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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29화 (29/254)

제 29화

<허탈한 결과>

"씨발!"

쓰러진 부르카의 모습에 권현수는 크게 소리쳤다.

노골적으로 드러낸 적의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지만, 권현수의 적의 어린 시선은 강준우를 향했다.

다 잡은 놈을 다른 놈에게 빼앗겼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남은 내기를 쥐어짜면서 부르카를 죽이려고 노력했던 그인지라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 상황을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뭐하는 거야?"

"……."

"씨발! 뭐하는 거냐고! 우리가 다 잡은 새끼를 그렇게 잡는 건……"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이놈은 내가 먼저 상대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뭐, 뭐라고?"

"내가 먼저 싸우고 있었다고! 끼어든 건 너희들이고."

"……."

권현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순간 말문이 턱 막혀왔다.

강준우라는 놈은 생각보다 뻔뻔했다. 곧 죽을 것처럼 위태롭던 놈을 도와줬더니 황당한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지금 장난하냐?"

"너 혼자서 저놈들을 모두 상대할 수 있었다고?"

"씨발! 그것도 모르고 우리가 주제넘게 나섰고만? 우리가 잘못했네. 우리가 미친놈들이었어!"

그들 역시 권현수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이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아무리 강준우의 싸움에 끼어들었다지만, 어려운 싸움을 이어가면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을 잃은 그들로서는 황당할 따름이었다.

"어처구니가 없네. 뭐해? 저 새끼 잡아!"

"……."

권현수는 강준우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대부분은 쉽게 움직이지 못한 채 머뭇거렸다.

"뭐하고 있어? 저 새끼 잡으라고!"

"괘, 괜찮을까?"

"뭐? 그게 무슨 소리야?"

"…… 그래도 족장을 잡은 놈이잖아. 우리가 잡을 수 있겠어?"

"씨발!"

대부분이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에서 족장을 때려잡는 그의 모습을 목격한 이후였다. 더군다나 시비가 있었던 놈까지 스스럼없이 처리했던 사람이 바로 강준우였다.

그런 그와 싸운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일이었다.

수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지만, 누구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권현수는 그런 일행의 모습에 입술을 깨물었다.

'병신들!'

이 정도 수로 고작 한 놈을 잡을 수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놈의 머리통을 터뜨리고 싶었다. 몸만 정상이라면 선두에 나서겠지만, 지금 그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내가 족장이라는 놈만 잡았어도!'

부르카는 그의 손에 쓰러져야만 했다.

그것을 위해서 힘을 아끼지 않았다. 숨겨낸 힘을 드러내고, 내상을 입으면서까지 힘을 쥐어짠 이유는 부르카라는 놈을 잡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놈을 쓰러뜨리고 그 포인트로 심법의 성취를 올리면 모든 게 해결될 일이었다.

그 역시도 내상을 회복시키는 편법을 잘 알고 있었다. 족장만 잡았다면 앞에 있는 뻔뻔한 놈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처음부터 어그러졌다.

머뭇거리는 일행들의 모습.

그 역시도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씨발! 내공만 있었어도 저 새끼를 족치는 건데!'

시간이 지나면 따지는 것도 애매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지금 모은 사람들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강준우를 처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 지금은 그냥 넘어가 준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그는 나중을 기약했다. 하지만 그때, 그의 기대에 부응하는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머뭇거리던 사람들 중에 한 명이 나서며 강준우에게 다가갔다.

"이 새끼 존나 뻔뻔하네."

"……."

"뒤질래? 우리가 호구로 보이냐?"

"그러는 너는? 내가 호구로 보이냐?"

"…… 이, 이런 씨발놈이!"

쪽수를 믿는 사내는 곧장 강준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는 위협적으로 검을 휘두르며 강준우를 노렸지만, 그가 휘두른 검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생각보다 빠른 강준우의 움직임이 놀라웠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길지 않았다.

"끄읍!"

호기롭게 나섰던 사내는 목을 틀어쥐며 발버둥쳤다.

괴로워하는 그의 모습에 모두의 눈이 커다래졌다.

"끄윽. 끄으으!"

"호, 호중아! 미친 고블린 새끼!"

아직 고블린들과의 싸움이 끝난 게 아니었다.

부르카가 쓰러졌다지만, 여전히 많은 고블린들이 남아 있었다.

개중에 한 놈이 무방비로 걸어 나오는 호중이라는 사내를 노렸고, 그는 고블린의 단검에 목이 꿰이며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 공격을 시작으로 남은 고블린들이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애매하게 꼬였지만, 지금은 서로 다툴 상황이 아니었다.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적인 고블린을 상대하는 게 먼저였다.

"마, 막아!"

"이 고블린 새끼들! 죽여!"

족장이 사라진 만큼 놈들에 대한 두려움도 줄었다. 그렇다고 고블린들의 위협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홉고블린은 물론이고, 워리어와 샤먼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에 마냥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물러나! 우선 내공을 회복하고 그때 다시 싸워!"

"저 새끼는?"

"씨발, 나중에! 나중에 죽이면 돼!"

"아, 알았어."

권현수는 남은 사람들을 이끌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본 강준우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나중을 기약한다?'

그들의 대화를 똑똑히 들은 만큼 이대로 물러날 수도 없게 됐다.

되도록이면 다른 사람과 불편한 관계를 맺지 않으려고 생각했었다. 묵묵히 자기 할 일만 하며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원한을 가진 놈을 그냥 둘 정도의 성인군자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조금 전에 보인 권현수의 모습은 너무 위협적이었다. 일양지라는 무공은 물론이고, 알 수 없는 무공까지 사용하는 그의 모습은 만만치 않아 보였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있는 그라면 기회가 왔을 때 처리하는 게 좋았다.

'지친 놈을 그냥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지!'

권현수는 일양지뿐만 아니라 다른 무공을 익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무공은 타인의 힘을 흡수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그 정도의 무공이 낮은 등급일 리가 없었다.

높은 등급의 무공.

그도 겨우 D등급만 열었을 뿐이었다. 최소한 그것보다는 높은 등급을 포인트로 얻었을 리는 만무했다.

"결국 저놈도 누군가를 죽였다는 소린데."

권현수도 그와 비슷한 상황을 겪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같은 동족을 죽이면서 포인트와 무공을 강탈할 수 있었다. 물론, 누군가를 죽인다고 무조건 무공을 강탈해 올 수는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낮은 확률로 다른 무공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거기에 남은 포인트까지 얻어내는 게 가능했다.

가만히 뇌까리던 그는 권현수와 그 무리들이 생각보다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권현수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도 같은 사람을 죽이면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고블린들이 사람들을 방패로 사용하면서 그들을 공격했던 사람들이 바로 권현수와 일행들이었다. 이들이 그 사실을 모르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런 놈들이 나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겠지.'

저절로 얼굴이 구겨졌다. 부르카를 처리하고 얻은 포인트를 저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권현수도 수적인 우위를 앞세워서 그를 잡으려고 했던 것을 보면 앞으로 펼쳐질 일은 불 보듯 뻔했다.

썩 달가운 일은 아니었지만, 저들에게 당하기 전에 먼저 저들을 처리 하는 게 좋았다.

수적인 우위를 앞세우면 그로서도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아!"

들려오는 괴성에 강준우는 상념을 떨쳐냈다.

가만히 서 있는 그를 향해 고블린이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흉성을 터뜨린 놈의 공격에 그는 뒤로 물러나며 팔을 뻗었다.

퍼엉.

가죽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달려들던 고블린이 튕겨져 나갔다.

철사장에 얻어맞은 놈은 바닥에 처박힌 채,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축 늘어졌다.

[고블린의 처치했습니다. 1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이제는 철사장만으로도 평범한 고블린은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죽은 고블린을 뒤로한 그는 남은 내공을 가늠했다.

'내공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포인트까지 충분했다. 여차하면 심법을 올려서 부족한 내공을 다시 회복할 수도 있었다.

문제는 권현수였다. 아무리 적의를 품고 있다지만, 제 의지를 가지고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쉰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적의를 가진 놈을 죽이지 않으면 그가 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마음을 단단히 먹은 그는 곧장 귀음신법을 펼치며 뒤로 물러났다.

도망가는 듯한 그의 모습에 고블린들이 그를 쫓았다. 일부가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며 그를 노렸지만, 그들은 더 이상 강준우의 상대가 되지는 못 했다.

퍼엉. 퍼엉.

근접한 놈들이 철사장에 적중당하며 떨어져 나갔다. 평범한 고블린은 물론이고, 워리어도 그의 힘을 감당할 수 없었다.

콰앙. 화르르르.

쓰러진 고블린 사이로, 화염구가 날아들었다.

섞여 있던 고블린 샤먼이 작정하고 공격을 날렸지만, 강준우에게 닿을 수가 없었다.

'이건 또 뭐지?'

그는 공격이 날아들기도 전에 위협을 알아차렸다. 알 수 없는 불안함이 경종을 울려댔다.

전에는 갖지 못 했던 감각이었다.

뒤늦게 족장을 처리하며 얻은 능력을 떠올린 그는 터져 나가는 화염구를 확인하며 곧장 장력을 뻗었다.

허공을 격하고 날아든 벽공장.

귀음신장에 적중당한 샤먼은 잘게 몸을 떨며 움직임을 멈췄다.

[고블린 샤먼을 처치했습니다. 1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아무런 흔적도 없이 쓰러지는 샤먼의 모습에 뒤를 쫓던 고블린들이 질겁하며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준우는 놈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감을 얻었다.

확실히 어둠 속에서 날리는 귀음신장은 상당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직접 펼치는 그가 생각하기에도 사기적인 힘이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펼칠 수 있는 위력적인 무공.

기습에 특화된 이 무공은 암살에도 특화됐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런 귀음신장이라면 모두를 적으로 돌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이내 마음을 정한 그는 권현수와 무리들이 사라진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귀음신법을 펼치자마자 그의 몸이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겁을 집어먹은 고블린들은 순식간에 사라진 그를 뒤로하고 다른 사람들을 뒤쫓았다.

그리고 강준우는 그들의 쫓으며 권현수를 찾았다.

***

"아아악!"

"무작정 도망가지 말라고!"

남아 있던 고블린들의 파상적인 공격에 권현수와 일행들은 고전을 면치 못 했다.

족장을 잡으려고 움직였을 때는 자신감이 넘쳤지만,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하자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족장을 잃은 놈들은 더욱 광분하며 그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저런 병신들!'

문제는 힘들게 끌어 모은 사람들이었다. 어중이떠중이들을 무리에 포함시키면서 제대로 된 통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 자들을 버려도 큰 상관은 없었지만, 그들이 도망가면서 다른 사람들까지 동요한다는 게 문제였다.

지금도 힘을 합치면 충분히 고블린들을 막아낼 수 있었지만, 한 놈이 도망가기 시작하자 모두고 겁을 집어먹고 물러나기 바빴다.

"멈춰! 멈추라고!"

"도망가지 말라고!"

최대한 목소리를 높이며 소리쳤지만, 효과는 없었다.

이미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흩어지기 바빴고, 권현수는 막막한 상황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가 근처에 있는 한 사람을 붙잡았다. 가만히 눈치를 살피다 뒤로 도망가려던 사람이었다.

"왜, 왜 이래요?"

"내가 멈추라고 했잖아!"

"다들 도망가는데 어떡하라고요?"

"…… 씨발. 이러니까 뒈지는 거야."

"이, 이러지 마세요!"

갑자기 목을 틀어쥐는 그의 행동에 붙잡힌 여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권현수는 개의치 않았다.

"김기철!"

"…… 어? 왜, 왜?"

"우선 너희들끼리라도 저놈들을 막아."

"우리들끼리?"

"곧 도와줄 테니까. 우선 놈들을 막고 있으라고!"

"아, 알았어."

신경질적인 반응에 그는 다른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나마 뜻을 함께했던 놈들이었다. 권현수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사람들은 그의 말에 도망가는 것을 멈췄다.

그들이 작정을 하고 고블린과 상대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한없이 밀려나던 그들의 손에 고블린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권현수는 겁에 잔뜩 질린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렇게 싸우면 됐잖아?"

"아, 알았어요. 이제부터 도울 테니까 이 손 좀…… 흐윽."

"내가 그 말을 어떻게 믿어? 어차피 죽을 목숨. 이렇게라도 도움이 돼라."

목을 틀어쥐는 그의 행동에 여자는 고통스러워했다.

그렇다고 그의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 목에 가해지는 강한 압박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끄윽."

동시에 배에서부터 강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차갑고 딱딱한 무언가가 그녀의 뱃속을 헤집었다. 헛바람을 집어삼킨 여자는 극렬한 고통에 몸부림쳤다.

"어억!"

그는 흡기공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모든 기운이 그에게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흘러들어오는 기운을 확인하던 권현수는 괴로워하는 여자를 바라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병신 같은 것들! 지들 주제를 알아야 할 것 아니야?"

"…… 으으윽."

"같이 가자고 손이라도 내미니까 뭐라도 된 줄 알았지?"

"사, 살려……"

"그럴 생각이었으면 이렇게 하지도 않았어. 이년아!"

남은 기운을 모두 뽑아낸 그는 축 늘어지는 여자의 몸뚱이를 내던졌다. 이미 싸늘한 시체로 변한 그녀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정작 힘을 뽑아냈다지만,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다.

여전히 남아 있는 내상에 얼굴을 찌푸린 그는 한 사람을 떠올리며 투덜거렸다.

"씨발! 이게 다 그 새끼 때문이야."

강준우가 아니었다면 더 많은 포인트를 얻었을 게 분명했다. 여전히 고블린들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일행을 바라본 그는 주변을 둘러봤다.

부족한 힘을 더 채우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을 확인한 사람들은 그와 멀찌감치 떨어진 채,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개새끼들!"

여전히 뒤에서 구경만 하는 그 모습에 그는 다시 한 번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모든 일에 원인이 되는 한 사람을 떠올리며 다짐하듯 뇌까렸다.

"다시 돌아가면 반드시 죽여버린다!"

멀리서도 강한 적의가 느껴졌다.

어둠 속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강준우는 조금씩 권현수와의 거리를 좁혔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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