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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36화 (36/254)

제 36화

<영악한 놈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세 사람의 표정이 동시에 일그러졌다.

아무리 동굴에서 나온 놈이라고 하지만, 자신감이 너무 과했다.

가진 무기를 겨눈 그들은 강준우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우리가 지금 장난하는 것 같냐?"

"……."

협조를 가장한 협박이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간 누군가의 '무한의 식량 주머니'를 찾고, 빼앗을 심산이었다.

물론, 그들은 셋이 전부가 아니었다.

뒤에는 많은 사람들이 뜻을 함께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부르카를 쓰러뜨린 송영훈과 그 일행들이 뒤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식의 행동을 보여도 거리낄 것이 없었다.

하지만 강준우는 그들의 요구에 따를 생각이 없었다.

살기를 드러내는 이들의 행동에 강준우는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나라고 장난하는 것 같냐?"

"……."

그의 말에 세 사람은 할 말을 잃었다.

특히나 뒤에서 창을 겨누던 사내는 초조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뒤늦게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새끼는 그 미친놈이잖아?'

시비가 붙자 주저하지 않고 한 사람의 목숨을 취했던 놈이었다.

재수 없게 처음 마주한 놈이 바로 그 살인자였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 그가 머뭇거렸지만, 함께 있던 다른 사람은 거침없이 움직였다.

이제 와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주변에 모여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그들에게 집중돼 있었다. 이대로 꼬리를 말게 된다면 앞으로는 이런 일을 벌일 수 없었다.

"이 새끼가 어디서 허세야!"

그는 강준우에게 달려들며 검을 내질렀다.

가슴을 노리며 찔러 들어오는 검격은 강준우에게도 익숙한 삼재검법이었다.

꽤나 성취를 높였는지 상당히 위협적인 공격이었다. 하지만 눈에 뻔히 보일 공격을 당해줄 이유가 없었다.

너무나 정직한 공격에 강준우는 앞으로 발을 내디디며 수월하게 공격을 피해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워낙에 많은 상황을 접했던 그인지라 이제는 이런 날붙이와 마주해도 몸이 얼어붙지 않았다.

유연한 대처는 곧 기회를 만들었다.

단 한 발을 내디딘 것으로 공격을 피해내면서 상대의 품까지 파고들었다.

순간, 사라지는 그의 모습에 달려들던 사내의 눈이 부릅떠졌다.

"크윽."

"칼은 너만 쥐고 있는 게 아니거든."

품을 파고든 강준우는 거침없이 손을 썼고, 가슴과 목이 베인 사내는 그대로 꼬꾸라졌다.

너무나 쉽게 목숨을 잃은 그 모습에 남은 두 사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담담한 강준우의 모습이 오히려 더한 공포로 다가왔다.

막상 시비를 건 쪽은 그들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다.

앞에 있는 놈도 생각이 있다면 쉽게 공격을 하지는 못 할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강준우는 거침이 없었다.

과감한 그의 손속에 남은 둘의 몸이 잘게 떨려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본 강준우는 곧장 두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이미 전의를 상실했다지만, 나중에 어떤 식으로 앙갚음을 할 지 몰랐다.

시작을 하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먼저 손을 쓴 만큼 후환을 남기는 것보다 과감하게 움직이는 게 좋았다.

이미 피를 묻힌 손이었다.

이제 와서 한두 명 더 처리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무엇보다 이참에 확실히 할 생각이었다.

"씨발, 우리가 그렇게 물로 보이냐!"

겁을 집어먹은 사내는 크게 소리치면서 검을 뿌렸다.

파바밧.

순식간에 일곱 개의 점이 그려졌다.

허공에 일곱 개의 별이 떠올랐다. 그리고 떠오른 별들은 달려들던 강준우를 향해 쏘아졌다.

칠성검법이라는 무당의 검술이었다.

상승 검법이 펼쳐지자 오히려 달려들던 강준우가 당황했다. 하지만 그를 덮칠 듯한 검기는 돌연 자취를 감췄다.

"크윽."

과한 힘을 끌어낸 상대가 자멸한 것이다.

피를 토하는 그와 함께 일곱 개의 별이 허공에서 사라졌고, 강준우는 검을 찔러 넣으며 상대의 목숨을 취했다.

오히려 처음에 쓰러뜨렸던 놈보다 더 수월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를 처치한 강준우의 표정이 좋지만은 않았다.

'이제 슬슬 이런 무공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건가?'

느끼는 바가 적지 않았다.

강한 무공은 그 혼자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경각심을 가진 그는 조금 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이 기회에 자신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모습을 확실히 각인시켜줘야만 했다.

그는 남은 한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기세에 놀란 사내는 들고 있는 창을 떨어뜨리며 뒷걸음질 쳤다.

눈앞에서 두 명이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본 그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렇다고 그를 놔둘 강준우가 아니었다.

그는 더욱 내기를 끌어 올리면서 상대와의 거리를 좁혔다. 하지만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그의 일행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거기까지!"

커다란 외침과 함께 새하얀 빛무리가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마법?'

매직 미사일이었다.

교묘한 순간에 그를 노리는 공격에 강준우는 그대로 검을 찔러 넣으면서 다른 팔을 뻗었다.

퍼엉.

매직 미사일이 허공에서 터져나갔고, 도망가던 사내는 검에 꿰인 채 꼬꾸라졌다.

멀쩡한 마법이 갑자기 폭발하자 공격을 감행한 자의 눈이 커다래졌다.

"이, 이게 뭐야?"

강준우는 급한 대로 귀음신장으로 공격을 떨쳐냈다.

나름 절묘한 판단이었다.

그대로 지켜봤다면 공격을 허용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야생의 감각으로 위험을 인지한 그는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더 복잡하게 흘러갔다.

그의 근처로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사람들 중 대부분이 쓰러진 자들과 뜻을 함께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일입니까?"

"……."

그런 그들을 헤치고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손에 묵직한 도끼를 든 채로 나선 사람은 강준우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물었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그건 당신들이 더 잘 알지 않나?"

싸늘한 그의 대답에 송영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그는 최대한 화를 삭이며 정중한 태도를 고수했다.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네요. 그렇다고 이 사람들을 죽이는 건 너무……"

"죽자고 달려든 사람을 살려주는 게 더 이상한 것 같은데? 내가 당신을 죽이려고 달려들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

송영훈은 조롱이 가득한 강준우의 말에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이미 앞에 있는 놈이 어떤 짓을 벌였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자식. 족장을 죽였다고 기고만장해 있는 건가?'

강준우의 실력도 실력이었지만, 스스로가 벌인 일이 더 큰 문제였다.

우연찮게 얻은 도끼로 고블린 족장을 잡은 것으로 포장했지만, 사실 고블린 족장은 앞에 있는 강준우의 손에 쓰러졌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대하는 것이 편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그런 강준우와의 관계가 틀어졌다는 사실이었다.

되도록이면 그와 엮일 생각이 없었다.

부르카를 죽였다고 밝혔을 때, 가만히 넘어간 걸로 봐서 따로 사람들을 모으려는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 주머니까지 얻으려고 했던 게 잘못이었어!'

과한 욕심으로 일이 꼬여버렸다.

동굴로 들어간 사람들 중에서 한 명은 반드시 주머니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입구를 통제하고 나오는 사람들을 협조라는 명분으로 붙잡았지만, 그게 실수였던 것 같았다.

'병신 같은 놈들! 왜 이런 놈을 건드려서는!'

답답함에 절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지만, 지금은 앞에 있는 강준우를 쓰러뜨리는 것이 먼저였다. 그와 다시 관계를 회복하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것 같았다.

강준우가 진실을 밝히기 전에 처리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가 나서기 전에 일부가 강준우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조금 전까지 설전을 벌이면서 자신의 뜻에 반대했던 사람들이었다.

"잘못은 그쪽이 먼저 한 것 같은데요? 우리가 걱정했던 건 이런 것들이었어요."

"당신들은……"

"아무리 많은 사람들의 뜻을 모으고 있다고 하더라도 강압적으로 일을 진행시킨 건 잘못이었어요. 그렇지 않나요?"

백선화를 필두로 한 사람들이었다.

그가 사람들을 모으기 전까지 가장 많은 세를 형성한 그녀가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들이 대치하는 사이, 김연희와 권우철도 강준우의 옆에 섰다.

"괜찮아요? 볼 때마다 일이 생기네요. 그놈의 성질머리 좀 죽이지."

"……."

김연희의 투덜거림에 강준우는 얼굴을 찌푸렸지만, 이어지는 설명에 어떤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송영훈과 백선화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세가 적은 백선화가 밀리는 상황이었지만, 조금 전에 벌어진 일로 상황을 뒤집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강준우는 둘의 싸움에 끼어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지켜보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괜한 규칙을 만들어서 상황을 통제하려는 송영훈의 생각이 달가울 리 없었다.

무엇보다 이미 그와의 관계가 틀어졌다.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가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생각은 강준우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송영훈과 뜻을 함께하고 있는 그의 일행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이미 강준우와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었고, 힘들게 얻은 감투도 그냥 버릴 생각이 없었다.

눈치를 살피던 한 명이 강준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개새끼! 내 친구들을 죽여? 너도 죽어라!"

아슬아슬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그가 깨뜨렸다.

혹시라도 다른 말이 나오기 전에 싸우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하지만 달려드는 상대를 확인한 강준우는 예상하지 못한 얼굴에 얼굴을 구겼다.

'김기철?'

얼마 전까지 권현수를 따랐던 그가 송영훈으로 갈아탄 것이다.

이미 큰 세를 형성한 송영훈이 이대로 무너지는 것이 달갑지 않은 김기철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울분 섞인 그의 외침에 남은 사람들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모두가 무기를 빼들었지만, 정작 강준우에게 달려들던 김기철은 급히 걸음을 멈추며 상황을 지켜봤다.

그런 김기철을 스친 한 여자가 강준우를 노렸다.

그리고 그녀를 돕기 위해 뒤에 있던 남자는 곧장 마법을 날렸다.

쉬이익.

전방에서 두 개의 매직 미사일이 날아왔다.

강준우는 내공을 끌어 올리며 손바닥에 힘을 모았다. 하지만 그가 움직이기도 전에 비슷한 마법이 날아갔다.

콰앙. 콰앙.

날아오는 매직 미사일을 쳐낸 사람은 김연희였다.

그녀가 매직 미사일을 쏘아내며 강준우를 도왔다.

"무슨……"

"인사는 나중에!"

뻔뻔한 말이었다. 하지만 미처 대꾸를 하기도 전에 그의 몸이 빛에 휩싸였다.

옆에 있던 권우철이 뒤로 물러나며 힐을 시전한 것이다.

"다친 것 같아서요. 그 팔."

오크의 도끼에 부딪치며 멍이 들었던 곳이 사라졌다.

갑작스러운 두 사람의 도움이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그럴 생각을 가질 겨를이 없었다.

"하압!"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김기철을 지나친 여자가 강준우의 머리 위로 뛰어 올랐다.

기민한 움직임을 선보인 그녀는 그대로 발을 찍어 내리며 그의 정수리를 노렸다.

상당한 힘이 실린 공격이었다.

그렇다고 그런 공격을 받아줄 이유는 없었다.

강준우는 곧장 뒤로 물러났다.

바닥을 미끄러지듯 자연스럽게 공격을 피해내자, 뛰어 오른 여자의 발뒤꿈치가 그대로 바닥을 강타했다.

쿠웅.

내리찍은 곳을 중심으로 균열이 일었다.

상당한 내공이 실린 것은 분명했지만, 피하지 못할 공격은 아니었다.

큰 움직임 뒤에 드러난 빈틈.

강준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곧장 바닥을 박차며 머뭇거리는 여자를 향해 움직였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기운이 파고들었다.

'뭐, 뭐지?'

낯선 기운이 발바닥을 파고들며 그의 몸에 침투했다.

균열이 간 바닥에서 느껴지는 충격파라고 하기에는 내부로 파고드는 힘이 너무 교묘했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낯선 기운을 이겨냅니다.]

낯선 힘이 안으로 스며들었지만, 천마신공이 제 힘을 발휘했다.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그는 몸을 일으키는 여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기겁한 여자는 다급히 뒤로 물러났고, 그녀를 돕기 위해 예의 마법이 날아들며 강준우를 견제했다.

퍼엉. 퍼엉.

상대하는 두 사람의 합이 상당히 잘 맞았다.

이런 경험이 많아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강준우는 걸음을 멈췄다.

무리해서 달려들면 잡을 수도 있겠지만, 굳이 퇴로를 버리고 움직일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상대의 말에 그의 생각이 달라졌다.

"영미야, 괜찮아?"

"후우. 괜찮아. 근데, 완전히 괴물이야! 내 천마군림보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냈어."

"정말로 저 새끼가 그놈을 쓰러뜨린 걸까?"

무공을 사용하는 여자와 그녀를 돕는 마법사의 대화가 그의 관심을 끌었다.

무엇보다 그 여자가 가진 무공은 그냥 넘길 무공이 아니었다.

'처, 천마군림보?'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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