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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퀘스트의 보상이 특별하다-24화 (24/216)

< 24화 - 귀폭길드 섬멸전(3) >

24화

강원도 일대를 장악한 귀폭길드는 악명이 자자하기로 유명한 길드다.

능력자들 사이에선 민간인을 건드리지 않는 암묵적인 룰이 존재했지만, 귀폭길드는 예외였다.

이들의 악행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졌다

그들은 시민의 보호 명분으로 각종 이권 갈취와 폭리에 가까운 세금을 부과했다.

폭정에 지친 시민들은 타 도시로의 탈주 행렬이 연이어 이어졌다.

하지만 그냥 두고만 볼 귀폭길드가 아니었다.

예나 지금이나 생산성의 주체는 인간이기에 인구 감소는 노동력 저하로 이어진다. 귀폭의 길드장인 전상영은 시민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강제진압을 자행했다.

그 과정에서 죽는 인원들이 속출했지만, 감히 대항할 자들이 없었다.

쨍그랑ㅡ!

“병신같은 것들아. 당장 내 동생을 찾아오지 못해!”

전상영이 노성을 토하며 집기들을 집어던졌다. 집무실엔 성한 물건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 조금이라도 건들기만 해도 폭발할 것처럼 머리에 피가 쏠려 있었다.

동생 전정길이 튜토리얼 공간에 체류한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튜토리얼은 길게 잡아도 이틀이면 끝난다.

지금쯤이면 오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큰 형님. 아무래도 작은 형님께선 사··· 망.”

짜악!

“끄아악!”

가죽 채찍이 날아와 사내의 뺨을 후려쳤다. 사내는 힘없이 벽에 처박혔다. 뺨에는 선명한 채찍 자국과 함께 피 묻은 살점이 떨어졌다.

“그걸 말이라고 지껄이는 거냐! 정길이는 최고의 유망주란 말이다. 그따위 튜토리얼 하나 클리어 못 하고 죽는다는 게 말이 된단 말이냐!?”

수차례 고성이 이어졌다. 부복 자세를 취한 부하들이 픽픽 쓰러졌다. 전상영의 화풀이 대상이 된 것이다.

“형님··· 아무래도 작은 형님께선 3차 튜토리얼 도중 누군가에게 당한 것 같습니다.”

간부 한 명이 죽을 각오로 말했다.

채찍이 눈앞까지 날아오려는 찰나에 멈췄다.

“3차 튜토리얼···.”

전상영이 채찍을 회수했다.

그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꼰 채 깊게 담배를 빨았다.

“후우···.”

부하의 말이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3차 튜토리얼 도중 아군에게 살해당하는 사례는 종종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 해도 쉽게 죽을 녀석이 아니거늘···.’

전정길은 견습능력자중에서도 상당한 실력을 자랑한다.

그는 상위 1% 안에 드는 수재다.

“감히 어떤 놈이 내 동생을 죽였단 말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A급 능력을 갖춘 전상영도 견습시절만 놓고 보면 전정길보다 약하다.

“만약 정길이가 누군가에게 당했다면··· 그 녀석은 엄청난 잠재력의 소유자일 터다.”

전상영의 입 밖으로 자욱한 담배 연기가 뿜어졌다. 걷지도 못할 만큼 호되게 얻어맞은 부하들은 또 다시 폭행이 가해질까 노심초사했다.

똑똑똑.

“형님. 저 왔습니다.”

문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라.”

한 사내가 들어왔다. 호리호리한 체격의 안경을 낀 센님같은 모습이었다.

그의 이름은 이민규.

전상영의 지혜 주머니라 불려오는 자였다.

“간략히 보고드리겠습니다. 변병수를 포함한 4명의 대원들이 실종됐습니다.”

“뭐? 어떻게 된 일이야? 멀쩡한 그놈들이 왜 갑자기 실종 돼!”

“일단 부하들을 보내 확인중에 있습니다."

“이런 씨발! 왜 이렇게 좆같은 일들이 연달아 터지는 거야!”

쾅!

책상을 박살낸 전상영이 이를 갈며 이민규를 쏘아보았다.

이민규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말했다.

“그, 그리고··· 한 가지 소식이 있습니다. 작은 형님의 건에 대해 목격한 자를 찾아냈습니다.”

“그게 정말이냐?”

“네. 그자는 작은 형님과 같이 3차 튜토리얼을 같이 했다고 합니다. 데려올까요?”

“당장 데려와!”

전상영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잠시 후 이민규가 누군가를 질질 끌고 왔다.

“사, 살려주십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그는 잔뜩 겁을 먹으며 몸을 떨었다.

“보아하니 능력자는 아닌 것 같군.”

“원래는 견습 능력자였는데 튜토리얼 도중 포기선언을 해서 능력을 잃었다고 합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제 능력자도 뭐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살려주세요!”

청년이 무릎을 꿇은 채 전상영과 이민규를 번갈아 보며 애원했다.

그는 얼마 전 전정길과 함께 3차 튜토리얼의 진행한 파티원이었다.

청년은 능력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마음속 깊은 상처를 입었다.

하마터면 돌무더기에 깔려 죽을 뻔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바른대로 말하면 살려줄 것이고 거짓말을 한다면 이 자리에서 죽여버리겠다. 파티원들 중에 가장 강한 놈이 누구였지?”

동생 전정길은 쉽게 죽을 위인이 아니다.

그를 죽인 자는 파티원 내 가장 강한 능력자일 것이다.

전상영이 담배를 비벼끄며 말했다.

눈가에는 짙은 안광이 베어 나왔다.

“류영광이라는 자였습니다. 어찌나 강하던지 홀로 하피를 상대할 정도였습니다.”

“거짓말하지 마라. 견습능력자따위가 어떻게 보스몬스터와 일대일을 한단 말이냐!”

전상영의 고함이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손에 쥔 라이터가 부서져 기름이 흘러내렸다.

“정말입니다! 미, 믿어주십시오.”

청년은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납작 엎드렸다.

그도 잘 알고 있다.

귀폭길드의 전상영이 어떤 인물인지를.

만약 거짓말을 해서 들통난다면 그 자리에서 죽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거짓말처럼 보이진 않군요. 아무래도 그 류영광이라는 녀석부터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은 녀석을 잡아 심문을 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민규가 말했다. 전상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샅샅이 뒤져 녀석을 찾아라. 찾지 못한다면 너희 모두 내 손에 죽는다!"

“아, 알겠습니다!”

전상영의 명령에 이민규를 포함한 부하들은 황급히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부하들의 등을 바라보는 전상영은 뿌드득 이를 갈았다.

‘어떤 놈인지 두고 보자. 곱게는 못 죽을 것이다.’

설사 범인이 아니더라도 죽여버릴 생각이었다.

전정길보다 강한 견습 능력자라면 훗날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방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끼이이익.

전상영이 집무실을 빠져나가 도착한 곳은 한 지하 공터.

문을 열자 온갖 흉포한 소리가 들렸다.

"키르륵. 키르륵."

"캬오오오!"

온갖 짐승들이 한데 모여 있는 괴이한 곳.

전상영의 분노 어린 시선이 짐승들을 훑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나의 원대한 프로젝트의 제물로서 써주마. 그때까지 살아있었으면 좋겠군."

짙은 안광을 흘기는 전상영이 입술을 비집으며 조소했다.

* * * * *

[레벨이 올랐습니다.]

[성스러운 수정체를 획득하였습니다.]

[500,000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대장. 마무리를!”

“컹! 컹!”

스겅!

영광이 검이 빚을 내며 자이언트 멘티스의 머리를 베었다. 사마귀 머리가 툭 떨어지더니 클리어 축하 메시지가 떴다.

변병수와의 대전 이후 영광은 10곳의 던전을 클리어했다. 일수로 따지자면 하루에 한 번을 꼬박 돌은 셈이다.

종류도 다행했다. F급부터 C급까지.

가리지 않고 입찰매출이 나올 때마다 입찰하여 단독으로 던전 클리를 성사했다. 전리품을 모두 독식했기에 입찰금도 넉넉했다.

덕분에 영광과 핀은 단기간 내 엄청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능력치 대폭 상승은 물론이고 하급 스킬의 상승까지.

그리고ㅡ

“컹!”

차우차우의 성장도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능력치 상승뿐만 아니라 아공간 체류시간도 24시간으로 늘어난 상태.

“후우. 오늘도 고생했어요.”

핀이 날개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녀는 그간 열흘간 상당히 진보된 상태였다. 겁 많은 성격은 여전했어도 능력치만큼은 독보적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성장이 더뎌지는 게 몸으로 체감됐다. 하급던전만 전전하니 성장의 문턱에 막혀버린 것이다.

“어렵게 됐군.”

“네?”

“더 이상 E급이나 C급으로는 성장이 어렵다는 거다.”

“그건 어쩔 수 없잖아요. B급던전부터는 귀폭길드가 쫙 장악한 상태인데요.”

핀의 말대로였다. 영광도 B급 던전의 입찰을 진행하려 했다.

다만 그럴 때마다 번번이 던전관리인이 거절했다.

ㅡB급 이상은 안 됩니다. 귀폭길드에 직접 허가를 맡고 오셔야 합니다.

아무리 많은 금액을 제시해도 관리인의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지.’

영광이 팔짱을 끼곤 지그시 눈을 감았다.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접근하지 못할 것 같은 한기가 느껴졌다.

핀이 뭔가 말을 꺼내려다가 그 기세에 침묵했다.

“대장?”

기다리다 지친 핀이 입을 열었다.

침묵 끝에 영광이 말했다.

“대인전 준비를 해둬. 이른 시일내에 녀석들이 통제하는 던전을 한군데씩 골라잡고 놈들의 뒷구녕을 딴다.”

* * * * *

“아니! 입찰을 도로 뺏는 경우는 무슨 막돼먹은 경우요!”

중년의 능력자가 매섭게 던전관리인을 쏘아 부쳤다.

던전관리인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저도 오늘 상부에서 지침 받았다고요.”

“그래도 그렇지 어찌 이런···!”

중년의 능력자는 소규모 클랜장이었다.

그는 C급 던전 입찰에 성공했지만 귀폭길드에 의해 뺏겼다.

“제길··· 더러운 놈들.”

“그 입 조심하세요!”

“뭐라고!?”

강원도 내에선 귀폭길드는 독보적인 존재다.

이곳에서 귀폭길드의 험담은 신성모독으로 취급받는다.

실제로 귀폭길드를 욕하다가 목숨을 잃은 자들도 부지기수였다.

“큰 소란이 있는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귀폭 놈들이 C급 던전까지 통제하나 보다.”

영광은 던전관리인과 중년인이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쳐다보았다.

‘어차피 던전관리원이나 귀폭길드나 서로 한통속이다. 저렇게 따진들 부질없는 짓이지.’

귀폭길드는 능력자와 관련된 기관은 딱히 억압하거나 물리적인 행사를 하진 않는다. 던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관리원과 아이템을 사고파는 매직샵은 귀폭길드의 큰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녀석들은 서로 유착 관계다. 이렇게 된 이상 계획을 좀 더 앞당겨서···.’

영광이 머릿속으로 부단히 계획을 짰다.

‘녀석들이 독식하는 A급 던전에 몰래 들어가 놈들이 보스몬스터를 상대할 때 뒷구멍을 딴다. 필요한 준비물이······.’

쾅ㅡ

생각에 잠긴 사이 누군가가 가파른 숨을 삼키며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헝크러진 머리와 반쯤 찌그러진 투구. 피딱지가 군데군데 묻은 갑옷에 옆구리에 깊히 베인 검상.

‘검상이라고?’

검상의 의미.

몬스터가 아닌 인간에게 당했다는 것.

“도, 도와주시오!”

애수가 담긴 서글픈 목소리가 장내에 메아리쳤다.

“저 사람 용진길드 김용복 아저씨 아냐?”

“이봐. 치료부터 하라고.”

웅성웅성.

사람들이 몰려들어 김용복을 부축했다.

심하게 다쳤는지 체력포션도 효과가 없었다.

‘용진길드!’

영광이 번갯불에 맞은 듯 정신이 퍼뜩 들었다.

용진길드는 과거 유태승이 있었던 길드다.

그는 이따금 용진길드에 몸담고 있었을 당시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차근차근 말하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도와주게! 지금 우리 길드원의 부상이 심각하네!”

도와달라는 말만 연신 내뱉는 김용복이 부축하는 사내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숨을 헐떡였다.

“아니 자네길드는 제법 규모가 있잖아? 누가 용진을 공격했다는 건가? 앞장서게. 내가 도와줄 테니까.”

“귀폭 길드일세.”

“귀폭!?”

팔을 걷어붙인 사내가 찬물을 맞은 듯 돌연 멈췄다.

귀폭이라는 한마디에 바들바들 떨었다.

“귀폭길드가 왜 자네 길드를···?”

사내는 동정하는 척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슬그머니 물러섰다.

“도와주게. 제발··· 제발 부탁일세!”

“······.”

사내는 침묵했다. 도와준다는 몇 명 인원들도 조용히 자리로 돌아갔다. 김용복이 미친 사람처럼 이리저리 지나다니는 자들에게 사정을 했지만, 귀폭이라는 한마디에 모두 외면했다.

‘용진길드엔 태승이가 있다. 게다가 용진길드는 귀폭과의 악연이 질긴 길드. 만약 이들의 조력을 받는다면 수월하게 귀폭놈들을 상대할 수 있을 터.’

영광은 다급히 귀폭섬멸 계획을 수정했다.

‘용진길드, 유태승.’

영광이 김용복의 앞에 섰다.

"다, 당신은···?"

툭 치면 울 것만 같은 김용복에게 영광이 말했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영광은 헐떡이는 김용복을 안심시킨 뒤 자세한 내막을 듣기로 했다.

< 24화 - 귀폭길드 섬멸전(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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