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화 - SSS급 스킬
49화
빛이 사그라질 무렵 영광이 랜덤박스를 바라보았다.
'눈이 따갑네.'
그도 많은 랜덤박스를 접했었지만 이렇게까지 빛을 내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저건 뭔데 저렇게 번쩍번쩍하는 거지?’
대원들도 술렁였다.
랜덤박스는 빛의 강도에 따라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높다.
유태승과 문성현의 랜덤박스도 꽤나 빛을 발휘했지만, 영광의 것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일단 저부터 먼저 까보겠습니다.”
문성현이 침을 꿀꺽 삼키며 랜덤박스를 개봉했다.
푸른 빛무리와 함께 기다란 검이 튀어나왔다.
*
[아다만티움 레이피어]
[등급: SS급]
[아다만티움 재질로 만든 레이피어입니다. 단단한 강도를 자랑하며 골렘형 몬스터에게도 손상되지 않습니다. 패시브 스킬 자체수리(S급)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
문성현이 박스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정교하게 세공된 레이피어가 자태를 뽐내며 문성현의 손에 쥐어졌다.
휘익ㅡ
레이피어를 몇 번 휘둘러보았다. 아다만티움재질이라 무거울 줄 알았는데 기존에 가진 레이피어보다 가벼웠다.
‘가벼우면서도 단단하다?’
문성현이 바위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바위에 구멍이 나더니 쩍 갈라졌다.
레이피어의 칼끝은 전혀 무뎌지지 않았다.
‘굉장하군··· 이게 SS급 무기인 건가?’
문성현은 한동안 레이피어에 손을 떼지 못했다.
능력자라면 누구나 아이템에 대한 욕심이 많다.
그건 문성현이라도 마찬가지였다.
짝짝짝!
“좋은 검을 얻었군요.”
"감사합니다."
현영길드장 박정민이 박수를 치며 미소지었다.
주위에 있던 대원들도 같이 축하해줬다.
“그 다음은 털보인가?”
문성현이 유태승의 랜덤박스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유태승이 조심스럽게 랜덤박스를 개봉했다.
[아다만티움불괴 스킬석(SS급)을 얻었습니다.]
“이건···?”
유태승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영광을 쳐다보았다.
“멍청한 표정 짓지 말고 빨리 습득해봐.”
“아, 넵!”
유태승이 조심스럽게 스킬석을 움켜쥐었다.
스킬석이 스르르 사라지더니 빛이 되어 몸에 흡수되었다.
우드득.
유태승의 몸에선 쇳소리가 들려왔다.
어리둥절하던 그의 몸이 불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태승이의 몸에서 변화가 생기는 것 같군.’
영광이 유태승을 쳐다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관찰자.’
*
이름 : 유태승
LV : 314
직업 : 쉴더
힘 : 480
마력 : 56
민첩 : 17
체력 : 480 (아다만티움불괴 효과).
능력치 총합 : 1,033
패시브 스킬 : 정신력 향상(B급), 아다만티움불괴(SS급).
엑티브 스킬 : 방패치기(B급) , 굳건한 믿음(A급).
궁극 스킬 : 피식자의 포효(SS급).
*
‘역시··· 태승이의 스킬이 늘어났구나.’
유태승을 바라보는 영광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났다.
‘태승이는 전형적인 슬로우스타터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지.’
유태승의 능력치는 어느덧 천대를 넘었다.
가히 장족의 발전이라 할만했다.
‘처음 태승이를 봤을 땐 총합이 100도 안 됐는데··· 녀석. 엄청나게 성장했구나. 녀석 또한 나처럼 과거의 힘을 뛰어넘었다.’
잘 성장한 제자를 보는 것처럼 영광의 표정이 애틋했다.
능력치가 성장할수록 스킬이 생성된다.
유태승의 스킬은 무려 5개.
특히 궁극기 ‘피식자의 포효’는 다수의 몬스터들을 상대할 때 굉장한 효율을 지니는 스킬이다.
사용 시 광범위하게 시전자에게 어그로가 끌리며 발동시간동안 엄청난 회복력을 선보인다.
영광도 과거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었다.
‘자체회복력이 좋은 데다가 핏빛 망토까지 있고 거기에다가 궁극기까지··· 저 정도 회복이면 트롤도 울고 가겠군.’
영광이 옅게 웃으며 유태승의 능력치를 차례대로 살펴봤다.
‘음?’
여기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체력 : 480 (아다만티움불괴 효과)]
‘아다만티움불괴 효과?’
유태승의 힘과 체력이 480으로 똑같았다.
영광이 상세정보를 살펴보았다.
[아다만티움불괴(SS급)]
[위기를 느낄 시 신체가 즉각적으로 아다만티움으로 변합니다. 특수 효과로 인해 체력 능력치와 힘 능력치 중 수치가 높은 쪽을 위주로 동등하게 능력치가 변화됩니다.]
‘오. 괜찮은데?’
영광은 자신이 스킬을 얻은 것 마냥 어깨를 들썩였다.
유태승은 이번 스킬 획득으로 더 많은 역할을 수행 할 수 있게 되었다.
비단 탱커의 역할만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데미지 딜러 역할도 겸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거··· 습득은 했는데 실제 체감은 잘 모르겠는데요? 전상영처럼 외형적인 변화도 없고요.”
“인마. 변화가 없긴 왜 없어. 잘 봐.”
영광이 돌멩이를 주워 유태승에게 던지는 시늉을 보였다.
“태승아 던진다.”
“자, 잠깐만요! 갑자기 왜···?”
유태승이 허둥지둥하는 동안 영광이 던진 돌멩이가 날아들었다.
딱!
꽤 세게 돌멩이를 던졌다.
[위기를 감지했습니다. 신체가 아다만티움으로 변합니다.]
유태승의 몸이 구릿빛으로 변했다.
돌멩이가 몸에 맞고 박살 났다.
“엥?”
유태승이 두리번거리며 변화된 몸을 더듬었다.
단단한 쇳덩이 같았다.
“이, 이게 제가 가진 능력이에요?”
“그래. 넌 엄청난 방어력을 손에 넣은 거다. 뭐 그렇다고 해서 전상영정도는 아니지만.”
어쨌든 굉장한 이득인 건 분명했다.
‘태승이가 저 정도 보상을 얻었다면 난 어떤 보상일까···?’
좀처럼 긴장하지 않은 그였지만 모처럼 떨려왔다.
처음 최대보상을 얻었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라고 해야 할까?
끼익.
영광이 조심스럽게 랜덤박스를 개봉했다.
주위의 인원들도 함께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물결처럼 몰아치는 빛무리에 눈이 따가웠다.
[절대방벽 스킬석(SSS급)을 얻었습니다.]
‘역시 예상대로군.’
살짝 실망이 들긴 했다.
절대방벽은 모든 관찰계통 스킬을 차단하는 스킬.
쓸 만한 스킬이지만 이게 SSS급 정도의 가치가 있을까?
‘일단 배워보면 알겠지.’
영광이 스킬석을 잡아 그대로 힘을 주었다. 스킬석이 스르르 녹더니 빛과 함께 영광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그 순간 놀라운 스킬 정보가 펼쳐졌다.
*
[절대방벽(SSS급)]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하여 외부에서 시전되는 관찰계통의 마법을 무효화시킵니다. 외부로부터 자신의 모든 능력을 숨길 수 있습니다.
또한, 외부로부터 받는 피해에 대한 추가 효과가 있습니다.]
-힘 +100
-체력 +150
-일정 확률로 외부로부터 받는 공격에 비례하여 20% 체력회복
-일정 확률로 외부로부터 받는 공격에 비례하여 20% 데미지 반사
-일정 확률로 외부로부터 받는 공격에 비례하여 20% 피해 감소
*
‘······!’
순간 영광이 눈이 부릅떠졌다.
‘전상영의 절대방벽효과는 분명 관찰계통의 스킬 무효화 효과밖에 없었다. 한데 내가 받은 스킬의 효과는 그것보다 훨씬 좋다. 이건 대체···.’
의문은 길지 않았다.
최대보상 혜택으로 인해 원래 등급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보상을 받은 것이다.
‘스킬석을 흡수하자마자 대장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다.’
문성현이 근처의 레인저에게 말했다.
“대장의 기척을 탐지스킬로 감지 수 있나?”
“한번 해보겠습니다.”
레인저의 안광이 파랗게 빛났다.
레인저 특유의 관찰계통 스킬이었다.
[절대방벽으로 인해 관찰계통의 모든 마법이 차단됩니다.]
“절대방벽으로 인해 제 스킬이 먹히지 않습니다.”
레인저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문성현을 쳐다보았다.
그들이 보는 영광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무(無)의 경지와도 같았다.
레인저 계통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능력자들은 상대의 기척을 어렴풋이 감지할 수 있다.
한데 영광은 능력자 특유의 마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상당히 좋은 스킬이다.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내 힘을 외부로부터 완벽히 숨길 수 있다는 뜻이지. 이걸 이용하면 전략적으로 적들을 상대할 수 있을 터.'
새삼 SSS급 스킬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영광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잠시 누르고 대원들에게 말했다.
“저에게 살짝 공격해보십시오.”
뜬금없는 말에 대원들이 고개를 들었다.
“공격이라니요?”
“돌 같은 걸 한번 던져보세요.”
영광은 절대방벽 스킬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스킬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구체적인 효과를 알아야 한다.
“멀리 떨어진 상태로 돌을 던지십시오.”
행여나 반사효과로 인해 튕길 수도 있어서 대원들을 멀찌감치 때어놓았다.
“그,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유태승을 포함한 대원들이 주섬주섬 돌을 집어 들어 영광에게 던졌다.
휙휙ㅡ
돌들이 영광이 몸에 맞았다.
일부는 퉁겨져 대원들에게 날아 들어왔다.
[받은 공격을 일정확률로 적들에게 반사합니다.]
“어, 어억!?”
대원들이 황급히 돌들을 쳐냈다.
데미지 반사 스킬이 제대로 이뤄졌다.
물론 일정확률로 시전되는 데다가 받은 피해의 20%밖에 반사되지 않지만, 다수를 상대로 상당히 유용한 스킬임은 분명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받은 공격의 20%를 체력으로 회복되었습니다.]
[받은 공격의 20% 피해량이 감소하였습니다.]
모든 테스트를 마친 영광의 얼굴엔 뿌듯함이 가득했다.
‘이것으로 사용할 수 있는 SSS급 스킬만 무려 4개.’
이제 영광은 강원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만큼 강해졌다.
“다들 멍하게 있지 말고 나갑시다.”
영광이 웃으며 옆에 있는 대원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대원들이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 * * * *
귀폭길드가 사라진 지도 며칠이 지나 강원도에 평화가 찾아왔다.
용진길드는 명실상부 강원도 제1의 길드로 급부상했다.
이제 강원도 내에선 용진길드의 말이 곧 법이었다.
먼저 영광은 귀폭의 악법을 모두 폐지했다.
「모든 던전 통제권을 풀어줌과 동시에 부당한 세금 관행을 전부 폐지하겠습니다.」
그 선언은 엄청난 파급력을 선보였다.
잦은 세금과 길드원 차출로 인한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많은 길드와 클랜들이 구원을 받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류영광 대장. 당신이 없었다면 아직도 귀폭체제에서 많은 사람이 고통받았을 겁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이나 찾아오는 인파들에 영광은 정신이 없었다.
그럴 때마다 영광은 손사래를 쳤다.
“저는 임시길드장이지 진짜 길드장은 문성현씨입니다.”
영광은 모든 공로를 문성현에게 돌렸다.
‘이른 시기에 유명세를 치러선 안 돼. 행여나 내 이름이 전국으로 퍼지면 내 계획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어. 복수는 조용하고 은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지금 강원도의 상황은 대창도 알고 있을 터.’
그렇지만 연합군으로 참전한 이들은 모두 알고 있다.
영광이야말로 귀폭을 멸망시킨 진정한 주역임을.
찰칵! 찰칵!
“저기 용진길드시죠?”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기자들은 인터뷰를 요청하기 위해 수시로 용진 사무소를 찾았다.
“저기 저 사람. 문성현 길드장 아냐?”
백색 갑주를 입고 당당히 사무실 밖을 나선 문성현이 망토를 펄럭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기자들이 황급히 몰려들어 인파들을 비집고 마이크를 들었다.
“하나만 질문하겠습니다!”
“앞으로 용진길드의 목표를 짧막하게 말씀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음···.”
문성현이 고개를 돌려 영광을 쳐다보았다.
영광이 조용히 웃기만 했다.
문성현이 결국 기자들 앞에 나섰다.
“앞으로 우리 용진은 강원도를 대표하는 길드로서 모범을 보일 것입니다. 그간 귀폭 치하에 있었던 모든 부조리들을 없애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찰칵! 팟!
사방팔방 온갖 플래시들이 터졌다.
기자들과 방송국 직원들로 북적였다.
영광은 그 틈을 타 조용히 빠져나갔다.
‘후우. 힘들군.’
그에게는 따로 할 일이 있었다.
먼저 강원도 재건사업이었다.
‘강원도 전역을 요새화하여 훗날 대창길드와의 전쟁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
영광은 용진길드라는 믿음직한 우군을 얻었다.
그리고 그는 실질적인 강원도 연합의 수장이기도 했다.
‘표면적으론 문성현씨가 대장이긴 하지만.’
두 번째로는 전상영이 남긴 문서들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것.
전상영은 폭군이었지만 다양한 지식들을 문서로 남겼다.
몬스터부터 아이템, 각종 버프 제작조합 등등.
영광은 수련던전에 묻힌 모든 문서들을 샅샅이 수색해보라고 일부 대원에게 명령을 내린 상태였다.
[대장. 조사도중 대한민국 모든 길드의 정보가 망라된 문서를 발견했습니다.]
마침 조사를 명령했던 책임자에게서 문자가 왔다.
‘내가 직접 가봐야겠군.’
영광이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량에 대기 중인 유태승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대장. 좀 늦었네요.”
“기자들 때문에 좀 바빠서. 그럼 출발해볼까?”
“넵.”
유태승이 운전석에 앉았다.
영광이 옆좌석에 앉아 안전띠를 맸다.
“대장. 저 너무 떨리는데요. 이렇게 고급차를 운전하는 건 난생처음이라···.”
유태승이 직접 운전대를 거머쥔 차량은 재벌들도 널리 애용한다는 롤스로이스.
거기에다가 특수 미스릴 재질로 싹 다 개조하여 내구성이 어지간한 탱크보다 높다.
구매하여 개조하는 데만 무려 50억이 넘게 들었다.
“몇 번 타다 보면 익숙해질 거다.”
영광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번 귀폭길드를 멸망시키는데 가장 공로가 컸던 용진길드는 전리품을 절반가량 싹쓸이한 상태였다.
강원도 재건사업에 마파할멈의 자금이 크게 필요없을 정도로 전상영의 개인 자금은 엄청났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출발할게요.”
유태승이 떨리는 손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영광은 눈을 감으면서도 다음 계획을 분주히 구상하고 있었다.
‘길드 정보라··· 놈의 유산 중 가장 쓸만한 정보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