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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퀘스트의 보상이 특별하다-112화 (112/216)

112화 - SSS급 속초 던전(6)

112화

“꺅!”

비명을 지르면서도 순식간에 몸을 틀어 날갯짓을 통해 반발력을 생성시켰다.

그러한 노력 덕분에 가까스로 크로 뱃 무리와 부딪히는 걸 피했다.

“헥헥···.”

핀이 숨을 헐떡이며 주위를 살폈다.

날갯죽지가 저릿했다.

쩝쩝.

크로 뱃들이 순식간에 그녀를 포위하여 군침을 흘렸다. 아름다운 외형의 요정족은 그들에게 있어 더할나위 없이 좋은 먹잇감이다.

“히, 히익! 난 맛없다고!”

핀이 손사래를 치며 전속력으로 도망쳤다.

크로 뱃 무리들이 핀에게 홀리듯 졸졸 따라다녔다.

‘미안하다. 핀. 조금만 버텨라.’

영광이 애도를 표했다.

죽도록 도망치는 핀의 활약(?)으로 인해 크로 뱃 무리들을 따돌릴 수 있었다.

크로 뱃은 마족의 피를 이식받은 박쥐가 진화하여 탄생한 몬스터다. 마족의 피를 이어받은 만큼 고결한 신족의 하수인으로 평가받은 요정을 보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는 습성이 있다.

영광은 생각 없이 핀을 던진 게 아니다. 그러한 습성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덧붙여 핀의 어그로성과 신속성을 믿고 저지른 행동이었다.

'뭐 그렇다 한들 방금 행위에 대해 정당화할 순 없겠지만.'

덕분에 대원들은 한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

‘남은 건 사이클롭스들인가?’

조금의 시간이 필요했다. 영광이 필요한 건 모든 대원들의 능력파악을 통해 그들을 활용할 방안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였다.

그러기 위해선 남은 사이클롭스들을 따돌릴 미끼가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어그로가 잘 끌리는 몬스터들로 구성되어 있다.’

천운이라 할 수 있었다.

사이클롭스는 앞서 말한 대로 지능이 떨어진다.

누군가가 작정하면 굳이 어그로 스킬이 없더라도 끌기 쉽다.

'문제는 저 강력한 사이클롭스들을 상대로 자진해서 미끼 역할을 할 사람이 없다는 거지.'

사이클롭스가 느리다 해도 대상이 멀리 떨어질때쯤 잔해물들을 주워들어 원거리 공격을 한다. 원채 힘이 좋아 단순 돌맹이를 던지는 것만으로도 투석기 수준의 힘을 발휘한다.

발만 빠르다해서 미끼 역할을 하긴 힘들다는 뜻이다.

“뭘 고민해. 내가 할 테니까 빨리 대책이나 마련해놔.”

한승아가 어깨를 으쓱하곤 마력을 생성했다. 언변이 거칠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방지축 성격이지만 위기상황에선 더할 나위 없이 믿음직한 존재다.

“그럼 수고 좀 해줘.”

“알았어.”

한승아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그녀는 어느새 사이클롭스들을 상대로 교전을 벌였다.

허나, 사이클롭스는 사이클롭스다.

육중한 몽둥이들이 쉴 새 없이 날아들었다.

쾅! 쾅!

방망이에 닿은 지면이 움푹 파이며 지진이 일어난 듯 천장과 땅바닥이 출렁였다.

제아무리 한승아라 할지라도 수십 마리의 사이클롭스들을 상대로 무쌍을 찍긴 어렵다.

“박정석. 명부를 줘봐.”

“명부를 말이오?”

박정석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품속에 넣어둔 명부를 꺼내줬다.

중립파 대원 40명가량의 클래스와 능력치, 특기등이 적혀 있었다.

‘방심했군. 던전에 진입할 때 미리 캐치를 해야 했는데.’

영광이 눈이 명부에 적힌 글씨를 탐독하듯 내려갔다.

10초 정도 지났을까? 다시 명부를 박정석에게 건넸다.

“제대로 보지도 않고 다시 주는 거요?”

박정석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럴 거면 왜 달라고 하는 건지.

하지만 예상 밖의 대답이 들려왔다.

“아니. 이미 다 파악했다.”

놀란 박정석을 향해 영광이 짤막하게 대답했다.

10초 남짓한 시간에 모든 대원의 능력치를 컴퓨터처럼 암기했다.

그의 머릿속이 쉴 틈 없이 회전했다.

“병력을 A조, B조 두 개로 나눈다. A조 병력은 박정석이 통솔하고. B 병력은 남인철이 맡는다. A조는 마법사와 궁수의 원거리 딜러들로 구성하고 B조는 근접딜러와 탱커로 나눈다. 시작해.”

영광의 명령에 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워낙에 급박한 상황인 데다가 각 길드의 정예 능력자들이라 알아서 잘 움직여줬다.

“사재는 A조의 모든 무기에 신성력을 걸어줘. 크로 뱃은 악마형 몬스터라 신성력이 더해진 무기엔 맥없이 무너질 거다. B조는 모두 둔기로 바꿔 착용해. 사이클롭스에겐 검같은 무기로 데미지를 주긴 힘들어.”

영광의 지휘하에 대원들이 무기를 들고 공격에 들어갔다.

영광은 후방에서 크로 뱃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놈들의 우두머리가 있을 거다. 저 많은 크로 뱃 중 빠르게 우두머리를 찾는게 급선무겠지.’

영광이 눈이 휙휙 돌아가며 날아다니는 크로 뱃의 우두머리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으아아! 대장! 도와줘요!"

핀이 악다구니를 쓰며 땀을 뻘뻘 흘렸다.

신속버프가 끝나기 전에 빨리 처리해야만 했다.

“마법사들은 빙결형 마법으로 캐스팅 해. 궁수들도 냉기계열 스킬로 바꿔서 사정없이 퍼부어라.”

크로 뱃 같은 공중형 몬스터는 화염에 취약하다.

영광의 명령에 마법사 한 명이 의아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지금은 화염 마법이 낫지 않겠습니까?”

“시키는 대로 해. 가타부타 설명할 시간이 없으니까.”

영광의 말대로였다. 크로 뱃에 쫓기는 핀의 체력이 한계치에 다다랐다.

대원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영광의 말대로 냉기계열 스킬 캐스팅을 마쳤다.

파파파파팟!

냉기화살과 아이스 대거들이 사정없이 크로 뱃을 향했다.

크로 뱃이 날아다니며 쏟아지는 공격을 피했다.

파직.

냉기화살에 적중했지만 크로 뱃은 그다지 타격을 입지 않았다.

하지만 한기서린 화살의 기운에 의해 스치기만 해도 날갯짓이 둔해졌다.

가면 갈수록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오오. 먹히고 있어!”

신이 난 마법사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조치였다.

움직임이 둔해진 것뿐. 확실히 죽이기 위해선 몸통을 관통시킬 정도의 타격을 줘야 한다.

“2조 마법사들은 프로즌 마법으로 바꿔서 놈들을 얼려라. 그리고 너. 라이트 마법을 구사해.”

뜬금없이 이어지는 명령. 섬광으로 적의 시야를 뺏는 라이트 마법은 잠깐의 시간을 버는 용도로 사용되곤 했다.

즉, 살상력이 없는 마법. 지금 상황에 저런 마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모두가 그렇게 판단했고 그런 생각이 당연하다.

“아, 알겠습니다.”

대원들은 아까와는 달리 토를 달지 않았다.

영광의 말을 들어 득이 됐으면 됐지 실이 된 적은 없었다.

웅얼웅얼.

마법사들이 프로즌 마법을 시전했다. 뼛속 깊이 스미는 한기 서린 안개가 크로 뱃 무리들을 뒤덮었다. 일시에 뿜어진 한기에 크로뱃들이 몸을 웅크리며 추위를 대비했다.

빠직!

뒤이어 작렬하는 라이트 마법. 눈부신 섬광과 함께 던전이 일시에 밝아졌다. 둔해진 크로뱃들은 정통으로 라이트를 얻어맞았다.

‘자. 이제 놈의 우두머리를 찾을 때다.’

뛰어난 감각을 소유한 크로 뱃들.

지금은 그런 능력이 악재로 작용했다.

"끼끼,끼기···."

"캬아ㅡ!"

라이트에 자지러질 듯 머리를 흔들며 괴로워했다.

그 중 한 마리만은 개의치 않고 날개를 파닥거리며 그 정도 공격 따윈 끄떡없다는 듯 위용을 과시했다.

‘저놈이 우두머리군!’

우두머리 크로 뱃을 바라보는 영광의 눈이 유리처럼 반짝였다.

즉시 마도를 뽑곤 공중에 솟구쳤다.

“키익!?”

어찌나 빠른지 우두머리 크로 뱃이 미쳐 손쓸 틈도 없이 날갯죽지가 잘려나갔다.

비명을 토한 놈이 땅바닥에 처박혔다.

푸욱!

제아무리 우두머리 크로 뱃이라 할지라도 지속적인 둔화마법에 노출되어 움직임이 크게 느려린 상태.

마도를 휘두르는 속도에 속수무책으로 제압당하고 말았다.

푸욱!

“키에에에엑!”

마도가 우두머리 크로 뱃의 몸통을 갈랐다.

단말마를 내지른 놈이 그대로 즉사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최대보상 스킬이 적용됩니다!]

[우두머리 크로 뱃의 사악한 흑빛 날개(S급)를 획득하였습니다.]

[우두머리 크로 뱃의 날카로운 발톱(S급)를 획득하였습니다.]

[500,000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보상의 획득은 대상 몬스터의 완벽한 죽음을 의미한다.

우두머리의 죽음으로 인해 남은 크로 뱃들이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지금이다. 싹 쓸어버려!”

영광이 마도를 겨누며 대원들에게 명령했다. 우두머리가 없는 크로 뱃들은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마법사들과 궁수들의 폭격에 떼죽음을 당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무수한 레벨업 문구가 망막을 가릴 지경이었다.

한 마리 한 마리가 경험치 덩어리였다.

‘그 다음은···.’

크로 뱃 무리들을 쓰러뜨렸지만 아직 사이클롭스들이 남아 있다.

영광의 시선이 곧장 다음 타겟을 향했다.

사이클롭스 무리들과 다투고 있던 한승아의 모습이 눈동자에 비쳤다.

“제길! 이 돼지새끼들 맷집이 보통이 아냐!”

한승아가 사이클롭스들을 헤집으며 홀로 분투했다.

뒤이어 전사계열의 대원들이 전열을 이탈한 사이클롭스들을 다굴치는 형국으로 전투를 이어나갔다.

콰직!

한승아가 사이클롭스의 머리를 붙잡고 패왕격권을 시전했다.

위력이 담긴 일격이었기에 사이클롭스의 면상이 함몰되며 뭉개졌다.

“크아아아!”

사이클롭스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벌써 동료 서너명이 한승아 한명에게 당했다.

살의로 가득 찬 분노가 한승아에게로 쏟아졌다.

“큭!”

한승아가 사이클롭스의 몽둥이질을 가까스로 막아내며 거리를 벌렸다. 움직일 때마다 마력이 요동쳤다. 발이 땅에 닿일때마다 마력으로 이뤄진 아지랑이들이 피어올랐다.

‘모든 마력을 뽑아내어 한계치 이상을 낸다!'

한승아가 주먹을 불끈 쥐곤 달려드는 두 마리의 사이클롭스의 몽둥이질을 두 손으로 맞받아쳤다.

가녀린 손아귀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괴력이었다.

질질질.

두 손으로 몽둥이를 잡고는 있는 힘껏 밀어냈다. 거구의 사이클롭스가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그 틈을 타 수어미터나 펄쩍 점프하여 사이클롭스의 목을 잡아 그대로 비틀어 머리를 뽑아냈다.

뚜뚜둑ㅡ

뼈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사이클롭스가 단말마를 지를 틈도 없이 픽 쓰러졌다.

목뼈에 연결된 척추마저 쭉 뽑혔다.

“야! 뒤를 조심해!”

옆에서 단독 전투를 벌이던 남인철이 급히 경고했다. 그는 한 마리의 사이클롭스를 상대로 대등한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사실 그것도 대단한 활약이었다. 한승아가 워낙에 말도 안 되는 활약을 펼쳐댄 까닭에 다소 저평가됐을 뿐이지 평범한 대원들은 5명이 한 마리를 상대하는 것도 벅찼다.

휘익!

한승아의 뒤엔 몽둥이가 날아들었다.

“어딜!”

유연한 신체가 체조선수처럼 납작 엎드려 간발의 차로 몽둥이를 피했다.

긴 머리칼이 몽둥이에 쓸려 가닥가닥 잘려나갔다.

“이 빌어쳐먹을 돼지 새끼가···.”

잔뜩 화가 난 한승아가 몽둥이를 타고 사이클롭스의 눈앞까지 다다랐다.

허리춤에 있는 주먹에선 빛무리가 몰려들었다.

“죽어버려!”

섬광이 짙게 밴 주먹이 대기를 가르며 번쩍였다. 주먹에 맞닿은 사이클롭스의 안면이 갈가리 갈리며 찢겨졌다.

놈의 피와 살이 튀었지만 마력 파장에 의해 증발된 채 흩어졌다.

콰르르르릉.

파장이 던전을 쓸며 휘몰아칠 정도였다.

울퉁불퉁한 정권에선 아직까지 피로 얼룩진 붉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쿠아아아아ㅡ!”

사이클롭스가 고통에 몸서리치며 울부짖었다. 손으로 얼굴을 더듬었지만 거친 얼굴의 촉감 대신 공허한 감각만이 느껴질 뿐이다.

이미 얼굴 절반이 날아가 버렸다.

그걸 인지함과 동시에 시야가 어두워지며 감각이 마비되었다.

육중한 몸둥아리가 맥아리없이 무너졌다.

쿵!

“헉··· 헉···.”

한승아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른팔을 붙잡았다. 덜덜 떨리는 경련이 몸 전체를 요동치는 듯했다.

혼자서 5마리나 해치웠다. 가히 SS급 능력자다운 활약이었다. 다만 체력이 더는 따라주질 않았다. 머리가 어지럽고 사물이 2개로 보이는 착각마저 들었다.

“크으···.”

다리가 맥없이 풀렸다. 당장이라도 땅바닥에 주저앉고 싶었다.

그 순간 등 뒤에 느껴진 살의가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휘익!

몽둥이가 백의 자락을 스쳤다. 서늘한 감각이 들었다.

당장 정신줄을 놓았다면 저승으로 갔을 터다. 한계에 다다른 정신력이었지만 본능만으로 몸을 움직였다.

“크오오오!”

대원들을 상대하던 사이클롭스들이 목청이 터질 듯 포효를 하며 한승아에게 향했다.

아직 20마리 남짓한 사이클롭스가 남아 있었다.

“끄, 끝인가···!”

언제나 여유만만하던 기세는 온데간데없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거무죽죽하게 얼굴을 덮었다.

푸아아악!

그때 수십 가닥의 붕대들이 한승아의 보호하듯 원형방패처럼 사이클롭스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 덕에 잠시나마 버틸 틈이 생겼다.

“이, 이건···?”

한승아가 붕대가 생성된 전방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흑빛 코트가 펄럭이며 영광이 한승아의 등 뒤에 딱 달라붙듯 붙었다.

“고생 많았다. 지금부터는 나도 힘을 보태주마.”

청명한 목소리가 귓가에 전해졌다.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자신의 뒤에 등을 맞댄 채 서 있었다.

“너, 너! 뭐야 그 무기는!?”

뒤를 돌아본 한승아가 깜짝 놀라 영광을 쳐다보았다.

영광이 마도 대신 쌍도끼를 움켜쥐며 서 있었기 때문이다.

113화 - 뜻밖의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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