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7화 (7/254)

제 7화

<두각>

쉬이익.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고블린 워리어의 위협적인 검격.

강준우는 한 놈을 쓰러뜨리자마자 바닥을 굴렀다. 주변이 핏물로 흥건했지만, 그런 것을 염두에 둘 상황은 아니었다.

워리어의 공격을 피한 그는 질퍽한 바닥에 떨어진 놈들의 검을 붙잡았다. 그 와중에 놈들의 무기를 집어 들었지만, 그 욕심이 위기를 불러왔다.

"크아아!"

괴성을 지른 워리어의 검이 다시 날아들었다.

제대로 자세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그는 급히 몸을 비틀며 양손에 쥔 검을 교차시켰다.

콰앙. 쿠웅.

강준우의 몸이 곧장 튕겨져 나갔다. 다행히 올려쳐지는 검을 막아낼 수 있었지만, 몸 안에 남은 충격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크윽. 무슨 놈의 힘이 이렇게 무식해?"

확실히 평범한 고블린은 아니었다. 아무리 고블린 워리어라고 하지만, 앞에 있는 놈들은 오크와 비슷할 정도의 힘을 내보였다.

'고블린이 이 정도라면 오크라는 놈은 얼마나 강하다는 거지?'

앞으로의 일을 떠올리면 불안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몸을 보중하는 게 먼저였다.

"괜찮습니까?"

"…… 아니요. 안 괜찮아요."

"자, 잠깐만 기다리세요."

쓰러진 그에게 다가온 사람은 권우철이었다. 그는 곧장 강준우에게 힐을 사용했다.

밝은 빛이 그의 손에 머물기 무섭게 강준우의 몸으로 흘러들어왔다. 그 빛이 몸으로 퍼져나가자 고통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효과가 상당하잖아?'

권우철이 사용한 능력은 생각했던 것보다 뛰어난 효능을 보였다. 그의 도움으로 몸을 일으킨 강준우는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고맙습니다."

"아니요. 해야 할 일을 했는데요. 일전에 저희들을 구해주셨잖습니까?"

"제가요?"

"예. 연희와 저는 물론이고, 민국이까지."

"……"

뒤늦게 근처에 있는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도 뒤치기를 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것 같았다.

호의가 가득한 권우철의 말에 강준우는 웃음을 보였고, 김연희도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때는 정말 고마웠어요. 덕분에 살았어요."

"아닙니다. 저도……"

"고맙기는! 그저 포인트를 가로챌 생각이었겠지."

"……."

두 사람의 반응과 다르게 정민국은 까칠한 반응을 보였다.

그 말에 강준우의 표정이 굳어지자, 권우철은 당황하며 정민국을 다그쳤다.

"무슨 소리야? 우리를 도와주신 분한테!"

"사실이잖아. 막타만 노려서 포인트를 빼앗아 간 거잖아."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뭐, 뭐라고?"

강준우는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빈정대며 말하는 정민국을 향해 되물었다.

"그 포인트 때문에 네가 살았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

"무슨 개소리야? 네가 아니었어도 나는 충분히……"

"그전에 뒈졌겠지."

"뭐야? 무슨 개소리야? 네가 아니었어도 우철이 형이 도왔다면 오히려 포인트는 내가 얻었을 거다!"

정민국은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강준우를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우철이 형? 이 사람을 말하는 건가?"

"그래!"

"이 사람도 내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것 같던데?"

"그, 그건……"

정민국은 말을 잇지 못 했다. 말문이 턱 막혀왔다.

"애초에 내가 개입하지 않았으면 죽었을 놈이 고작 1포인트에 광분하는 거냐? 뒈질 놈 살려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거네."

"……."

"그렇게 포인트가 필요하면 저놈들을 상대하면 되잖아? 널린 게 포인튼데 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거지?"

뒤에 남은 고블린 워리어와 홉고블린을 가리키는 그의 행동에 정민국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무리 그래도 저들을 상대할 깜냥은 없었다.

"능력도 없는 놈이 욕심만 많아서는."

"씨발! 지금 뭐라고 지껄였냐!"

"그만해! 지금 뭐하는 거야?"

"지금 저 소리 안 들었어?"

"죄송합니다. 대신 사과드릴게요."

정민국을 대신해서 김연희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옆에 있던 권우철도 그녀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

굳이 이들과 각을 세울 필요는 없었다. 특히나 권우철과의 관계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힐이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직 김연희라는 여자의 능력을 확인하지는 못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놈들처럼 서로 도울 수 있을 지도 모르지.'

그의 뇌리에 인상 깊게 남은 사람이 바로 권현수였다.

일양지라는 강력한 무공으로 힘을 쏟아내며 일행의 도움으로 몸을 빼내는 방식이 크게 나빠 보이지 않았다.

고작 한 놈을 잡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 10포인트를 얻는 것이라면 나름 남는 장사였다.

'천마신공으로 그런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조금 더 힘을 쌓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랐지만, 그래도 그 무공을 손에 얻는 것만으로도 큰 이득을 본 것과 다름없었다.

그들을 뒤로하고 따로 자리를 잡은 강준우는 호흡을 골랐다.

지금은 앉아서 소진한 힘을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곧장 운기를 하며 소진한 힘을 보충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는 주변을 둘러봤다.

여전히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무리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구경만 하고 있는 무리들.

그 중간에서 쓰러진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까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었지만, 상황을 낙관할 수는 없었다.

마음을 먹고 고블린을 상대하고 있는 자들 역시 상당히 지친 상황이었다. 그나마 그가 힘을 회복하는 사이에 워리어는 한 놈이 더 쓰러졌지만, 놈들을 막던 사람들의 수도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뒤에서 구경만 하는 놈들은 뭐지? 생각이 없는 건가?'

그저 빨리 이 상황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수동적인 그들의 모습에 욕지거리가 튀어나왔지만, 굳이 내색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앉은 채로 기운을 회복하려고 노력했다.

삼재심법을 이용해서 기운을 회복할 생각이었지만, 제대로 된 운기가 아니고서는 회복되는 양이 많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전과 다르게 차오르는 내공의 양은 더 많아진 상태였다.

아직 내공에 관해서 깊이 알지 못 하는 강준우로서는 세세한 부분을 감지하지 못 하고 있었다. 그래도 처음 천마신공을 익혔을 때보다 기운이 회복되는 속도는 더 빨랐다.

삼재심법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천마신공이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고작 1성인 천마신공은 입문의 경지였다. 사용하는 것에 제약이 있었지만, 그 신공이 알게 모르게 힘이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그에게 몇몇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개중에 한 명은 낯이 익은 사람이었다.

"저…… 검을 찾으러 왔는데요."

"여기요. 잘 썼습니다."

"아, 아닙니다. 혹시 더 필요하시다면 계속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아, 예."

뭔가를 갈망하는 눈치였다. 고작 검 한 번 빌려 쓴 것뿐이었지만, 그걸로 고블린 샤먼과 워리어를 잡은 만큼 기대는 눈치였다.

그래도 딱히 명분은 없었는지, 아무 말 없이 검을 건네받은 그 남자는 쭈뼛거리다가 뒤로 물러났다.

잠깐 그의 시선에 강준우가 쥔 무기에 머물렀지만, 그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 검도 있었구나.'

고블린 워리어가 사용하던 검이었다. 평범한 철검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지만, 일전에 든 것보다는 조금 무거운 것 같았다.

고블린 워리어의 검.

고블린들의 기술이 모인 장검이다. 나름 심혈을 기울인 검으로 평범한 철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완벽하게 균형이 맞지 않지만, 무게가 나가는 만큼 파괴력이 앞선다.

시답잖은 설명이 눈에 들어왔다.

어찌 됐든 당분간 쓸만한 무기가 들어왔다는 것이 중요했다. 따로 무기를 구입하지 않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스스로의 판단에 나름 뿌듯함을 느꼈지만, 그런 생각이 길지만은 않았다.

"쿠와아아!"

다시 커다란 포효가 들려왔다. 멀리서부터 시작된 괴성에 강준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직도 멀쩡한 건가?'

아직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

뒤늦게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자, 광분한 홉고블린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워리어는 잡힌 건가?'

아마도 워리어가 쓰러지자, 놈이 더욱 흥분을 한 것 같았다.

고블린 샤먼을 돕기 위해 움직였던 놈은 몇몇을 제외하고 함께 움직였던 모두를 잡은 것 같았다.

워리어가 쓰러지자, 홉고블린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들었다.

힘겨운 싸움이었지만, 홉고블린의 부하라고 할 수 있는 놈들을 모두 잡은 상황이었다. 마지막 남은 홉고블린의 모습에 기다리던 사람들의 사기가 높아졌다.

대부분이 지친 듯한 기색이었다. 그래도 마지막에 남은 한 놈만 잡으면 이 싸움도 끝을 낼 수 있었다.

"힘내! 저놈만 잡으면 돼!"

"우와아아! 화이팅!"

"화이팅!"

누군가가 선창하며 용기를 북돋았다. 고무된 그들은 날아오는 홉고블린을 향해 공격을 펼쳤다.

'슬슬 움직여야겠는데?'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준우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놈이 잡히기 전에 움직여서 포인트를 노려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그는 걸음을 멈췄다.

달려오는 홉고블린을 향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이 마법을 날려댔다.

강한 화염과 날카로운 바람이 그를 노렸지만, 홉고블린은 기민한 움직임을 내보이며 그들의 공격을 피해냈다.

놀란 자들이 당황하며 다시 마법을 날렸다.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피할 수 있을 만한 공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손에 쥔 몽둥이를 휘두르며 공격을 막아냈다.

퍼엉. 퍼엉.

무기력하게 터져나가는 마법의 모습이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홉고블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보법을 밟는 듯한 모습이잖아?'

삼재보법을 사용해봤던 그였기 때문에 더욱 놀랐다. 홉고블린의 움직임은 그저 그런 움직임이 아니었다.

마치 무공을 사용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무공을 사용하는 몬스터.

적의를 가진 놈들까지 무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렇다고 단언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무공이 아닌 순수한 육체적인 힘일 지도 몰랐다.

어찌 됐든 중요한 것은 놈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포효하며 달려든 놈은 경직된 자들을 후려치며 우위를 점했다. 마력이 담긴 피어는 짧은 순간 틈을 만들었고, 놈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아아악!"

"도, 도망가! 이놈은……"

놈과 부딪친 사람들은 그 힘에 경악하며 소리쳤다.

이미 고블린 워리어들과 싸우면서 지친 그들로서는 홉고블린을 상대할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힘겹게 버티고 있었지만, 강력한 놈의 몽둥이를 제대로 받아낼 사람은 없었다.

단 한 방에 튕겨져 나갈 뿐이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앞을 막는 자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움직임이 날랜 사람들이 놈의 앞을 막는 사이, 뒤에서는 마법을 날려댔다. 그들 나름대로 효과적인 방법을 택했지만, 큰 효과를 볼 수는 없었다.

콰앙. 콰앙.

홉고블린은 마치 양 떼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맹수 같았다.

치열하게 싸우는 그 모습에 강준우는 고심했다.

'조금 더 지켜보는 게 나으려나?'

되도록이면 피해가 없어야만 했다. 작은 상처는 권우철을 통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지만, 그래도 상처를 입지 않는 게 중요했다.

우선은 저들과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홉고블린의 힘을 확인하는 것이 더 나으리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시선에 낯선 움직임이 포착됐다.

'저놈들은 또 뭐야?'

은밀하게 홉고블린의 뒤를 잡으려는 놈들이었다.

개중에 한 명이 앞에 있는 자들을 상대하는 홉고블린의 등짝에 강력한 일격을 선사했다.

콰앙.

상당히 큰 굉음이 터져나왔다.

공격에 적중한 홉고블린은 바닥에 처박혔고, 공격을 감행한 자는 칠공에서 피를 뿜으며 무릎을 꿇었다.

무리한 내공을 끌어올리며 자멸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치유의 손길이 전해졌다.

'힐링?'

무릎을 꿇은 자의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여러 명이 미리 작전을 짜고 움직였는지 여전히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에게 남은 일행이 모여 들며 그를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홉고블린을 쓰러뜨릴 수 없었다.

바닥에 처박힌 놈은 다시 몸을 일으키며 분기를 토해냈다.

"쿠와아아아!"

전보다 더 처절해진 포효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순간 모두의 움직임이 굳었고, 놈은 비틀거리는 몸을 추스르며 그를 공격한 자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준우는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이제…… 지친 건가?'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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