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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18화 (18/254)

제 18화

<빈집털이>

화르르르.

커다란 나무 지붕 위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바짝 마른 나무가 활활 타오르자, 처절한 괴성이 울려 퍼졌다.

안에 있던 고블린들이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끼아아악!"

"끼아악!"

안에 있는 고블린들뿐만 아니라 밖에 있는 놈들도 난리였다.

우왕좌왕하며 불길을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가만히 보고 있을 강준우가 아니었다.

퍼엉. 퍼엉.

불길을 잡으려고 달려드는 놈들은 그의 철사장에 튕겨져 나갔다.

화상을 입은 손에서 고통이 전해졌지만, 지금은 그것을 염두에 둘 겨를이 없었다.

[어린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1포인트 획득하였습니다.]

[어린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1포인트 획득하였습니다.]

[어린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1포인트 획득하였습니다.]

알림음이 미친듯이 들려왔다.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아 오른 불길과 함께 알아들을 수도 없을 정도로 계속되는 소리가 그를 일깨웠다.

'뭐, 뭐야? 이렇게도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거였어?'

[어린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1포인트 획득하였습니다.]

[어린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1포인트 획득하였습니다.]

[고블린 워리어를 처치했습니다. 1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고블린 샤먼 처치했습니다. 1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어린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1포인트 획득하였습니다.]

고블린이 살고 있는 마을이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매캐한 누린내가 주변을 가득 채웠고, 처절한 비명은 끔찍한 상황을 대신했다.

그 와중에도 포인트를 얻었다는 사실을 계속 확인할 수 있었다.

"끼아아악!"

고블린들은 불길을 잡기 위해서 분주히 움직였다. 하지만 강준우는 놈들을 방해하면서 고블린들의 수를 줄여 나갔다.

서걱. 푸욱.

이성을 잃은 놈들은 반항을 할 힘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저 불길을 잡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정신이 나간 고블린들을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맹목적인 놈들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체력이 필요했다.

'후우. 후우.'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낸 내공에 그는 곧바로 삼재심법의 성취를 올렸다.

5성으로 올라간 삼재심법.

소진한 내공이 순식간에 회복됐다. 이제 포인트당 4%만 올라가는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포인트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불길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차오르는 포인트의 수가 더 많았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그의 입이 귀에 걸렸다. 하지만 최대한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아직까지 안에 있는 놈들보다 밖에 있는 놈들이 위협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나 고블린 샤먼은 여전히 힘겨운 놈이었다. 광분한 고블린들을 바라보던 그는 개중에 샤먼을 찾았다.

그놈 역시 다른 고블린들과 다르지 않았다.

다급하게 물 속성 마법을 사용하면서 불길을 잡으려고 했고, 강준우는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에게 매직 미사일을 날렸던 놈이었다. 화염 마법을 썼던 놈은 불을 끄는데 필요한 마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캬아악!"

빠르게 달려오는 강준우의 모습을 발견했는지 놈이 당황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근처에 놈을 도와줄 고블린이 남아 있지 않았다. 모두가 불을 끄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살기가 가득한 그의 모습에 고블린 샤먼은 만들어낸 마법을 날렸다.

그를 노리며 날아든 아쿠아 볼이 날아들었지만, 강준우는 어렵지 않게 놈의 공격을 피해냈다.

콰과광.

부딪친 마법에 바닥이 패여 나갔다. 바로 옆에서 터져 나가는 아쿠아 볼에 졸지에 물을 뒤집어 써야 했다.

'이 정도였으면 불을 끌 수도 있었겠는데?'

알림음이 그칠 때까지 불은 계속 유지돼야만 했다.

그는 내공을 더욱 끌어 올리며 바닥을 박찼다. 삼재보법을 운용하며 힘을 폭발시키자 주변의 풍광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순식간에 고블린 샤먼의 앞에 나타난 그는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서걱.

사선으로 잘린 고블린 샤먼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육체적인 능력은 오히려 평범한 고블린보다 못 미치는 느낌이었다. 상당히 민첩하게 움직이던 고블린과 다르게 둔한 샤먼은 너무나 쉽게 쓰러졌다.

[고블린 샤먼 처치했습니다. 1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어린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1포인트 획득하였습니다.]

예의 알림음이 놈의 죽음을 알려왔다.

불타는 나무집에서는 계속해서 고블린들이 죽어 나갔다. 안에 힘이 있는 놈들이 있는 것 같았지만, 쉽게 나오지 못 하고 있었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 나쁠 것은 없었다.

놈들의 탈출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강준우에게는 유리했다. 끊임없이 올라가는 포인트에 그는 다른 고블린을 향해 달려들었다.

푸욱. 푸욱.

검을 휘두를 때마다 남은 놈들이 쓰러졌다.

문제는 그 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었다.

'이 새끼들은 어디에 숨어있었던 거야?'

마을에 남아있던 고블린이 모두 튀어나온 것 같았다.

그만큼 놈들은 어린 고블린과 암컷을 중요하게 여겼고, 강준우는 그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는 활활 타오르는 커다란 나무 집으로 향하는 놈들의 숨통을 끊어 놨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길은 커져만 갔고, 놈들의 얼굴에 절망의 감정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런 시간도 길지 않았다.

이제 막 불길이 옮겨 붙은 거대한 나무 집의 문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끼이이익.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안에 있던 놈들이 나오려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강준우가 아니었다.

문이 열리고 살길이 만들어진다면 상황이 불리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만들 수는 없지!"

나무로 된 거대한 문이 들썩거리자 그는 그 앞을 가로막으며 내공을 끌어올렸다.

최대한 힘을 끌어 올리며 문을 가로자, 고통스러워하는 비명과 함께 문이 흔들렸다.

"끼아아아!"

막은 문을 통해서 뒤에 있는 놈들의 발광이 고스란히 전해지자, 그는 힘을 아끼지 않았다.

'끄으윽. 뭐야? 어디서 이런 힘이!'

불타오르는 건물 안이었지만, 느껴지는 힘이 보통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고블린이 이곳으로 몰린 것 같았다. 위기를 느낀 그는 곧장 천마신공의 힘을 끌어 올렸다.

쿠웅.

들썩이던 문이 다시 닫혔다.

확실히 천마신공이 더 강한 힘을 뽑아낼 수 있었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내공을 쏟아내는 시간이 지속되자, 그의 코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점점 양이 많아지는 코피에 강준우는 다시 심법의 성취를 높였다.

포인트당 효율은 더 낮아졌다. 2%로 떨어진 효율에 50포인트가 필요했지만, 이미 충분한 포인트를 모은 이후였다.

6성으로 올라선 삼재심법.

내상이 회복되고 줄어든 내공이 단전을 가득 채웠다. 전보다 강한 내공의 힘으로 들썩이는 문을 계속해서 막아내자 처절한 괴성이 들려왔다.

"끄아아아!"

[천마신공의 공능이 부족장의 마력을 이겨냅니다.]

'부, 부족장?'

피어가 담긴 외침이었다. 다행히 천마신공의 힘으로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뒤늦게 상대하고 있는 자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당연한 말이었지만, 부족장이라면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이런 놈이 마을에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직접 마주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지만, 뜯겨져 나가는 문짝과 함께 그런 상황도 깨져나갔다.

콰앙. 콰앙.

결국 문을 열지 못한 놈은 우악스러운 손길로 문짝을 부수기 시작했다.

불길이 옮겨 붙은 문짝은 힘없이 뜯겨져 나갔고, 문이 열리자 안에서부터 뜨거운 열기가 새어나왔다.

'흐읍.'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력한 열기였다. 그런 불길 속에서 온전히 서 있는 고블린은 없었다.

그나마 멀쩡하다고 여겨지는 놈은 부족장이라는 놈 하나였지만, 놈의 상태도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쿠아아아!"

활로를 연 부족장은 크게 소리쳤다.

예의 피어가 다시 주변으로 퍼져나갔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슬픔이었다. 그 소리에 반응하며 주변의 고블린들이 비슷한 괴성을 내질렀다.

'뭔가 잘못 된 것 같은데?'

왠지 모를 섬뜩함에 그는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앞에 있는 부족장을 바라봤다.

부족장만이 유일하게 서서 밖으로 걸어 나왔다.

활로를 열었지만, 빠져나올 수 있는 고블린이 없었다. 어린 고블린들은 물론이고 암컷들도 모두 목숨을 잃은 것 같았다. 온전히 서 있는 놈이 없었다.

그렇다고 부족장도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시뻘겋게 익은 피부의 일부가 녹아내린 상태였다. 지독한 열기 속에서 살아남은 게 용하게 느껴졌지만, 놈의 모습을 살피던 강준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 암컷이었어?"

부족장이라는 고블린은 암컷이었다.

고블린 워리어와 비슷한 키를 가지고 있었지만, 덩치는 놈들을 압도했다.

흔한 동네 헬스장의 관장처럼 놈은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커다란 가슴이 아니었다면 도저히 암컷으로 볼 수 없을 정도의 덩치였다.

'저건 고블린이 아니라…… 오크잖아?'

아직 오크를 만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붉게 충혈된 부족장의 시선이 강준우에게로 향했다. 이런 참사를 만들어낸 원흉이 바로 앞에 있었다.

광분한 놈은 시뻘겋게 달아 오른 무기를 꺼내들었다.

넓은 도신을 가진 도였다. 안에 있던 열기를 가득 머금었는지 도 전체가 붉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치이익.

부족장은 뜨거운 도를 쥔 채로 강준우를 노려봤다.

흉흉한 그 기세에 강준우는 절로 마른침을 삼켰다. 엄청난 고통이 있을 게 분명했지만, 놈은 그 고통을 잊을 정도로 분노했다.

부족의 어린 고블린들을 전부 태워 죽인 놈이 바로 앞에 있었다. 지금 느끼는 고통은 고통도 아니었다.

부우웅. 콰직.

참지 못한 놈은 그대로 도를 휘둘렀다.

그대로 몸을 쪼갤 듯이 내리 꽂히는 일격에 강준우는 급히 거리를 벌렸다. 바닥에 처박힌 거대한 도를 완전히 피해냈지만, 그가 물러난 곳으로 바람이 일었다.

그만큼 부족장이 휘두른 도에는 어마어마한 힘이 실려 있었다.

'이건 스쳐도 사망이겠는데?'

이를 악문 그는 곧장 부족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대로 검을 내질렀지만, 부족장은 팔을 뻗어서 그의 검을 잡아챘다.

푸욱.

날이 선 검신이 부족장의 팔을 베어냈다. 하지만 부족장은 개의치 않으며 손을 뻗었다.

살을 내어주며 뼈를 취할 생각인 것 같았다.

무거운 도로는 강준우를 잡을 수 없다는 생각에 피해를 마다하지 않았지만, 마냥 당하고 있을 그가 아니었다.

그는 검을 놓으며 품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내공을 끌어 올리며 철사장으로 부족장의 가슴을 후려쳤다.

콰앙.

'됐다!'

강한 반발력이 느껴졌지만, 공격이 제대로 먹힌 것 같았다. 하지만 부족장은 그의 공격을 견뎠다.

"미친!"

부족장은 오히려 품으로 들어온 강준우를 끌어안으려고 팔을 모았다.

그대로 눌러 죽이려는 듯한 기세에 그는 다시 한 번 철사장을 날렸다. 천마신공의 힘이 가득 담긴 장력이었다.

콰앙.

전과 다르게 더 큰 굉음이 터져 나왔지만, 부족장을 쓰러뜨릴 수는 없었다.

고작 뒤로 물러나게 만든 게 최선이었다.

지금까지 상대한 놈들 중에서는 가장 강한 놈이 분명했다.

홉고블린을 상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힘을 쏟았지만, 고작 밀어내는 게 전부였다.

'이대로는 힘들어.'

본능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천마신공의 힘으로도 쓰러뜨릴 수 없었지만, 이대로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강준우는 밀려난 부족장을 향해 뛰어들었다.

"쿠아아아!"

부족장이 내뱉은 피어에는 강한 마력이 섞였다. 하지만 천마신공의 공능은 그 마력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멀쩡한 그 모습에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부족장은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

달려드는 강준우를 후려칠 생각이었다.

파앙.

공기가 터져나갔다. 거대한 주먹에는 강한 힘이 실려 있었다.

주먹질만으로 저런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강준우는 이미 부족장과 멀어진 이후였다.

처음부터 부족장에게 달려든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콰앙. 우지끈.

놈을 스쳐 지나간 그는 문짝이 뜯겨져 나간 문틀을 후려쳤다.

이미 불길에 휩싸인 문틀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부러졌고, 힘겹게 버티던 지붕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콰과과광.

밀려난 부족장이 무너진 잔해에 휩쓸렸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불붙은 나무를 받아낸 놈의 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고블린들의 부족장을 처치했습니다. 1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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