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26화 (26/254)

제 26화

<족장 부르카>

[천마신공의 성취가 올랐습니다. 심법에 대한 이해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단전의 크기가 확장됩니다. 가진 내공의 총량이 증가합니다.]

[내공의 운용이 더 정교해집니다. 하위 마공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집니다.]

'됐다!'

힘겹게 일주천을 끝내자 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왠지 몸이 더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3시간 가까이 걸렸던 시간이 점점 더 줄어들었다. 운기를 반복하면서 내공이 흐르는 길을 어느 정도 외울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점점 길이 닦이고 운용이 익숙해지자 운공의 시간이 단축됐고, 결국 부족한 숙련도를 모두 채울 수 있었다.

3성으로 올라선 천마신공.

이전보다 배는 넓어진 단전에는 미증유의 힘이 가득 차 있었다.

운기를 계속 이어가면서 기맥이 넓어지고 단단해졌을 뿐만 아니라, 기운이 흘러가는 길을 조금 더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무공을 사용하기 위해서 거치는 기맥과 혈을 대충이나마 가늠할 수 있게 된 만큼, 다른 무공을 펼치는 것도 더 수월하고 위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저 알 수 없는 힘으로 무작정 무공을 펼치는 것보다는 진일보한 상태였다.

가부좌를 튼 채로 눈을 감고 있던 강준우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스스로도 이렇게 집중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저 몇 번의 운기만 해보고 어렵다 싶으면 밤에 고블린을 상대할 생각이었지만, 어느 순간 그 사실조차 잊어버린 것이다.

"후우우."

그는 호흡을 고르며 기운을 갈무리했다.

이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다시 고블린들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기운을 갈무리하기 무섭게 낯선 소리가 들려왔다.

[일류 무인으로 올라섰습니다.]

[사물에 내기를 담는 것이 자연스러워집니다. 내기의 운용이 더 수월해집니다.]

[외문 계열 무공의 효과가 상승합니다.]

[벽공장(劈空掌)을 비롯한 검풍의 사용이 가능합니다. 관련된 무공의 성취가 위력에 영향을 끼칩니다.]

이전에도 한 번 이런 경험이 있었다. 삼류에서 이류로 올랐던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그저 경지가 올랐다는 알림만 확인한 게 전부였다.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변화였다.

그저 경지만 바뀐 거라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변화를 맞았다.

이류에서 일류로 올라서면서 생겨난 부가적인 능력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벽공장이나 검풍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벽공장은 뭐지? 장풍 같은 건가?'

검풍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 봐서는 비슷한 형태인 것 같았다.

이제는 검에서 바람을 내뿜거나 손과 발에서 바람을 내뿜는 것이 가능했다.

그동안 거리가 떨어진 상황에서는 공격을 감행할 수 없었지만, 일류 무인으로 올라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말로만 듣던 장풍이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필요한 내기의 양이 커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도 단전이 더 커졌으니까 무리는 없겠지?'

생각지도 못한 힘에 그의 입이 귀에 걸렸다. 공을 들여서 천마신공의 성취를 올린 보람이 있었다.

강준우(23세).

별호 : 살귀(殺鬼).

일류 무인.

〈무공〉

천마신공(3成) - 0.03%.

삼재심법(7成) - 1.31%.

-삼재권법(2成) - 43%

-삼재검법(2成) - 41%

-삼재보법(2成) - 87%.

피어(1成) - 5%.

철포삼(1成) - 73%.

철사장(1成) - 92%.

귀음심공(4成) - 1%.

-귀음신장(2成) - 46%

-귀음신법(3成) - 3%

포인트 : 21.

강준우는 상태창을 띄워서 다시 자신의 상황을 확인했다.

단편적인 정보만 떠올랐지만, 경지가 오르고 천마신공이 3성에 올랐다는 게 중요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윽.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지?'

아직도 주변은 어두웠다. 듬성듬성한 벽을 통해서 보이는 밖은 어둠이 내려 앉아 있었다.

처음 운공을 이어갔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인 것 같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았다.

조금 전에 밖에서 들렸던 소란을 떠올린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어? 나왔네요! 괜찮아요?"

반가운 듯한 목소리로 자신을 바라보는 익숙한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연희와 권우철이 밝은 표정으로 그를 맞았고, 움집을 지키고 있는 듯한 두 사람의 모습에 강준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 밖을 지키고 있었던 겁니까?"

"예? 아, 네.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나저나 무슨 운기를 그렇게 대책 없이 해요?"

"대책이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이틀 동안 주저앉아 있었어요! 뭘 모르는 것 같은데, 운기를 하는 동안 충격을 받으면 죽을 수도 있다고요. 다음부터는…… 조심해요."

"이틀? 내가 이틀이나 운기를 했다는 겁니까?"

김연희의 말에 강준우는 황당해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지나간 것이다.

'정말로 이틀 동안 운기를 했다고?'

천마신공의 성취를 올리기 위해서 운기에 집중을 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조차도 놀랄 정도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했지만, 그래도 이틀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운기만 했다는 것이 황당하게 들렸다.

'뭐야? 시간이 가는 지도 몰랐던 거야?'

당황하는 그의 모습에 김연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강준우와 같은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그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은 당연했다.

새로 전해들은 사실이 놀라웠지만, 그는 놀란 감정을 추슬렀다.

시간이 얼마나 흘러갔든지 천마신공의 성취를 올렸다는 게 중요했다. 다만, 운기로 성취를 올리는 동안 고블린의 수를 많이 줄이지 못 했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이틀이라는 시간동안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거주지로 설정된 마을 안에는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마도 위험을 무릅쓰고 마을까지 살아 들어온 사람들인 것 같았다.

"저 사람들은……"

"힘들게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입니다. 마을로 오다가 죽은 사람들이 더 많지만요."

"……."

그가 움집에서 운기를 하는 사이, 다른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다.

아직도 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었지만, 과감한 결정을 내린 사람들은 보호막 안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도 많지만은 않았다.

"날이 밝고 오후가 되면 보호막이 사라질 거예요."

"그리고 족장이라는 놈이 여기를 공격하겠죠."

"흐음."

김연희와 권우철은 불편한 사실을 전해왔다.

다행히 날이 밝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는 점이었지만, 그 시간동안 고블린의 수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 지가 관건이었다.

"괜찮은 거죠?"

"아, 괜찮습니다. 덕분에요."

"아닙니다. 우리는 그냥 자리를 지킨 게 전부니까,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겸양의 말을 건네는 권우철의 말에 강준우는 옅은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안에서 이들과 정민국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그에게 쓴 소리를 하던 두 사람이었다.

이들의 호의가 부담스러울 정도였지만, 이들 역시 족장이라는 놈을 상대하기 위해서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특히 권우철의 능력은 그에게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어차피 족장이라는 놈을 상대해야만 한다면…… 고블린들 수라도 줄여야겠지?'

아직 날이 어두운 만큼 빨리 움직여야만 했다.

강준우는 남은 포인트를 사용해서 허기를 채웠다.

반나절이 조금 남는 시간 동안, 고블린들의 수를 줄이려면 속이 든든해야 했다.

벽공장의 사용이 가능한 만큼 그것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 3성으로 올라선 천마신공의 힘이 고블린들에게 얼마나 통할 지 알아보는 게 먼저였다.

"설마 밖으로 나가려고요?"

"……."

"아직 밖에 고블린들이 남아 있어요. 혼자서는…… 힘들 거예요."

"지금은 혼자 움직이는 게 편할 것 같아서요."

"……."

"조금 비켜 줬으면 좋겠는데요?"

주변을 지켜준 것은 고마웠지만, 이런 오지랖은 사양이었다.

냉랭한 그의 말투에 김연희는 민망해하며 옆으로 비켜났고, 강준우는 그런 그녀를 지나치며 울타리 쪽으로 향했다.

무뚝뚝한 그의 반응에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투덜거렸다.

"어우! 고마워 할 줄을 모르네."

"그래도 고맙다고 했잖아."

"저게 고마워하는 태도야?"

"네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야. 아직 저 사람 일에 간섭하는 것 자체가 너무 오바하는……"

"나갔다가 죽으면 어떡해? 그동안 지키고 있었던 우리는 뭐가 되는 거냐고!"

"……."

김연희는 퉁명스러운 말로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미 당사자는 자리에 없었다.

둘의 걱정을 뒤로한 강준우는 울타리 밖을 살피며 기회를 노렸다.

***

강준우는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로 빠르게 움직였다.

귀음신법은 은밀하면서도 빨랐다. 순식간에 고블린과의 거리를 좁힌 강준우는 곧장 내공을 끌어 올렸다.

아직 놈들과의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만든 상황을 반기며 공격을 준비했다.

끌어 올린 천마신공의 내기가 팔로 모이자, 곧장 장력을 뿌렸다.

천마신공의 힘을 바탕으로 한 장력이 허공을 격하며 날아들었다. 흔히 말하는 장풍을 쏘아냈지만, 별다른 소리나 흔적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뭐야? 제대로 나간 게 맞는 건가?'

정작 장력을 뿌린 그조차도 날아가는 힘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귀음신장은 은밀했다. 하지만 결과는 확실했다.

그가 목표로 했던 고블린이 그대로 쓰러지며 움직임을 멈췄다.

잘게 몸을 떨며 힘없이 쓰러지는 놈의 모습은 마치 살(煞)을 맞은 것 같았다. 바로 옆에 있어도 별다른 이유를 찾지 못할 정도로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

'정말로 장풍…… 아니, 벽공장이란 게 가능하잖아?'

오히려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효과는 더 좋은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그것도 거리가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공격이 가능한 위력적인 수법이었다.

일류 무인으로 올라서면서 사용할 수 있게 된 벽공장.

흔히 말하는 장풍을 쏘아낼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 놀란 것은 귀음신장 특유의 성질이었다.

은밀함이 극대화 된 공격이었다.

하지만 공격을 감행한 그의 표정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대여섯 번 이상은…… 위험하겠는데?'

남은 내공을 가늠하며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벽공장의 횟수를 살폈다.

천마신공의 성취를 올리면서 단전의 크기가 배는 더 커졌지만, 마냥 벽공장을 펼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아쉽네. 생각보다 많은 놈들을 쓰러뜨릴 수는 없겠어.'

은밀한 장풍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기에는 부르카라는 놈이 걱정이었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지만, 놈이 언제 나타날 지 알 수 없었다.

'설마, 근처에 있는 건 아니겠지?'

어둠 속에서도 정확히 그를 찾아냈던 부르카의 능력을 떠올린 그는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당황하는 고블린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갑자기 쓰러지며 몸을 잘게 떠는 동료의 모습에 근처에 있던 놈들이 소란스러워졌다.

'아직 눈치 채지 못 한 건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놈들은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 했다.

새삼 귀음신장의 장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남은 고블린들을 바라보던 강준우는 함께 자리한 고블린 워리어를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고블린 워리어라. 저놈한테도 효과가 있을까?'

일반적인 고블린은 벽공장만으로 쓰러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고블린 워리어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상대적으로 더 단단한 몸뚱이를 가진 놈이 바로 워리어였다.

어차피 상대할 놈이라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지 확인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한 방에 쓰러지면 일이 수월해질 텐데.'

고블린 워리어까지 쉽게 쓰러뜨릴 수 있다면 부족한 포인트를 빠르게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얻은 포인트로 내공을 회복하면서 놈들의 수를 빠르게 줄이는 것도 가능했다.

마음을 정한 그는 평범한 고블린이 아닌, 고블린 워리어를 향해 장력을 쏘아냈다.

처음과 크게 다를 게 없는 공격이었다. 멀리 떨어진 상태로 기운을 쏟아내자 그조차도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장력이 고블린 워리어를 덮쳤다.

"끄륵."

고블린 워리어 역시 처음에 쓰러진 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살을 맞은 것처럼 잘게 몸을 떨며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곧바로 목숨이 끊긴 것은 아니었다.

놈은 쓰러진 채로 한참을 괴로워했다. 오한이 든 것처럼 사시나무 떨듯이 몸을 떨면서 뿌연 입김을 토해냈다.

확실히 평범한 고블린과 다르게 한참을 버텼지만, 결국 놈도 움직임을 멈췄다.

[고블린 워리어를 처치했습니다. 1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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