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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44화 (44/254)

제 44화

<빠른 성장>

고블린 부족장을 처리하고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

남은 고블린들은 세 사람의 손에 쓰러져 나갔지만, 아무래도 내공이 부족한 만큼 많은 한계가 있었다.

"허억. 허억."

"잠깐 쉬고 있어요."

"괜찮은 거예요?"

"뭐가요?"

"…… 지치지도 않냐고요."

"뭐, 그닥."

"…….'

김연희는 다시 한 번 강준우와의 격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가 마법만을 사용해서 그런 것일 지도 몰랐지만, 그동안 봐온 강준우는 괴물이었다.

위력적인 능력을 여러 번 사용할 정도의 내공을 가지고 있었고, 체력도 놀라울 정도였다.

물론, 그가 그들에 비해서 많이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기습을 펼치면서 부족장을 쉽게 처리했다지만, 그가 쓰러뜨린 고블린들의 수는 그들이 처리한 놈들과 비슷할 정도였다.

'확실히 저 인간한테 붙은 건 신의 한수였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강준우를 선택한 것은 잘한 것 같았다.

권우철도 김연희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강준우의 도움으로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송영훈을 비롯한 그들과 뜻을 같이했다면 지금과 같은 성장은 생각도 못할 정도였다.

"이제 고블린 족장만 남은 건가요?"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보통 놈이 아니니까요. 거기에 남은 고블린도 무시할 수는 없겠죠."

"……."

사뭇 진지한 강준우의 말에 세 사람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가 걱정을 할 정도라면 고블린 족장의 힘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무엇보다 남아 있는 고블린들의 수가 걱정이었다.

작지 않은 수가 남은 만큼 놈들의 수를 줄이는 것도 중요했다.

문제는 이제 부족장이 죽은 만큼 놈들도 그들을 견제하려 한다는 점이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여야죠."

"은밀하게?"

"어둠을 이용해야죠. 수시로 자리를 바꾸면서 고블린들을 상대해야죠."

"……."

날이 어두워야 그에게 유리했다.

귀음신법과 귀음신장이 가장 빛을 발하는 때가 바로 어둠 속이었다.

"우선 움직이죠. 이제 이곳도 안전할 것 같지 않으니까."

"아, 알았어요."

부족장과의 싸움에서 놈의 비명을 들었을 게 분명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족장은 부족장의 죽음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때도 부족장의 죽음을 눈치 챈 것 같았으니까.'

둘이 따로 정신적으로 이어진 것일 지도 몰랐지만, 앞으로 고블린들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은 분명했다.

요는 그런 놈들의 눈을 피해서 최대한 많은 피해를 줄 수 있느냐였다.

"동굴 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건 어때요?"

"동굴이요?"

"아무리 고블린 족장이라고 해도, 동굴에서는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 같은데."

"흐음."

아무래도 오크들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았다.

여차하면 동굴로 도망가자는 말이었지만, 그렇게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그가 상대했던 고블린 족장은 오크 두어 마리 정도는 찜쪄먹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놈을 피해서 동굴로 물러난다고 하더라도 안전하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오크와 마주할 가능성도 있었다.

전처럼 오크들로 고블린 족장을 상대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우선 이 산에서 놈들을 상대하는 걸로 하죠."

"그, 그래요."

다른 뜻을 밝히는 강준우의 말에 백선화는 멋쩍어하며 그의 말에 따랐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존대를 할 생각이지?"

"……."

"…… 요?"

김연희는 지금 이런 관계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미 백선화와 권우철에게는 편하게 말을 하고 있었지만, 유일하게 강준우에게만 존대를 하고 있었다.

권우철은 물론이고 백선화도 그를 조심스럽게 대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권우철을 제외하고 모두가 같은 나이였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물음에 모두의 시선이 강준우에게로 향했다.

자신을 향한 세 사람의 시선에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당황한 권우철이 김연희를 타박하듯 만류했다.

"너 갑자기 왜 이래? 사람 불편하게."

"불편하기는! 앞으로 계속 볼 거잖아. 이제 가까이에서도 운기도 하더구만!"

"……."

"그냥 말 놓자고! …… 요."

"편할 대로 해라."

"저, 정말?"

"사회에서 한두 살은 친구로 지낸다며?"

말을 마친 강준우는 다시 몸을 돌렸다.

그 말에 김연희와 백선화의 표정이 밝아졌다.

두 사람의 얼굴에 절로 환한 웃음이 걸렸지만, 권우철의 표정은 그들과 상반됐다.

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 했다.

"선배, 왜 그래?"

"아,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딱 보니까 똥 씹은 표정이네."

"……."

"하긴, 지가 한 말이 있으니까."

일전에 강준우에게 했던 말을 떠올린 김연희의 놀림에 권우철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당시에 그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 한 말이 지금 발목을 잡은 것 같았다.

강준우에게 그런 말을 듣는 것은 상관없었다.

문제는 앞에 있는 김연희였다.

"닥쳐!"

"어허, 친구끼리 닥치라니?"

"죽는다!"

"그렇게 억울하면 다시 말 해. 형으로 대하라고."

"에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어허, 친구! 설마, 삐진 건가?"

"…… 이 미친년."

***

어두침침한 동굴 안.

거친 숨을 몰아쉬며 움직이던 송영훈은 앞에 나타난 인형에 깜짝 놀라며 도를 휘둘렀다.

콰과광.

갑작스레 힘을 끌어냈지만, 지금은 앞에 있는 놈들을 쓰러뜨리는 게 먼저였다.

흐릿하지만 붉은 기운을 머금은 도끼가 순식간에 앞에 있는 놈을 찍어냈다.

상대한 놈이 그대로 반으로 찢겨졌지만, 적은 하나가 아니었다.

아직 뒤에 남은 두 놈이 건재했고, 한 번에 힘을 쏟아낸 송영훈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 그를 스치며 한 사람이 앞으로 튀어왔다.

서걱.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남은 인형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뒤에 있던 오정태가 일검을 뿌리며 그대로 다른 놈의 머리를 베어냈지만, 그 역시도 지쳤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들은 짧은 시간에 둘을 처리했다. 그래도 여전히 한 놈이 남아 있었다.

그들을 뒤따르면 남은 사람들이 다급히 마법을 날리자, 남아 있던 한 놈이 튕겨져 나갔다.

"허억. 허억."

지친 두 사람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나마 오정태는 송영훈보다 상태가 나았다. 그는 휘두른 검을 회수하며 쓰러진 놈을 견제했다.

덩치만 봐서는 오크가 분명했다.

기습으로 놈들을 떨쳐냈다고 하지만, 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뭐, 뭐야?"

"설마, 죽은 거야? 일격에?"

"아무 소리도 없었어! 포인트를 받았다는 알림은 들리지도 않았는데?"

"우, 우리도!"

오크 세 놈을 쓰러뜨렸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상한 것은 너무나 무기력하게 쓰러진 오크들이었다. 지금까지 상대한 놈들은 이렇게 약하지 않았다.

아무리 강한 공격을 날려도 거뜬히 받아냈고, 빠른 검격을 쏟아도 일격에 쓰러뜨릴 수 없을 정도로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평범한 마법은 그냥 무시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맷집을 가진 놈들이었다.

그런 놈들이 일격에 떨어져 나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다.

이상함을 느낀 그들은 쓰러진 오크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머리통을 꿰뚫은 작은 구멍을 발견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씨발! 그 새끼가 먼저 죽인 놈들이잖아?"

"이런 개 같은!"

일전에 김연희가 세워둔 오크들이었다.

허수아비와 다름없는 놈들에게 괜한 힘을 쏟아낸 송영훈은 분통을 터뜨렸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상황에서 상당한 힘을 쏟아낸 것이 달가울 리 없었다.

"이 개새끼 잡히기만 해 봐! 대갈통을 갈라줄 테니까."

"…… 씨발!"

거친 숨을 몰아쉰 송영훈은 이를 악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강준우가 몰아온 오크들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 했던 그들이었다.

상당한 희생을 겪고 놈들을 물리칠 수 있었지만, 동굴에 있는 오크는 상대했던 놈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다시 달려드는 또 다른 오크들에 의해서 그들은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기습적인 공격에 많은 힘을 쏟아내면서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그 와중에 무주한 멀쩡한 놈들을 아무 희생 없이 상대하는 게 가능할 리 없었다.

새로 나타난 오크에 겁을 먹은 일부가 도망가자, 상황을 걷잡을 수 없게 흘러갔다.

송영훈도 어쩔 수 없이 남은 사람들을 수습하며 움직였지만, 고작 여섯 명이 전부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함께 움직인 사람들은 처음부터 함께 했던 자들이라는 점이었다.

"씨발, 어쩌다가 이렇게 됐냐?"

"이게 다 그 새끼 때문이지."

"강준우?"

"그 새끼도 그 새끼고! 김기철이라는 새끼도 문제였고. 내가 처음부터 그 새끼 재수 없었다고 했잖아!"

"……."

김기철이 끼어들면서 매번 부딪쳤다.

오정태는 놈들의 합류를 반대했지만, 그렇다고 진실을 알고 있는 놈을 그냥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래저래 상황이 꼬였다.

살아남은 대부분을 규합할 수 있었던 그들이었지만, 이제는 겨우 여섯 명만 남은 상황이었다.

그것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사라진 이후였다.

오영미는 강준우의 손에 죽으면서 천마군림보를 빼앗겼고, 그나마 동굴까지 진입한 사람들 중에서 강한 놈들도 오크들의 손에 쓰러져 나갔다.

모든 분노는 강준우에게로 향했다.

일의 발단은 주머니를 노린 그의 욕심이었지만, 이렇게 한순간에 개털이 된 것은 모두 강준우 탓이었다.

"그나저나 이 새끼들은 어디로 간 거야?"

"…… 그냥 물러나는 게 좋지 않겠어?"

"물러나다니? 여기까지 와서 물러나자고?"

"그 새끼도 다시 힘을 회복했으면 어떡해?"

"그건……"

강준우가 다시 힘을 회복했다면 그들은 죽음 목숨이었다.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이라면 이미 힘을 회복하고도 남았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송영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오크들을 봐."

"……."

"일격에 이런 놈들을 죽이려면 얼마나 많은 내공이 필요하겠냐? 그놈이 일양지라는 무공을 쓴다고 했잖아. 김기철 말로는 죽은 권현수라는 놈도 한두 번 쓰면 기진맥진해 할 정도로 많은 내공이 필요하다고 했었잖아."

"그래도 그놈이 권현수를 죽였다고 하지 않았어?"

"아무리 권현수를 죽였어도 그놈도 일양지라는 무공을 남발할 수는 없다고."

송영훈은 답답하다는 듯이 죽은 오크들을 가리켰다. 그리고 마저 말을 이어갔다.

"세 놈이야. 잘해봐야 네다섯 방을 쏠 수 있을 거 아니야? 여기에서 세 방을 썼다면 놈도 지쳤을 게 분명하다고."

"저놈들이 겹쳐 있었을 수도 있잖아. 영미가 어떻게 죽었는지 너도 잘 알잖아?"

일양지라면 뒤에 있는 놈들도 관통해서 죽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송영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운이 좋았던 거지."

"……."

"그게 아니라면 왜 이놈들을 세워놨겠어? 그놈들도 지친 거야. 이렇게 위장을 해서 우리가 뒤쫓아 오지 못 하도록 만든 거라고."

나름 설득력이 있었다.

힘이 있었다면 굳이 죽은 오크들을 활용할 이유가 없었다.

수긍을 하는 일행들의 모습에 송영훈은 흡족해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오크라는 놈들이 여기에만 있으라는 법은 없잖아. 안 그래?"

"그건 그렇지."

"그놈들이 먼저 움직였으니까, 다른 오크들도 만날 가능성이 높았을 거라고. 운이 좋아서 버텼다고 해도, 내공이 부족할 게 분명해."

"……."

"시간이 없어. 괜히 기다려줘 봐야 그놈들만 도와주는 꼴이라고!"

그는 일행들을 다그쳤다.

그들 역시 지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지금은 강준우라는 놈을 잡는 게 먼저였다.

적어도 놈을 잡으면 익힌 무공들 중에 일부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게 분명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

'최소한 복수는 할 수 있겠지. 우리를 가지고 논 복수를!'

그는 강한 적의를 드러내며 일행을 재촉했다.

지친 그를 대신해서 오정태가 앞장서며 일행을 이끌었다.

다행히 움직이는 과정에서 오크들을 만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움직이던 오정태는 돌연 걸음을 멈췄다.

"뭐야? 뭐라도 있어?"

"여기 바닥에……"

"왜? 뭔데?"

놀란 듯한 그의 목소리에 송영훈은 그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를 확인하며 침음을 삼켰다.

"이게…… 뭐야?"

"고블린. 고블린 시체들 같은데?"

"고블린?"

이런 동굴에 고블린이 있을 이유가 없었다.

지금까지 오크들만 봐왔던 그들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때, 뒤에서 함께 움직이던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여기에 고블린이 있거나, 어디에서 들어온 게 아닐까?"

"여기에서 고블린이 살 수 있다고? 오크들이 있는데?"

"그럼 어딘가에서 들어왔겠지."

"들어와? 어디에서?"

"…… 그거야 나도 모르지. 근데, 이놈들이 괜히 이런 곳에 나타날 이유가 없잖아? 안 그래?"

당연한 말이었지만,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은 없었다.

심각하게 고민하던 그들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쓰러진 고블린들을 뒤지며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은 널브러진 고블린들보다 강준우의 흔적을 먼저 찾는 게 중요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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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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