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23화 (23/254)

제 23화

<남은 고블린>

투욱.

가볍게 손이 닿은 것뿐이었지만, 장력에 적중당한 고블린은 새하얀 입김을 뿜어내며 무너져 내렸다.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1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이제는 따로 손을 쓰지 않아도 충분했다.

귀음신장만으로도 평범한 고블린을 처리할 수 있었고, 고블린 워리어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펼치는 기습은 그만큼 효과적이었다.

귀음심공은 그만큼 기습에 최적화 된 무공이었다. 이제 귀음신장을 펼치는 것도 점점 익숙해져만 갔다.

은밀하면서도 강력한 위력.

소진되는 내공이 다른 무공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지만, 지금까지 익혔던 다른 무공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파괴력도 파괴력이었지만, 상대를 잠깐이나마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한기에 노출되며 경직된 상대에게 제대로 된 마무리를 지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후우."

마저 고블린들을 처리한 그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따로 귀음심공을 올리면서 내기를 회복시킨 그는 귀음심공의 성취를 3성까지 올리면서 꽤나 많은 고블린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오히려 고블린을 잡으면서 귀음심공을 올리기 위해서 사용한 포인트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획득했다.

'이런 상황만 계속 이어진다면 족장이라는 놈도 어렵지 않겠는데.'

아직까지 족장이라는 놈과 마주하지 않았다.

운이 좋았는지 고블린 워리어와 샤먼하고만 부딪쳤을 뿐이었다.

가장 쉬운 상대는 고블린 샤먼이었다. 마법을 펼치지 전에 기습으로 놈을 잡는다면 일반적인 고블린보다 고블린 샤먼이 더 상대하기 쉬웠다.

강준우는 조금씩, 확실하게 고블린의 수를 줄여나갔다.

물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었지만, 지금의 그로서는 그 일을 막아낼 힘이 없었다.

"마, 마법!"

"시간이 없어! 도망가야 해!"

"내, 내가 시간을 끌어볼 게."

"…… 조심해."

호흡을 고르던 그는 근처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미간을 찌푸렸다.

조금씩 놈들의 수를 줄이면서 놈들이 모여 있는 곳을 찾다보니, 도망가는 사람들과 가까워진 것 같았다.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소리에 강준우는 조심스럽게 소리가 나는 곳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다급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크아아!"

크게 포효하는 고블린.

그 소리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홉고블린?'

홉고블린의 마력에 저항하는 천마신공의 공능으로 상대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의도적으로 피했던 놈이었다.

되도록이면 두어 번의 공격으로 처리할 수 있는 놈들 위주로 상대했던 그였지만, 지금은 마냥 지켜볼 수 없었다.

'놈도 꽤나 지친 것 같은데.'

물러나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서며 그들을 가로막았다.

그는 도를 쥔 채로 홉고블린을 막아서는 사내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놈의 피어에 경직된 사람들을 대신해서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다급하게 매직 미사일을 날리며 홉고블린을 경계했다.

터엉.

움직임을 멈춘 사내에게 다가가려던 홉고블린은 날아드는 공격을 쳐냈다.

커다란 몽둥이고 마법을 받아냈지만, 그 사이 앞을 가로막은 남자의 몸이 풀렸다.

홉고블린은 그런 그를 향해 팔을 뻗었고 사내는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냈다. 바닥을 구르며 홉고블린의 마수를 피했지만. 놈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터엉.

그대로 사내를 뒤쫓으며 그대로 걷어차자, 물러나던 남자는 피를 뿌리며 튕겨져 나갔다.

기민한 움직임이었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준우는 확신할 수 있었다.

'확실히 평범한 움직임이 아니야.'

일전에 상대한 홉고블린도 그렇고, 앞에 있는 놈도 그렇고 범상치 않은 움직임을 내보였다.

마치 무공을 익힌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짧은 순간 기민한 움직임을 내보였다. 아마도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놈이라 순간적으로 몸에 마력을 싣는 것 같았다.

찬찬히 그 모습을 살펴봤지만, 마냥 지켜보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멀리서부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봐서 고블린들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놈들이 합류하기 전에 지친 듯한 홉고블린을 처리하는 게 좋았다.

어차피 살아남은 사람들도 족장이라는 놈과 싸우면서 힘이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이들을 돕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는 곧장 내기를 끌어 올렸다.

"크아아!"

승리를 확신한 홉고블린의 울부짖음에 튕겨져 나간 사내의 눈에 두려움이 일었다.

일행이 물러나는 동안 잠깐의 시간을 벌고 도망갈 생각이었지만, 생각보다 홉고블린의 힘이 더 대단했다.

이제는 움직일 힘도 없었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포효하는 놈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렇다고 뒤에 있는 자들이 도울 것 같지도 않았다.

나름 희생을 택했지만, 누구 하나 돕기 위한 시늉을 하는 놈들이 없었다.

새삼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개새끼들."

허탈해하며 낮게 뇌까린 그는 점점 가까워지는 홉고블린의 아가리를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사람을 산채로 씹어 먹던 놈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곧 다가올 고통에 대비하며 몸을 잔뜩 움츠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놀란 듯한 일행들의 탄성이 그를 일깨웠다.

"아아!"

"가, 감사합니다!"

알 수 없는 외침에 눈을 뜨자, 잘게 떠는 홉고블린의 가슴에 검을 내지르는 한 사람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저, 저 사람은?'

강준우였다. 비록 난전 중이었다지만, 홉고블린을 쓰러뜨린 전적이 있는 그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정체를 확인한 사내의 표정이 밝아졌다. 어쩌면 살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푸욱.

섬뜩한 소리와 함께 홉고블린이 휘청거렸다. 어지간한 성인 남성과 비슷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놈의 일그러진 얼굴이 눈에 가득 들어왔지만, 강준우는 급히 뒤로 물러났다.

부우웅.

놈이 들고 있는 몽둥이가 그가 있던 자리를 휩쓸었다.

다행히 공격을 피해낼 수 있었지만, 강준우는 몇 번의 부딪침으로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확실히 달라!'

제대로 된 기습을 감행했지만, 홉고블린은 귀음신장의 힘을 이겨냈다.

몸속으로 파고드는 한기에 영향을 받기는 받았다. 하지만 놈은 한기를 떨쳐내며 움직였고, 보법을 밟는 것처럼 기민한 움직임으로 몸을 비틀면서 치명상을 피해냈다.

그것도 모자라서 예리한 반격까지 해왔다.

이미 놈의 움직임을 예상한 강준우는 곧바로 공격을 피해냈지만, 만약 방심했더라면 그대로 머리통이 박살났을 정도로 위협적인 공격이었다.

허공에 휘둘러진 홉고블린의 몽둥이.

휘청거리는 놈을 확인한 강준우는 앞으로 걸음을 내디디며 팔을 뻗었다.

투욱.

"크헉!"

가볍게 뻗은 장력에 홉고블린이 헛바람을 내뱉었다.

새하얀 입김을 뿜어내는 놈이 몸을 떨었고, 경직된 그 틈에 강준우는 다시 한 번 검을 찔러 넣었다.

[홉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2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놈의 죽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

"후우."

거친 숨을 내쉰 그는 쓰러진 놈의 품에서 철검을 뽑아 들었다.

다행히 놈을 쓰러뜨릴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모한 내공이 생각보다 많았다.

'샤먼을 상대하는 게 가장 편하긴 한데.'

그나마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놈이라 더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처음 홉고블린과 상대했던 것을 생각하면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네. 뭐……"

"준태야. 괜찮아?"

"일어날 수 있어?"

"……."

뒤에서 지켜보던 일행들이 준태라는 자를 향해 다가왔다.

안전한 상황이 되자, 뒤늦게 달려오며 그의 안부를 물었지만, 정작 준태라는 사내는 마뜩찮은 표정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남은 사람들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그를 부축했다. 그리고 앞에 있는 강준우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고마운 뜻을 전했다.

"고마워요. 덕분에 준태가……"

"아닙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

겸양의 말을 건네는 강준우였지만, 그의 말투는 너무 딱딱했다.

따로 엮이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들은 그의 기분을 무시하며 말을 이어갔다.

"죄송한데. 혹시, 거주지라는 곳까지 함께 갈 수 있을까요?"

"……."

"보시다시피 부상자도 있고, 저희도 많이 지친 상태라서요."

정작 말을 꺼낸 사람도 염치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는지 말을 하면서도 쉽사리 눈을 마주치지 못 하고 있었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준우는 한쪽 방향을 가리켰다.

"이쪽으로 가면 불빛이 보일 겁니다. 그곳에 마을이 있을 거고요."

"거기까지만 함께……"

"미안합니다. 저도 누구를 보호할 정도의 힘은 없어서요."

"……."

말을 마친 그는 곧장 반대편으로 움직였다.

따로 붙잡을 시간도 없었다.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강준우의 모습에 남은 사람들은 아쉬워 할 수밖에 없었다.

"존나 냉정하네."

"…… 가자. 준태야. 걸을 수 있겠어?"

"끄윽. 혼자는 못 걸을 것 같아."

"가자. 우리가 부축해 줄 게."

검붉은 피를 게워내는 그 모습에 마법을 날리던 여자가 미안해하며 말을 꺼냈다.

함께 있던 자들도 어쩔 수 없이 그를 부축했지만, 그 시간이 길지만은 않았다.

"크와아아!"

커다란 괴성과 함께 그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노, 놈이야. 족장이라는 놈이야!"

"씨발!"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무언가에 놀란 그들은 준태라는 사내를 뒤로하고 미친 듯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가, 같이 가!"

졸지에 버림받은 그는 다급하게 일행들을 불렀지만, 이미 겁을 집어먹은 자들이 다시 돌아올 리 없었다.

"씨발! 개새끼들아!"

희생의 대가가 이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믿었던 일행들에게 너무나 쉽게 내버려졌다는 사실에 준태는 크게 울부짖었다.

그리고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본 강준우는 그들의 모습에 혀를 찼다.

'쯧쯧. 나보다 더 매몰찬 놈들이었잖아?'

추악한 그들의 모습에 깨달은 것이 적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가지기 무섭게 그들이 도망간 원인을 제공한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리를 이끌고 나타난 거대한 덩치.

부르카라고 불리는 고블린의 족장이었다. 거대한 도끼를 각각 양 손에 하나씩 든 채로 모습을 드러낸 놈이 겁에 질린 준태라는 사내를 바라봤다.

"흐으윽!"

잘게 흐느끼는 그는 바닥을 기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놈은 대뜸 도끼로 그를 내려찍었다.

쿠웅.

"끄아아! 씨발! 고블린 새끼!"

마치 그를 가지고 노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슬아슬하게 옆에 꽂히는 도끼날에 준태라는 남자가 크게 소리쳤다. 어차피 족장이라는 놈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에 울분을 토해냈지만, 그의 외침이 부르카라는 놈의 심기를 자극한 것 같았다.

쿠웅.

다시 한 번 도끼를 내리찍은 놈은 겁에 질린 사내의 목을 찍어냈다.

너무나 허무하게 죽어버린 그 모습이 아쉬웠는지 입맛을 다시던 놈은 죽은 그의 몸을 뜯어냈다.

어마어마한 힘으로 화풀이를 하는 그 모습이 보기 좋을 리 없었다.

멀리서 지켜보던 강준우는 놈의 행동에 절로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런 감정도 오래가지 못 했다.

'뭐, 뭐야?'

부르카라는 놈의 시선이 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어둠 속에서 몸을 숨긴 채 지켜보던 그의 존재를 감지한 것이다.

그저 고개만 돌아간 상황이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없었기 때문에 강준우는 숨죽인 채 더욱 몸을 사렸다.

'설마 들킨 건 아니겠지?'

거리가 거리인 만큼 들킨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별다른 소리를 내지도, 눈에 띌 만한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부르카의 행동에 그는 자신의 존재가 발각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양 손에 도끼를 쥔 놈은 그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아아!"

커다란 괴성과 함께 익숙한 소리가 상황을 알려왔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족장 부르카의 마력을 이겨냅니다.]

부르카의 피어가 그를 옥죄었다. 하지만 2성에 오른 천마신공은 그의 힘을 이겨냈다.

놈의 마력에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놈의 심기를 자극한 것 같았다.

빠르게 달려드는 부르카의 행동에 강준우는 이를 악물며 바닥을 박찼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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