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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15화 (15/254)

제 15화

<새로운 임무>

그 역시도 주변을 둘러봤지만, 남은 고블린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아마도 도망을 갔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은 반대쪽으로 움직인 것 같았다. 좋은 기회를 놓쳤지만, 그렇다고 아쉬워할 이유는 없었다.

주변에는 널리고 널린 게 고블린이었다.

문제는 쉬운 놈들이 없다는 점이었지만.

대부분의 고블린들이 무리를 이루며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정찰조처럼 서너 마리, 많게는 열 마리 단위로 움직이고 있었고, 점점 위로 올라갈수록 놈들과 마주치는 상황이 빈번해졌다.

푸욱.

마지막으로 쓰러진 놈의 가슴에 검을 꽂아 넣은 강준우는 그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더 이상 주변에 남은 놈들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그는 쉬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혹시라도 싸우는 소리를 듣고 다른 놈들이 찾아올 지도 몰랐다.

'이 근처 어딘가에 분명히 고블린 마을이 있을 것 같은데.'

점점 늘어나는 고블린 무리들.

확연히 늘어난 수에 멀지 않은 곳에 마을이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그만 돌아갈까?'

마을을 발견한다고 하더라도 혼자서는 놈들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근처에서 만나는 놈들도 그 수가 많다고 생각되면 최대한 놈들을 피하며 움직였던 강준우였다.

확실한 장소는 다른 사람들을 모아서 확인해도 괜찮을 것 같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가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았다.

결국에는 놈들과 싸워야만 했고, 그 상황을 대비해서 놈들의 구역을 염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조금 더 위로 움직이면서 안전한 장소를 찾은 그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휴식이 필요했고, 소진한 내공을 채울 필요가 있었다. 고요한 그곳은 잠깐이나마 쉴 수 있을만한 장소였다.

"후우."

거칠어진 호흡에 숨을 내뱉은 그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긴장이 풀리자 피곤함이 몰려 들었지만, 여기에서 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 임무에 실패하면 이런 식으로 도망가면서 버텨야 하나?'

혼자라면 충분히 몸을 숨길 수 있을 것도 같았다. 하지만 이곳에 고블린만 있으리라는 법은 없었다. 놈들보다 더 강한 놈들이 존재할 것 같았다.

그래도 이 산은 고블린들이 점령하고 있는 건지, 아직까지 다른 놈들은 만나지는 못 했다.

고블린보다 강한 놈들이 있다면 마주하거나 흔적이라도 발견해야 했지만, 몇몇 짐승을 스치듯 본 게 전부였다. 그 짐승들마저도 고블린의 사냥감인 것 같았다.

아직 다른 임무가 주어지지 않아서 마주치지 못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우선은 주변 지형을 살피고, 고블린이 모여 있는 곳을 찾기 위해서 산의 정산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그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자리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던 그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잠깐이나마 운기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심법을 익혔다지만, 따로 운기를 할 기회는 없었다.

그 자리에서 자세를 잡으며 내공에 정신을 집중하자, 잠들어 있던 기운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재심법이라.'

특수한 힘에 의해서 익힌 무공이었지만, 그가 의지를 불러일으키자 단전의 기운이 기맥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주 느리게 흘러가는 기운은 척추를 중심으로 커다란 원을 그리고 있었다.

문제는 그 속도였다. 기초적인 심법답게 작게나마 일주천을 하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았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운기를 할 수 없겠는데?'

그 단점을 파악하면서 힘겹게나마 일주천을 마쳤지만, 처음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만큼 효과가 크지 않았다. 3성의 삼재심법이었지만, 1성과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회복한 내공도 많지 않고, 속도도 느리고.'

확실히 삼재심법이 F등급에 등재되어 있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아쉬워한 그는 조심스럽게 천마신공을 떠올리며 기운을 움직였다.

잠들어 있던 내공이 그의 생각과 함께 다른 기맥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뭐지?'

천마신공은 삼재심법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경로를 가지고 있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혈 자리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내공이 신기했지만, 그 움직임과 필요한 내공의 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난해했다.

'괜히 천마신공이 아닌가?'

이런 기운을 곧바로 사용하려고 했으니, 제대로 된 힘을 내지 못 하고 자멸한 것 같았다.

비단, 천마신공뿐만 아니라 높은 등급에 있는 무공들 역시 비슷했다.

[심법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합니다. 불안정한 운기로 내기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경종을 울리는 소리에 그는 운기를 멈췄다.

부족한 심법의 이해도로 운기 자체가 불안했다.

'심법에 대한 이해도라.'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별 탈이 없다는 점이었다. 뛰어난 심법답게 원하는 때에 운기를 멈출 수 있었다.

기운의 움직임이 빠르고 자연스러운 것이 천마신공의 뛰어난 점인 것 같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난해하다는 점이었다.

'제대로 된 운기도 할 수 없다면 성취를 어떻게 올리라는 거지?'

아쉬운 마음을 떨쳐낼 수 없었다. 하지만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심법에 대한 이해도라는 말은 삼재심법의 성취를 올리면서 들은 기억이 있었다.

'삼재심법 성취가 높아지면서 안정성과 이해도가 올랐다고 했었지?'

우선 삼재심법의 성취를 올리는 게 먼저인 것 같았다.

생각을 정리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진한 내공을 모두 회복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조금 더 움직이면 찾을 수 있겠지?"

마음을 다잡은 그는 다시 산의 정상으로 향했다.

근처에 많았던 고블린을 피해서 조금 더 산 깊숙한 곳으로 들어섰기 때문인지 그 많던 고블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놈들의 거주지를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움직이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크아아아!"

멀리서부터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고블린들의 소리이라는 것은 쉽게 파악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 함성의 크기였다.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큰 함성이었다.

'뭐, 뭐지? 이 함성은?'

그조차도 놀랄 정도의 박력이 느껴졌다.

이상함을 느낀 그는 곧장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산을 울릴 정도로 들려오는 대단한 소리쪽으로 한참 걸어가자 숨겨져 있던 고블린의 거주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 저기는?"

산 정상과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내려다보자 고블린들의 소굴이 보였다.

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주 오래 전에나 만들어졌을 법한 움집이 빼곡히 들어찬 곳이었다.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을.

그 공터에는 수많은 고블린이 집결해 있었다.

100마리는 가뿐하게 넘을 정도로 많은 놈들이 무기를 쥔 채, 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저 정도면…… 완전 군대잖아?"

살아남은 사람들에 비해서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개중에 싸울 수 있는 사람들보다 많은 것은 분명했다.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뒤에서 구경만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상황에서 저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저 정도 규모가 움직인다면……'

산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게 분명했다.

도저히 대적할 엄두가 나지 않는 규모였다. 문제는 그렇게 모인 놈들이 밖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마도 밖에 있는 사람들의 존재를 인지한 것 같았다.

마치 출정식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무리를 이끄는 놈을 따라서 100여 마리의 고블린이 움직이고 있었다.

"크아아아!"

다시 한 번 내지르는 괴성에 산이 울렸다.

이 산의 주인이 자신들이라는 것을 알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저놈들을 토벌하고, 거주지를 확보하라고? 씨발! 완전 불가능한 일이잖아!'

그래도 가능할 만한 일을 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모인 놈들의 규모를 봐서는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사기가 드높은 놈들의 함성에 절로 기가 죽었다.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저 많은 놈들을 쓰러뜨리고 거주지를 만들라는 말 자체는 그냥 죽으라는 것과 다름없었다.

모두의 힘을 하나로 모은다면 가능할 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피해가 있을 것은 분명했다.

'문제는 모두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없다는 거겠지?'

밤이 되기 전까지 저들을 쓰러뜨려야만 했다.

강준우는 그 자리에 서서 고블린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딱히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다른 방법이 생각난다고 하더라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계속 그 모습을 지켜보자 고블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열한 100여 마리의 고블린이 밖으로 향하는 모습에 절로 몸이 움츠려들었다.

문제는 놈들이 그들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차라리 잘 된 건가? 죽기 싫다면 뒤에 있던 사람들도 마냥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겠지.'

저 정도의 병력이 아무런 이유 없이 나설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준우는 순간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흐음."

꽤나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을 떠올리는 것과 직접 행동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다.

"미친 거지! 혼자서 적진에 뛰어들려고 하다니!"

가만히 뇌까리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방법은 이것 밖에 없었다.

그가 생각한 것은 이 기회에 적진으로 직접 쳐들어가는 것이었다.

흔히 말하는 빈집털이였다.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놈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을 노릴 생각이었다.

당연히 위험했다. 마을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의 모든 고블린이 밖으로 나간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고블린이 밖으로 움직였지만, 일부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남아 있었다.

강준우는 그 빈틈을 노릴 생각이었다.

스스로도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저놈들의 거주지를 차지하면…… 3일간 보호를 받는다고 했지?'

중요한 것은 거주지를 차지하고 얻게 될 전체 보상이었다. 3일이라는 시간을 벌게 된다면 놈들을 막아낼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안전지대가 만들어지면 밖으로 나간 놈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게 중요했다. 밖으로 나간 주력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놈들을 사냥할 수 있었다.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강준우는 마음을 다잡았지만, 그렇다고 그 일이 쉽다는 것은 아니었다. 무모하다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여차하면 도망가면 되겠지.'

마을에 남아 있는 고블린들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놈들일 수밖에 없었다.

암컷이거나 성인이 되지 못한 어린 고블린들.

거리가 있었던 만큼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덩치가 더 작은 놈들은 어린 고블린일 가능성이 높았다.

밖에 있는 놈들보다 그런 놈들을 상대하는 게 더 수월할 거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아직 사용하지 않은 포인트가 남아 있었다. 여의치 않으면 남은 포인트를 사용할 생각이었다.

'심법의 성취를 올린다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야.'

마음을 추스른 그는 아래로 내려갔다.

이 기회를 그냥 버리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상황을 지켜보다가 밖으로 나온 놈을 상대하느니 마을에 남은 어린놈들을 상대하는 게 나으리라는 판단이었다.

***

산을 내려오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소란이 일어난다면 밖으로 나갔던 그 많은 고블린을 다시 불러들일 지도 몰랐다. 그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최대한 조심히 움직였고, 결국 고블린 마을과 마주했다.

마을 주변은 나무로 된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었다.

침입자를 막아낸다는 용도보다는 그저 마을과 밖의 경계를 나누는 역할을 하는 게 전부인 것 같았다.

자세를 낮춘 그는 조심스럽게 안을 살폈다.

혹시라도 안에 있는 놈들이 그를 발견할 지도 몰랐기 때문에 최대한 주의를 기울였다.

'이제 들어가도 되려나?'

지금쯤이면 밖으로 나간 놈들도 상당히 먼 거리를 움직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놈들이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어야만 했다.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던 그는 울타리를 넘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으로 들어섰지만, 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빈집털이.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놈들이 다시 돌아오기 전에 최대한 많은 포인트를 확보해야만 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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