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화 - 스페셜 파티 채널의 완성(1)
80화
“아, 아니··· 네가 어떻게···!”
유민형은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공 대원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소문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한탄과 동시에 한승아의 전신이 흐릿하게 변하더니 지면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무기를 꺼내기도 전에 대원 몇 명이 나가떨어졌다.
눈으로 좇기 힘든 움직임이었다.
“당황하지 말고 진형을 갖춰!”
유민형이 고래고래 소리쳤지만, 대원들의 귀에 들릴 리 없었다.
휘리리릭.
한승아가 맹수처럼 자세를 낮춰 이리저리 대원들을 습격했다. 한방한방의 공격에 모조리 나가떨어졌다. 개중 몇 명이 후방에 있던 마법사들의 지원을 받아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까불지 마.”
파쓰쓰쓰쓰.
한승아의 전신이 공명하더니 기류가 휘몰아치듯 전신을 감쌌다. 곧 푸른 마력의 아지랑이들이 칠흑권갑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콰앙!
마력이 솟구친 주먹이 지면을 때렸다. 대기를 찢는 압력과 함께 던전이 뒤흔들리며 달려들던 대원들이 동시에 넘어졌다.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땅울림이 몇 초간 지속되었다.
떨림의 진동이 두개골을 흔들며 코와 귀에서 줄줄이 피가 흘러내렸다.
“이, 이길 수 없어···.”
“저 괴물을 어떻게 이겨···.”
겁에 질린 대원들이 무기를 던지고 도망가려 했다. 하지만 달달 떨린 다리가 도통 말을 듣지 않았다. 이미 한승아의 지배권에 구속되어 버린 탓이었다.
“에이잇! 어떻게든 저년을 포박해라! 너희들이 나설 차례다!”
유민형의 명령에 양옆에 있던 탱커 2명이 몸을 일으켰다. 우락부락한 근육과 거대한 덩치는 한눈에 봐도 보통 탱커가 아님을 방증한다.
탱커 대원 2명이 휘몰아치는 주먹세례를 꿋꿋이 맞아가며 간신히 한승아의 양팔을 붙잡았다. 갑옷이 찢기고 투구가 뭉그러졌지만 탱커들은 이를 악물었다.
“근성 하나만은 칭찬해줄게. 하지만 그 정도론 안 돼.”
무미건조한 목소리와 함께 한승아의 팔에서 마력이 치솟았다. 붙잡고 있던 탱커 대원이 압력이 휘말리더니 비명과 함께 갑옷이 파편이 되어 날아갔다.
“이, 이럴 수가··· 아무리 한승아라 해도 A급 탱커들을 저렇게 쉽게 물리치다니···.”
몬스터들과의 전투로 인한 피로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탱커들은 유민형의 절대적인 패였다.
이제 10명의 대원 중 남은 자는 유민형과 1명의 궁수 대원뿐.
유민형이 다급한 표정으로 궁수를 쳐다보았다.
궁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빠른 손놀림으로 시위에 화살을 메겼다.
하나, 한승아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콰직!
한승아가 활을 붙잡고는 그대로 찢어발겼다. 단순한 악력에 철궁이 종이책처럼 찢기며 고철처럼 바닥에 버려졌다.
“꺼져라.”
싸늘한 음성에 오한이 들릴 듯 뼈마디들이 저려온다. 궁수가 넘어진 채 벌벌 떨더니 기어가듯 도망쳤다.
“그만해라. 이쯤 하면 됐다.”
자이언트 베어 위에 앉아있던 영광이 말했다. 맹수처럼 날뛰던 한승아가 그 말 한마디에 온순하게 변했다.
“마, 말도 안 돼!”
유민형이 들고 있던 검을 떨어뜨리며 눈이 찢어질 듯 영광을 쳐다보았다. 부하 대원들이 무력하게 당한 것보다 말 한마디에 한승아를 멈춰 세운 사실이 더욱 충격으로 와닿았다.
“너희 길드는 더 이상 승산이 없다. 지금이라도 투항하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영광의 마도가 유민형의 턱 앞까지 다가왔다. 목젖에 닿은 칼끝에 핏물이 살짝 베어나왔다.
털썩.
유민형이 무릎을 꿇었다.
더 개겼다간 개죽음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 * * * *
제주도의 한 주축이었던 이공길드가 멸망했다.
그들이 장악했던 한경면과 한림읍은 모조리 대정읍 지부로 편입되었고, 이로서 영광은 제주도의 1/4을 자신의 수중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한 소문은 빠르게 제주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며칠 전 한승아를 패배시킨 대정읍이 이번에는 이공길드까지 멸망시켜버린 것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대정읍은 아무도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은 약소길드였다.
그런 길드가 이토록 단기간 내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류영광이라는 정체 모를 능력자가 대정읍 지부를 송두리째 탈바꿈시켰다.]
사람들은 류영광이라는 인물이 궁금했다. 그와 한 번이라도 맞닥뜨린 자들의 증언으로는 그는 신출귀몰한 전략과 압도적인 힘으로 자신들을 패퇴시켰다고 말했다.
시간이 흘러 류영광이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어만 갔다.
최근 특종을 잡기 위해 언론사들이 가장 주시하던 인물이 바로 '류영광'이었다.
그중 제주도의 한 언론사가 가까스로 류영광과의 취재 독점권을 따냈다.
웅성웅성.
대정읍 길드 본부 집무실에서는 각종 방송 장비들로 북적였다. 카메라엔 영광의 모습이 비쳤다.
현재 영광의 모습이 제주도 전역으로 송출되고 있었다.
“류영광 대장. 모든 시민이 당신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합니다. 이 자리에서 속 시원히 밝혀줄 의향이 있으십니까?”
기자가 마이크를 꽉 쥐며 말했다.
기자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궁금했던 의문이었다.
“정체니 뭐니 전 그런 걸 밝힐 만큼 거창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외부에서 영입된 길드 컨설턴트라고 해두죠.”
영광이 능구렁이처럼 말을 피했다.
기자가 한차례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면 대장이라는 직책은 어떤 겁니까? 보통 길드는 길드장이 총괄하지 않습니까?”
“표면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대장이라는 자리는 위임받은 자리라 임시직책이죠. 제가 길드를 총괄할 권한은 있지만 모든 건 남인철 길드장의 승인을 받아야 이뤄집니다.”
“그렇군요.”
기자가 쉽게 수긍했지만, 그도 안다.
대정읍 지부의 실질적인 실세가 바로 영광이라는 것을.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두 가지 발표를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영광의 눈동자에선 이채가 스쳤다.
기자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숨을 죽이며 영광을 주시했다.
“첫 번째. 우리 길드는 어제부로 한승아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녀는 앞으로 우리 길드의 핵심 멤버로서 활약할 겁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네. 저는 한승아를 완벽히 굴복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원한다면 보여드리죠."
영광이 손뼉을 치자 새하얀 세미정장차림의 한승아가 등장했다.
그간 보여줬던 피로 얼룩진 백의차림이 아니었다. 늘씬한 키와 허리까지 오는 흑발이 깔끔한 정장에 어우러져 묘한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저, 정장차림?”
기자가 놀란 듯 한승아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영광이 싱긋 웃으며 대답을 대신했다.
“과오를 씻고 새롭게 태어났다는 의미입니다. 제 밑에 있는 한 앞으로 무분별한 살육이나 파괴 따윈 일삼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 않나?”
영광이 쳐다보자 한승아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마치 주종관계를 연상케 하는 더 없는 순종적인 자세였다.
‘세, 세상에··· 그 망나니 머더 프린세스를 완벽히 복종시켰어. 대체 어떤 식으로···?’
기자는 안경이 떨어진 것도 모른 채 입이 쩍 벌어졌다.
그는 한승아를 잘 알고 있다. 몇 번 취재하려 들다가 부숴 먹은 방송용 장비만 수두룩하다. 거친 들짐승과 같은 그녀의 폭력적인 행태에 취재 도중 번번이 달아나기 일쑤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바로 제주도 통일입니다.”
놀라운 말들이 영광의 입에서 연이어 터졌다.
제주도 통일. 능력자들이 생기고 제주도를 통일하기 위해 수많은 길드가 탄생하고 몰락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통일의 과업을 이룩하진 못했다.
“통일이라··· 쉽지 않은 목표이신데 계획해둔 방법이라도 있으십니까?”
“물론입니다.”
영광이 잠시 말을 끊었다.
뭔가 하이라이트라도 발표하려는지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길드는 앞으로 서귀포 지부를 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겁니다.”
영광의 말이 끝나자 또다시 장내가 침묵으로 감돌았다.
기자는 물론이고 주위에 있던 카메라맨들도 모두.
‘이건 어마어마한 특종이다!’
영광은 대놓고 서귀포와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그 모습이 제주도 전역으로 여과 없이 비쳤다.
* * * * *
영광이 한창 인터뷰를 하고 있을 무렵. 한승아는 먼저 자리를 떴다.
그녀는 거칠게 정장 상의를 벗어 던지곤 기자를 향해 싱긋 웃는 영광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으으··· 아무리 연기라곤 하지만 이 내가 이런 꼴이라니.’
며칠 전 머리가 터지도록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과연 영광의 밑으로 들어가야 할 것인가?
자존심이 무척이나 상했다. 누구 밑에 들어가는 것조차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지금 내 힘으론 마영우를 쓰러뜨리는 건 불가능해.’
한승아는 화장실에 들어가 수돗물을 콸콸 틀어놓곤 거칠게 세수했다.
진득한 화장기 묻은 물들이 세면대에 고였다.
ᅳ훌륭한 선택이다. 우리 길드는 너를 진심으로 환영한다.
세수하는 내내 영광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
며칠 전 그녀는 결국 영광의 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뚝.
수도꼭지를 잠근 뒤 물에 젖은 자신의 얼굴이 거울에 비쳤다.
ㅡ하지만 너의 진심을 확인하기 위해선 확실히 내 명령에 따라야 한다. 조만간 유명 언론에서 연락이 올 거다. 그때 나를 대하는 태도를 주군을 모시는 것처럼 순종적으로 대해라.
영광은 한승아의 모습을 제주도 전역으로 보냄과 동시에 두 가지를 얻었다.
하나는 한승아의 영입을 통해 견고해진 길드의 힘. 영입 사실이 거짓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순종적인 그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충분한 설득력을 얻었다.
이제 더 이상 대정읍 지부는 약소길드가 아님을 만천하에 알리는데 성공했다.
두 번째는 한승아가 진심으로 자신을 따르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테스트. 설령 연기더라도 한승아의 성격상 그런 낯뜨거운 짓거리를 하긴 힘들다는 판단이었다.
한승아는 이를 악물고 영광의 지시를 수행했다. 그녀에겐 그런 연기조차도 굴욕적이었지만 충실히 해냈다. 영광에겐 그것만으로 충분했지만, 한승아에겐 더할 나위 없는 치욕이었다.
“제길···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실망스러운 행동을 보인다면 그때는 정말로 용서하지 않을 거다.”
거울 속 자신이 박박 이를 갈고 있었다. 거울이 한승아의 강렬한 눈빛을 이겨내지 못하고 쩍쩍 금이 갔다.
촤아악.
힘줬던 수도꼭지가 부러지더니 맹렬한 물길질이 얼굴을 흠뻑 적셨다.
"어휴.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다니."
한승아가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흠뻑 젖은 머리를 벅벅 긁어대곤 황급히 자리를 떴다.
“앗. 한승아님!”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유태승이 흠뻑 젖은 한승아를 보며 허둥지둥하며 타월을 찾았다.
“털보?”
“이, 이걸······.”
유태승이 눈을 질금 감으며 타월을 건넸다. 한승아가 문득 밑을 바라보니 물에 젖은 상의에 속옷이 훤히 드러나 보였다.
“뭘 이런 것 가지고.”
한승아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상의를 벗었다. 유태승이 더욱 기겁하며 발을 동동 굴렀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여자가 조신하지 못하게 그, 그게 뭐예요!?”
“여자?”
한승아가 피식 웃었다. 능력자로 각성하고 나서부터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소리였다.
유태승은 아직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다됐으니까 눈떠.”
젖은 옷이 어느새 백의로 바뀌어 있었다.
유태승이 그제야 가린 손을 얼굴에서 땠다.
‘정장차림이 마음에 들었는데···.’
못내 아쉬워하는 유태승을 향해 한승아가 눈을 크게 뜨며 얼굴을 가까이했다.
유태승이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너 열 있어?”
“네, 네!?”
“아니 얼굴이 빨갛길래.”
그렇게 말한 한승아가 돌연 유태승의 멱살을 움켜쥐고는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거구의 남자가 자신보다 머리 하나 작은 여자한테 질질 이끌리는 기이한 광경이었다.
유태승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대며 중얼거렸다.
“열은 아닌 것 같고. 아니? 갑자기 생겼나?”
불판에 달아오른 것 마냥 유태승의 얼굴이 시뻘겋게 부풀어 올랐다.
톡 쳐도 터질 것만 같았다.
“무, 무슨 짓이에요!”
“아니. 열이 나는 것 같아서 한번 봤는데 뭐 잘못됐어?”
그렇게 말하던 한승아가 아무렇지도 않게 복도를 걸어갔다.
‘부끄럽지도 않은 건가?’
유태승이 황급히 뒤따라갔다.
“잠깐만요! 괜찮으시면 제, 제가 본부를 안내해드릴까요?”
유태승이 엉거주춤 말했다.
아직도 이마에 한승아의 온기가 남아있는 듯했다.
순박한 유태승에겐 그런 조그마한 이성의 행동조차 큰 자극이었다.
“그래 주면 고맙지. 이제 여기서 지내야 하니까.”
“제가 더 고맙죠!”
잔뜩 흥분한 유태승이 한승아의 옆을 나란히 걸었다.
‘이렇게 보면 영락없는 20대 아가씨인데.’
길을 걸어가면서도 힐끗힐끗 한승아를 쳐다보았다.
서로 목숨을 걸고 싸웠던 과거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왜 자꾸 쳐다봐?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 아녀! 하하!”
눈이 마주칠 때마다 덩치에 맞지 않게 가슴이 철렁였다.
환한 미소가 걸린 얼굴은 바라면 봐도 기분이 좋았다.
본부는 꽤 컸다. 5층 높이로 되어있었는데 사무실뿐만 아니라 여러 편의 시설이 많았다.
유태승은 침을 튀기며 한참이나 떠들어댔다.
“이게 다 대장이 이뤄놓은 복지시설들이에요. 전투 후엔 반드시 스트레를 풀어야 한다면서 부임하자마자 여러 편의 시설들을 만들어놨었죠.”
“음··· 그러고 보니 너 말끝마다 대장 대장 거리는거 알아?”
“헤헷, 그런가요?”
유태승은 설명하는 내내 영광의 이야기가 주였다.
“영광이라는 녀석이 그렇게도 좋아?”
“좋다마다요. 대장이 없었다면··· 전 지금쯤 그저 그런 능력자였겠죠. 대장을 만나서 여기까지 왔다고요.”
“그래. 나도 녀석을 만났으니 너처럼 성장할 수 있을까···?”
한승아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불쑥 머릿속엔 영광의 모습이 생각났다.
언제나 당당하면서도 사람간의 따스함이 물씬 느껴지는······.
“당연하죠! 한승아님의 재능이라면 의심의 여지가 없죠!”
“털보. 잠깐만.”
길을 걷던 한승아가 돌연 발걸음을 멈추며 검지로 입을 댔다.
유태승이 고개를 갸웃하며 뭐라고 중얼거리는 사이 복도 끝 벽 쪽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다란 창과 전신갑주를 착용한 사내의 발걸음이 심상치 않았다.
“인철이?”
유태승이 말했다.
옆에 있던 한승아가 실없이 웃었다.
“뭐야? 너였어? 잔뜩 살기를 뿜어대길래 난 또 누구라고.”
“그 웃음도 오늘까지다. 대장은 인정했어도 난 너를 인정할 수 없어!”
그 말과 동시에 남인철의 창이 공기를 찢으며 맹렬히 날아들었다.
"너 따위가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어이가 없다는 듯 한승아가 빙그레 조소했다.
한데....
서늘한 감각과 함께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여 피했다.
가늘고 얉은 창끝의 예기가 심상치 않다.
"너... 설마..."
"이제 눈치 챘냐?"
남인철이 냉소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한승아가 입가를 실룩거리며 머리를 벅벅 긁적였다.
곧이어 희미한 웃음이 얼음장처럼 한기가 서렸다.
"짜식... 날 죽일려고 별짓거리를 다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