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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11화 (11/254)

제 11화

<갈등>

강준우에게 다가가던 권현수는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너는 여기 왜 온 거지?"

"……."

"여전하네. 주제도 모르는 건."

냉랭한 말투에 권우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대신해서 옆에 있던 김연희가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형한테 너라니? 여전하네! 그 버릇없는 말투."

"미친년. 뭐라는 거야? 누가 형이야?"

"뭐? 미친년? 이게……"

"됐어. 그만해."

"선배! 선배는 그런 말을 듣고도……"

굳은 권우철의 표정에 김연희는 말을 아꼈다.

그런 그들을 무시한 권현수는 앞에 있는 강준우를 바라봤다.

"네가 강준우?"

"그런데?"

"내가 누군지는 알고 있지?"

"내가 알아야 될 놈이냐?"

"……."

자신감이 가득한 권현수의 말에 그는 퉁명하게 대꾸했다.

딱딱한 그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권현수의 얼굴이 굳어지자, 뒤에 있던 남자가 다급히 끼어들었다.

강준우도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같은 학과에서 수업을 들었던 김기철이 권현수를 설명하듯 말했다.

"권현수잖아. 몰라?"

"……."

"저번에 그랬잖아. 나대는 꼴이 재수 없…… 크흠."

김기철은 급히 말을 아꼈다.

뒤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권현수가 나서며 그를 향해 말했다.

"같은 과라더군."

"그런데?"

"보면 알겠지만, 같은 학과 사람들이 대부분 모였어. 너도 합류하는 건 어때?"

"…… 앞으로 함께 하자는 거냐?"

"그래. 앞으로 함께 힘을 합치자는 거다. 생존을 위해서."

권현수를 필두로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안면이 있는 자들이었다.

개중에는 가끔 대화를 나눴던 사람도 존재했지만, 그렇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무엇보다 일전에 권현수와 일행들이 싸우면서 보였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생존이라."

"이런저런 정보를 공유할 거다. 서로 돕는 거지. 너한테도 나쁠 것은 없을 것 같은데?"

권현수의 말이 그럴듯하게 들려왔다. 아무 것도 모르는 이곳에서 정보만큼 중요한 것은 없었다. 더군다나 믿을만한 사람과 함께 하는 것 역시 정보만큼 중요했다.

'문제는 이놈이 믿을만한 놈이 아니라는 거겠지.'

모두를 이끌고 있다지만, 드러난 모습만 봐서는 썩 좋은 파트너는 아닌 것 같았다.

"그쪽으로 들어가면 내 위치는?"

"위치라니? 당연히 우리들과 같이……"

"저놈 따까리를 하라고?"

"따, 따까리라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권현수를 설명하던 김기철은 언성을 높였다.

그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어졌다. 공공연한 비밀이 까발려진 게 불편한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권현수의 눈치만 살필 뿐이었고, 강준우는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그런 따까리가 되기는 싫거든."

"너 정도라면 충분히 대우를 받을만하지."

"마치 네가 뭐라도 된 것처럼 말하네. 글쎄. 나는 썩 내키지는 않아서."

"……."

명백한 거절의 말에 권현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까지 이렇게 대놓고 거절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주지. 잘 생각해야 할 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네 가치는 낮아질 테니까."

상당한 자신감이었다.

제 할 말만 하고 고개를 돌리는 그의 행동에 강준우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나름 포인트를 모았다 이건가? 아니면 쪽수를 믿는 건가?'

현실에서 부족한 것 없이 자란 권현수의 모습과 잘 어울렸다. 그래도 그에게 굽히고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과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권현수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를 따르는 사람들도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몇 명은 권현수를 도우면서 목숨까지 잃은 상황이었지만, 남은 놈들은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생각이 없는 건가? 아니면 그만큼 놈이 특별한 걸 가지고 있나?'

남들이야 어떻든 상관없었다. 지금은 제 앞가림을 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오히려 저런 식으로 모이는 게 안정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마냥 장점만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저런 싸가지!"

투덜대는 소리에 강준우는 상념을 떨쳐냈다.

김연희의 짜증 섞인 목소리로 권현수를 향해 투덜거렸다. 아마도 권현수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이 권현수의 형이라고?'

크게 닮은 기색은 없었지만, 권현수의 반응으로 봐서는 터무니없는 말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다만, 권우철은 권현수와는 성격이 많이 다른 것 같았다.

그래도 이 일로 확실히 마음을 정할 수 있었다.

권현수와 갈등이 있는 듯한 권우철과 손을 잡을 생각이 사라졌다. 괜히 얽혀봤자 귀찮아질 가능성이 높았다.

'포인트 분배 방식에도 문제가 생길 거고, 결정적으로……'

주도권은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 넘어간 상태였다. 다시 그걸 찾기 위해서라면 그들과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괜한 그런 일에 심력을 쏟는 것보다 혼자 움직이는 게 더 편했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 서로 통성명도 안 했네요."

"……."

"저는 권우철이라고 합니다. 경영학과 4학년입니다."

"나는 김연희! 같은 경영학과 4학년. 그쪽 이름은 강준우지?"

"근데, 왜 반말이지?"

"그야 권현수랑 같은 학년이면 당연히……"

냉랭한 강준우의 반응에 김연희는 당황했다. 조금 더 친근감을 가지기 위한 방편으로 말을 했지만, 상대는 달가워하는 것 같지 않았다.

권우철은 당황한 그녀의 모습에 대신 변명을 하듯 급히 말을 이어갔다.

"사회에 나가면 한두 살은 그냥 친구를 한다고 하잖아요. 다른 뜻은 없었을 겁니다."

"그, 그래요. 그냥 권현수하고 친구라고 하니까……"

"……."

"불쾌했다면 사과할게요. 제가 너무 가볍게 생각했어요. 미안해요."

"아니. 상관없어. 어차피 앞으로 엮일 일은 없으니까."

"……."

명백한 거절의 의사에 그들은 말을 잇지 못 했다.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 김연희와 권우철의 표정이 절로 굳어졌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았다.

"더 할 말은 없는 거겠지?"

"그래도 조금 더 생각을……"

두 사람은 곧 자리를 피하는 그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강준우가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리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연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저 인간도 싸가지는 별로네."

"아무렴 어때? 우리랑 같이 하는 게 중요한 거지."

"보면 몰라? 같이 할 모습이 아니잖아!"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더라."

"뭐야? 자존심도 없어?"

김연희의 불평에도 권우철은 개의치 않았다.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강준우 같이 능력 있는 사람과 힘을 합친다는 게 중요했다.

평소의 모습과 다른 반응을 보이는 권우철의 모습에 김연희는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여기에도 속물이 있었네."

"……."

"뭐해? 그만 가! 계속 여기에 있을 거야?"

"가야지. 근데…… 넌 왜 갑자기 반말이냐? 하늘같은 선배한테?"

"한두 살은 그냥 친구라면서?…… 요."

맞먹으려는 김연희의 행동에 권우철을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 반응을 본 김연희는 환하게 웃으면서 그를 이끌었다.

"사회에 나가면 그냥 한두 살은 친구라며?"

"어디서 개수작이야!"

"쳇. 강준우한테는 그렇게 깍듯하더니."

"……."

***

강준우는 달라붙는 사람을 뒤로하고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아직까지 귀속됐다던 무공을 확인하지 못 했다.

'철포삼이라.'

그와 마찰이 있었던 자를 쓰러뜨리면서 귀속된 무공은 철포삼이었다.

처음 죽인 남자가 고블린 샤먼의 공격을 받고 살아남았던 이유가 이 무공 때문이었다.

'내 공격을 받아내면서 버텼던 이유가 이거였나?'

그자는 철포삼이라는 무공으로 날카로운 찌르기를 막아냈다.

맨몸으로 공격을 받아내던 그 모습을 떠올린 강준우는 얻게 된 무공에 만족할 수 있었다.

철포삼.

몸을 단련하여 단단한 신체를 얻을 수 있는 무공.

경지가 높아지면 금강불괴에 가까운 신체를 얻을 수 있다.

[철포삼을 습득하였습니다.]

[조문을 설정하면 철포삼의 효과가 더욱 증진됩니다. 조문을 포기하면 철포삼의 효과가 반으로 줄어듭니다.]

'조문?'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조문이었다.

신체의 한 부분을 조문으로 설정한다면 평범한 공격에도 과한 피해를 입게 되는 곳으로, 흔히 말하는 아킬레스건이었다.

잠깐 고민을 했지만, 굳이 약점을 만들 이유가 없었다. 앞으로 어떤 상황을 맞을지 몰랐다.

더군다나 성취를 올려야 할 무공도 너무 많았다. 따로 철포삼을 주력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그는 조문을 포기했다.

[조문을 포기했습니다. 익히게 될 철포삼의 효과가 반으로 줄어듭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효과는 바로 나타나는 것 같았다.

전보다 더욱 탄탄해진 피부를 느낄 수 있었다. 곧바로 확인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작은 효과라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다행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무공까지 얻은 그는 남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또 다른 사람이 찾아오기 전에 가진 포인트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강준우(23세).

별호 : 無.

삼류 무인.

〈무공〉

천마신공(1成) - 16.62%.

삼재심법(2成) - 2.43%.

-삼재권법(1成) - 28%

-삼재검법(2成) - 7%

-삼재보법(2成) - 14%.

피어(1成) - 0%.

철포삼(1成) - 0%.

포인트 : 26.

잠깐 자신의 상태를 확인한 그는 전보다 2포인트가 더 늘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놈을 처리하고 가진 포인트를 강탈한 건가?'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포인트를 얻었다는 사실은 나쁘지 않았다.

가진 포인트를 뒤로한 그는 상점창을 살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E등급 무공 중에 필요한 포인트가 반토막 난 무공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20포인트가 필요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철사장이라는 무공은 10포인트로도 얻을 수 있었다.

'이건 또 어떻게 된 거지? 설마 철사장이 철포삼과 연관이 있는 무공인 건가?'

둘 다 외문무공 계열이라는 점이 같았다. 하지만 서로 영향을 준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관계가 어찌 됐든 그에게 나쁠 것은 없었다. 새로운 공격 수단이 나타났다는 것은 만족할만한 일이었다.

따로 다른 무공의 성취를 높이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그래도 E등급에 속한 공격 무공을 얻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투자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겠지.'

포인트를 아끼면서 파괴력이 강한 무공을 손에 넣는 일이었다. 언제 어떤 위험한 상황이 올지 몰랐기 때문에 이런 준비를 해놓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곧바로 철사장을 익힌 그는 조금 단단해진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그저 무공을 익히는 것만으로도 몸이 달라지는 것 같았다.

가만히 주먹을 쥐면서 달라진 상태를 확인하던 강준우는 남은 16포인트를 보며 고민했다.

여기에서 또 다른 무공을 얻을지, 나중을 위해서 기다릴지 고민이 됐다.

'당분간은 포인트를 모으는 게 좋겠지?'

D등급의 무공을 얻는 게 나으리라는 판단이었다.

D등급에 있는 무공부터가 제대로 된 무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열된 무공들은 각각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흔히 알려진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 같은 곳의 기본이 되는 무공이 배치돼 있었다.

정파는 물론이고, 사파나 마교, 혈교나 세외의 마공까지 존재하는 모든 무공들이 총망라되어 있었다.

물론, 대부분이 기초적인 무공에 속하는 것들이었고, 그것들을 익히기 위해서 필요한 포인트도 만만치 않았다.

'등급이 높은 무공이 있다는 말은…… 그만큼 더 강한 적이 남아 있다는 뜻이겠지?'

이번 싸움이 끝이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지금은 스스로의 역량을 파악하고,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리려는 듯한 성격이 강하게 느껴졌다.

본격적인 싸움은 시작도 안 했을 거라는 생각에 그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고블린으로 추정되는 정체 모를 놈들과의 싸움도 문제였지만, 방금 전에 겪었던 사람들 사이의 갈등도 깊어질 게 분명했다.

더군다나 다시 그런 상황이 되풀이 된다면 상대 역시 제대로 된 준비를 갖출 것이 분명했다.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쉽게 덤비지 못하도록 믿을만한 동료를 만들거나 압도적인 힘을 가져야만 했다.

그렇다고 원한다고 믿을만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마음이 기우는 사람이 있었지만, 신중하게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었다.

동료를 배제하면 남은 것은 하나였다.

'압도적인 힘이라. 그게 가능할까?'

가만히 고민하던 그의 머릿속에 천마신공이 떠올랐다.

아직 1성의 천마신공이었지만, 이 힘을 키우면 혼자서도 충분히 어려운 상황을 해쳐나갈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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