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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34화 (34/254)

제 34화

<영악한 놈들>

산에서 내려왔지만, 하늘로 치솟은 빛기둥은 여전히 건재했다.

멀리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한 빛줄기에 강준우는 그곳으로 향했다.

이제는 심법의 성취를 올리는 것만으로 내공을 회복할 수 없었다.

완화됐던 사용조건이 정상화되면서 그런 편법이 사라진 만큼 내공을 사용하는 것도 신중해야만 했다.

강준우는 천천히 빛기둥이 있는 곳으로 향했고, 그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 있었다.

"저게 통로라는 건가?"

"그냥 동굴인데? 지하로 향하는 동굴."

"지옥으로 들어서는 길이 아닐까? 왠지 음침한데."

마을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입구에 모여 있었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간 사람이 많지 않았다.

"왔어요?"

"……."

"아, 선배는 괜찮아요. 그냥 생각할 게 좀 많아졌다고 하더라고요."

"안 물어봤는데요."

"그냥 눈빛이 궁금해하는 눈빛이어서."

"……."

강준우를 발견한 김연희는 자연스럽게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일부러 살갑게 그를 대했지만, 강준우로서는 불편할 뿐이었다.

가만히 입구를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 김연희는 마저 말을 이어갔다.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몇 명 있어요. 몇 명이 아니라 몇 팀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은 없고요."

"……."

그녀는 묻지도 않은 정보를 전해주고 있었다.

그런 내용들이 도움이 되고 있었지만, 너무 과한 친절이었다.

강준우는 이렇게 행동하는 김연희의 생각을 잘 알고 있었다.

움집 밖에서 권우철과 그녀가 나눈 이야기를 그 역시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강해 보이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둘의 행동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점점 무리를 이루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마음을 정하지는 않았다.

강준우는 김연희를 뒤로하고 조금 더 동굴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안을 살폈다.

'동굴이라면 어두워야 정상일 텐데.'

하늘 위로 치솟아 오른 빛기둥은 동굴 안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무공을 가지고 있는 그로서는 동굴의 상황이 썩 달갑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안을 확인해 보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마냥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지금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느리다고 할 수 있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고민하던 그는 동굴로 향했다. 하지만 김연희가 그를 붙잡았다.

"안으로 들어갈 생각인가요? 설마, 혼자 들어갈 생각은 아니죠?"

"혼자 들어갈 생각입니다."

"괜찮겠어요? 우리가 같이……"

"혼자서도 충분합니다."

"……."

퉁명스러운 대꾸에 김연희는 입술을 삐쭉였다.

나름 생각해서 말을 건넸지만, 강준우의 반응은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과감하게 발을 떼는 그의 모습에 뒤에 남아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어? 뭐야? 지금 혼자 들어간 거야?"

"미친 거지. 관심 종잔가?"

"그냥 들어갔다 바로 나오는 거 아니야? 저러다 뒈지지."

그의 행동에 말이 많았다.

대부분이 황당해하며 비웃었지만, 김연희는 사람들의 반응에 한숨을 내쉬었다.

'안으로 들어갈 용기도 없는 놈들이 뭐라는 거야?'

그녀는 계속해서 강준우와 친분을 쌓기 위해서 노력했다.

마법사인 그녀와 사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권우철이라면 강준우와의 조합이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강준우의 생각은 다른 것 같았다.

여전히 혼자 움직이는 그의 모습에 김연희는 굳은 얼굴로 투덜거렸다.

"완전 철벽이네. 여자가 너무 매달리면 매력 없다는데."

***

하늘을 꿰뚫을 정도로 빛줄기가 흘러나오는 동굴이었지만, 안으로 들어서자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시린 빛을 뚫고 안으로 발을 내디딘 순간, 다른 공간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밝지는 않네.'

완전한 어둠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너무 밝지도 않았다.

거리가 가깝다면 충분히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정도의 공간이었다.

'천장에서 빛이 새어나오는 건가?'

사물을 분간할 정도의 빛은 천장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종유석 끝에서 빛이 모여 있었고, 당연히 그런 빛은 규칙적이지 않았다.

빛이 모인 종유석 아래는 밝았지만, 종유석이 없는 곳은 꽤나 어두웠다.

사람 한두 명은 충분히 몸을 숨길 수 있을 정도로 어두운 길이 길게 이어지는 공간이 존재했다.

그리고 강준우는 낯선 기척을 느끼며 걸음을 멈췄다.

'뭐지?'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숨어 있는 것 같았다.

왠지 모를 찝찝함이 그에게 경종을 알려대고 있었고, 그 기분이 '야생의 감각'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르카를 잡고 얻어낸 능력이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자 찝찝했던 그 느낌이 조금 더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누군가 그를 주시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허투루 대할 수 없는 감각에 강준우는 천천히 기운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며 천장의 빛이 닿지 않는 곳에 걸음을 내디뎠다.

부웅. 부웅. 터엉.

어둠 속에서 날아든 무언가에 그는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아슬아슬하게 스친 무언가가 동굴 벽에 부딪치며 튕겨져 나갔고, 건너편 어둠 속에서 흉광이 번뜩였다.

두 개의 불빛은 눈동자였다.

허공에 떠 있는 위치로 봐서는 기존에 상대했던 고블린이라는 놈들은 아니었다.

고블린보다 큰 키를 가진 것 같았고, 사용하는 무기도 달랐다.

벽에 부딪치며 튕겨져 나온 무기는 투박한 도끼였다.

녹이 슨 도끼로 꽤나 무게가 나갈 것 같은 모양새였다.

본능적으로 상대가 낯선 놈이라는 것을 확인한 그는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놈의 정체에 침음을 삼켰다.

'흐음. 오크라는 놈인가?'

희미한 불빛 아래로 걸어 나온 놈의 정체가 드러났다.

우람한 근육을 가지고 있는 놈은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어지간한 보디빌더는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큰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마주하는 것만으로 육체적인 능력이 어떨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두꺼운 목이 압권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맷집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위협적인 생김새였다.

너부데데한 얼굴에 쫙 찢어진 눈.

들창코와 입술 사이로 삐져나온 날카로운 송곳니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말로만 들은 오크의 모습이었다.

"크륵. 크륵."

삐져나온 커다란 송곳니 때문에 벌어진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오크라는 놈들 중에서는 평범한 놈인 것 같았지만, 홉고블린과 비슷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오히려 홉고블린도 놈에 비하면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놈은 비교적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움직였다.

자신감 가득한 모습이었다. 방심하고 있는 듯한 놈의 모습이었지만, 그에게 나쁠 것은 없었다.

내던진 도를 되찾으려는 듯이 움직이는 놈은 그 와중에도 강준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움직이기 시작하는 놈의 행동에 강준우도 곧바로 움직였다.

굳이 놈에게 기회를 줄 생각은 없었다.

오크라는 놈이 무기를 손에 쥐기 전에 먼저 쓰러뜨릴 생각에 그는 바닥을 박차며 거리를 좁혔다.

"크륵."

호기롭게 달려드는 강준우의 모습에 오크가 거친 숨을 내뿜으며 팔을 뻗었다.

부우웅.

그대로 머리통을 터뜨리려는 듯이 강한 힘이 실린 주먹이 강준우를 스쳐 지나갔다.

상당히 위협적인 소리였지만, 강준우는 수월하게 공격을 피해냈다. 그저 고개를 숙이는 것만으로 오크의 주먹을 흘린 것이다.

비어버린 품을 파고든 그는 그대로 팔을 뻗으며 철사장을 뿌렸다.

콰앙.

장력에 적중당한 오크가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너무 강하게 본 건가?'

위협적인 겉모습과 다르게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손바닥에 묵직한 감각이 제대로 된 공격을 성공시켰다는 것을 알려왔지만, 상대는 만만한 놈이 아니었다.

"크륵. 크륵."

조금 더 가빠진 숨소리와 함께 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쌓인 충격을 너무나 쉽게 떨쳐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한 맷집이 놀라웠지만, 그런 생각을 가질 겨를도 없었다.

"크와아!"

흥분한 놈은 곧장 강준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전과는 또 다른 움직임이었다.

배는 빨라진 듯한 속도로 뛰어드는 모습은 마치 멧돼지가 돌진하는 것 같았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놈이 그대로 강준우의 허리를 감싸왔다.

그가 보통 상대가 아니리는 것을 인지했는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려는 것 같았다.

다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어깨를 앞세우며 달려들던 오크의 몸이 순간 움찔 거렸다.

놈은 그 속도를 이기지 못 하고 꼬꾸라졌고, 그런 오크의 머리에 강력한 일격이 꽂혔다.

콰앙.

뇌를 뒤흔드는 일격이었다.

맹렬하게 달려들던 놈은 칠공에서 피를 뿜으며 움직임을 멈췄다.

[동굴 오크를 처치했습니다. 2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새롭게 알려오는 놈의 이름에 강준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홉고블린보다 더 힘든 상대인 것 같았지만, 놈은 같은 포인트를 남겼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동굴 오크라는 놈의 맷집이었다.

삼재심법을 통한 평범한 철사장은 가볍게 털고 일어날 정도로 강한 내구력을 가지고 있었다.

귀음신장도 큰 효과가 없는 것 같았다.

순간 몸을 움찔거리는 반응을 보였지만, 막무가내로 달려들지 않았다면 상황이 어땠을지 확신을 할 수 없었다.

'난이도가 너무 올라간 거 아닌가?'

고블린 다음 상대로 나타난 것치고는 너무 큰 격차가 났다.

한 마리의 오크를 상대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큰 힘을 소진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힘을 가진 놈 여럿이 달려든다면 상황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혼자서는 힘들겠는데?'

앞으로 마주할 적들이 생각보다 강했다.

더 큰 문제는 이제 소진한 내공을 곧바로 채울 방법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내공을 채울 시간까지 고려해야만 했다.

동굴 오크라는 놈을 한 마리 상대했지만, 느끼는 바가 적지 않았다.

곧 상념을 떨쳐낸 그는 쓰러진 놈을 뒤로하고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우선은 동굴이 어떤 구조인지 대충이나마 확인을 해야 했다.

그는 흐릿한 빛에 의지해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넓은 공간을 발견할 수 있었다.

통로라고 할 수 있는 곳에 비해서 유독 밝은 곳이었다.

하지만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그곳을 바라본 강준우는 걸음을 멈췄다.

'저건……'

동굴 벽에 가려서 시야가 제한됐지만, 널따란 공동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다.

그 끝이 통로와 연결되어 있는 형태였다. 하지만 그의 걸음을 멈추게 만든 이유는 따로 있었다.

불빛에 드러난 바닥에는 익숙한 형태의 무기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붉은 핏자국이 흥건했다.

아직 마르지 않은 것으로 봐서 싸움이 벌어진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지는 않았다.

꽤나 치열하고 잔혹했던 일이 벌어진 것은 분명했지만, 공동 안은 고요했다.

동굴 오크라고 불렸던 놈들의 모습이 보일 법도 했다. 하지만 넓은 공간에는 아무도 없었다.

'먼저 들어갔던 사람들은 모두…… 죽은 건가?'

참혹한 흔적의 주인공들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보다 먼저 들어간 사람들이 남긴 흔적인 것 같았다. 통로에서 만난 오크로 봐서 아무래도 먼저 움직인 사람들이 희생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여러 명이 같이 움직였는데도 당했다는 건, 놈들도 혼자가 아니라는 건데.'

오크라는 놈들도 무리를 이룬 채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개개인이 홉고블린을 뛰어넘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리 여러 사람이 함께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힘들 수밖에 없었다.

강준우는 여전히 몸을 숨긴 채 고심했다.

이대로 안을 더 조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고 밖으로 나간다고 하더라도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함께 움직일 사람들이라.'

권우철과 김연희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두 사람과 움직인다고 안전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괜히 무리를 할 필요는 없었다.

밖에 있는 사람들도 결국에는 이 통로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되도록이면 그 사이에 끼어서 움직일 생각이었다.

마음을 접은 그는 다시 한 번 널따란 공간을 바라봤다.

지금은 이 근처만 확인하고 다시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았지만, 순간, 그의 눈에 낯선 물체가 들어왔다.

처음 보는 형태의 물건이었다.

뭔가를 담을 수 있는 회색 빛깔의 주머니가 나뒹구는 무기들 사이에 널브러져 있었고, 본능적으로 떨어진 물건의 이름을 떠올렸다.

'무한의 식량 주머니?'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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