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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37화 (37/254)

제 37화

<새로운 힘>

등급 외에 놓인 무공이 바로 천마신공이었다.

내공을 쌓을 수 있는 심법으로 천마의 다른 무공을 펼칠 수 있는 근원적인 힘이었다.

그 토대가 단단히 쌓여야 천마신공과 관련된 무공은 물론이고, 다른 마공까지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4성에 오른 천마신공.

성취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내공을 얻을 수 있었지만, 정작 신공을 활용할 제대로 된 무공은 없었다.

'천마군림보라니!'

그동안에 사용한 천마신공은 삼재심법과 관련된 기본적인 무공이나 귀음신장의 파괴력을 높이는 게 전부였다.

따로 관련된 무공을 얻기 위해서는 최소 S등급의 무공을 해제해야만 했기 때문에 얻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제대로 된 무공이 나타난 것이다.

천마군림보라면 그로서도 욕심이 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확실히 얻는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강준우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상황이 불리해진다면 언제라도 동굴로 도망갈 생각을 가졌지만, 이제는 앞에 있는 여자는 반드시 잡아야 했다.

그렇다고 상황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천마군림보를 사용한 영미라는 여자를 처리하기에는 주변에 걸리적거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무엇보다 상대 역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천마군림보를 무리 없이 사용하는 모습만 봐서는 아무 생각 없이 무공을 펼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꽤나 지친 기색이 역력한 그녀는 일행들의 보호 속에서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뭔가를 집어 삼키는 모습을 지켜본 강준우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귀음신장으로 저 여자를 처리할 수 있을까?'

아무 것도 없는 맨손으로 저 여자를 확실히 처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그가 고민하는 와중에도 주변은 복잡하게 흘러갔다.

송영훈과 백선화의 대립이 점점 격해져만 갔고, 혼란한 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강준우의 시선은 한 사람에게 향해 있었다.

'다시 끌어내서 한 번에 끝내야 하는데.'

사람들 사이로 숨은 여자를 상대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잠깐 고민하는 그에게 다시 마법이 날아들었다.

어수선한 상황을 틈타 날아든 공격으로, 그를 처리하려는 것보다 묶어두고 힘을 빼놓으려는 목적이 강했다.

콰앙. 콰앙.

뒤에 있던 김연희가 대응하며 마법을 날렸지만, 혼자 힘으로 모든 마법을 막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콰과광.

앞에서 터져나가는 마법에 강준우는 두 사람과 함께 뒤로 물러났다.

"후우. 이대로는 힘들겠는데요?"

"계속 버틸 생각인가요?"

"무슨 생각입니까? 이렇게 저를 돕는 이유가 뭐죠?"

"무슨 생각은요? 끝까지 함께 할 생각이죠."

"……."

"우선 동굴로 피하는 건 어때요?"

김연희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는 그들이 먼저 지칠 게 분명했다.

"그게 좋겠네요."

"근데, 동굴 안은 괜찮은 건 가요?"

"여기보다는…… 나을 겁니다."

"……."

뜸을 들인 그의 말에 왠지 불안했지만, 지금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김연희와 권우철도 나름 승부수를 띄웠다.

이대로 다른 사람들과 뜻을 함께할 수도 있었지만, 그동안 보인 강준우의 모습에 배팅을 한 것이다.

달라진 그들의 행동에 송영훈과 함께 하고 있는 일행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강준우를 놓친다면 앞으로가 곤란해진다는 것을 잘 알았다.

"도, 동굴로 도망간다!"

"잡아! 놓치면 곤란해져!"

달라진 저들의 반응에 강준우는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대로 물러난다면 곤란한 쪽은 저들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긴, 내가 빠져나가면 저놈들이 더 피곤해지겠지.'

우선 상대하는 놈들을 초조하게 만드는 게 좋았다.

물러나는 세 사람의 모습에 지치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로 물러나며 호흡을 고르던 그 여자도 조금씩 앞으로 나서며 기회를 엿봤다.

그들은 강준우를 중점적으로 노렸다.

어차피 그와 함께 하고 있는 두 사람은 큰 걱정이 아니었다.

"후방을 노려! 저 둘은 신경 쓰지 마!"

마법을 사용하는 자들이 호흡을 맞추며 공격을 감행했다.

여러 개의 매직 미사일이 허공을 빼곡히 채웠다.

작정을 하고 뒤를 막을 생각이었지만, 그들은 마법이 마법을 날리기도 전에 생성된 매직 미사일이 터져나갔다.

콰과광. 콰과광.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갑작스러운 상황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뒤에 있던 김연희가 따로 손을 쓴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권우철이 공격을 했을 리도 만무했다.

모두의 시선이 강준우에게로 향했다.

유일하게 달라진 게 있다면 허공에 팔을 뻗는 그의 행동이었다.

단지, 그것만으로 마법이 터져나간 것이다.

"뭐야? 설마 저놈이?"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라고!"

황당한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강준우를 잡는 게 중요했다.

터져버린 마법에 이제는 무공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나섰다.

"시간만 끌어! 곧바로 도와 줄 테니까."

다시 마법을 캐스팅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 생각이었다.

무공을 쓰는 사람들이 빠르게 거리를 좁혀왔고, 그 모습을 확인한 강준우는 걸음을 멈췄다.

사람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개중에 한 명을 주시하던 그는 곧장 천마신공의 힘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작정을 하며 크게 소리쳤다.

"으아아아!"

갑작스러운 외침이 주변을 뒤흔들었다.

갑작스러운 함성에 달려들던 사람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피, 피어?'

순간 움직임을 멈춘 그들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어지는 강준우의 행동에 놀람은 경악으로 바뀌었다.

"마, 막아!"

"영미야, 위험해! 막아! 놈이 영미를 노린다!"

물러나던 강준우는 귀음신법을 펼치며 순식간에 오영미와의 거리를 좁혔다.

작정을 하고 움직인 만큼 그의 움직임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놀란 여자의 얼굴을 확인한 그는 곧장 팔을 뻗었고, 딱딱하게 굳은 오영미의 얼굴이 처참하게 구겨졌다.

'으흑! 이 고통은 뭐야?'

강력한 충격에 신음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무방비 상태와 다름없는 그녀에게 제대로 된 일격이 꽂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제대로 된 내상도 입지 않은 그녀를 한 번의 공격만으로 처리할 수는 없었다.

'역시 한 번에 쓰러뜨리는 것은 무리였나?'

그는 다시 장력을 뿌렸다. 하지만 어느새 경직에서 풀린 오영미는 뒤로 물러나며 그의 공격을 받아냈다.

날아오는 공격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감지한 것이다.

"흐읍!"

다시 한 번 귀음신장이 그녀를 때렸다. 하지만 대비를 하고 있던 그녀는 그 충격을 버텨냈다.

그 사이, 이상함을 느낀 동료들이 오영미의 앞을 가로막았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그녀는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곧 쓰러질 것 같던 그녀가 힙겹게 호흡을 골랐지만, 강준우에게는 좋은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겨우 두 번의 공격만으로는 상대를 처리할 수는 없었다.

'내공 소모가 상당했을 텐데. 이걸 버텼다고? 어쩔 수 없나?'

이제 와서 천마군림보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귀음신장이 장애물을 뚫고 적을 격살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순간 고민하던 그는 검결지를 만들며 앞에 있는 상대의 가슴을 가리켰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오영미의 앞을 가로막은 사내가 멈칫거렸고, 강준우는 내공을 끌어 모으며 응축된 기운을 쏘아냈다.

쐐에엑.

"미친! 커헉!"

"아아악!"

두 눈 가득 들어오는 붉은 기운에 앞을 가로막은 자의 눈이 부릅떠졌다.

일양지의 기운이 그대로 그의 목을 꿰뚫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뒤에 있는 영미라는 여자의 머리에 꽂혔다.

일부러 그 여자의 키에 맞춰서 방향을 조절한 것이 주효했다.

처절한 비명과 함께 원하던 알림음이 전해지자, 강준우의 표정이 밝아졌다.

[천마군림보를 획득했습니다.]

[상대가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강탈합니다.]

'됐다!'

낮은 확률을 뚫고 원하는 무공을 얻을 수 있었다.

나름 작정을 하고 움직였던 게 좋은 결과로 나타났지만,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에 그는 정신을 일깨웠다.

"끄아아아! 눈! 내 눈!"

그들과 겹쳐 있던 다른 사람들까지 일양지의 공격에 휩쓸렸다.

그 말은 강준우가 소진한 내공이 많다는 것을 의미했다.

거칠어진 호흡을 고르던 그는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을 주시하며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작정을 하고 공격을 감행한 강준우의 모습에 그를 뒤쫓던 자들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피어와 일양지라는 위력적인 무공.

순식간에 서너 명의 희생자를 남긴 강준우의 힘에 모두는 말을 잇지 못 했다.

그가 제대로 된 힘을 드러내자 일행들 중에 강하다고 여긴 사람까지 무기력하게 쓰러진 것이다.

다시 거리가 벌어지자, 강준우는 남은 자들을 뒤로하고 지체 없이 물러났다.

원하는 무공을 손에 넣은 만큼 더 이상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다.

"도, 도망간다! 저것들 동굴로 도망가고 있어!"

"잡아! 저놈들을 막아!"

"저놈을 누가 막아?"

강준우의 힘을 확인한 그들은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누구보다 놀란 사람은 김기철이었다.

이미 그에게 적의를 드러낸 그인지라 뒤늦게 자신의 행동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씨발! 뭐 저런 새끼가 다 있지?'

생각지도 못한 능력을 드러낸 강준우의 모습에 그는 좌절했다.

아무리 강준우가 부르카를 처리했다고 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로 놈을 쓰러뜨린 것은 아니었다. 부르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역할도 컸다.

지친 놈의 힘을 빼고, 상처를 입힌 사람들은 권현수를 비롯한 그들이었다.

당연히 모든 것을 고려한 그는 강준우를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이만한 수라면 놓치는 것이 더 어려웠지만, 아무래도 상대를 너무 과소평가 한 것 같았다.

무엇보다 경악스러운 것은 그가 사용한 무공이었다.

'분명히 일양지였어! 권현수가 사용했던 그 일양지!'

권현수가 죽었던 상황을 떠올린 김기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왔다.

"서, 설마?"

갑자기 몸을 떨며 쓰러졌던 권현수와 오영미의 상태가 다르지 않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느닷없이 충격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뭔가 공격이 있었던 게 분명했고, 두 사람의 죽음과 관련된 사람은 바로 강준우였다.

무엇보다 그가 사용한 무공이 그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일양지.

강준우가 권현수와 똑같은 무공을 익히고 있을 가능성은 낮았다.

'그랬다면 처음부터 그 무공을 사용했었겠지. 씨발, 내가 잘못 생각한 거야.'

강준우가 권현수를 죽인 게 분명했다.

무엇보다 경악스러운 것은 그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됐다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그 사실을 숨기고 있던 강준우의 심계가 더 두렵게 느껴졌고, 그런 놈을 적으로 돌렸다는 사실이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

동굴로 들어온 김연희는 불안함이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갑자기 달라진 장소에 놀라웠다.

동굴 안은 밖과는 너무 동떨어진 곳이었다.

그녀 역시 강준우가 느꼈던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감정을 느꼈지만, 다급히 상념을 떨쳐냈다. 지금은 낯선 곳에 놀라는 것보다 뒤따라 올 사람들이 더 걱정이었다.

"이제 어떡하죠?"

"통로에서 대기했다가 들어오는 놈들을 상대해야겠죠."

"안쪽에 다른 위협은 없나요?"

"오크라는 놈들이 있더군요."

"오, 오크요?"

오크라는 말에 김연희의 눈이 커다래졌다.

일전에 권우철을 통해서 들었던 생명체의 이름이었다.

고블린보다 강한 놈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그녀의 표정에 근심이 어렸다.

"강한 놈들인가요?"

"적어도 고블린들보다는 강하더군요."

"……."

어쩌면 호랑이 굴에 제 발로 들어왔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렇다고 다시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그녀는 불안한 눈으로 권우철을 바라봤지만, 권우철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뭐야? 왜 이러는 거지?'

지금처한 상황보다 권우철의 모습이 더 불안하게 느껴졌다.

꽤나 심각해 보이는 그의 모습이 이상했다. 불안함을 느낀 김연희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선배? 괜찮아?"

"…… 응? 어? 아, 아니야."

"뭔가 이상해. 뭐 숨기는 거 있어?"

"숨기는 거라니?"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지만, 김연희 역시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안으로 더 깊게 들어가는 강준우의 모습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제 어떡하죠?"

"우선 쉬어야죠. 소모한 기운을 회복하세요."

"……."

대충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말을 해줬지만, 강준우는 그들과 떨어져 앉았다.

꽤나 먼 곳에 자리잡은 그 모습에 김연희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더럽게 신중하네. 저렇게 멀리 떨어져 앉는 이유가 뭐야?"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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