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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14화 (14/254)

제 14화

<새로운 임무>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비명들.

강준우는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따로 누군가를 돕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이 기회를 놓친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뒤를 잡는다면 충분한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앞으로 고블린을 상대할 자들을 돕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소란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강준우는 곧바로 결정을 내리며 걸음을 옮겼다.

'역시나 고블린인가?'

세 놈이 한 명을 공격하고 있었다. 이미 중한 상처를 입은 사람은 겁에 질린 눈으로 기괴한 웃음을 흘리고 있는 고블린에게서 멀어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멀리서 보기에도 그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캬갸갸!"

놈들은 겁에 질린 사람을 가지고 놀았다. 일부러 죽이지 않고, 팔과 다리에 상처를 입히며 바닥을 기는 모습에 기뻐하고 있었다.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는 강준우의 표정이 절로 구겨졌다.

같은 동족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의 처참한 광경에 그는 철검을 다잡으며 고블린을 향해 달려들었다.

파앗.

바닥을 내딛기 무섭게 그의 몸이 빠르게 쏘아졌다.

갑자기 나타난 그의 모습에 놀란 고블린들이 뒤늦게 대응을 하려고 했지만, 강준우의 일격이 더 빨랐다.

푸욱.

그대로 뒷목이 꿰뚫린 놈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

검을 통해서 느껴지는 놈의 무게에 강준우는 지체 없이 무기를 내던졌다.

쉬이익.

그런 그에게 예리한 일격이 꽂혔다.

간신히 뒤로 물러서며 그 공격을 피했지만, 상대의 무기를 확인한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고블린 워리어!'

다른 고블린에 비해서 머리통 하나는 더 큰 놈이 그를 노려봤다.

손에 쥔 검은 그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검과 같은 형태였다. 다행히 공격을 피해냈지만, 놈의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허공을 가른 검이 다시 강준우의 목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다른 고블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민한 움직임이었지만, 그는 이미 놈과의 거리를 벌렸다.

그런 그를 쫓아오는 또 다른 고블린.

다행히 그를 쫓는 놈은 일반적인 고블린이었다. 머리통을 부수려는 듯이 몽둥이를 휘둘렀지만, 놈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받아낼 수 있었다.

터엉.

정면에서 공격을 받아내자 그 충격이 전해졌다.

아무리 고블린이라고 하지만, 놈들의 힘을 간과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아직 워리어가 남아 있었다.

그가 공격을 받아내기 무섭게 놈의 검이 그의 가슴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확실히 경험이 많은 놈의 노련한 공격이었지만, 강준우는 이미 그런 상황까지 예상하고 있었다.

그는 앞에 있는 고블린의 몸을 파고들며 팔을 뻗어냈다.

퍼엉.

내공이 가득 실린 일격이었다.

"커억!"

철사장이 고블린의 배에 꽂히자, 고블린의 몸이 꺾여나갔다.

강준우는 피를 토해내며 무너지는 놈을 들어 올리며 이어질 공격에 대비했고, 처절한 괴성이 뒤를 이었다.

"끄아아!"

"크극?"

그를 공격하던 고블린 워리어의 검이 오히려 고블린을 베어냈다.

동료를 방패로 쓸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놈이 당황했지만, 강준우는 그 틈을 노리지 않았다.

대신 공격을 받아낸 고블린을 워리어에게 내던진 그는 놈의 눈을 가렸다.

동시에 바닥을 구르며 품에 있던 단검으로 놈의 발을 찍었다.

콰직.

"끼아아!"

발등을 찍힌 놈이 발광하며 울부짖었다.

고통스러워하는 놈의 몸이 꺾였고, 강준우는 손에 쥔 검으로 놈의 가슴을 찔렀다.

푸욱.

섬뜩한 소리와 함께 처참하게 일그러지는 고블린 워리어의 얼굴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고블린 워리어를 처치했습니다. 1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후우. 후우."

놈이 죽었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방패로 쓴 놈을 마저 처리하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힘겹게 놈들을 처리한 그의 표정은 생각보다 밝았다. 고블린 워리어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 했지만, 그를 처치하면서 얻은 포인트가 마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철포삼 때문인가?'

그는 이전과는 다르게 조금 더 가벼운 움직임을 내보였다.

스스로도 그 사실을 인지할 정도였다. 가장 큰 변화는 다칠 것 같다는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다는 점이었다.

눈앞에서 흉기가 날아드는 상황이었다.

반응하는 것이 용할 정도로 두려운 상황이었지만, 철포삼으로 그에 대한 걱정이 줄어들었다.

심법을 익힌 것과도 관련이 있었고, 죽이지 않는다면 죽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 앞선 것도 있었다. 하지만 철포삼과 다른 무공이 큰 영향을 끼쳤다.

철포삼과 철사장이라는 E등급의 무공들.

그것들이 강준우에게 강한 자신감을 전해줬다. 위급한 상황은 삼재보법으로 피해내고, 검법과 권법을 적절히 사용하면 일반적인 고블린들은 쉽게 상대할 수 있었다.

몇 번의 경험이 쌓이자 더 이상 놈들은 두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생명체의 목숨을 끊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이제 그런 감정도 무뎌져만 갔다.

상대적으로 높은 등급에 있는 무공의 효용을 확인한 그는 다시 한 번 천마신공을 떠올렸다.

등급 외에 놓인 무공.

그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놈들이 나타나더라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천마신공의 성취를 올리는 게 쉽지 않다는 건데.'

여전히 두려움이 남아 있는 무공이었다. 잘못하면 다른 사람들처럼 주화입마에 걸려서 허무하게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양날의 검이었다.

보검을 손에 쥐고도 쉽게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 사실이 씁쓸했지만, 희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상념을 떨쳐냈다.

"사, 살려…… 주세…… 요."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다.

그 소리에 주변을 둘러보자 창백해진 얼굴로 잘게 몸을 떨고 있는 사람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그 주변에는 이미 죽은 고블린이 몇 마리 널브러져 있었다.

'다른 놈들과 싸웠던 건가?'

아직 살아 있는 사람 근처에는 동료로 보이는 사람들 몇이 쓰러져 있었다.

그들은 이미 목숨을 잃었는지 그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생각보다 고블린들의 수가 더 많았을 거라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남은 사람이 문제였다.

그는 간절한 눈으로 강준우를 바라봤다.

살기를 바라는 눈빛이었지만, 그의 상태는 회복시킬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멀쩡한 곳이 없었다. 사지는 이미 피투성이가 된 채로 움직이지 못 했고, 배에도 커다란 상처가 남아 있었다.

아무리 힐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상태를 호전시킬 수 없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지금은 힐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무공만 익힌 그로서는 그를 가만히 지켜보는 게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으으윽."

고통스러워하는 사내의 모습.

가만히 그를 지켜보던 강준우는 마음을 굳히며 고블린에게 꽂혀 있던 무기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쓰러진 사내를 향해 다가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통을 줄어주는 것 밖에 없을 것 같네요."

"흐윽."

스스로도 이미 가망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강준우의 말에 이름 모를 사내는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내 결정을 내렸는지 그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부탁…… 끄윽. 합니다."

"……."

가망이 없었다. 고통보다는 깔끔하게 죽는 것을 원한 사내의 말에 강준우는 그대로 검을 꽂아 넣었다.

손끝에 남은 이질적인 감각들.

일전에 쓰러뜨린 사람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남은 포인트를 강탈합니다. 5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죽음을 알리는 소리에 깊은 한숨을 내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적응이 안 되네. 이런…… 더러운 느낌은."

쓰러진 사람을 확인한 그는 가벼운 묵념으로 그의 명복을 빌었다. 그리고 사용한 무기를 회수하며 남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35포인트라.'

생각보다 쓰러진 사람이 가지고 있는 포인트가 많았다.

그가 가지고 있던 무공은 얻을 수 없었지만, 이렇게 포인트라도 얻게 된 것만으로도 큰 성과였다.

포인트를 확인한 그는 삼재심법의 성취를 높였다.

따로 운공을 통하거나 계속되는 사용으로 성취를 높여야했지만, 포인트를 이용해서 3성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내공심법의 성취가 올라가면 곧장 내상이 치유되고 기운이 차올랐던 기억을 떠올렸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소진한 내공을 빠르게 회복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미 2성으로 성취가 오른 삼재심법은 더 많은 포인트가 필요했다.

1포인트에 10%가 올랐던 전과 다르게 8%만 올랐다.

'어쩔 수 없나?'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포인트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차피 얻은 포인트도 많았기 때문에 13포인트를 사용한 그는 삼재심법의 성취를 3성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3성으로 올라선 삼재심법.

그 영향으로 천마신공도 8.3%의 숙련도를 얻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회복된 내공이었다.

생각했던 것처럼 효과가 있었다. 이렇게 내공을 회복할 수만 있다면 위급한 상황에서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심법이 3성으로 올라서면서 심법에 대한 안정성과 이해도가 더 높아졌다는 게 중요했다. 삼재심법의 성취가 올라갈수록 천마신공을 사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극적으로는 천마신공을 자유자재로 써야겠지?'

중요한 것은 천마신공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무공을 익히더라도 그것을 능가할 무공이 많지는 않았다.

마음을 다잡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그 순간 또 다른 자들이 그를 찾았다.

"괜찮은 겁니까? 비명이 들리던데."

그가 있는 곳에 나타난 자들은 그와 비슷한 목적을 가진 자들인 것 같았다.

도움을 주려는 듯이 묻고 있었지만, 정작 주변을 살피는 그들의 얼굴에는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빠르게 주변을 훑는 그 모습.

그곳에 나타난 자들은 그와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권우철이었던가?'

처음 함께 움직이자고 제안했던 사람들이었다.

권우철을 비롯한 김연희와 정민국이 처음 보는 두 사람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 역시 강준우를 알아봤다.

뒤늦게 안도하는 것 같았지만, 이미 죽은 두 사람의 모습을 확인한 그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었더군요."

"아, 일행이 아니었나요?"

"이제 막 도착했어요. 남은 고블린 한 마리를 처리했지만…… 너무 늦었죠."

"그, 그렇군요."

"……."

호의를 가지고 온 것인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온 것인지 확실히 파악할 수 없었다.

아무리 안면이 있고 그들의 도운 적이 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저들을 완전히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상대를 쓰러뜨리면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강준우였기 때문에 더욱 불안했다.

이 사실을 혼자만 알고 있으리라는 법도 없었다.

그들을 경계하는 강준우의 모습에 권우철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혼자인 겁니까?"

"그건 왜 묻는 거죠?"

"아니요. 위험할 것 같아서요."

"……."

"괜찮으시다면 우리와 함께 움직이시는 건……"

"크흠."

그가 호의를 보이며 의중을 물었지만, 모두의 생각은 아닌 것 같았다.

정민국은 헛기침을 내뱉으며 그의 말을 막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도망간 사람들이 더 있는 것 같은데?"

"도망간 사람이라니?"

"두 명만 쓰러져 있잖아. 이런 곳에 고작 둘로 움직이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까. 저 사람만 제외하고."

그의 유추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준우가 조금 특별하게 행동했지만, 그를 제외하고 소수로 움직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어쩌면 고블린 놈들에게 쫓기고 있을 지도 모르지. 빨리 찾아보는 게 좋지 않겠어?"

"그, 그래."

뒤늦게 정민국의 말에 동의했지만, 권우철은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강준우와 함께 한다면 그들의 안전이 더욱 높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정민국은 내켜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럼 다음에 다시 보죠."

"그러시죠."

"조심하세요! 아무래도 혼자는 더 위험할 테니까."

김연희가 걱정하듯 말했다. 하지만 강준우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남은 사람을 찾기 위해서 분주히 움직였다.

강준우를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들과 반대되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민국이라. 좋은 느낌은 아닌데.'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그의 눈빛에서 적의가 느껴졌다.

그가 예민하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처음부터 불만이 많았던 사람이 바로 정민국이었다.

"뭐, 어차피 엮일 일은 없겠지."

상념을 떨쳐낸 그는 주변에 있을 지도 모를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섰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포인트를 얻을 또 다른 기회일 지도 몰랐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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