) >

23화

‘저 자식 뭘 믿고 저렇게 당당한 거지?’

영광의 태도에 놀란 건 오히려 그들이었다.

레인저 클래스인 귀폭대원 한 명이 영광의 능력치를 탐색했다.

“호크아이.”

[이름 : 류영광]

[레벨 : 75]

호크아이는 영광의 관찰자보다 몇 단계 아래의 하위급 탐색 스킬이다. 대상의 이름과 레벨을 간략하게 살펴볼 수 있다.

“레벨 75? 이거 완전 허접이잖아?”

레인저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일반적으로 레벨 75정도면 E급 수준의 능력자다.

“당장 조져버려.”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가 영광을 향해 턱짓했다. 귀폭대원들이 검과 도끼를 들고 달려들었다.

“대장. 놈들이 와요!”

“당황하지 마. 버프를 걸고 뒤로 물러서.”

“네!”

핀은 즉시 블레스웨폰을 시전했다.  적빛과 은빛이 어우러지며 칼날이 바짝 섰다.

“버러지 주제에 버프를 받았다고 달라질 일이······.”

써걱!

검을 든 사내가 말을 잇지 못했다. 이미 목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허, 허억!?”

“이런 미친!”

순식간에 일이었다. 찰나의 시간이라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한번 눈앞이 번쩍였을 뿐이었다.

[핏빛 칼날의 혈액 게이지가 증가하였습니다.]

손에 들린 핏빛 칼날이 더욱 불그스름하게 변했다.

핏빛 칼날은 상대를 죽일수록 등급이 올라가는 성장형 아이템이다.

스스스스슥.

영광의 몸놀림이 빨라졌다. 귀폭대원들이 두리번거리는 사이 번쩍이는 뭔가가 가슴팍으로 찔러 들어왔다.

“악!”

외마디 단말마. 생명을 잃은 육신이 콸콸 피를 쏟으며 축 늘어졌다.

‘보, 보통 놈이 아니다!’

레인저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겨우 레벨 75라는 아까의 비아냥 따윈 잊은 지 오래였다.

아니, 애초부터 이상했다. 속도와 힘만 놓고 보면 상대는 B급 이상이다.

‘템빨인가?’

그것도 아니다. 아이템은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요소다.

제아무리 S급 아이템이라 할지라도 레벨75 따위가 낼 수 있는 능력의 범주를 훨씬 넘어섰다.

‘제, 제길. 일단은 물러서야···!’

귀폭대원이 전의를 상실하고 도망쳤다.

달리기라면 자신이 있는 레인저 클레스.

하지만 그는 모르고 있었다. 영광의 스킬인 붕대포박을.

촤르르르르ㅡ

붕대가 다리를 포박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허우적대다 넘어졌다.

“끅!”

레인저의 코가 으깨졌다.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화염의 기운이 느껴졌다.

“마, 마검사인가!”

파이어볼을 본 레인저가 경악했다. 상대가 검을 들고 있기에 근접전만 피하면 된다고생각했었다.

화르르륵.

“끄, 끄아악!”

화염에 먹힌 레인저의 살과 뼈가 녹아내렸다. 그는 비명과 함께 숯덩이가 되어버렸다.

“이제 너 혼자 남았군.”

뚝뚝 흐르는 핏빛 칼날을 움켜쥔 영광이 형님이라 불린 사내의 앞에 섰다.

‘이 자식······ 대체 정체가 뭐지? 저 정도의 강자라면 내가 모를 리 없는데···.’

사내는 제법 배짱이 있었다. 전의를 상실하고 도망치던 조무래기와는 다르다는 듯 영광이 앞에 섰다.

'음···.'

영광도 알고 있었다. 풍기는 기척만으로도 강자와 약자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그렇게 둘이 서로 대치하고 있을 때였다.

*

<메인 퀘스트 발동>.

첫 대인전! 당신보다 등급이 높은 상대를 만났습니다.

클리어 조건 : 상대 변병수를 쓰러뜨리시오.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스킬 강화석 1개

※능력자 각성 이후 본격적인 첫 번째 PK 퀘스트입니다.

*

‘적당할 때 퀘스트가 떴군. 스킬 강화석이라. 나쁘지 않은 보상이다.’

스킬강화석은 말 그대로 스킬의 등급을 올려주는 아이템이다.

영광은 관찰자를 통해 변병수의 능력치를 살폈다.

*

이름 : 변병수

LV : 580

직업 : 어쌔신

힘 : 223

마력 : 152

민첩 : 363

체력 : 152

능력치 총합 : 890

패시브 스킬 : 은밀한 이동(B급)

엑티브 스킬 : 쌍수베기(C급) , 트랩 설치(C급) , 독성 부여(C급)

궁극 스킬 : 암살 일격(B급)

*

상대는 B급 수준의 능력자.

흔히 B급 수준이면 중소 클랜의 부길마 정도는 충분히 따낼 정도로의 강자다.

“아까 내 부하의 말로는 네놈의 레벨이 78정도의 수준이라고 했었지. 하지만 난 알고 있어. 레벨이 강함의 척도가 아니라는 걸 말이야.”

스르르릉!

어쌔신 클래스를 반증하듯 변병수는 이도류를 꺼내 자세를 잡았다.

변병수는 검을 역수로 쥔 채 자세를 낮추며 속삭이듯 말했다.

“하지만 넌 상대를 잘못 만났어. 아무리 레벨이 강함의 척도가 아니긴 해도 너와 나의 레벨 차이는 500가량. 이 정도는 노련미로 비빌 정도가······.”

“시끄럽군. 귀폭길드는 조잘조잘 말싸움하는 게 싸움법이냐?”

“개자식. 명을 재촉하는구나!”

성난 매의 기세로 달려드는 변병수의 이도류가 어지럽게 영광에게 날아들었다.

챙!

영광은 핏빛칼날을 들어 변병수와 검과 부딪혔다.

단 한 번에 부딪힘이지만 좀전의 조무래기들이랑은 차원이 달랐다.

“어쭈 제법인데? 낮은 능력치를 커버하기 위해 비스듬히 검을 흘겨 막을 줄이야.”

이도류는 쏜살같이 영광의 머리와 허리를 겨냥했다. 얼핏 보면 올곧은 검의 경로였지만 영광은 이미 알고 있다.

어쌔신은 변칙적인 공격을 주로 사용하는 클래스.

근접계열의 기사나 전사같은 클래스보다 힘은 떨어지지만 어디서, 어떻게 경로가 바뀔지 모른다.

영광은 몸을 비틀어 공격을 피했다. 허공을 갈긴 두 개의 검의 파공성을 내며 명중에 실패했다. 재차 이어지는 공격은 빠르고 정확하지만 그럴 때마다 영광은 신들린 속도도 검의 경로를 정확히 읽고 피했다.

“미꾸라지 같은 새끼!”

자신감이 초조함으로 변하는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변병수가 진땀을 흘리며 영광을 제압하기 위해 검을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어째서 맞질 않는 거지!?’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힘이 빠지고 있었다. 반면 영광은 여유로웠다.

서로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었다.

‘쉽군.’

폭풍 같은 이도류의 공격 속에서도 미소가 절로 피어올랐다.

영광이 공격을 하지 않고 단순히 피하기만 하는 이유.

간단하다.

이때까지의 성장의 진척이 어디까지 왔는지.

과거와 비교하여 지금의 힘이 어느 정도의 궤도까지 올라왔는지.

목숨이 걸린 전투였지만 영광에게 있어 상대는 그저 좋은 대련 상대일 뿐이다.

“젠장알! 이게 말이 되냐고!”

이성을 잃을수록 허점이 명확해진다. 휘두르는 힘이 급격히 하락하고 속도는 기세를 잃어 둔탁해졌다.

“맞아. 레벨이 강함의 척도가 아니라는 말엔 동의하지만, 세상엔 상상하지도 못할 여러 가지 변수가 있지. 지금의 너에겐 그게 내가 될 수도 있는 거고.”

핏빛 칼날이 변병수의 어깨를 베며 빨갛게 물들여졌다.

상대의 피를 먹을수록 능력치가 상승하는 요검.

어깨를 시작으로 허리, 팔, 다리 모든 사지가 찢겨 나갔다. 변병수의 동공이 지진처럼 요동쳤다. 어째서? 왜? 고통보다는 의문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끄으윽.”

변병수가 피를 흘리며 뒷걸음쳤다.

B급으로는 영광의 상대가 될 수 없다.

레벨이라는 연막 속에 능력치라는 실체가 영광에게 있었다.

"헉···. 헉···."

영광은 핏빛 칼날을 변병수의 목에 겨누었다. 패배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칼날과 영광을 번갈아 본 변병수가 두 손을 들며 이도류를 떨어뜨렸다.

“말해라.”

“무, 무엇을···?”

"일단 꿇어. 허튼짓 하지말고."

영광은 변병수를 거칠게 꿇어앉힌 뒤 체력포션을 부었다.

“이 정도면 말할 기운은 있겠지? 귀폭에 대해 전부 털어놔라."

“마, 말하겠다.”

허둥지둥하던 변병수는 하나도 빠짐없이 귀폭길드의 모든 정보를 털어놨다.

모든 내용을 전달받은 영광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능력자들이 더 늘어났다. 분명 핀에게 듣기로는 50명가량이었는데 62명으로. 내 기억상 지금이 한창 귀폭이 성장 중인 시기였었지.’

영광의 눈치를 보던 변병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던전 공략대는 대략······ 귀폭길드 능력자 8명과 타 길드 능력자 2명으로 총 10명이 파티를 짜서 진행한다.”

“타 길드 능력자와 같이라고?"

다른 건 다 이해했어도 이것만큼은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던전을 도는 이유는 아이템뿐만 아니라 성장을 위해서다.

그런데 굳이 자신의 길드원뿐만 아니라 외부 인원들까지 대동해서 던전을 공략한다?

“왜 그런 짓을 하지?”

“그건··· 길드간에 좋은 유대관계를 위한 큰 형님의 지시로···.”

쾅!

“그딴 개소리를 한 번 더 지껄이면 혓바닥을 뽑아버리겠다. 좋은 유대관계? 그 녀석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테지.”

영광은 전상영을 누구보다 잘 안다.

간교하기 짝이 없는 그 녀석을.

"말해라. 말하지 않으면 죽이겠다."

“읍!”

변병수는 입을 꽉 다물었다.

죽어도 절대로 대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뭔가 있군. 죽음의 문턱앞에 있음에도 끝끝내 함구하고 있다.’

영광은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겼다. 변병수의 입을 통해 정보를 얻지 못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단은 녀석의 소지품부터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영광은 변병수의 인벤토리를 강제로 열어젖혔다.

힘으로 제압당한 상대의 인벤토리를 여는 것쯤은 손쉬운 일이다.

촤르르르ㅡ

여러 가지 아이템이 쏟아졌다. 장비들을 포함해서 갖가지 잡템들까지. 매직샵에 판다면 꽤 거금이다.

“이런 걸 숨기고 있었다니."

영광이 여러 가지 잡템을 살펴봤을 때였다.

문득 눈에 걸린 무언가가 있었다.

[능력자의 마력 결정체 10개]

[능력자들이 죽으면 일정 확률로 드랍한다. 능력자의 DNA가 담겨있다.]

쓸모는 없지만 길드전을 통해 얼마나 적들을 해치웠는지에 대한 척도로 쓰인다.

부르르.

영광은 분노에 몸을 떨었다.

마력 결정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상대방을 죽였거나 죽은 상대의 시체를 뒤적였다는 증거.

다만 뭔가가 있다.

귀폭길드라고 해서 이유 없이 다른 능력자들을 죽이진 않는다.

버릇없어서, 혹은 걸리적거려서,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런 단순한 이유가 아니라는 뜻이다.

'좋지 않은 느낌이 드는군.'

ㅡ큭큭. 인간 능력자들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아. 군말 없이 명령만 실행하는 충실한 종이 필요하다고. 그걸 위해 「키메라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거다.

영광은 문득 과거를 회상했다. 전상영은 언제나 지부장 회의 때마다 자신의 공로를 자랑했다.

전상영은 몬스터들의 DNA를 조합하여 새로운 생물을 창조하는 실험을 통해 키메라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키메라는 마지막 세뇌 공정을 통해 대창길드의 충실한 노예로 소비되었다.

“키메라 프로젝트.”

“어, 어떻게 네놈이 그걸!”

변병수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키메라 프로젝트는 귀폭길드의 중간급 간부 이상만 아는 극비리의 프로젝트다.

“당시에는 몬스터들의 DNA를 이용한 새로운 종을 탄생시킨다. 이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그 정체가 인간이었을 줄은···.”

영광은 혼잣말하면서도 떨려오는 분노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인간의 탈을 쓴 짐승만도 못한 놈들.”

이제야 모든 게 이해됐다.

전상영이 왜 외부 인원들을 던전에 대동하는지에 대해.

타 길드 능력자들을 죽여 결정체를 획득한 뒤 키메라로 만들기 위함을.

"그래서 던전 클리어 직후 모조리 죽여버린 거지. 타 길드장에겐 적당히 던전공략을 하다 죽었다고 둘러댔겠고."

추리의 퍼즐이 하나씩 완성된다.

의문이 해결되었다.

“히, 히이익! 살려줘! 난 길드장의 명령만 받았을 뿐이라고!”

변병수가 기겁하며 달아났다. 핏빛 칼날이 움켜쥔 영광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쌔액ㅡ

칼이 궤적을 그었다.

달아나던 변병수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두 동강 났다.

자신도 억제하지 못할 만큼 손아귀엔 힘이 실려 있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최대보상 스킬이 발동됩니다.]

[스킬 강화석 4개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영광은 묵묵히 강화석을 모조리 사용했다.

[당신의 파이어볼 스킬이 C급으로 향상되었습니다.]

[화염의 기운이 더욱 강해집니다.]

영광은 파이어볼 스킬을 선택했다. A급인 붕대포박과 관찰자보단 4개로 가장 효율을 보일 수 있는 F급 파이어볼을 선택한 것이다.

영광은 한참이나 허공을 바라보았다. 어둑칙칙한 분위기에 분노로 들끓던 마음을 다소나마 다스렸다.

* * * * *

‘대장의 복수가 드디어 시작되었구나···.’

핀이 쪼르르 영광의 어깨에 앉아 말끝을 흐렸다.

“핀. 더는 지체할 수 없어. 녀석들의 추악한 계획을 안 이상 이른 시일 내에 친다.”

영광이 칼을 허공에 휘둘렀다.

맑은 검명이 잠시나마 던전을 밝혔다.

“대장···?”

“입찰한 던전만 돌고 마지막 성장을 마친 뒤 귀폭길드를 섬멸한다.”

영광이 전의를 불태우며 말했다.

그는 이번 전투로 스킬 강화석만을 얻은 게 아니다.

그것보다 확신을 얻었다.

‘B급 능력자를 상대로 어렵지 않게 우위를 점했어. 지금의 내 실력은 A급 시절 과거와 비교해 비슷한 수준. 변병수와의 대결을 통해 확실히 깨달았다.’

영광은 단기간에 힘을 키웠다.

과거에도 A급 능력자는 수준급 이상의 강자였다.

하물며 지금의 시대에선 두말할 것도 없었다.

영광이 엄지를 올렸다.

“한달.”

그리고 엄지를 쭉 내린다.

“그 기간내에 귀폭이라는 이름을  세상에서 완벽히 지운다."

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이었다면 무조건 반대했을 테지만 지금은 달랐다.

‘대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허언을 하지 않아.’

근거 없는 단언만으로도 핀은 확신했다.

이 사람이라면 분명 목적을 이룰 것이라고.

< 23화 - 귀폭길드 섬멸전(2) > 끝

ⓒ 명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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