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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45화 (45/254)

제 45화

<빠른 성장>

- 정령으로 시선을 끌어!

귓가에 들려오는 나지막한 목소리에 백선화는 곧장 정령을 움직였다.

그녀의 의지와 함께 멀리 떨어진 곳에서 노움이 치솟아 올랐다.

바닥이 솟구쳐 오르며 낯선 형상을 만들었고, 그것도 모자라서 돌덩이를 던지며 고블린을 공격했다.

"끼아악! 끼악!"

갑작스러운 공격에 고블린들이 흥분하며 노움이 있는 곳으로 달려들었다.

- 지금이야.

"맡겨만 주라고! 파이어 볼!"

그의 신호와 함께 김연희는 곧장 캐스팅한 마법을 날렸다.

빠르게 날아간 화염구가 그대로 고블린들의 뒤에서 터져 나갔다.

콰아앙. 화르르르.

커다란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고블린들의 비명이 커져만 갔다.

- 마저 공격해.

"샐러! 공격해!"

다시 들려오는 전음에 백선화는 노움을 돌려보내고 불의 정령을 불러냈다.

치솟아 오른 불길에서 생겨난 샐러맨더가 불꽃으로 된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불길을 토해냈다.

강하지 않은 불길이었지만, 고블린들에게는 상당한 위협이 됐다.

이미 주변에 번진 불길로 큰 힘을 얻은 샐러맨더는 평소보다 강한 힘을 내보였다.

김연희도 다시 한 번 파이어 볼을 날리며 놈들을 노렸고, 계속 되는 폭발과 불길에 고블린들이 쓰러져 나갔다.

정령과 마법의 조합은 의외로 큰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이렇다 할 공격 마법이 없는 권우철로서는 입맛만 다시며 그 모습을 지켜봐야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적들을 맞아야 했다.

"선배! 놈들이 달려와!"

"알고 있어!"

"그럼 빨리 준비하라고."

"내가 알아서 해. 너는 마법이나 잘 날려!"

"아직도 삐져 있는 거야?"

"닥쳐! 홀리쉴드!"

김연희의 잔소리를 뒤로한 그는 유일하게 익힌 능력을 사용했다.

그래도 꽤나 성취를 높인 홀리쉴드는 이제 상당한 방어를 낼 수 있었다.

"크아아!"

"캬캭!"

흉성을 터뜨리며 달려드는 고블린을 바라보던 그는 이번에 바꾼 방패를 다잡으며 힘을 더했다. 그리고 달려드는 고블린들의 공격을 받아냈다.

터엉. 터엉.

폭발에 휩쓸리지 않은 고블린들이 그의 방패를 후려쳤다.

몽둥이로 미친 듯이 그를 밀어 붙였지만, 이제는 상당히 적응이 된 이후였다.

권우철은 능숙하게 놈들의 공격을 받아내며 다른 손에 쥔 몽둥이로 놈들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뻐억.

일격에 고블린이 나가 떨어졌다.

평범한 놈이었지만, 이제는 몽둥이질 한 번만으로 놈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날아드는 검격에 그는 기겁하며 방패를 들어올렸다.

터엉.

묵직한 충격은 앞에 있는 놈이 고블린 워리어라는 사실을 알려왔다.

터엉. 터엉.

일대일이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만한 여력이 없었다.

고블린 워리어뿐만 아니라 다른 고블린들도 그를 노리며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뭐해!"

점점 늘어나는 고블린들의 수에 그는 두 사람을 일깨웠다.

그 소리에 김연희는 마법을 바꾸며 매직 미사일을 날렸다.

파앙. 파앙.

그녀는 권우철에게 달라붙은 고블린들을 떨쳐냈다.

피를 뿌리며 튕겨져 나가는 고블린에 수가 줄었지만, 아직도 많은 놈들이 남아 있었다.

"버텨요! 윈디!"

이어서 백선화가 바람의 정령을 불러냈다.

모두가 최하급 정령이었다. 하지만 매혹을 통해서 상당한 친화력을 쌓은 그녀는 상당한 힘을 내보이고 있었다.

불러낸 바람의 정령이 고블린들을 베어냈다.

날카로운 바람 칼날에 난도질당한 놈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지만, 그것도 평범한 고블린들에게나 큰 효과가 있을 뿐이었다.

"크아아아!"

뒤에 있던 홉고블린이 피어를 터뜨렸다.

수세에 몰린 고블린들을 돕기 위해 소리쳤지만, 이제는 그런 피어도 큰 영향을 끼치지 못 했다.

"홉고블린이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놈들의 수를…… 염병!"

콰아앙. 화르르르.

"홀리쉴드!"

날아온 불덩이에 권우철은 질겁하며 다시 한 번 능력을 사용했다.

그의 의지와 함께 축복을 받은 방패가 퍼져 나가는 불길을 막아냈다. 상당한 신성력이 필요한 능력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그의 목적은 방어였다.

뒤에 있는 두 사람이 마음대로 마법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었다.

콰앙. 화르르르.

그가 버티는 동안, 김연희와 백선화는 가진 마력을 모두 소진하며 마법을 날렸다.

퍼져나가는 불길과 날카로운 바람이 고블린들을 쓰러뜨렸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허억. 허억."

"후우우."

지친 그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아직 그 사실을 모르는 권우철은 끊긴 공격에 뒤에 있는 두 사람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뭐해?"

"지…… 후우. 지쳤어!"

"벌써?"

"쉬지 않고 날려댔다고. 선배도 뒤로 물러나!"

"이놈들이 놔줘야 물러나지!"

아직도 많은 고블린이 남아 있었다.

이놈들을 뒤로하고 물러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물러나고 싶다고 해도 그냥 놓아줄 놈들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공격을 받아내던 권우철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가진 신성력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연희는 힘을 쥐어짜며 마법을 캐스팅했지만, 마법을 만들어낼 마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

"강준우! 강준우!"

간절한 외침과 함께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뒤에서 지켜보던 그가 앞으로 튀어나오며 권우철의 옆에 섰다.

쿠웅.

내디딘 발과 함께 강한 진동이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강력한 진각의 충격이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 나가자, 그 안에 휩쓸린 고블린들이 피를 토하며 무너져 내렸다.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1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1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1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말이 돼? 저건 완전 사기야!"

천마군림보였다.

단 한 번의 발걸음만으로 평범한 고블린이 무너져 내렸고, 고블린 워리어도 비틀거리며 휘청거렸다.

순식간에 약한 놈들이 쓰러지자, 강준우는 바닥을 박차며 워리어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윽."

개중에 몇 놈은 겨우 몸을 고쳐 잡으며 그를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으며 보법을 밟아나갔다.

다시 한 번 그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천마군림보로 강한 피해를 준 그는 삼재보법을 밟으며 근접한 놈들의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주먹과 발을 휘두르며 놈들을 떨쳐냈다.

그렇게 삼재보법과 삼재권법을 펼치면서 부족한 숙련도를 채워나갔다.

광범위한 곳에 펼치는 천마군림보는 그만큼 많은 내공이 필요했다. 한 번의 공격으로 큰 피해를 주고 그런 식으로 놈들을 처리해 나가는 게 효과적이었다.

그 와중에 그의 주먹을 버티는 놈들이 있었지만, 그것은 권우철의 몫이었다.

마냥 공격을 막아내던 그의 힘을 키울 놈들이었고 김연희와 백선화도 딱히 불만은 없었다.

나름 분업이 잘 이루어졌다.

날아드는 검을 흘리거나 받아내며 보법과 철포삼의 숙련도를 끌어올리는 강준우였기 때문에 소소한 포인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의 개입과 함께 고블린들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살귀라는 별호가 잘 어울릴 정도로 일방적인 도륙이었고,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세 사람은 다시 한 번 강준우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저렇게 많은 포인트를 몰아가는데, 약한 게 더 이상한 건가?'

그가 권우철에게 넘긴 포인트도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김연희나 백선화가 처리하는 놈들은 대부분이 평범한 고블린이었지만, 권우철은 고블린 워리어나 샤먼을 처리했다.

모두가 10포인트를 주는 것들이었다.

당연히 그의 성장이 더 빠를 수밖에 없었다.

마냥 제 몫만 챙길 것 같던 강준우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건가?'

'생각보다 정이 많은 사람이야.'

둘은 그런 강준우에 대한 생각을 고쳐먹었다.

누구보다 든든한 그에게 호감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콰앙.

철사장으로 남아 있는 홉고블린을 정리한 강준우는 주변을 둘러봤다.

몇몇 고블린들이 쓰러진 채로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있었지만, 그런 놈들에게 권우철의 몽둥이가 떨어져 내렸다.

퍼억.

수박 깨지듯이 터져나가는 머리통과 함께 간신히 버틴 고블린이 힘없이 무너졌다.

그 잔인한 모습에 두 여자의 얼굴이 구겨졌지만, 권우철의 표정은 밝았다.

순식간에 주변이 정리되자, 강준우는 소진한 내공을 확인했다.

'제대로 된 천마군림보라. 조금 자제할 필요가 있겠어.'

작정하고 펼친 천마군림보는 가진 내공의 1/3이상을 잡아먹었다.

그만큼 강력한 효과를 보이고 있었지만, 여러 번 펼치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삼재보법을 비롯한 기본적인 무공과 철포삼으로 내공의 소모를 줄일 수 있었지만, 체력적인 부담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는 몇 번의 싸움을 통해서 가진 무공을 점검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세 사람의 힘을 키우는 것을 돕고 있었지만, 그들의 성장이 그에게도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나중에 다시 되돌려 받을 생각이었다.

'이제 슬슬 족장이라는 놈을 상대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벌써 많은 고블린들을 처리했다.

괜히 시간만 끌어봤자 어린 고블린들이 성장할 시간만 줄 뿐이었다.

'그렇다고 정면에서 부딪칠 수도 없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은데.'

앞으로 고블린 족장을 상대할 그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우선 그놈만 처리하면 남은 놈들은 쉽게 상대할 수 있었다.

"크와아아아!"

[천마신공의 공능이 족장 와무칸의 마력을 이겨냅니다.]

'와무칸이라.'

이곳을 손에 넣고 있는 족장 이름이었다.

광분한 놈의 포효가 그들을 옥죄었지만, 강준우는 너무나 쉽게 놈의 힘을 떨쳐냈다.

멀지 않는 곳에 놈이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은 마주쳐봤자 좋을 게 없었다. 강준우는 놈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겼다.

"뭐, 뭐야? 같이 가."

"……."

그와 다르게 아직 족장의 힘을 감당할 수 없는 세 사람의 몸이 빳빳하게 굳었다.

민망한 듯이 얼굴을 붉힌 그들의 모습에 강준우는 옅은 한숨을 흘렸다.

"아직 멀었어?"

"……."

그래도 제 몫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직 부족한 것 같았다.

그의 말에 세 사람은 민망해했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도 사치였다.

"크와아아아!"

[천마신공의 공능이 족장 와무칸의 마력을 이겨냅니다.]

다시 한 번 족장이라는 놈의 포효가 뒤를 이었다.

놈은 정확히 경직된 몸이 풀릴 시간에 맞춰서 피어를 날리고 있었다.

"교활한 새끼들."

족장이라는 놈은 분노했는지 마력을 아끼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그렇게 마력을 소진한 놈과 부딪치고 싶었지만, 아직은 준비가 부족했다.

무엇보다 남은 세 사람이 문제였다.

"도와달라고! 이러다가 족장이 오면 어떡하라고!"

조금씩 뻔뻔해지는 김연희의 모습에 그는 어쩔 수 없이 권우철을 들쳐 업었다.

"미, 미안하다."

"알면 좀…… 후우."

괜히 말을 다 해봤자 마음만 상할 것 같았다.

지금도 민망해하는 권우철을 뒤로한 그는 불안해하는 두 사람을 옆구리에 끼었다.

"아악! 뭐, 뭐하는 거야!"

"도와달라며?

"거긴…… 가, 가슴이잖아! 거길 왜 잡는 거야? 너 일부러 그랬지?"

"…… 미친! 이런 상황에서 일부러 그랬겠냐?"

"이제라도 알았으면 손 좀 치우지? 그렇게 쪼물딱거리지 말고."

"쪼물딱은 무슨! 감촉도 없고만."

"이 잔인한 새끼!"

뻔뻔한 김연희의 말을 무시한 그는 다시 손을 고쳐 잡으며 걸음을 옮겼다.

다른 생각을 가지지는 않았다. 별다른 생각 없이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우연찮게 그런 일이 벌어진 것뿐이었다.

"노렸네. 노렸어. 이 변태!"

"……."

여전히 투덜거리는 김연희를 뒤로한 그는 급히 그곳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득 스치는 생각에 그의 시선이 옆구리에 낀 백선화에게로 향했다.

김연희와 비슷한 키를 가지고 있는 그녀 역시 뭔가 느꼈을 게 분명했다.

뒤늦게 손을 가득 채우는 뭉클한 감촉이 느껴졌다.

가볍게 힘을 주던 그가 깜짝 놀라며 힘을 뺐지만, 백선화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낀 그는 백선화를 바라봤다.

여전히 커다란 무언가가 그의 팔을 짓눌렀지만, 그녀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뭐, 뭐지?'

뒤에서 들려오는 와무칸의 포효보다 침묵하고 있는 백선화의 행동이 그를 더 당황하게 만들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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