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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17화 (17/254)

제 17화

<빈집털이>

생각했던 것보다 결과는 좋았다.

문제는 입안에 퍼지는 비릿한 혈향이었다.

역한 피가 입에 가득 차자, 그는 이를 악물었다. 무리하게 움직이는 과정에서 내상을 입은 것이다. 힘을 쥐어짜며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남은 놈들은 더욱 강한 흉성을 드러냈다.

"크아아!"

세 마리의 동료가 그에게 목숨을 잃자, 흥분한 놈들이 움집으로 뛰어들었다.

입구가 비좁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콰직.

약한 벽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조금 전에 고블린 워리어가 내지른 포효는 명령인 것 같았다. 놈들이 동시에 공격을 하려는 듯이 움직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준우는 남은 포인트를 확인하며 삼재심법의 성취를 올렸다.

4성으로 올라선 삼재심법.

순식간에 내상이 치유되고 부족했던 내공이 채워졌다. 다행히 그가 생각했던 꼼수가 통했다.

성취가 오르면서 포인트로 올리는 수치가 전보다 더 줄어들었다. 이제는 1포인트에 6%만 올릴 수 있었지만, 남은 포인트는 아직 충분했다. 몇 놈을 더 잡으면 5성까지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기까지는 계획대로야.'

그는 이 상황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었다.

심법이 오르면서 달라지는 몸 상태를 적극 활용했다. 알 수 없는 시스템의 작은 허점 같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놈들의 수를 줄이는 게 중요했다.

가장 걱정이 되는 놈은 고블린 워리어였다. 이제 한 마리만 남았지만, 다수가 공격하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었다.

'최대한 변수를 줄이자.'

마음을 다잡은 그는 쓰러진 고블린 워리어의 가슴에 박힌 철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남은 고블린 워리어를 향해 달려들었다.

"캬아악!"

위협적인 소리를 내질렀지만, 이제는 고블린 워리어도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쉬이익. 채앵.

서로의 검이 부딪쳤지만, 오히려 고블린 워리어가 밀려났다.

비슷했던 힘의 균형이 깨졌다. 1성의 차이가 확실히 대단한 것 같았다.

밀리는 놈의 모습에 그는 더욱 힘을 끌어 올리며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캬아아!"

다른 고블린이 밀리는 놈을 돕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강준우는 놈의 공격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동료의 개입에 안도하는 듯한 고블린 워리어를 향해 더욱 힘을 쏟았다.

서걱. 촤아악.

등 뒤를 잡은 고블린의 단검이 연신 그의 몸을 베어냈다. 하지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없었다. 오히려 놈의 개입과 함께 기회를 얻은 강준우는 앞에 있는 고블린 워리어의 목에 검을 찔러 넣었다.

[고블린 워리어를 처치했습니다. 1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후우. 너무 무식했나?"

다행히 고블린 워리어를 쓰러뜨릴 수 있었지만, 그의 옆구리가 붉어졌다.

최대한 철포삼에 힘을 더하며 놈의 검을 받아냈다지만, 맨몸으로는 무리가 있었다.

옆구리뿐만 아니라 등에서도 고통이 느껴졌다. 아릿한 고통을 뒤로한 그는 놀란 듯 부릅뜬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고블린을 향했다.

그 눈빛에 놀란 고블린이 뒤로 물러났다.

겁을 집어 먹은 것 같았다. 맨몸으로 공격을 받아냈지만, 작은 생채기를 낸 것이 전부였다. 당연히 그들의 눈에는 강준우가 괴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저놈들도 겁을 집어 먹는다고?'

생소한 모습이었지만, 그에게 나쁠 것은 없었다.

"하압!"

크게 소리친 그는 화들짝 놀라는 고블린에게 달려들며 검을 휘둘렀다.

터엉. 촤아악.

"끼아악!"

"끼이이아!"

이미 전의를 상실한 놈들을 상대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일방적인 학살로 남은 여섯 놈들을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싸움은 기세라더니!"

상처를 입었다지만, 수월하게 놈들을 처리했다는 사실에 만족할 수 있었다.

들어선 놈들이 모두 쓰러지자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상처를 입은 곳이 아려왔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밖에 있는 고블린들을 처리하고 이곳을 차지하는 게 먼저였다.

'동료라도 만들 걸 그랬나?'

뒤늦게 후회가 됐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밖으로 나간 고블린들이 돌아오기 전에 상황을 끝내야만 했다. 안에서 밖을 살피자, 몇몇 고블린들이 그가 있는 곳을 견제하는 것 같았다.

그런 그의 눈에 다른 고블린들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저놈들은?'

어린 고블린들이었다.

덩치가 작은 놈들이 성인 고블린의 손에 이끌려서 한 곳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고블린 마을 중심에 있는 가장 큰 집이었다. 허접하게 지은 움집이 아니라, 굵은 통나무로 만든 나무집이었다.

어린 고블린들은 물론이고, 암컷들도 그곳으로 집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외부의 침입에 맞서서 몸을 피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강준우의 눈에는 손쉬운 포인트로 느껴졌다.

별다른 힘을 내지 못 하는 암컷과 어린 고블린들.

밖에는 무기를 든 놈들이 존재했지만, 지금 상태로는 충분히 놈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여차하면 성취를 더 올리면 되겠지.'

마음을 정한 그는 널브러진 무기를 손에 쥐며 밖으로 나갈 타이밍을 엿봤다.

모두가 이곳을 주시하고 있는 지금, 무작정 밖으로 나가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 좋은 수단이 가득 들어왔다.

***

콰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한 인형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대기하고 있던 고블린들은 그 인형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푸욱. 뻐억.

여러 종류의 무기가 튀어나온 인형을 공격했지만, 공격한 자들과 튀어나온 자의 형태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크륵?"

이미 죽은 고블린의 시체를 공격한 놈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하지만 그런 표정도 계속 이어질 수 없었다.

촤아악.

옆에 서 튀어 오른 핏물이 놀란 고블린의 얼굴을 적셨다. 그 이질감에 시선을 돌리자, 핏물을 머금은 검신이 가까워졌다.

서걱.

다시 한 번 고블린을 처리한 강준우는 당황한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마을에 남은 고블린의 수가 많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고블린 워리어는 조금 전에 상대한 놈들이 전부인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곳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것 같았다.

일반적인 고블린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강준우는 증진된 내공으로 무기를 쥔 놈들을 쓰러뜨렸다. 그가 손을 뻗을 때마다 피가 튀었다. 날아드는 공격은 적절히 받아내며 놈들의 목숨을 끊자, 놈들이 추풍낙엽처럼 쓸려 나갔다.

철포삼과 철사장의 위력은 남은 고블린에게 재앙이었다.

"끼이아아!"

"끼아아악!"

위급함을 느낀 놈들의 외침이 점점 커져만 갔다.

누군가를 부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밖으로 나간 놈들에게 이런 식으로 상황을 전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100여 마리의 고블린이 다시 돌아온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힘을 아끼지 않았다. 가진 내공을 끌어 올리며 놈들 사이를 누볐고, 점점 숙련된 움직임과 함께 고블린들이 쓰러져 나갔다.

처음에는 무기를 쥔 평범한 놈들도 상대하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달랐다.

고블린 워리어가 아니라면 큰 위협이 되는 놈들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강력한 공격이 날아들었다.

화르르르.

갑자기 날아드는 불덩이에 기겁한 그는 급히 보법을 밟으며 뒤로 물러났다.

콰아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그를 덮쳤다. 근처에서 터져나간 화염구가 일대를 불태웠다.

'뭐지?'

강한 공격의 정체는 화염계 마법이었다. 다급히 주변을 돌아보자, 다른 복장을 한 고블린이 눈에 띄었다.

'고블린 샤먼!'

홉고블린과 함께 나타났던 고블린 샤먼이 지팡이를 앞세우며 그를 노려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놈이 한 놈뿐이라는 점이었지만, 모여 있던 고블린들이 놈의 앞을 가로막았다는 점이 문제였다.

마냥 본능에 따라 움직일 줄 알았던 놈들이 나름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행동에 강준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마법을 바로바로 날릴 수는 없겠지?'

고심하던 그는 우선 앞을 가로막은 고블린들을 치우기로 마음먹었다.

날아오는 마법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면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곧장 보법을 밟으며 거리를 좁히자, 고블린들이 무기를 휘두르며 그의 움직임을 막아냈다. 하지만 이제 익숙해진 평범한 공격은 그를 위협할 수 없었다.

쉬이익.

허공을 가르는 놈의 공격에 팔을 뻗자 섬광이 번뜩였다.

고블린의 일그러진 표정과 함께 베인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한 마리를 처리하자, 남은 놈들이 움찔거렸다.

그러던 그때, 생각지도 못한 공격이 날아들었다.

콰앙.

묵직한 공격이 그의 어깨를 때렸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날아든 공격에 옆을 돌아보자, 지팡이를 든 고블린 샤먼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한 놈이 더 있었나?'

직접적인 공격을 가하는 놈의 공격에 그는 튕겨져 나갔다.

예상하지 못한 마법의 힘은 생각보다 강했다. 고블린 워리어가 휘두르는 둔기에 제대로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다행히 철포삼으로 그 힘을 줄일 수 있었지만, 옆으로 밀려난 그에게 강력한 공격이 날아들었다. 기회를 엿보던 고블린 샤먼이 다시 한 번 화염구를 날린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낼 수 있었지만, 스친 화염구가 바닥과 부딪치며 폭발했다.

콰앙. 화르르르.

터져 나가는 바닥과 함께 튕겨진 잔해가 그를 뒤덮었다. 생각지도 못한 피해에 놀란 강준우가 급히 보법을 밟으며 다시 거리를 벌렸다.

'크윽.'

물리적인 충격보다 속성 공격이 더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겨우 중심을 잡은 그는 이상함을 느꼈다.

다급하게 물러난 상황이었다.

고블린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였지만, 놈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나름 집요했던 놈들의 이상한 움직임에 그는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유추할 수 있었다.

'설마?'

그의 뒤로 커다란 나무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린 고블린들이 피신한 곳으로 근처를 지키던 고블린은 그를 막기 위해 포위를 한 상황이었다.

'저기에 피해가 갈까봐 쉽게 공격을 못 하는 건가?'

다른 고블린 샤먼도 눈치를 살폈다.

여차하면 공격을 감행할 기세였지만, 왠지 쉽게 움직이지 못 하는 모습이었다.

강준우는 조금 더 확실히 알아볼 생각으로 뒤에 있던 고블린을 향해 달려들었다.

놈들 역시 필사적으로 그를 막아냈지만,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힘없이 쓰러지는 그들의 모습에 고블린 샤먼이 강준우를 노렸다.

쉬이익. 콰앙.

예의 하얀 빛을 가진 구체가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미리 그 공격을 염두에 두고 있던 그는 오히려 그 충격을 발판삼아 움집과 가까워졌다.

그러자 고블린들이 당황하며 소리쳤다.

"끼이익!"

"끼아아!"

그들은 고블린 샤먼에게 소리쳤다. 항의를 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남은 놈들이 안절부절 하지 못 하며 소리를 높였고, 그 모습을 확인한 강준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새끼들을 지키겠다?"

놈들의 치명적인 약점을 확인한 그는 조금 더 거리를 좁힌 고블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계속 그 자리를 고수하면 마법을 피할 수 있겠지만, 그는 과감하게 움직였다.

달려드는 그의 행동에 고블린들이 더욱 흉흉한 기세를 뿜어냈다. 어린 고블린들을 지킨다는 생각에 놈들은 더 필사적이었다.

부우웅. 터엉.

날아오는 둔기를 쳐낸 강준우는 이전보다 더 강력해진 공격에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놈의 품을 파고들며 그대로 검을 찔러 넣었다.

축 늘어지는 고블린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졌지만, 그는 놈을 버리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예의 마법이 날아들었다. 파이어 볼과 매직 미사일이 그를 덮쳤고, 강준우는 고블린으로 앞을 가리며 그 공격을 받았다.

콰앙. 콰앙.

고블린을 앞세웠다지만, 그 충격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강준우는 강한 힘에 밀리며 튕겨져 나갔다. 거기에 화염구가 터지면서 강한 불길이 그를 뒤덮었다.

들고 있던 고블린은 물론이고, 그의 손에도 뜨거운 불길이 옮겨 붙었다. 하지만 그는 불길에 휩싸인 고블린을 놓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불타오르는 놈을 이끌며 어린 고블린들이 피해 있는 나무집으로 내달렸다.

"끼이아악!"

"끼아악!"

돌발적인 그의 행동에 남은 고블린들이 비명을 질렀다. 뒤늦게 강준우의 행동을 이해한 것이다.

강준우는 놈들의 비명에 환한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손에 잡힌 고블린을 나무집 위로 내던졌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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