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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41화 (41/254)

제 41화

<통로가 연결된 곳>

백선화가 불러낸 정령은 생각보다 쓰임새가 좋았다.

동굴이라는 지형 자체가 땅의 정령이 활약하기에 적당한 곳이었다.

노움을 앞세운 그들은 거침없이 움직였다.

한차례 물러날 곳까지 확인을 했던 그들인지라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앞장서서 움직이던 백선화는 돌연 걸음을 멈췄다.

"앞에 뭐가 있는 것 같아요."

"오크일까?"

"몇 놈이나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잠깐만요."

"……."

"셋이요. 셋이 지키고 있다고 알려왔어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보이지 않았던 놈들이었다.

새로운 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네 사람의 표정이 굳어졌다.

'여기에서 오크라는 놈들과 만나는 것도…… 좋진 않은데.'

오크들과 송영훈을 위시한 자들의 싸움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는지, 뒤에서는 처절한 비명이 계속 들려왔다.

언제 뒤따른 자들의 공격을 받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또 다른 싸움을 이어간다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어떡하지?"

머뭇거리는 그들의 모습에 강준우는 고민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최하급 단약을 입에 넣었다.

앞에 있는 세 놈을 처리하면 소진한 포인트를 다시 채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다.

여의치 않는 상황은 아쉬웠지만, 지금은 안전이 우선이었다.

다시 한 번 약효가 느껴지자, 부족한 기운이 빠르게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섣불리 움직이지는 않았다.

아직까지 여유가 있는 만큼 최대한 기운을 회복할 생각이었다.

그가 휴식을 취하자 백선화와 김연희도 소진한 마나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나마 멀쩡한 권우철이 후방을 경계했지만, 그들이 힘을 채우기도 전에 우려했던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뒤에서 들려오는 소란이 놈들의 관심을 끈 것 같았다.

"놈들이 움직여요!"

백선화의 말에 강준우는 눈을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백선화를 향해 말했다.

"저놈들 관심을 끌 수 있을까요?"

"관심이요?"

"일렬로 세울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해볼게요."

일렬로 세우라는 말에 세 사람은 그 의미를 이해했다.

백선화는 곧장 노움을 불러내며 준비를 마쳤고, 어느새 나타난 놈들을 확인하며 그 크기를 키웠다.

갑자기 앞에 솟아난 돌 벽에 나타난 오크가 깜짝 놀라며 도끼를 휘둘렀다.

터엉. 후두두둑.

힘없이 부서지는 얇은 돌 벽과 함께 오크들의 시선에 한 사람에게로 향했다.

우람한 덩치를 가진 놈들의 살기 어린 눈빛에 백선화는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뒤에 있던 김연희의 외침에 급히 고개를 숙였다.

"조심해요!"

김연희는 곧장 매직 미사일을 날리며 옆에 선 다른 오크를 노렸다.

머리통을 노리며 날아드는 공격에 삐져나온 오크가 옆으로 비켜서며 도끼를 휘둘렀고, 강준우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쐐에엑.

일양지가 그대로 쏘아지며 오크의 머리통에 꽂혔다.

인중을 파고든 기운에 늘어선 오크들이 줄줄이 무너져 내렸다.

[동굴 오크를 처치했습니다. 2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동굴 오크를 처치했습니다. 2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동굴 오크를 처치했습니다. 2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놈들의 죽음을 알리는 소리에 강준우는 안도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싸우면서도 힘들어하는 오크가 순식간에 쓰러졌다.

그 모습에 놀란 세 사람이 놀라며 그를 바라보자, 강준우는 그들을 일깨웠다.

"다시 움직이죠."

"네? 네. 알았어요."

그는 다시 길을 재촉했다. 하지만 김연희가 백선화를 불러 세웠다.

"잠깐만요! 좀 도와줄 수 있을까요?"

"뭘 하려고요?"

"이놈들을 세울 수 있어요?"

"세워요? 죽은 오크들을요?"

"이걸로 뒤에 있는 사람들 눈을 속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

백선화는 김연희의 의도를 깨달았다.

'허수아비를 세울 생각인가?'

그런 그녀의 생각이 나쁘지 않았다.

오크와 싸운 사람들이라면 놈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쉽게 달려들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들 역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오크들의 상처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어두운 곳에 세워두면 꽤 효과를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백선화는 그녀의 말에 다시 노움을 불러냈다.

짧은 순간에 상당한 마력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어차피 세 사람의 안위는 강준우가 책임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저 사람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살아남지도 못 했을 테니까.'

그녀는 노움을 이용해서 돌로 된 받침대를 만들었다.

쓰러진 오크들을 지탱하며 서 있는 듯한 형태로 만들었고, 제법 그럴듯한 모양새에 만족해했다.

"어때요?"

"좋아요. 딱 좋아요!"

김연희의 생각이 그렇게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강준우도 별다른 말없이 기다린 것을 보면 암묵적으로 동의를 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다시 움직이죠."

"미안한데 지금 마력이……"

계속해서 힘을 사용한 백선화는 바닥을 드러낸 상태에 미안한 기색을 비췄다.

생각보다 과한 힘을 쓴 그녀였기 때문에 그런 상태가 이해가 갔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준우는 앞장서며 움직였다.

야생의 감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조금이라도 이런 능력을 활용해서 숙련도를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 앞장설 사람은 강준우 밖에 없었다. 어쭙잖은 대처로 위기를 초래하느니 먼저 움직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다행히 다른 오크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동굴의 규모는 더 큰 것 같았다.

계속 이어지는 통로와 갈림길에 길을 택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끔 느껴지는 거친 기운에 조심스럽게 방향을 틀었고, 그런 식으로 오크들을 피해낼 수 있었다.

"그래도 뒤쫓는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요?"

"그 허수아비들이 도움이 된 건가?"

그들에게 나쁘지 않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던 강준우는 걸음을 멈췄다.

"……."

갑자기 멈춰선 그의 행동에 뒤따르던 사람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누가 있어요?"

"앞에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런데 왜?"

"지금 정령을 쓸 수 있나요? 잠깐 확인을 해봤으면 좋겠는데."

"자, 잠시만요."

조금 더 확실히 할 생각이었다.

강준우의 요청에 백선화는 곧바로 노움을 불러냈다. 그리고 그가 가리키는 곳으로 노움을 보내며 상황을 알려왔다.

"이, 일곱! 앞에 모여 있는 놈들이 모두……"

"일곱? 그렇게 많아?"

"이 길은 포기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오크 일곱이라면 그들에게도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전투에서는 제대로 된 도움이 되지 않는 그들로서는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었지만, 백선화는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근데, 일전에 마주했던 놈들하고 다르다고 하는데요?"

"다르다니? 그럼 오크가 아니라는 소리예요?"

"그게…… 그런 것 같아요."

새로운 놈이 있다는 사실에 그들의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었지만, 강준우는 과감하게 움직였다.

갑자기 움직이는 그 모습에 남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무슨 생각이 있겠지?"

"그렇겠지. 가자."

"아, 알았어."

그들은 조심스럽게 강준우의 뒤를 따랐다.

혹시라도 방해가 될까 최대한 거리를 벌린 채 움직였지만, 일곱 마리나 모여 있는 놈들의 정체를 확인하며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 고블린? 저놈들도 여기에서 활동하나?'

앞에 있는 놈들은 고블린들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대부분이 상처를 입은 채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강준우가 달려들었다.

이미 상황을 파악한 그는 거침없이 움직였고, 그의 행동에 맞춰 남은 사람들도 고블린을 상대했다.

"매직 미사일!"

유일하게 김연희 마법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오크에게는 큰 타격을 줄 수 없던 마법이 고블린들을 쓰러뜨리고 있었다.

동굴 안에 있는 놈들이라면 일전에 상대한 고블린과 다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끼아악."

놈들은 순식간에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주변에 다른 놈들이 더 있을 지도 몰랐다.

백선화는 곧바로 노움을 불러서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숨어 있는 놈들은 없었지만, 드러난 광경을 확인한 그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 이건?"

"오크 시체잖아?"

"…… 오크하고 고블린들하고 싸운 건가?"

"싸움이 아니라 학살 같은데요?"

남아 있던 고블린들이 큰 상처를 입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들을 만나기 전에 먼저 오크와 부딪쳤기 때문이다.

널브러진 고블린들의 시체가 가볍게 두 자리를 넘어갔다.

반면, 쓰러진 오크는 고작 세 마리가 전부였다.

"홉고블린이랑, 워리어하고 샤먼도 있어!"

쓰러진 놈들을 살피던 김연희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만만치 않은 놈들이 포함된 고블린들이었지만, 고작 오크 세 마리에게 학살을 당한 것과 다름없었다.

물론, 마지막에 살아남은 놈들은 고블린들이었다. 그래도 엄청난 전력 차이는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강준우도 놀라기는 매한가지였다.

'고블린이 동굴에 있다고?'

가장 놀라운 것은 고블린의 등장이었다.

드러난 광경만 봐서는 도저히 동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종족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동굴에서 본 놈은 오크가 유일했다.

천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놈들을 사냥하면서 살아간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랬다면 이놈들도 어딘가에서 들어왔다는 소린데.'

번뜩 스치는 생각에 그는 다급히 움직였다.

갑자기 움직이는 그의 행동에 세 사람은 강준우의 뒤를 쫓았다.

상당히 바쁘게 움직이던 강준우는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드러난 공동을 확인하며 따라온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

"여기…… 왠지 이상하지 않아요?"

"이, 이상하다니요?"

그의 말에 셋은 그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강준우가 멈춰선 곳은 넓은 공간이 있는 장소였다.

세 갈래의 갈림길로 나뉜 공간으로, 그들이 처음 마주했던 그 공동과 크게 다르지 않는 모습이었다.

가만히 그 장소를 주시하던 세 사람도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통로 자체가 크게 특색이 없는 곳이라서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막상 그의 말을 들어보니 뭔가 다른 것 같았다.

"설마, 왔던 장소로 되돌아 온 건가요?"

"그건 아닌 것 같아."

"그럼 비슷한 장소가 더 있었다는 소리야?"

김연희는 의아해하며 물었지만, 권우철이라고 이런 상황을 알고 있을 리 없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뒤로한 강준우는 다시 방향을 잡으며 움직였다.

혹시라도 오크들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지만, 다행히 근처에 놈들이 남아있지는 않았다.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던 그는 별다른 막다른 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그곳 역시 낯설지 않은 장소였다.

"여, 여기는?"

"입구 아닌가? 맞죠? 입구죠?"

"……."

그들이 들어왔던 동굴 입구와 비슷했다.

비록, 시릴 듯한 빛은 없었지만, 전체적인 구조가 비슷하게 느껴졌다.

"무슨 막 같은 걸로 막혀있는데?"

"……."

입구는 불투명한 막으로 막혀 있었다.

가만히 그 막을 지켜보던 강준우는 뒤에 있는 백선화를 바라봤다.

"정령을 움직여보죠."

"아, 알았어요."

그의 요구에 백선화는 다시 노움을 불러냈다. 그리고 앞에 있는 막으로 노움을 들여보냈다.

땅의 정령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불투명한 막으로 움직이기 무섭게 자취를 감췄고, 모두는 긴장한 상태로 백선화를 지켜봤다.

짧지만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더디게 흘러갔다.

오묘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백선화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 어떻게 됐어요?"

"확실하지는 않아요. 저도 정령이 하는 소리를 들은 것뿐이라서."

"…… 뭐가 안 좋은 건가요?"

꽤나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백선화의 얼굴에 그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쉽게 답을 하지 못 했다.

잠깐 머뭇거리던 백선화는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고, 그녀의 말을 전해들은 모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우리와 비슷한 외형을 가진 생명들이 쓰러져 있다고 했어요."

"우리와 비슷한 외형?"

"아마도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이……"

"더 있다는 소린가?"

"……."

그들과 비슷한 사람들이 더 있다는 말.

그 말에 김연희의 눈이 커다래졌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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