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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3화 (3/254)

제 3화

<생존>

울타리 안에서 당한 동료들의 울분을 풀어줄 생각인지 놈들이 포효하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놈들보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수가 월등히 많았다.

수적으로는 비교도 할 수 없었지만, 문제는 대부분이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갑작스레 맞이한 상황이었다. 그것도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으로 이런 일을 경험한 사람이 많을 리가 없었다. 거의 없다고 봐야했다.

"사, 살려줘!"

"아아악!"

겁에 질린 자들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 했다.

그나마 몇몇이 놈들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생겨난 힘을 사용했다.

"소환! 최상급 정령…… 끄아악!"

"받아라. 천수여래신장!"

콰과광.

몇몇은 강력한 힘을 쏟아냈지만, 그 말로가 좋지 않았다.

마주한 고블린을 일격에 때려 죽였지만, 그들 역시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그렇게 무방비가 된 그들에게는 다른 고블린들이 달려들며 조잡한 날붙이를 휘둘렀다.

"캬캬캭!"

괴상한 웃음을 흘리며 쓰러진 자들의 살점을 취하던 놈들은 움직이지 않는 상대에 흥미를 잃었는지 다른 사람들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사, 살려줘!"

"나만 믿어! 덤벼! 이 개 같은…… 으아아!"

겁에 질린 여자에게 나름 잘 보이고 싶었는지 호기롭게 외치던 사내도 달려드는 고블린들의 마수를 피할 수 없었다.

고작 가슴언저리에 미칠 정도로 작은 신장을 가진 놈들이었지만, 쉽게 상대할 만한 놈들이 아니었다.

죽자고 달려드는 놈들의 행동에 모두가 당황했다.

강준우라고 다르지 않았다. 그는 떨리는 몸으로 몽둥이를 든 고블린과 마주했다.

손에 쥔 둔탁한 둔기는 피와 살점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비릿한 피냄새가 그의 코끝을 자극하고, 둔기에 붙은 알 수 없는 살점에 절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씨발!'

그는 속으로 욕을 삼켰다.

"캬캬캭!"

곧 앞에 있는 놈도 일전에 머리통을 부순 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고블린은 괴소를 흘렸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그래도 강준우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천마신공. 여기에 답이 있겠지?'

아무런 의미 없이 이런 무공을 내줬을 리가 없었다.

비록, 선착순으로 그 무공이나 마법을 손에 넣을 수 있었지만, 무조건 강하다고 좋은 것은 아니었다.

얼마나 그 힘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인가?

그 점을 염두에 둔 강준우는 단전 안에 잠들어 있는 기운을 천천히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손톱만 한 기운이 그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둔기를 치켜든 놈이 달려들었다.

포효하며 달려드는 놈의 입속에서 잘게 찢긴 살점이 덜렁거렸다.

"크아아!"

괴성과 함께 달려드는 고블린.

부우웅.

번쩍 뛰어오른 놈은 그대로 강준우의 머리통을 부수려는 듯이 손에 쥔 몽둥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놈의 공격은 허공을 갈랐다.

집중하던 그는 고개를 뛰어 오른 고블린의 모습을 보며 곧장 뒤로 물러났다.

크게 휘둘러진 몽둥이가 허공을 때리자, 빈틈이 드러났다.

강준우는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힘겹게 일깨우며 고블린의 턱을 후려쳤다.

뻐억.

주먹이 제대로 꽂혔다. 머릿속에 그렸던 움직임과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더군다나 그의 주먹에는 천마신공의 기운이 실려 있었다. 비록, 강력한 힘을 쏟아내고 있지는 않았지만, 한쪽 팔에 돌린 내기는 충분한 힘을 실어줬다.

턱을 얻어맞은 놈이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광경이었다. 힘을 이기지 못한 놈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고, 잘게 몸을 떨더니 움직임을 멈췄다.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1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포, 포인트?'

일전에 확인한 그 개별보상인 것 같았다.

아직 어떤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 포인트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크윽."

뒤늦게 얼얼함이 느껴지는 주먹에 얼굴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아직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많은 고블린들이 남아 있었고, 놈들은 빠르게 그 수를 줄여나가고 있었다.

개중에 몇몇은 무리를 이루며 고블린에게 대항하기 시작했다.

죽을 위기에 처하자 남은 사람들도 저항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포인트라.'

한 놈을 처리하자 자신감이 생겨났다. 비록, 손톱만 한 내공의 일부가 소진된 것 같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강준우는 쓰러진 고블린이 떨어뜨린 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맨주먹보다는 손에 뭔가를 쥐는 게 더 나으리라는 판단이었다.

그가 몽둥이를 집어들기 무섭게 또 다른 고블린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근처에서 쓰러진 사람의 살점을 취하던 놈이 곧장 바닥을 박차며 그를 향해 뛰어왔다.

손에 쥔 것은 조잡한 날붙이였다.

예리해 보이지는 않았다. 듬성듬성 이가 나간 무뎌진 날붙이였지만, 저런 것에 당하면 살이 베인다기보다 뜯겨질 것 같았다.

피와 살점이 묻은 날붙이를 앞세우며 빠르게 달려드는 고블린.

강준우는 마른침을 삼키며 달려드는 고블린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부우웅. 따악.

"캬악!"

놈은 휘두른 몽둥이를 날붙이로 가로막았다. 하지만 단검처럼 보이는 날붙이로 힘이 실린 몽둥이를 막아낼 수 없었다.

그대로 손을 부여잡은 놈이 괴로워했다. 그리고 강준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냥 뒈져!"

퍼억. 퍼억.

그는 미친 듯이 몽둥이를 휘둘렀다.

앞에 있는 고블린의 머리통이 깨지며 피가 튀었지만, 지금은 놈을 동정할 여력이 없었다.

이들을 잡지 않는다면 자신이 죽을 판이었다. 이미 이성은 마비된 지 오래였다. 본능에 따라 미친 듯이 몽둥이로 놈을 내려찍자, 고블린은 움직임을 멈췄다.

"후우. 후우."

고작 두 놈을 잡았지만, 손이 잘게 떨려왔다.

그만큼 긴장을 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뒤늦게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직도 많은 놈들이 남아 있었다.

문제는 혼자서는 그 정도의 고블린을 상대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떨리는 손을 부여잡은 강준우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고블린의 조잡한 날붙이를 주워들며 주변에 있는 고블린을 향해 다가갔다.

그가 노리는 고블린은 두 사람과 마주하고 있었다.

겁에 질린 채, 벌벌 떨고 있는 여자와 그 여자를 지키기 위해 앞을 가로막은 남자.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 마당에!'

아무래도 연인 사이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강준우는 코웃음을 쳤다.

지금은 둘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이었다. 여자도 무슨 힘을 얻었을 게 분명했다.

저 살자고 남자를 앞세우는 그 모습에 쓰게 웃던 그는 번뜩 스치는 생각에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오, 오빠. 괜찮겠어?"

"나, 나만 믿어. 내가 지켜줄 테니까."

"믿어! 오빠만 믿…… 꺄아악!"

앞을 가로막은 남자에게 힘을 전하려던 여자는 달려드는 고블린의 모습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렇지 않아도 곳곳에서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과 비릿한 냄새에 정신이 혼미해진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달려드는 고블린의 모습은 그녀를 기겁하게 만들었다.

푸욱.

"아악! 사, 살려……"

호기롭게 외치던 남자는 고블린의 일격을 받아내지 못 했다.

어설프게 주먹을 휘둘렀지만, 생각보다 고블린의 키는 더 작았다. 허공을 스치는 주먹과 함께 그의 뱃속에 날카로운 단검이 파고들었다.

그 고통에 머릿속에 하얗게 변했다.

이대로는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남자의 이성을 마비시켰고, 본능에 따라 살기 위해 뒤로 물러났다.

"캬캬캭!"

겁에 질린 그 모습에 고블린은 특유의 웃음을 흘렸다.

약체라고 여겨지는 놈들도 지금은 포식자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웃던 놈의 머리통이 크게 돌아갔다.

뻐억.

뒤에서 느껴지는 둔탁한 충격에 고블린이 쓰러졌다. 그 와중에 자신을 공격한 상대를 확인했지만, 돌아오는 거라고는 강한 충격이었다.

뻐억.

다시 한 번 몽둥이로 고블린을 후려친 강준우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포인트의 미간을 찌푸렸다.

'왜 아직도 안 죽는 거지?'

포인트를 획득했다는 소리가 없는 걸로 봐서 놈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몽둥이만으로는 힘만 소진한다는 생각에 그는 고블린에게서 얻었던 날붙이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과감하게 쓰러진 놈의 목에 꽂아 넣었다.

푸욱.

섬뜩한 느낌이 팔을 타고 전해졌다.

절로 몸서리가 칠 정도로 기분 나쁜 느낌이었지만, 그제야 원하던 소리가 들려왔다.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1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후우."

놈을 확실히 처리한 것을 깨달은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이미 손은 피로 범벅이 돼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사, 살려주세요."

"도, 도와……"

"우리 오빠 좀 살려주세요. 흐윽."

고블린을 처리한 그에게 두 사람이 애원했다.

여자는 남자를 살려달라며 울음을 보였다. 간절한 모습이었지만, 그로서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준우는 그들을 무시하며 다른 놈을 찾았다.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어떨결에 찾아낸 효율적인 방법. 그것은 바로 뒤치기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정신이 팔린 놈들을 기습으로 끝내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

정면에서 놈들을 상대하면서 힘을 낭비하는 것보다 그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어차피 도움을 줬으니 뭐라고 할 수도 없겠지.'

지금은 그럴 경황이 없어 보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가 살기 위해서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적당한 놈을 찾은 그는 애원하는 둘을 무시하고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공격을 성공한 고블린이 쓰러진 사람의 살을 탐할 때를 노렸다.

뻐억.

가장 먼저 몽둥이를 휘둘렀다.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놈이 휘청거리면 쓰러진 놈에게 다가가서 조잡한 날붙이고 놈의 목을 땄다.

처음에는 토악질이 나올 정도로 끔찍한 일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런 감정이 무뎌져만 갔다.

'이제 11마리. 조금 더 잡아야하나?'

그는 꽤나 바쁘게 움직였다.

뒤치기만으로 10마리 정도를 때려잡았다. 그래도 부족함을 느꼈다.

아직 포인트가 어떤 식으로 작용을 할지 몰랐다. 그래도 고블린이라는 놈들을 잡으면서 얻을 수 있는 만큼 가치는 대단할 거라고 확신했다.

문제는 지친 육신이었다.

"후우. 후우."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들썩일 만큼 호흡이 거칠어졌다. 더군다나 손톱만큼 남아 있던 내공도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되도록이면 본신의 힘으로 놈들을 상대했지만, 간혹 여의치 않은 경우가 발생했다.

그 과정에서는 천마신공의 힘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것마저도 조심스러웠다.

앞서 쓰러진 자들이 어떤 식으로 목숨을 잃었는지 잘 알고 있는 그로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그저 조금 힘을 더할 정도로 내공을 돌리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 이상이 넘어가지 않도록 노력했고, 아직까지 큰 사단은 벌어지지 않았다.

'조금만 쉬자!'

이 상태로 괜히 욕심을 냈다가는 오히려 고블린에게 당할 지도 몰랐다.

호흡을 고르던 그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만에 하나라도 고블린에게 공격을 당한다면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 끼어 있는 게 나으리라는 판단이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그 말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들 역시 강준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만약에 고블린이 달려들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방패로 시간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은연중에 모인 사람들 중에는 큰 상처를 입은 사람들도 여럿이었다.

그 근처를 친분이 있는 자들이 보호하고 있는 형세였다. 보호라는 말이 과했지만, 그래도 다른 고블린들을 경계할 정도였다.

'수가 많아지니까 놈들도 다른 사람들을 노리는 건가?'

다행히 고블린들은 흩어진 자들을 노렸다.

그들도 몇몇은 무리를 이루고 있었고, 꽤내 선전하며 잘 싸우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무적일 수는 없었다.

"아아악!"

"거기 뭐하고 있어요. 어서 와서 도와요!"

"씨발! 가만히 보고 있지 말고, 싸우라고!"

어느 정도 적응이 됐는지, 몇몇은 고블린이 아닌 사람들에게 욕을 해댔다.

멍하게 앉아서 당하고 있지 말라며 그들을 향해 소리쳤지만, 겁에 질린 자들이 그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지금이야 어떻게든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나중이 힘들 것 같은데.'

이게 끝이 아닐 것 같았다. 평범한 인간의 힘을 뛰어넘는 무공과 마법, 이능을 건네준 것을 보면 분명히 더 큰 시련이 있을 게 분명했다.

너무나 쉽게 유추할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모여든 자들에게는 지금 이 시간을 피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 같았다.

강준우는 그런 사람들 덕분에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오히려 휴식을 취하면서 긴장이 풀렸는지 팔과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는 조금씩 몸을 풀며 주변을 둘러봤다.

'어떤 놈이 좋을까?'

되도록이면 은밀하게 움직여야만 했다. 괜히 다른 사람들에게 미운 털이 박혀봤자 좋을 것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도우면서 고블린을 처리하는 방법이 가장 좋았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고블린과 대치하고 있는 무리는 확인하며 마음을 정했다.

상당히 지친 듯한 모습이었다.

무리들 중에 몇 명이 겨우 선 채로 고블린을 견제하고 있었다. 그대로 두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차례차례 무너질 것 같은 모습에 강준우는 그곳으로 뛰어갔다.

"캬캬캭!"

멀리서 들려오는 고블린 특유의 웃음소리.

상대를 정한 그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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