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0화
<다시 동굴로>
강준우는 남은 포인트로 삼재심법의 성취를 올렸다.
가진 포인트를 탈탈 턴 것도 모자라서 운기를 통해서까지 숙련도를 올렸다.
그렇게 삼재심법이 9성에 올랐다.
힘겹게 심법을 올렸지만, 천마신공은 여전히 답보상태였다.
'생각보다 쉽지 않네.'
그렇다고 다른 내공심법을 배울 수도 없었다.
심법의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알림은 들었지만, 이해도가 올랐다는 말은 역시나 나타나지 않았다.
'천마신공이 올랐을 때는 이해도가 올랐는데.'
그는 이 일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지금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천마신공을 6성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삼재심법은 생각했던 것보다 운공으로 많은 숙련도를 올리지 못 했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기초적인 특성인 만큼 운공으로 숙련도를 올리는 것 자체가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그는 포인트를 통해서 성취를 올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차피 앞으로는 포인트를 얻을 기회는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정체된 천마신공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 것 같았다.
조급함을 떨쳐내기 위해서 마음을 다잡은 그는 이번에 얻은 다른 능력을 살폈다.
일섬(一閃).
찰나의 순간 번뜩이는 빛.
내력을 더하면 순간적으로 빠른 움직임이 가능하다.
성취가 높아질수록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오정태를 상대하면서 얻게 된 능력이었다.
이것 역시 무공으로, 이미 경험한 일섬의 힘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만약, 오정태가 경험이 많았더라면 그가 더 곤란했을 지도 모를 능력이었다.
'다른 무공에 적용이 가능한 건가?'
혹시나 하나는 마음에 상점창을 확인해 봤다.
그리고 일섬이라는 능력을 살핀 그는 예상보다 높은 등급에 깜짝 놀랐다.
'A등급이었어?'
일양지와 동급이었다.
극쾌의 움직임이 가능한 무공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던 그는 가볍게 그 능력을 시험해봤다.
파앙.
가볍게 주먹을 뻗어봤지만,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진 속도를 체험할 수 있었다.
속도를 이기지 못 하고 터져나가는 주먹에 강준우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것도 엄청 좋잖아?'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면서 강한 파괴력을 내는 무공이 아니었다.
다른 무공이나 움직임에 힘을 더해주는 보조적인 성격이 강한 무공이었지만, 그만큼 뛰어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필요한 내공도 많지 않아서 효율적인 움직임이 가능했다.
'별의별 무공이 다 있네.'
이렇게 얻게 되는 무공들이 그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하나하나 더해가는 힘이 나쁠 리 없었다.
"갑자기 뭐 하는 거야? 먼지 날리잖아!"
"……."
허공에 주먹을 뻗는 그의 행동에 김연희가 투덜거렸다.
입에 뭔가를 집어넣으며 허기를 채우고 있는 모습에 강준우는 헛웃음을 보였다.
"그만 좀 처먹어라."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잖아!"
"개라서 안 건드리는 거지."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개만도 못 하다는 거야?"
"동굴로 빨리 가는 게 좋겠어."
"그, 그래."
강준우는 투덜거리는 김연희를 뒤로하고 동굴로 향했다.
권우철과 백선화가 그런 그의 뒤를 따랐다.
졸지에 버림당한 그녀는 남은 두 사람에게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선배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
"선화! 너도 이럴 거야?"
이런 강준우의 행동은 익숙했지만, 남은 두 사람에게도 이런 취급을 당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녀는 섭섭하다는 듯이 투덜거렸지만, 둘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강준우가 그렇게 반응하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다시 들어선 동굴.
상대적으로 어두운 그곳에 세 사람은 마른침을 삼켰다.
"선화. 네가 정령으로 앞을 살펴."
"알았어. 맡겨 둬. 노움!"
강준우의 말에 그녀는 노움을 불러냈다.
바닥이 일어나면서 돌들이 형체를 갖춰나갔지만, 이번에 나타난 놈은 전과 다르게 덩치가 더 커져 있었다.
"뭐, 뭐야? 저게 노움이야?"
"하급으로 올라섰어."
"대박! 그럼 다른 정령들도?"
"아니. 동굴이라서 노움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았거든. 노움만 하급이야."
그녀도 나름 고심해서 내린 선택이었다.
앞으로 활동한 곳이 동굴인 만큼 대지의 정령이 가장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여겼다.
조금 더 향상된 능력에 남은 세 사람은 뿌듯해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권우철은 앞으로 나서면서 강준우를 바라봤다.
"내가 선두에 서면 되지?"
"선배, 자신 있어?"
"자신이 있겠냐?"
"오크를…… 막아낼 수 있겠어?"
"모르지. 적어도 죽지는 않겠지."
여차하면 힐을 쓸 생각이었다.
손도 못 쓰고 죽을 정도가 아니라면 그만한 탱커도 없었다.
두 사람이 제 힘을 드러내자, 강준우는 가장 후방에 섰다.
혹시라도 다른 위협이 생긴다면 막아야만 했다.
권우철이 선두에, 백선화와 김연희가 차례로 뒤를 따랐고, 강준우는 가장 끝에 서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에 누가 있어!"
입구에서 그렇게 많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백선화는 위험을 알려왔다.
땅의 정령이 전해주는 정보를 전하자, 권우철이 긴장하며 방패를 앞세웠다.
그의 시선이 저절로 강준우에게로 향했다.
"오크인가? 몇 마리지?"
"잠깐만."
"……."
"셋이야. 전에 봤던 생명체라고 하는 걸 보면…… 오크 같아."
"한 번 부딪쳐 봐야겠지?"
"아, 알았어."
셋이라면 큰 부담이 없을 것 같았다.
어차피 직접 부딪치는 놈은 둘이 전부였다.
강준우의 말에 권우철은 방패에 힘을 불어넣으며 앞장섰다.
홀리쉴드를 펼치자 빛이 어렸고, 어둡던 주변이 조금 밝아졌다.
그 빛을 발견했는지 오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륵. 크륵."
특유의 소리를 낸 놈들이 거대한 도를 쥔 채로 그들의 앞에 섰다.
위압적인 덩치에 권우철은 마른침을 삼키며 방패를 들어 올렸고, 오크가 본능적으로 그의 방패를 내리쳤다.
터엉. 터엉.
몇 번의 공격이 이어졌지만, 권우철은 생각했던 것보다 그들의 공격을 더 잘 받아냈다.
멀쩡한 그에게 뒤에 있던 오크가 달려들었다.
터엉. 터엉.
통로에 선 두 놈이 그를 공격하자, 권우철은 이를 악물었다.
방패에서 느껴지는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직까지 큰 요령이 없었기 때문에 무작정 공격을 받아내야만 했고, 그는 점점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아직 남은 놈은 들러붙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힘에 부친지 그가 뒤에 있는 일행들을 향해 소리쳤다.
"끄윽. 뭐하고 있어?"
"자, 잠깐만!"
"……."
"한 놈을 옆으로 밀어 넣을까? 매직 미사일로 한데 모으면……"
"아니. 노움으로 저놈들 발을 묶을 수 있을까?"
"기다려 봐. 노움!"
강준우는 김연희를 뒤로하고 백선화를 움직였다.
그녀는 그의 의도대로 노움을 통해서 놈들의 발을 묶었다.
갑자기 물컹거리는 땅이 놈들의 발을 휘감았지만, 오크들의 힘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크와아!"
괴성을 내지른 놈들이 발을 뿌리치자, 놈들을 묶은 바닥이 부서져 나갔다.
잠깐 동안은 막아낼 수는 있었지만, 오랜 시간은 무리였다.
'저것만으로도 충분하려나?'
그 시간을 확인한 그는 점점 밀려나는 권우철을 바라보며 기운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겹친 오크를 확인하며 소리쳤다.
"형, 좌로 붙어!"
쐐에엑.
따로 경고를 내뱉은 그는 비켜서는 권우철을 바라보며 일양지를 쏟아냈다.
강한 기운이 빠르게 날아들며 오크의 머리를 꿰뚫자, 놈과 겹친 다른 놈까지 무너져 내렸다.
[동굴 오크를 처치했습니다. 2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동굴 오크를 처치했습니다. 2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순식간에 두 놈이 쓰러졌다.
너무나 쉽게 무너지는 오크의 모습에 세 사람은 다시 한 번 놀랐지만, 아직 한 놈이 남아 있었다.
"놈을 공격해 봐."
"내, 내가?"
"그래. 마법을 날려봐. 얼마나 충격을 줄 수 있는지 확인을 해 보자고."
"아, 알았어."
그들은 뒤늦게 강준우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하나 남은 오크로 그들의 힘을 확인할 생각이었다. 가진 능력이 얼마나 통하는지 확인을 하고 그에 맞춰서 상대할 놈들의 수를 조절할 계획이었다.
김연희는 곧바로 매직 미사일을 날렸다.
두 개의 매직 미사일이 오크를 때렸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충격을 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저 휘청거리는 정도가 전부인 건가?'
오크는 권우철에게 무기가 막혔기 때문에 지금은 그저 몸으로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큰 충격을 줄 수 없었다.
강준우는 다시 백선화를 불렀고, 그녀는 최하급 정령을 불러내며 놈을 공격했다.
콰앙.
강한 불길이 주변에서 터져나갔지만, 역시나 큰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놈의 맷집이 더 대단했다.
김연희는 이번에 얻은 윈드 커터로 놈을 노렸다.
일전에 송영훈 일행을 처리하면서 얻은 마법이었지만, 그마저도 가벼운 생채기를 내는 게 전부였다.
"일반적인 마법은 먹히지도 않는데?"
"내 정령술도."
나름 위력이 강하다는 마법이 큰 상처를 남기지 못 했다.
계속해서 충격이 중첩되면 놈을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 같았다.
가만히 지켜보던 강준우는 철검을 쥐며 앞으로 나섰다.
송영훈 일행을 처리하면서 오정태가 가지고 있던 여분의 무기였다.
'일섬을 한 번 시험해 보는 것도…… 좋겠지?'
그 역시도 시험할 것이 남아있었다.
검을 꺼내든 그의 행동에 두 사람이 비켜섰지만, 그 순간 밝은 빛이 떠올랐다.
"뭐, 뭐야?"
갑작스러운 빛이 김연희가 화들짝 놀라며 주변을 경계했다.
하지만 갑자기 생겨난 빛은 오크의 머리에 부딪치면서 모습을 감췄다.
순간 번뜩인 빛이 오크의 머리를 파고들며 사라졌고, 놈은 괴로운 듯 휘청거렸다.
"미, 미안. 나야!"
"서, 선배가?"
마냥 버티고 있던 권우철이 조심스럽게 그 힘의 출처를 밝히자, 세 사람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번에 나도 신성마법을 하나 배웠거든."
"신성마법?"
"응. 홀리 라이트라고."
"그게 공격 마법이야?"
"공격 마법이기는 한데…… 쉽게 펼칠 정도는 아니야. 신성력을 엄청 잡아먹는데?"
꽤나 효과가 있어 보였지만, 그만큼 많은 힘이 필요했다.
권우철의 말에 김연희와 백선화는 깜짝 놀랐다. 두 사람에 비해서 그의 성장이 너무 도드라져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의 성장이 반가웠다.
여전히 건재한 오크를 확인한 그는 지친 권우철을 바라보며 외쳤다.
"허리 숙여!"
"흐읍!"
강준우의 외침에 권우철은 머리 위를 방패로 가리며 몸을 낮췄다.
그 위로 강준우가 뛰어들었다.
터엉.
지탱한 방패를 밟고 올라선 그는 그대로 철검을 내질렀다.
평범한 찌르기였다.
그동안 사용할 일이 거의 없던 삼재검법이었지만, 일반적인 삼재검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쉬이익. 푸욱.
"끄아아!"
어깨를 꿰뚫린 오크가 괴로워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놈은 박힌 검을 붙잡으려고 했고, 강준우는 다시 검을 뽑아내며 다시 한 번 일섬을 펼쳤다.
쉬이익. 서걱.
이번에는 놈의 가슴을 베어냈다.
확실히 속도는 빨랐다. 오크가 반응할 수 없을 정도로 섬광이 번뜩였지만, 중한 상처는 입힐 수 없을 것 같았다.
'급소가 아니면 쓰러뜨리는 게 쉽지는 않겠네.'
의도적으로 급소를 피하고 있었지만, 이대로 시간을 끄는 것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날아드는 도를 확인한 그는 물러나며 피어를 사용했다.
- 우와!
그냥 크게 소리치는 게 전부였지만, 전음을 통한 외침은 오크에게만 들릴 뿐이었다.
5성으로 올라선 피어가 동굴 오크를 옭아맸다.
순간 멈춘 그 모습에 강준우는 뒤에 있는 김연희를 향해 소리쳤다.
"네가 처리해."
"내, 내가?"
"그래. 네가 먼저 힘을 키우는 게 좋을 것 같으니까."
"아, 알았어."
그의 말에 김연희는 곧장 마법을 캐스팅했다.
동굴 안이라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많지 않았다. 그나마 매직 미사일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콰앙. 콰앙.
계속해서 날아든 매직 미사일이 무방비로 서 있는 오크의 머리를 두드렸다.
결국 누적된 충격을 이기지 못한 놈이 무너져 내렸다.
여러 번의 매직 미사일을 쏟아내며 겨우 놈을 쓰러뜨린 김연희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혀를 내둘렀다.
"허억. 허억. 완전 괴물이잖아?"
"너무 비효율적인데?"
"강력한 마법을 익히면 더 수월해지겠지. 또 무식하게 마나 연공법만 올리지는 않겠지. 생각이 있는 애라면."
"그건 헤이스트를 쓰려고 일부러 올린 거라고!"
놀리는 듯한 말에 김연희는 변명을 하듯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표정이 어둡지 않았다.
20이라는 포인트.
비록, 상당한 힘을 쏟아내야 했지만, 평범한 고블린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포인트에 그녀의 입이 귀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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