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화
<족장 부르카>
"미친 새끼들!"
뒤에서 지켜보던 강준우도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고블린들의 행태가 너무 고약했다.
놈들은 살아 있는 사람들을 앞세워서 움직이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고기방패였다. 놈들은 나무기둥에 묶은 그들로 앞을 가로막으며 조금씩 거리를 좁혀왔다.
겁에 잔뜩 질린 채, 울부짖는 사람들의 모습.
일렁이는 불빛에 팔과 다리 쪽에 심한 상처가 드러났다. 잡힌 사람들이 움직일 수 없도록 고블린들이 일부러 상처를 만든 것 같았다.
"크아아아!"
놈들은 포효하며 흉성을 드러냈다.
강준우도 다급한 상황에서 고블린을 방패로 사용한 적이 있었지만, 놈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고블린들은 이미 이런 상황을 염두에 뒀는지 철저히 준비를 하고 나타난 것 같았다.
놈들은 살아 있는 사람들을 방패로 남은 사람들을 압박했고, 꽤나 좋은 효과를 거뒀다.
동족을 공격한다는 것 자체가 꺼림칙한 일이었다.
권현수가 이끈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저하며 뒤로 물러났다. 다급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그의 말에 따르며 힘을 사용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머뭇거리는 것은 당연했다.
"뭐하고 있어? 빨리 공격해!"
"하, 하지만 저 사람들은……"
"씨발! 이대로 죽을 거야?"
"……."
권현수가 크게 소리쳤지만, 그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충격적인 상황에서 쉽게 움직일 사람은 없었다.
'병신들! 지들이 죽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누굴 걱정하는 거야?'
함께 하고 있는 대부분이 뒤에서 구경을 하던 사람들이었다.
이제야 겨우 고블린들을 공격을 할 수 있게 만들었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속으로 그들을 욕한 권현수는 주변에 있던 일행들을 일깨웠다.
"뭐해? 너희들이라도 공격해!"
"괜찮을까? 저 사람들은……"
"이 병신들! 그냥 당하고 있을래?"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권현수의 말에 그들도 힘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 씨발!"
"개 같은 새끼들. 다 뒈져라!"
콰앙. 화르르르.
개중에 한 명이 마법을 날렸다. 권현수의 말처럼 여기에서 머뭇거린다면 다 죽을 수밖에 없었다.
터져 나간 화염구에 주변에 휩쓸렸다.
먼저 공격을 받아내야만 하는 사람은 불길 휩싸이며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사, 살려줘! 이러지 마!"
"뭐하는 거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자들이 당황하며 크게 소리쳤다.
간절한 애원이 뒤를 이었지만, 공격은 그들을 향한 공격은 늘어만 갔다.
누군가가 먼저 공격을 하자, 다른 사람들도 분위기에 휩쓸리며 비슷한 공격을 쏟아냈다.
뭐든 처음이 어려웠다.
무엇보다 그들을 처리하면서 얻게 되는 포인트가 작지 않았다.
콰앙. 콰앙.
분위기에 휩쓸려서, 나름 자기 합리화를 하며 공격을 감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그들의 공격이 그렇게 큰 효과를 보지는 못 했다.
대부분의 공격은 앞을 막은 사람들에게만 큰 피해를 남겼다.
뒤에 있는 고블린들 중에 영향을 받은 놈들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곧바로 고블린들의 기세가 살아났다.
특히나 부르카의 합류가 결정적이었다. 놈이 공격을 시작하자 권현수의 앞을 가로막은 사람들이 크게 밀려나기 시작했다.
터엉. 콰직.
"크아아!"
사람들 사이로 난입한 부르카가 주변을 휩쓸었다.
괴력을 내보이는 놈의 행동에 대열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씨발! 이 괴물 같은 새끼는 뭐야?"
"죽어! 죽어!"
양 떼 속에 뛰어든 맹수의 모습이었다.
부르카를 견제할 사람이 없는 만큼 놈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놈의 활약에 힘입어 사람들을 방패로 썼던 고블린들도 합류하기 시작했다.
"아아악!"
"무, 물러나!"
"도망가지 마! 우선 놈들을 막아!"
"씨발, 저놈을 어떻게 막……"
"비켜!"
상황을 지켜보던 권현수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곧장 부르카를 노리며 손가락을 뻗었고, 양력의 기운이 쏘아졌다.
쐐에엑. 피슉.
"끄아아!"
탄환처럼 날아간 일양지가 그대로 부르카에게 꽂혔다.
다행히 그의 공격이 부르카의 몸을 꿰뚫었지만, 원하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복부가 꿰뚫린 놈은 오히려 분노를 토해내며 권현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씨발! 앞을 막아!"
"아, 알았어."
"나머지! 놀고 있는 놈들은 나한테 붙어!"
"……."
"빨리!"
권현수도 상당한 성장을 이룬 것처럼 보였다.
일전에는 한 번의 일양지를 쏘아내는 것만으로도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강준우는 멀리서 숨을 죽인 채, 그 모습을 지켜봤다.
강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명령을 내리는 그의 말에 머뭇거리던 사람들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그 사이 앞을 막아선 사람들은 부르카의 공격을 받아냈다.
터엉. 터엉.
멀리서도 굉음이 들려올 정도로 부르카의 공격은 위력적이었지만, 권현수를 돕기 위해 나선 사람들은 놈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었다.
'나만 성장한 게 아니었어.'
그들 역시 나름대로 성장을 한 게 분명했다.
강준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성장이었지만, 그래도 족장인 부르카의 공격을 한 번은 막아낼 수 있었다.
한 사람이 놈의 주먹을 막으면 다른 사람이 떨어져나간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놈의 손에 무기가 쥐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힘을 이기지 못 하고 튕겨져 나간 사람이게는 뒤에 있던 자들의 힐이 이어졌고, 빈틈을 채우기 위해서 마법을 날려대자 부르카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쐐에엑. 피슉. 피슉.
그 와중에 뒤에 있던 권현수의 일양지가 빈틈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계속해서 위력적인 공격을 감행하는 그의 행동에 부르카의 몸에 상처가 늘었다.
'어떻게 저런 공격이 가능한 거지?'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준우는 깜짝 놀랐다.
위력적인 일양지를 계속 쏘아내는 권현수의 모습이 너무 어색했다.
심법의 성취를 높이면서 다시 내공을 채울 수 있었지만, 그런 방법을 사용하기에는 포인트의 소모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벌써 몇 번의 내공을 회복했을 정도로 그는 미친 듯이 일양지를 쏘아내고 있었다.
가만히 그 모습을 살피던 강준우는 뒤늦게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도대체 무슨 무공을 익히고 있는 거지?'
쉽게 싸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진해서 그에게 다가갔다. 권현수는 그런 그들의 몸에 팔을 뻗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일양지를 쏘아냈다.
그와 마주 닿은 자들은 꽤나 지친 듯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물러나기를 반복했다.
'기운을…… 빼앗는 건가?'
강준우는 이상한 그 모습에 표정을 굳혔다.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내공을 채우는 그 모습이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부르카의 몸에 점점 상처가 늘어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부르카는 권현수의 손에 쓰러질 것 같았다.
'죽 쒀서 개를 줄 수는 없지!'
남은 포인트를 모두 귀음심공에 쏟아부었지만, 아직도 37%의 숙련도가 더 필요했다.
37포인트를 더 모아야 모든 내공을 회복할 수 있었다.
부르카를 주시하던 그는 시선을 돌렸다.
놈을 돕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고블린들의 모습으로 봐서는 그렇게 쉽게 죽을 것 같지 않았다.
권현수가 놈의 힘을 빼놓는 사이에 다른 고블린들을 처리해서 남은 포인트를 얻을 생각이었다. 그런 그의 눈에 한 놈이 가득 들어왔다.
조금 전에 마주했던 홉고블린이었다.
'홉고블린이 20포인트였지?'
놈을 쓰러뜨리면 상당한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
여러 마리의 다른 고블린들을 처리하는 것보다 홉고블린을 한 마리를 쓰러뜨리는 게 더 나을지도 몰랐다.
남은 내공을 가늠하던 그는 크게 휜 철검을 펴며 놈의 모습을 살폈다.
족장을 돕기 위해서 흉성을 토해내는 홉고블린.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향해 몽둥이를 휘두르는 모습에 강준우는 바닥을 박찼다.
귀음신법으로 거리를 좁힌 그는 곧장 장력을 뿌렸다.
은밀한 장풍이 홉고블린의 등에 꽂혔다. 그 충격에 놈의 몸이 경직되자, 강준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검에 천마신공의 힘을 실은 그는 놈의 뒷목에 일검을 찔러 넣었다.
[홉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2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됐다!'
이제 17포인트만 더 얻으면 충분했다. 하지만 그가 홉고블린을 쓰러뜨리기 무섭게 날카로운 공격이 날아들었다.
쉬이익.
'크윽.'
고블린 워리어의 검이 그의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다. 급하게 보법을 밟으며 뒤로 물러났지만, 온전하게 피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철포삼으로 상처를 줄인 그는 다시 힘을 끌어내며 고블린 워리어를 향해 달려들었다.
투욱.
귀음신장이 꽂히자 고블린 워리어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그대로 둬도 쓰러지겠지만,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포인트를 얻는 게 중요했다.
잘게 몸을 떠는 고블린 워리어의 목에 예의 철검이 꽂혔다.
그는 포인트를 얻었다는 소리를 듣기 무섭게 또 다른 목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캬가가!"
지팡이를 앞세우며 부르카를 돕고 있는 또 다른 고블린.
고블린 샤먼이었다. 마법이 아니라면 오히려 평범한 고블린보다 약한 놈이었다.
강준우는 곧장 고블린 샤먼을 쓰러뜨리며 귀음심공의 성취를 높였다.
5성으로 올라서기 무섭게 바닥을 드러냈던 내공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단전을 가득 채운 내공에 자신을 얻은 강준우는 곧장 부르카를 찾았다.
푸욱. 촤아악.
"막아. 우선 놈이 못 오게……"
"아아악!"
권현수와 그 무리들의 공격에도 부르카는 여전히 건재했다.
곳곳에 중한 상처를 입은 것 같았지만, 놈의 힘을 줄어들지 않았다.
부르카는 그대로 손에 잡힌 사람을 찢겨내며 흉성을 토해냈다.
계속해서 일양지를 쏘아대던 권현수도 상당히 지쳤는지 거친 숨을 몰아쉰 채로 놈을 노려볼 뿐이었다.
'이제 움직여 볼까?'
소강상태에 접어든 상황을 바라보던 그는 신법을 펼치며 부르카의 뒤를 잡았다.
단전에 가득 찬 기운이라면 충분히 놈을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은밀히 접근하는 그의 모습에 지쳐 있던 권현수의 눈이 커다래졌다.
"멈춰! 저 새끼는 내 몫……"
"……."
"이런 개 같은 자식!"
강준우의 모습을 확인한 권현수는 다급히 일양지를 쏘아냈다.
다 잡은 놈을 넘길 수는 없었다. 은밀하게 접근하는 강준우보다 먼저 부르카를 잡아낼 생각이었다.
"크와아아!"
그의 공격이 다시 부르카의 가슴을 꿰뚫었다.
권현수가 쏘아낸 일양지는 그만큼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놈을 쓰러뜨릴 수 없었다. 오히려 부르카의 화만 돋울 뿐이었다.
여전히 두 발로 서 있는 그의 모습과 뒤를 잡은 강준우의 움직임에 권현수는 남은 힘을 쥐어짰다.
쐐에엑.
요란한 소리와 함께 허공을 가르며 날아드는 양강의 기운.
하지만 그가 노린 것은 부르카가 아니었다.
'미친 새끼!'
자신을 노리며 날아드는 공격에 강준우는 곧장 바닥을 굴렀다.
일양지가 그가 있던 곳을 지나치며 뒤에 있는 고블린의 가슴을 꿰뚫었고, 그대로 무너지는 고블린의 모습에 강준우는 이를 악물며 손을 뻗었다.
쉬이익.
은밀한 기운이 허공을 격하며 날아들었다.
그 역시도 부르카를 노리지 않았다. 우선은 받은 것을 되돌려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가 날린 장력은 생각지도 못한 놈에게 막혔다.
"크와아아!"
권현수의 공격으로 강준우의 존재를 눈치챈 부르카가 몸을 돌렸다.
운이 좋았는지 그런 부르카에게 장력이 꽂혀들었다. 귀음신장에 적중당한 놈의 움직임이 굳었다. 상당히 지쳤는지 귀음신장의 한기를 쉽게 떨쳐내지 못 했다.
짧은 시간, 멈춘 놈의 모습에 강준우는 곧장 바닥을 박찼다.
그대로 뛰어 오르며 팔을 내뻗자, 음습한 기운이 다시 한 번 부르카의 몸을 두드렸다.
"크아아아!"
충격을 입은 놈이 포효했다.
마력이 담긴 피어가 주변을 뒤흔들었지만, 강준우를 옭아맬 수는 없었다.
피어에 영향을 받지 않은 강준우는 다시 팔을 뻗었다. 연속해서 내지른 귀음신장이 그대로 부르카의 몸속을 휘저었다.
요란한 소리는 없었지만, 공격에 노출된 부르카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그 순간을 노리며 양강의 기운이 부르카의 귀를 터뜨렸다.
'집요한 새끼.'
역시나 권현수의 공격이었다.
그 역시도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포인트를 얻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지만, 그의 공격은 부르카를 쓰러뜨리지 못 했다.
"끄으윽."
그래도 충격이 쌓인 것 같았다. 비틀거리는 놈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강준우는 그런 부르카의 품을 파고들었다.
푸욱.
"크아아!"
손에 쥔 검이 그의 가슴에 박히자, 놈이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았다. 지금은 놈을 쓰러뜨리고 보상을 얻는 게 먼저였다.
아직 목숨이 끊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가슴에 박힌 철검을 후려쳤다.
터엉. 터엉.
천마신공을 바탕으로 한 귀음신장이 박힌 검을 밀어 넣었다.
점점 깊숙이 박히는 검신과 함께 부르카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끄으으."
붉게 충혈된 눈으로 노려보는 부르카의 섬뜩한 눈빛.
하지만 그 시간이 길지만은 않았다. 예의 알림음과 함께 부르카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족장 부르카를 처치했습니다. 2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야생의 감각을 획득하였습니다.]
[피어를 획득하였습니다. 기존에 가진 동일한 능력으로 피어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피어가 3성으로 올라섰습니다.]
[작품 후기]
코멘트, 추천, 선작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