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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퀘스트의 보상이 특별하다-33화 (33/216)

< 33화 -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법(4) >

33화

“제··· 제기랄···!”

털썩.

마지막 남은 귀폭 대원이 손을 부르르 떨며 쓰러졌다.

주위에는 인간과 고스트의 시체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이제 남은 건 너 혼자인가?”

영광이 미스틱 고스트에게 검을 겨눴다.

미스틱 고스트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영광을 쳐다보았다.

‘역시 놈은 기운이 많이 빠진 상태다.’

분신의 피해는 본체에도 큰 영향을 준다. 무자비하게 분신들을 소환한 까닭에 미스틱 고스트는 마력고갈뿐만 아니라 피로도도 상당할 터였다.

“대장. 저희도 많은 마력을 소모했습니다."

용진대원들도 지친 상태였다.

분위기에 취해 마구잡이로 버프주문서를 써댄 까닭이었다.

“괜찮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저 혼자 미스틱 고스트를 처치하겠습니다.”

영광은 여유가 있었다. 그는 비교적 적게 버프주문서를 사용했었다.

보스전을 대비해서였다.

‘마력이 60% 정도인가···. 이 정도면 충분히 녀석을 쓰러뜨릴 수 있다.’

상태를 점검한 영광이 파티결속을 해지했다.

파티결속 자체도 미약하게나마 마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결속을 해지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물론 허울 좋은 변명거리긴 하지만.’

영광이 쓰게 웃었다.

그는 미스틱 고스트의 독식이 필요했다.

“대장은 참 욕심쟁이네요.”

핀이 영광의 귓가에 속삭였다.

역시나 핀은 다 알고 있는 눈치였다.

“저들에겐 미안하지만, 이번 미스틱 고스트는 나 혼자 독식해야 해. S급의 경지를 빠르게 이룩하기 위해선 반드시 저놈을 잡아야 하거든."

영광의 능력치 총합은 1,000대를 훌쩍 넘은 상태.

최소 3천은 넘어야 S급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이른 시일 내 S급에 진입하기 위해선 미스틱 고스트의 독식은 필수였다.

‘미스틱 고스트를 발판삼아 S급 경지의 초석을 다진다.'

영광이 미스틱 고스트 앞에 섰다.

서자마자 퀘스트 창이 생성되었다.

*

<메인 퀘스트 발동>.

클리어 조건 : 미스틱 고스트를 쓰러뜨리시오.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은신 스킬석, B급 이상 아이템 1개, 아이템 강화석(중), 대량의 경험치

*

‘확실히 A급 보스답군.'

영광은 보상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영광이 기를 쓰고 미스틱 고스트를 사냥하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가장 큰 이유가 은신 스킬석 때문이었다.

‘은신 스킬석은 반드시 얻어야 한다.’

과거의 역사대로라면 은신 스킬석은 귀폭 길드장 전상영이 얻게 된다.

그는 은신 스킬 하나만으로 귀성의 반열에 오를 만큼 강해졌다.

‘게다가 대량의 경험치. 저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지.’

단순 은신스킬석 하나만으로 전상영이 강해졌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대량의 경험치. A급 능력자도 한 번에 20레벨업을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경험치의 보상.

이것또한 간과하지말아야 할 부분이다.

스르릉.

영광이 검을 뽑아 자세를 갖췄다. 미스틱 고스트가 진한 잔상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확실히 엄청난 크기였다.

영광도 인간의 범주에서는 큰 키에 속했지만 미스틱 고스트에 비하면 어린아이 수준도 못 될 정도였다.

「죽··· 여··· 주··· 마···!」

미스틱 고스트가 노성을 토했다.

떠듬떠듬하는 소리에도 필드 전체가 진동할 정도로 위세를 보였다.

“으으···.”

대원들이 근처에 있는 바위를 꽉 잡고서야 버틸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떨림이 멈췄다.

“성현이 형. 과연 대장이 저 괴물을 이길 수 있을까요?”

유태승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조금 전 미스틱 고스트의 위세에 몸서리가 쳐질 정도였다.

“생각이 있겠지. 대장은 이때까지 불가능하다고 판단됐던 난관들을 보란 듯이 깨부쉈잖아.”

문성현은 영광과 같이 지낸 날이 얼마 되진 않았지만, 영광의 비범함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대장은 그 누구보다 신중하다. 언제나 몇 수를 앞서서 행동하고 있어. 때로는 무모하게 보일때도 있지만····· 그건 무모함 속에 가려진 치밀한 계획을 모르는 자들의 생각일뿐이지.'

문성현이 이때까지 봐왔던 영광의 평가였다.

사실 그도 노련한 능력자였다.

용진길드같은 비교적 큰 길드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대장의 행동을 따라 하는 건 도저히 자신이 없다.'

보이지 않는 그릇의 차이였다.

“앗! 미스틱 고스트가 공격해와요!"

유태승이 소리쳤다. 미스틱 고스트의 육중한 체구가 영광을 덮쳐들었다.

휘이익!

영광은 빠른 몸놀림으로 공격을 피했다. 피함과 동시에 핏빛 칼날이 미스틱 고스트의 심장을 향해 내질러졌다.

핏빛 칼날이 오늘따라 유난히 반짝였다. 미스릴 가루를 머금었기 때문이다.

'슬슬 그것을 시작할 때가 온 것 같군.'

영광의 손아귀엔 거무칙칙한 버프주문서가 들려있었다.

그는 대원들이 모르는 사이 모든 준비를 마쳤었다. 버프주문서들을 해부하여 적당한 비율로 새로운 버프를 만들어냈다.

버프는 배합에 따라 강력한 버프로 재탄생한다.

잘 짜인 조합식은 수백억을 호가할 정도다.

‘다중 이레텐식 조합.’

과거 대창길드 인천지부장으로 있었을 때 연구한 최강의 버프 이레텐식 조합.

3분간 모든 능력치를 일시적으로 폭등시키는 버프조합이다.

그 조합이 어찌나 강력했는지 길드장 마영우조차 직접 대금을 지불하여 구매했을 정도였다.

위이이이잉.

영광의 전신이 흑색으로 물들어졌다. 등 뒤에선 어둠의 그림자 손길이 갈라지듯 뻗어 나왔다.

“저, 저건 뭐예요?”

유태승은 입에 침을 튀겨가며 말했다.

처음 보는 기이한 광경이었다.

“다중 버프다. 그것도 상당히 공을 들여 만든···.”

문성현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도 저렇게 강력한 버프를 눈으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저런 고도의 버프식을 알 정도면 대형길드 소속이 분명할 텐데···. 어째서 이런 강원도 같은 오지에 있는 거지?’

문성현은 뚫어지게 영광을 주시했다.

알면 알수록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자였다.

'이걸 만드는 데 꽤 애를 먹었지.‘

영광은 버프를 만들 때를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강력한 버프인 만큼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비용도 많이 들었다. 하나 만드는데 수백 가지의 주문서를 날렸을 정도였다.

그래서 중요한 대전이 아니고서는 만들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한번 사용 시 몸에 부담이 크다.

그런데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만큼 미스틱 고스트에게 얻을 무궁무진한 보상 때문이었다.

'3분 안에 승부 낸다.'

모든 버프가 그렇듯 3분이라는 시간밖에 효과를 낼 수 없다. 영광의 손아귀엔 폭풍같은 마력이 흘러넘쳤다.

그는 가지고 있는 절반의 마력을 핏빛 칼날에 집어넣었다.

장기전으론 승리가 어려웠다.

스르르르.

호전적이었던 미스틱 고스트가 잠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버프의 강력한 위력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걸까?

“어딜 도망가냐?"

지면을 박찬 영광이 쏜살같이 미스틱 고스트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순간적으로 고스트의 몸이 길게 늘어지더니 영광을 덮쳤다.

미스틱 고스트는 딱히 스킬이 없다.

전신을 활용한 단조로운 공격이 전부였다.

그렇지만 물리 공격은 묵직하면서도 파괴력이 있다.

“생각외로 빠르군.”

보통 크기가 클수록 둔하다. 이 법칙은 예외 없이 깨졌다. 영광이 공중을 도약하여 미스틱 고스트의 머리 위를 솟구쳤다. 역수로 잡은 핏빛 칼날이 그대로 정수리를 내리꽂았다.

푸욱!

유효타가 적용되었는지 미스틱 고스트가 비틀거리며 신음을 토했다. 이레텐식 버프와 더불어 혼신의 마력을 불어넣은 일격이었다.

미스틱 고스트가 잠시 비틀거렸다. 구멍이 난 정수리에선 검은 마력이 스산하게 피어올랐다.

'성공인가!?'

콰득!

오히려 녀석의 화를 돋은 것일까? 발광하는 미스틱 고스트가 집채만한 주먹을 들어 영광을 잡아챈 뒤 저 멀리 내던졌다.

영광이 바위에 부딪쳤다.

쿠콰콰쾅!

어찌나 세게 던졌던지 부딪힌 바위가 와르르 무너졌다.

흙가루들이 사방팔방 영광의 머리를 덮었다.

“퉷!”

입안에 들어간 흙가루를 뱉은 영광이 다음 공격을 피했다. 성난 미스틱 고스트가 길길이 날뛰며 영광을 잡기 위해 이리저리 손을 뻗어 붙잡았다.

‘젠장! 확실히 A급은 A급이군.'

우드드득.

어마어마한 악력에 뼈가 으스러질 것 같았다.

뼈마디들이 박살 나며 근섬유가 갈기갈기 찢겼다.

팔다리가 무력화된 지금.

남은 건 정신력 하나!

‘···버티면서 놈에게 유효타를 먹인다!'

영광은 불굴의 투지를 발휘하여 고도의 정신력을 집중했다.

끊어진 팔에선 불꽃이 피어올랐다.

"파이어 블레스트!"

화르륵.

업화의 불길이 미스틱 고스트의 팔을 모조리 태웠다.

불길이 치솟으며 몸통과 다리까지 태웠다. 아까 전 정수리 타격이 지금에야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미스틱 고스트의 면역력이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었다.

멀쩡했었더라면 파이어 블레스트 따위론 어림도 없었을 터.

「크아아아ㅡ!」

처음으로 말을 더듬지 않은 비명이었다.

미스틱 고스트가 불길을 끄기 위해 쉴 새 없이 몸을 뒤척였다. 그럴수록 불길은 거세져만 갔다. 팔, 다리와 몸통이 타오르자 머리만 쏙 빠지며 불길을 피했다.

화르르르르륵.

머리만 남은 미스틱 고스트의 두 눈에선 검은 마력의 소용돌이가 휘감아졌다.

쭈욱.

미스틱 고스트가 도마뱀의 꼬리처럼 재생했다. 숯덩이가 된 몸통과 팔, 다리가 생성되었다.

하지만 타격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재생 또한 극심한 마력를 소모하는 작업이었다.

‘이것으로 놈의 마력은 대부분 소모되었다. 유효타가 점점 먹히고 있어. 지금 기회에 확실히 조져야 한다.’

미스틱 고스트를 바라보는 영광의 눈이 매섭게 떠졌다.

짙은 눈썹 사이가 좁혀졌다.

남은 마력은 1할 정도.

이제부터는 누가 먼저 마력이 고갈되느냐의 싸움이었다.

먼저 선제공격은 영광이었다.

“붕대 포박.”

촤르르르르ㅡ

지면과 공중의 아공간과 함께 무수한 붕대들이 튀어나왔다. 체구가 큰 미스틱 고스트를 포박하는 건 어렵지 않다.

찌익.

미스틱 고스트의 톱니 같은 이빨이 붕대들을 찢어댔지만 붕대 모두를 무력화시키긴 어려웠다. 몇 개의 붕대들이 촘촘히 팔과 다리를 묶었다. 넝쿨처럼 다리를 휘감은 붕대를 잡아당기니 비틀거린 거구의 미스틱 고스트가 쿵! 하며 넘어졌다.

“지금이다!”

영광의 기세가 매서운 사냥꾼으로 변했다. 땅을 박찬 뒤 그대로 핏빛 칼날을 사인하듯 휘갈겼다. 미스틱 고스트를 구성한 세포들이 사방에 낭자했다.

써걱써걱ㅡ!

세포 조각들이 사방팔방으로 공중에 솟구치더니 이리저리 튀겼다. 영광은 신속히 몸을 날려 세포들을 피했다.

단순 고스트의 구성물질이지만 느낌이 좋지 않았다.

오랜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데 저건 분명···.

세포들이 퉁퉁 튀기며 용진 대원들에게까지 날아들었다.

“가까이 다가가지 말고 피하세요!"

영광이 소리쳤다.

세포가 괴수의 심장처럼 두근대더니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으어억!”

깜짝 놀란 용진 대원들이 멀찌감치 자리를 떴다.

콰아아앙ㅡ!

고막이 찢길듯한 폭음과 함께 사방팔방 바위들이 박살 나며 지면이 움푹 파였다.

영광이 황급히 코트 자락을 들어 마력을 부여했다.

대원들도 신속히 탈주했다.

후두둑 후두둑.

각종 파편과 폭발이 영광에게 향했지만 코트 자락에 튕겨 날아갔다. 야누스의 코트는 이미 SS급에 다다를 정도로 성장이 진행된 상태다.

휘이이잉.

폭발과 함께 매서운 후폭풍의 바람이 몰아쳤다. 영광이 코트를 얼굴까지 덮어 바람을 막았다. 그것이 미스틱 고스트의 마지막 발악이었고 그것은 완벽히 놈을 처치하는 데 성공했다는 증거였다.

[미스틱 고스트를 처치하였습니다!]

[10,000,00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최대보상 패시브 스킬이 발동됩니다!]

[은신 스킬석(S급)을 획득하였습니다.]

[그림자 날개(A급)를 획득하였습니다.]

[아이템 강화석(대)을 획득하였습니다.]

[급격한 레벨업이 이뤄집니다.]

메시지들이 어지럽게 눈앞에 도배되었다. 대원들이 하나둘씩 미스틱 고스트의 잔해들을 확인하며 믿기지 않는 목소리로 떠들었다.

“노, 놈이 죽었습니다! 대장! 해냈습니다!”

“정말? 와 진짜 해치운 거 맞아?”

대원들이 함성을 지르며 서로가 부둥켜안았다.

그 기쁨은 영광도 마찬가지였다.

영광은 하나하나 메시지를 심독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드디어······. 내가 해냈다···. 해냈다고!"

영광은 벅차오르는 감격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 어떠한 상황이라도 냉정함을 유지했던 그조차 이번만큼은 참을 수 없이 기뻤다.

샤르르르.

영광의 손바닥엔 영롱한 빚을 내는 은신 스킬석이 둥둥 떠 있었다.

"이게 바로 은신 스킬석인가···?"

영광은 주저 없이 스킬석을 사용했다.

[당신은 은신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역사가 바뀌었다. 나는 과거보다 훨씬 강한 힘을 얻었어.”

과거 전상영이 가진 최강의 비기.

그 비기를 습득하는 데 성공했다.

< 33화 -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법(4) > 끝

ⓒ 명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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