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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8화 (8/254)

제 8화

<두각>

공격을 감행한 자가 얻은 무공은 벽력장이었다.

상승 장법들 중에 하나로 벼락처럼 강한 힘을 쏟아내는 장력이었지만, 아직 모든 힘을 끌어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부족한 화후는 그들이 원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 했다.

권현수와 그 일행들이 했던 것을 따라하던 자들은 홉고블린에게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놈을 쓰러뜨리지는 못 했다. 오히려 놈의 성질을 건드렸다.

포효한 놈은 묵직한 둔기를 휘두르며 그들을 노렸다.

퍼억.

수박 깨지듯이 일행 중에 한 명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그대로 튕겨져 나가는 모습에 뻗뻗하게 굳었던 그들의 몸이 풀렸다.

"피, 피해!"

"도망가!!"

질겁한 그들은 주저앉은 자와 함께 빠르게 물러났고 홉고블린은 그들을 쫓았다.

중한 상처를 입힌 놈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홉고블린이 아니었다.

놈은 그대로 손에 쥔 몽둥이를 내던졌다.

뻐억.

날아간 둔기가 물러나던 자의 등을 후려치자, 충격을 받은 사내는 그대로 꼬꾸라졌다. 하지만 함께 하던 그의 동료들은 냉정하게 그를 버렸다.

"도, 도와줘! 나도…… 크윽."

오히려 시간을 벌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졸지에 미끼로 전락한 그는 좌절했다.

머리 위로 드리워진 그림자에 힘겹게 고개를 돌리자, 흉측한 놈의 주둥이가 그를 덮쳤다.

와그작. 와그작.

산 채로 그를 씹어 먹는 홉고블린의 모습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경악했다.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공포였다. 모두가 놈의 행태에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뒤에서 구경만 하던 자들은 물론이고, 앞에서 놈을 막고 있던 사람들도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놈을 공격하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죽어라! 매직 미사일!"

쉬이잉. 퍼엉. 퍼엉.

놈이 충격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놈을 쓰러뜨려서 포인트를 얻기 위해서 지켜보고 있던 자들이 공격을 감행했다.

개중에 몇 개의 마법이 놈에게 적중했다.

대부분 손에 쥔 몽둥이로 터뜨렸던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점점 누적되는 충격에 남은 사람들이 힘을 끌어 모았다.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놈을 잡으면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이정도로 강력한 놈이라면 충분히 좋은 보상을 얻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강한 유혹에 뒤를 생각하지 않고 공격을 감행했지만, 놈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는 없었다. 오히려 광분한 놈이 공격을 날려대는 자들에게 달려들었다.

흥분한 놈의 공격에 탈진해서 주저앉은 자들이 쓰러져 나갔다.

상당한 맷집이었다. 강력한 그의 모습에 공격을 포기한 자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그 순간, 기회를 엿보던 자가 움직였다.

"죽어라!"

'저놈은? 너무 늦었나?'

크게 소리치며 손가락을 뻗어대는 사내.

권현수였다. 고블린 샤먼을 처리하고 탈진한 듯이 주저앉았던 그가 그 사이 회복을 한 모양이었다.

그의 손에서 뻗어 나온 양력의 기운이 홉고블린을 노렸다.

파삭. 쿠웅.

하지만 회심의 일격은 놈의 몽둥이에 막혔다.

그래도 충격이 없지는 않았는지 놈의 아귀가 찢어져 나가며 몽둥이가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그만큼 분노한 홉고블린은 권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 막아!"

"하압!"

그를 보좌하기 위한 자들이 다시 나섰다. 몇몇이 마법을 날리며 홉고블린의 움직임을 막아섰고, 그 사이 지친 권현수를 다시 또 다른 일행이 끌어냈다.

꽤나 무리를 한 것 같았다.

권현수는 검붉은 피를 토해내며 괴로워했다. 무리한 공격을 펼치면서 강한 내상을 입었다.

그렇다고 소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아악!"

홉고블린을 막기 위해서 앞을 가로막았던 자는 놈의 무식한 악력과 날카로운 이빨에 무너져 내렸다.

'미친놈들. 왜 저놈을 위해서 희생하는 건지?'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놈을 돕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이 강준우에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실패로 끝난 공격이었지만, 그들은 홉고블린의 시선을 붙잡았다.

강준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끝이다! 흐읍!'

내공을 끌어낸 그는 곧장 삼재검법을 펼쳤다.

단순한 휘두르기였지만, 뒤를 잡은 만큼 충분히 놈의 목을 베어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유려한 궤적을 그린 검이 그대로 놈의 뒷목을 베었다. 하지만 이상함을 느낀 홉고블린은 그대로 뒤를 돌아보며 눈을 부릅떴다.

놈의 목에 거의 닿은 검신.

그대로 목을 벨 것 같았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 홉고블린이 몸을 비틀었다.

촤아악.

피가 튀었다.

괴로워하는 놈의 목에서 폭포수처럼 피가 흘러나왔지만, 손끝에 걸리는 감각이 얕았다.

잔뜩 일그러진 홉고블린의 얼굴이 가득 들어왔고, 붉은 눈동자와 마주했다.

'뭐야? 무슨 놈의 눈빛이……'

분노한 놈의 시선에 절로 솜털이 곤두섰다. 동시에 놈의 발이 그의 옆구리에 꽂혔다.

'크흡.'

숨이 턱 막혀왔다. 옆구리에서부터 시작된 고통에 몸이 꺾이며 무기를 놓쳤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바닥에 드리워진 놈의 그림자에 강준우는 이를 악물며 뒤로 물러났다.

파앗.

본능적으로 펼친 삼재보법으로 물러나자, 놈의 우악스러운 손길이 허공을 갈랐다.

그대로 강준우를 붙잡으려던 놈의 손을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갔다.

간신히 공격을 피해냈지만,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놈과의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았다.

손에는 아무 것도 없는 상황.

덜컥 겁이 났지만, 그 순간 놈의 처절한 괴성이 들려왔다.

"쿠와아아!"

다시 쏟아낸 포효.

그 안에는 강력한 피어가 담겨 있었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홉고블린의 마력을 이겨냅니다.]

'천마신공!'

마지막 방법이 떠올랐다.

다행히 홉고블린의 수법은 그에게 통하지 않았지만,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경직된 그의 모습에 놈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캬캬캭!"

다른 고블린과 크게 다르지 않는 웃음소리가 상당히 거슬렸다.

그래도 그 소리를 참아내며 놈의 행동을 살폈다.

비교적 여유로워 보이는 놈의 행동이 강준우의 눈에 가득 들어왔다. 이미 상대를 잡았다는 듯이 승리감에 도취된 모습이었다.

홉고블린도 앞에 있는 강준우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수하들 중에 첫 희생자를 만들어낸 놈이었다. 그가 만든 작은 균열이 결국 이 지경까지 오게 됐다는 사실을 인지한 놈은 그의 목덜미를 노리며 아가리를 벌렸다.

그대로 산 채로 씹어 먹으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홉고블린이 달려들기 무섭게 강준우는 허리를 숙였다.

"크악?"

피어에 노출됐지만, 움직일 수 있는 그 모습에 오히려 놈이 깜짝 놀랐다.

그런 놈의 감정과 별개로 강준우는 사력을 다했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조잡한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그는 놈의 가슴에 단검을 찔러 넣었다.

푸욱.

섬뜩한 소리와 함께 손끝에 묵직한 느낌이 전해졌다.

이대로 놈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그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얕았나?'

예의 알림 음이 들리지 않았다.

나름 회심의 일격을 먹였지만, 조금 부족한 것 같았다.

"크아아악!"

괴로워하는 놈의 괴성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동시에 우왁스러운 손길이 그의 머리통을 붙잡았다.

"크윽!"

강한 압력이 전해졌다. 이대로 머리통을 터뜨리려는 것 같았다.

죽는다는 생각이 엄습하자 절로 몸이 떨려왔다. 하지만 억울함이 강했는지 강준우는 곧장 모든 기운을 끌어 올리며 주먹으로 몰아넣었다.

짧은 순간에 가진 내공 전부가 주먹에 실렸다.

되도록이면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던 천마신공의 힘이 한 손으로 모여들었다.

'크윽.'

과한 힘에 단전이 아릿해졌지만, 그는 이를 악물며 주먹을 뻗었다.

터억.

그대로 내지른 주먹이 홉고블린의 가슴을 강타했다.

강력한 일격에 놈이 피를 뿌리며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강준우도 정상은 아니었다.

그의 입과 코에서 연신 피가 새어나왔다.

쓰러진 권현수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오히려 그보다 더 위중한 모습이었지만, 그 순간 예의 알림음이 들려왔다.

[홉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2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크윽. 겨우 죽은 건가?'

놈을 처리한 것은 다행이었다.

더 이상 외부의 강력한 위협은 사라졌지만, 문제는 지금의 몸 상태였다.

위급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한 힘을 쏟아낸 만큼 그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강준우의 몫으로 돌아왔다.

입 안 가득 핏물이 고였다. 계속해서 피가 역류했고, 코피가 쏟아졌다.

이 많은 피가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알 수 없다.

'씨발! 너무 욕심을 부렸어.'

점점 정신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뒤늦게 후회가 됐지만, 이제 와서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었다.

그러던 그때, 누군가가 다가왔다.

흐릿해진 시야에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귓속을 파고드는 소리는 익숙했다.

"조금만 참으세요. 힐(heal)!"

환한 빛이 그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전과 다르게 편안해진 속에 강준우의 일그러진 표정이 살짝 누그러졌다.

'권우철?'

"도와줘요! 누구 회복 스킬 가진 사람 없나요?"

"……."

"회복 스킬 가진 사람 없어요! 적어도 목숨을 구해준 사람을 이대로 잃을 수는 없잖아요!"

김연희는 뒤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의 은인이라고 할 수 있는 강준우를 이대로 잃을 수는 없었다.

앞으로 홉고블린과 같은 놈이 더 많이 나타날 지도 몰랐다.

조금 얍삽한 느낌이 강했지만, 이 정도의 강자를 잃는다는 것은 모두에게 큰 손실이었다.

"저, 저요. 제가 힐이라는 마법을 가지고 있기는 한데."

"빨리 도와주세요."

"괘, 괜찮을까요? 괜히 이걸 잘못 사용했다가는 다른 사람들처럼 죽을 지도……"

"무리하지 않으면 괜찮아요!"

"아, 알았어요."

일전에 힘을 견디지 못 하고 죽은 사람들의 모습에 지레 겁을 집어먹은 사람이었다.

그 여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겁을 먹고 있었다.

김연희의 요청에 앞으로 나선 여자는 조심스럽게 힐을 사용했다.

그녀 역시 권우철과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손끝에 맺힌 기운이 강준우에게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 힘이 그를 회복시켰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제야 용기를 얻었다. 한두 번은 능력을 사용해도 아무렇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저, 저도 도울 게요."

"회복 스킬을 가지고 있어요?"

"예? 예."

"감사합니다."

"아,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더 고맙죠."

그들 역시 강준우의 싸움을 지켜봤다. 그가 아니었다면 홉고블린은 그들에게로 향했을 지도 몰랐다.

그런 감사의 마음을 담아 힐을 사용하자, 강준우의 안색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괜찮습니까?"

"후우. 덕분에…… 살았네요."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할 말인데요."

"……."

다행히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과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급한 위기는 넘긴 것 같았다.

아직 단전에 미미한 통증이 남아 있었지만, 죽지 않은 것만 하더라도 천만다행이었다.

[주어진 조건이 완수됐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상점창이 상시 개방됩니다.]

[12포인트를 추가로 획득했습니다.]

[홉고블린이 가지고 있던 '피어'능력을 얻었습니다.]

임무로 주어진 것이 완료되면서 보상을 얻을 수 있었다.

추가로 10포인트 정도를 더 얻었다는 것보다 '피어'라는 능력이 추가됐다는 사실이 더 반가웠다.

강준우는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남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50포인트가 넘었잖아!'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

죽을 지경까지 갔던 보상으로는 부족했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포인트를 얻어냈다.

'앞으로가 걱정이네.'

이번 한 번이 끝이 아닐 것 같았다.

그랬다면 이런 포인트와 이상한 능력을 줄 이유가 없었다.

이제 겨우 시작이었다. 그래도 놈들에게 대항할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은 다행이었다.

힘을 확인한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난다면 놈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천마신공이라. 답은 여기에 있을까?'

평범한 주먹질에 불과했다.

그 주먹에 삼재권법의 초식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천마신공의 힘이 녹아든 주먹질이었다.

하지만 그 주먹질이 홉고블린의 심장을 터트렸다.

비록, 권현수의 일양지에 비하면 화려하지 않았지만, 일격에 놈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었다.

그가 새로운 가능성에 고심하는 사이, 커다란 소리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사, 살았다! 살아남았어!"

"우와, 우와아아!"

"만세! 살았다!"

짧지만 치열한 전투였다.

뒤에서 지켜보던 자들은 이 전투가 끝난 것에 환호하며 기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그들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봤다.

강준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친놈들. 이제 겨우 한 고비를 넘었을 뿐인데.'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현실을 직시한 그는 홉고블린의 몸에서 조잡한 단검을 뽑아내고, 떨어진 검을 주워들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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