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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30화 (30/254)

제 30화

<허탈한 결과>

강준우에 대한 불만을 내비추던 권현수는 비틀거리는 고블린을 확인하며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금은 흡기공으로 내공을 흡수하는 것보다 포인트를 얻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말을 잘 듣는 일행의 도움으로 고블린을 처리하고 포인트를 얻어서 심법의 성취를 높이는 게 내상을 회복하는 빠른 방법이었다.

푸욱.

"어떤 개새끼가……"

김기철은 자신이 처리하려던 놈을 빼앗은 누군가를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상대를 확인하고 어쩔 수 없이 입을 닫았다.

"나야. 이 새끼야."

"혀, 현수! 너…… 괜찮아?"

"안 괜찮아."

"……."

싸늘한 권현수의 말에 김기철의 표정이 절로 구겨졌다.

어두운 상황이라 바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그 역시 이런 상황이 달가울 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표정을 감추며 물었다.

"어떡하려고?"

"포인트가 필요해."

"포, 포인트?"

"내상을 회복해야겠어. 모두 잠깐만 나를 도와라!"

"……."

뻔뻔한 그의 말에 함께 있던 사람들은 답을 피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고, 실컷 고생을 하고 포인트를 넘겨준다는 사실이 내킬 리가 없었다.

하지만 권현수는 개의치 않았다.

"왜 대답이 없어?"

"……."

"싫어?"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빨리 움직여! 놈들을 죽이지 말고 나한테 넘겨."

"…… 씨발 새끼."

강압적인 그의 태도에 몇몇은 불만을 드러냈다.

물론 대놓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그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뿐이었다.

'그냥 죽여 버릴까?'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휘둘렸다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는 그 모습을 마냥 받아주는 것도 점점 지쳐만 갔다.

아무리 권현수가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지만, 지금 그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내상을 입은 채로 빌빌대고 있었고, 그들 역시 작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무조건 권현수를 따른다는 것이 달가울 리 없었다.

대부분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쉽게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리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놈을 갑자기 죽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이후의 상황도 염두에 둬야만 했다.

막상 권현수를 죽인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나올 지가 관건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권현수에게 고블린을 넘겨줬다.

권현수는 곧 죽을 것 같은 놈들을 통해서 기운을 회복했다.

고블린들도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미미하지만 작은 힘이라도 뽑아낼 수 있었다.

문제는 놈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 다른 사람들과는 또 다르다는 점이었다.

'씨발, 이러다가 내가 먼저 죽겠는데?'

다른 개체가 가지고 있는 힘은 그가 가지고 있는 내공과 조금씩 부딪치고 있었다.

두 힘의 근원은 같았지만, 외부의 정제되지 않은 힘은 그의 내부를 뒤흔들었다.

다른 생명체의 기운을 흡수해서 사용할 수 있었지만, 내부에서부터 무너지는 게 흡기공이라는 마공이 가진 부작용이었다.

우연찮게 얻은 마공을 이용해서 그동안은 꽤나 재미를 볼 수 있었다.

뒤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내공을 회복하면서 더 많은 포인트를 얻었다. 물론, 내상이 도졌지만, 얻은 포인트로 심법을 올리면서 내상을 회복해 나갔다.

하지만 이제는 한계에 부딪쳤다.

'빨리 내상을 치료해야하는데.'

급하게나마 뽑아낸 기운을 즉시 사용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속이 울렁거렸다.

이런 상황이 계속 지속된다면 그 결과는 자명했다.

권현수는 얻은 기운으로 고블린을 마무리 지으며 부족한 포인트를 모아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직까지 함께 하는 놈들이 그들의 말을 듣고 있다는 점이었다.

'병신들. 하긴, 이 새끼들한테는 이런 게 당연하겠지.'

오랜 시간 불합리한 상황에 길들여진 놈들이 저항을 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권현수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괜히 미안한 기색을 내비춰 봤자 만만하게 보일 뿐이었다. 오히려 더 당당하고 뻔뻔하게 행동해야 쉽게 기어오르지 못 했다.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고블린을 상대하는 일행들.

권현수는 쉽게 들어오는 포인트에 만족하며 고블린의 목숨을 취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행동도 계속 이어질 수 없었다.

'흐읍!'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그는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심장이 얼어붙는 고통이 전해졌다. 축 늘어진 고블린처럼 그의 눈에서 생기가 빠져나갔다.

'으으으.'

권현수는 잘게 몸을 떨며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누구 하나 그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다시 한 번 음습한 장력이 날아들었다.

살을 맞은 것처럼 잘게 몸을 떨던 권현수는 더는 버티지 못 하고 그대로 꼬꾸라졌다.

쿠웅.

"혀, 현수야? 권현수?"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몰라! 갑자기 쓰러졌어!"

"……."

갑작스러운 그의 모습에 고블린들을 막아내던 일행들이 당황했다.

그렇지 않아도 내키지 않은 일이었다. 그 와중에 꿀을 빨던 놈이 갑자기 쓰러지자 모두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고블린한테 당한 거야?"

"그렇게 병신일 리가 없잖아?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그에게 넘겼던 고블린도 목숨을 잃었는지 움직임이 없었다.

너무나 뜬금없었다. 끝까지 살아남을 것처럼 악랄했던 놈이 너무나 허망하게 쓰러진 것이다.

"기, 기다려 봐."

"씨발! 너까지 빠지면 어떡하자고?"

"잠깐이면 돼!"

김기철은 힘겹게 몸을 빼내며 권현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의 상태를 살폈다.

걱정스러운 듯한 행동이었지만, 그는 다른 뜻을 가지고 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여차하면 그의 목숨을 취할 생각이었다.

"어떻게 됐어?"

"…… 주, 죽었는데? 이 새끼. 죽었어!"

"뭐? 죽어? 그게 말이 돼?"

"뒈졌다고! 숨을 안 쉬는데 어떡하라고?"

죽음을 확인한 김기철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권현수를 대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권현수에게 쓸개까지 빼줄 것처럼 굴던 그였지만, 막상 그의 죽음을 확인하자 태도가 달라졌다.

"병신 같은 새끼. 왜 갑자기 뒈지고 지랄이야!"

"정말 죽은 거야?"

"그래!"

"그럼 우린 어떡해? 이 새끼. 다시 돌아가면 자기 아버지 회사에 꽂아 준다고……"

"씨발! 죽은 새끼가 어떻게 그래?"

"……."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나중에 약속도 약속이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좋은 욕받이가 사라졌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권현수의 변덕과 짜증을 받아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를 앞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강한 힘을 가진 것도 있었지만, 그의 뒤에 숨을 수 있었다.

감투를 쓰고 싶어 하는 행동과 안하무인격인 그의 성격은 오히려 다루기 쉬웠다.

그저 비위만 맞춰주면 원하는 방향으로 그를 이끄는 게 가능했다.

'그래도 이 새끼 덕을 보긴 봤었는데.'

권현수가 리더십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나름 사람을 잘 다뤘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욕은 권현수 몫이었기 때문에 조금만 참으면 뒤에 숨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었다.

욕은 권현수가 먹고 그들은 뒤에서 이득을 취하고 있었다.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는 쉽게 몸을 뺄 수 있었다.

김기철뿐만 아니라 박형선을 비롯한 몇 명은 그와 같은 생각으로 권현수를 따랐다. 하지만 그런 그가 너무나 허망하게 죽은 것이다.

"퉤! 개 같은 새끼. 제 역할도 못 하고 뒈지면 어떡하자는 거야."

"씨발! 이제 어떡하지?"

"어떡하긴? 도망가야지."

"우선 돕기나 해! 이 새끼들 먼저 떨쳐내야지."

"후우. 좋은 건 이 새끼가 다 가져갔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뭐라도 챙겨둘 걸."

"불평은 나중에 하고, 이 새끼들이나 떨쳐 내."

싸늘하게 식은 권현수의 모습에 김기철은 불만을 토로했다.

상당한 포인트가 권현수에게로 돌아갔다.

스스럼없이 사람들을 이용하고 처리하는 권현수의 행동으로 많은 것들을 알아냈다지만, 그들이 얻은 것은 단편적인 정보들뿐이었다.

이제 죽어버린 권현수였기 때문에 그 동안 들였던 공이 모두 날아갔다는 게 문제였다.

"이렇게 뒈질 거였으면 좀 넘기지 그랬냐? 쓰레기 같은 자식아!"

"뭘 투덜거려! 빨리 도우라니까!"

"알았어."

김기철은 다시 일행들을 도왔다.

천벌을 받은 것처럼 죽어버린 권현수의 죽음이 아쉬웠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남은 사람들이었다.

같이 뜻을 함께 한 그들이 무사해야 앞으로가 편했다.

그는 힘을 끌어내며 남은 고블린들을 떨쳐냈다.

김기철의 개입으로 다시 우위를 점한 그들은 곧바로 도망을 택했다. 그리고 집요한 고블린들은 그들의 뒤를 쫓았다.

***

모두가 사라지고 나서야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죽은 권현수를 내려다보는 사람은 강준우였다.

"권현수도 이용당한 거라고?"

그동안 너무나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았다.

김기철을 비롯한 권현수의 일행들이 아무 생각 없이 그를 도운 게 아니었다.

처음에는 권현수에게 끌려 다니는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각자가 자신만의 방식대로 서로를 이용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쉽게 쓰러진 권현수의 모습에 그는 말을 잇지 못 했다.

그래도 꽤나 힘든 싸움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과가 너무 허무했다.

고블린을 상대로 강한 힘을 내보였던 권현수의 모습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A등급의 무공을 가진 그조차도 내상과 기습에는 버티지 못 했다.

고작 두 번의 귀음신장만으로 그를 쓰러뜨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 했다.

권현수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허탈했다.

'이 정도로 쉬울 줄이야. 귀음신장이 대단한 건가?'

쉽게 풀린 상황이 얼떨떨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게 강준우에게 나쁠 것은 없었다.

오히려 힘을 아낄 수 있었다는 것은 다행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결정으로 얻어낸 소득이 적지 않았다.

'일양지라. 손가락에서 힘을 쏘아내던 무공인가?'

권현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가 가지고 있는 무공과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

일전에 철포삼을 얻을 때와 똑같은 알림은 아니었다.

그가 각지고 있던 무공을 100% 확률로 얻어냈다는 말은 없었지만, 강한 공격 수단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비록, 그가 가진 무공 전부가 아닌 일양지라는 무공만 얻은 게 아쉬웠다. 그래도 그마저도 운이 좋았기 때문에 얻어낸 것이다.

A등급에 등재되어 있는 일양지.

상당히 위력적인 무공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더군다나 권현수가 그 무공을 사용한 것을 보면, 효율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만, 그가 가지고 있는 다른 무공을 얻지 못 했다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권현수가 가지고 있던 흡기공이라는 마공을 강준우도 알고 있었다.

비록, 그 이름을 알 수 없었지만, 내심 다른 사람들의 기운을 흡수할 수 있는 무공을 기대했었다.

부족한 내공을 그런 식으로 채울 수 있다면 상당히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게 분명했다.

흡기공의 부작용을 알지 못하는 그로서는 당연한 바람이었다.

원하던 것은 얻을 수 없었지만, 일양지를 얻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소득이었다.

남은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스스로의 상태를 살폈다.

강준우(23세).

별호 : 살귀(殺鬼).

일류 무인.

〈무공〉

천마신공(3成) - 0.04%.

삼재심법(7成) - 1.43%.

-삼재권법(2成) - 84%.

-삼재검법(2成) - 41%.

-삼재보법(2成) - 92%.

피어(3成) - 32%.

철포삼(2成) - 14%.

철사장(2成) - 28%.

귀음심공(5成) - 8.37%.

-귀음신장(2成) - 87%.

-귀음신법(3成) - 21%.

야생의 감각(1成) - 5%.

일양지(1成) - 0%.

포인트 : 306.

'권현수. 그냥 죽기는 너무 억울했겠는데?'

내공심법의 성취를 높이기 위해서 포인트를 모았던 그인지라 사용하지 않은 포인트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포인트가 강준우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A등급의 무공과 상당한 양의 포인트까지.

눈엣가시라고 할 수 있는 자를 처리하면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 그의 눈에 낯선 능력이 들어왔다.

'야생의 감각?'

부르카를 잡고 생겨난 능력이었다.

경황이 없어서 뒤늦게 발견을 했지만, 생소한 이름을 가진 능력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야생의 감각.

마력(내공)을 이용하면 신체의 감각이 극대화 시킬 수 있다.

직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강준우는 눈앞에 떠오른 낯선 설명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제야 부르카라는 놈이 어둠 속에서 그를 정확하게 찾아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육감이 생겨난다는 건가?'

한 마디로 촉이 좋아진다는 말이었다.

짧게나마 드러냈던 적의를 알아챌 정도로 감각이 발단된다면 그에게 나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얻게 된 능력은 무공이라고 할 수 없는 능력이었다.

마법을 익힐 수 없었던 그가 이런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문이었지만, 가지고 있어서 나쁠 것은 없었다.

무엇보다 이런 식으로 얻게 된 능력은 상점창에서 얻을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이름 있는 고블린들을 잡고 얻을 수 있는 힘이라니.'

앞으로 적극적인 싸움을 할 이유가 더 늘어났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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